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28)
제 666화
162화. 스마리온 프로치(1)
파장 추적 동기형 공간도약함, 붉은부엉이는 이동 관문과 달리 혼돈 입자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설명서에는 붉은부엉이에 내장된 시공간 장치는 기존의 이동 관문의 마력을 통한 순간 이동과 다르게, 세상에 존재하는 무형의 ‘파장’을 통하기 때문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전의 실패작들이 공간도약 도중 부서지는 걸 본 적은 있는데…… 콰울 님과 발레리아 양의 능력은 도무지 무어라 형용하기가 어렵군요, 도련님.”
이미 가이파 군도에서 지플이 시공간 장치를 사용한 걸 보기는 했으나, 붉은부엉이를 당시 지플의 기술과 비교하는 건 그 자체로 실례였다.
“2년 6개월 만에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맞이한 기분이군.”
브우우우-.
귀곡새성을 둘러싼 숲 사방에서 음울한 귀곡성이 들려왔다.
붉은부엉이에 설정된 좌표는 동료들과 귀신대원들의 야영지였다. 귀신대가 본진인 귀곡새성을 포기한 채 야영지를 형성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사태의 심각성을 한 번 더 실감할 수 있었다.
붉은부엉이가 천천히 하강하자 야영지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
다들 붉은부엉이가 가동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하나 무엇보다도 놀라운 건 붉은부엉이의 탑승자 중 진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진 경……!”
“돌아왔구나, 진!”
귀신대원들이 경례를 올렸고, 동료들이 그의 이름을 소리치며 달려왔다.
퀴칸텔, 알리사, 쿠잔, 베리스, 율리안, 엔야, 라타, 페이, 아멜라. 그리고 3할가량의 흑왕단원과 8할 이상의 귀신대원들.
티칸은 그야말로 방위를 위한 최소한의 전력만 남긴 채 스마리온에 집중하고 있던 것이다.
벌써 3개월이 넘도록 이어진 작전에 모두 초췌한 얼굴이었다.
‘끔찍할 만큼 진한 혼돈이 귀곡새성과 숲 전체를 뒤덮고 있군……. 단련되지 않은 이들은 이 근처에 있기만 해도 미쳐버렸을 것이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온몸의 신경이 곤두설 정도였다.
다른 이들도 귀곡새성을 잠식하고 있는 스마리온의 혼돈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으나, 진이 인지하는 수준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그들에겐 진 정도의 감각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토록 거대한 기운은, 최소 명왕족 투왕 정도는 되어야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한동안 서로의 안부를 묻는 말들이 오갔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금세 사태에 대한 대화로 변경되었다.
“돌아오시자마자 주군께 큰 부담을 드리는군요. 죄송합니다.”
라타가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주군께 이곳을 가장 먼저 보여드린 건, 이게 현재 귀신대의 가장 크고 유일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 봉인이 귀신대의 존립을 위협한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처음 진을 주군으로 모시기로 한 순간부터 ‘스마리온 프로치’라는 위험을 함께 부담시키는 걸 죄송하게 생각했었다.
“라타 경, 그렇게 말하지 마십시오. 경이 우리 동료가 된 순간부터 이건 모두의 문제였으니. 오히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자리를 비운 내가 미안해야 할 일입니다.”
라타가 고개를 숙이자 아멜라가 진의 옆으로 다가왔다.
“우리 귀염둥이가 주군 오기 전에 해결해야 한다며 엄청 고생했엉. 그래서 다들 노력했는뎅, 우리 힘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가 없었당…….”
다행히 아멜라와 라타, 페이가 가진 혼돈은 귀곡새성의 기운과 공명하고 있지는 않았다.
진이 챙겨온 혼돈 정화기를 꺼냈다.
“이건 명왕족 형제들이 만든 혼돈 정화기입니다. 혹시 몰라 챙겨왔는데, 제 생각에 라타 경과 페이의 아버지는 이걸로 어찌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닐 것 같습니다.”
혼돈 정화기는 완전 잠식과 신체 변형이 일어나기 전의 감염자를 대상으로만 효능이 있었다.
스마리온은 이미 봉인된 시점부터 기준을 벗어났으며, 그게 아니더라도 혼돈의 크기 자체가 너무 거대했다.
따라서 정화가 불가능하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토벌뿐이었다.
“……진. 혹시 나와 오라버니의 아비를 죽여야 한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면. 그럴 필요 없어. 애초에 우리가 여기 대기하고 있던 것도 아버지였던 괴물을 처리하기 위함이었으니까.”
라타와 페이는 스마리온에 대해 그리 좋은 기억을 갖고 있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학대와 훈련만을 받아왔으니까.
오히려 남매가 아버지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감정은 증오에 가까웠다.
하지만 여느 평범한 가족 같은 추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시론이 스마리온의 혼돈을 우려하며 종종 귀곡새성을 찾을 때면, 그는 인자한 아비가 되어 두 사람을 무릎에 앉힌 채 과자를 주기도 했던 것이다.
겨우 몇 번에 불과했던 일이지만 프로치 남매에겐 분명 유년 시절의 소중한 순간이었을 터였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스마리온이 미웠더라도.
“우리는 오히려 저 괴물을 하루라도 빨리 없애는 게 귀신대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해. 동료들을 생각해도 그것이 옳은 일이고. 물론 그런 걸 다 따져도 이 일을 네게 떠안기는 건 염치없는 이야기지만…… 부탁할게, 주군.”
진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퀴칸텔이 현재까지의 대략적인 상황을 알려주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귀곡새성에서는 이미 세 차례의 혼돈 폭발이 일어났다.
첫 폭발엔 삼십여 명 정도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두 번째 폭발 때부터는 미리 포위망을 넓힌 덕에 피해를 입지 않았다.
“……폭발은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데다 강해지기까지 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숲 전체를 넘어 인근의 비먼트 영토들에도 피해가 갈 가능성이 높다.”
귀곡새성이 비먼트 내에 있는 만큼, 단테는 이미 바멀 연합을 지원하고 있었다.
하이란과 페럴가의 기사들이 일대 지역을 완전히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타 거대 세력에게 바멀 연합이 지닌 위험 요소가 노출되지 않도록, 그들이 이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그런 와중 동료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저 대기만 하고 있었다.
먼저 진입해서 토벌을 하자니 예상 피해가 지나치게 크고, 어쩌면 ‘전멸’을 당할지도 모르니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최대 아군인 탈라리스와 미샤, 무라칸, 그리고 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단테 하이란이 직접 토벌을 나서겠다는 건 우리가 말렸다.”
봉인이 완전히 깨지고 바멀 연합만으로는 절대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이 되면, 그때는 단테가 나설 수밖에 없을 테지만.
단테는 제국의 희망이자 전 백성의 지지를 받는 통치자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그를 토벌에 참여시키는 건 최대한 배제하는 게 옳았다.
게다가 단테는 제국 내의 오염 지역들을 직접 다니고, 홀로 거대 세력들까지 견제하고 있으니 전혀 여유가 없었다.
그런 와중 단테가 진과 동료들을 위해 귀곡새성을 선택하면, 그만큼 다른 곳에서 백성들이 죽어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잘하셨습니다.”
진이 귀곡새성의 정문을 바라보았다.
‘스마리온 프로치…… 내가 온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인가?’
귀곡새성 일대에 퍼진 혼돈의 기운이 깊어지고 있었다. 진이 도착한 직후부터 시작된 현상이고, 이번에도 그만이 그 사실을 똑바로 인지했다.
마치 적수를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스마리온이 퍼뜨리는 혼돈의 기운은 천천히 진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그 강대한 기운을, 진은 담담히 직시했다. 그리고 곧장 결론을 내렸다.
“하루만 휴식하고, 내일 아침에 귀곡새성으로 진입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장 가기에는 란케와의 전투에서 소모된 기운과 부상이 조금 걸렸다.
“내일?”
“예, 봉인이 내일까지 버텨준다면, 아니. 스마리온 프로치가 그때까지 저를 기다려준다면, 이라고 표현해야 더 정확하겠군요. 그는 이미 봉인을 뚫고 나올 수 있는 상태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제가 오자마자 스마리온의 기운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봉인이 기능을 완전히 잃지 않았다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커질 수 없죠. 진한 살의와 적의가 온통 저를 향하고 있기도 하고.”
동료들은 진이 성취를 이루었는지, 어떤 존재의 감각을 익혀왔는지 모른다. 그저 막연히 강해졌다는 느낌만이 있을 뿐.
때문에 아무리 강해졌다고 해도 과연 홀로 스마리온을 토벌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으나, 표하지 않았다. 그가 진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우린 뭘 하면 되지?”
진이 시선을 돌려 야영지에 설치된 ‘아티팩트’들을 살폈다.
오두막에서 콰울을 처음 만난 날 직접 겪어본 아티팩트들이었다.
대 기사전을 위해 만들었던 푸른 막대, ‘오러 방해기’와 그물을 비롯해 온갖 장애물을 표방한 아티팩트였다.
“근처에서 전투의 여파에 대비해주십시오. 보호막을 촘촘하게 구성하지 않으면 인근 도시들까지 피해가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와 스마리온이 싸우는 전장에 모든 오러 방해기를 집중시켜주세요.”
“충격파를 견딜 수 있는 정도의 실력자들은 거리를 유지하며 계속 너와 스마리온에게 방해기를 사용하라는 의미인가?”
“정확합니다, 퀴칸텔 님.”
당연하게도 그렇게 하면 진과 스마리온의 오러 사용에는 다소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그만큼 외부 피해가 줄어들 것이고 말이다.
진이 일반적인 무인이었다면 절대로 사용해선 안 될 방법이었다. 스마리온은 오러가 없어도 혼돈의 힘을 쓸 수 있으니까.
그러나 진에게는 영기와 마력이 있다.
“전투의 충격이 어디까지 전해질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으니, 저와 스마리온의 힘이 둘 다 축소되는 쪽이 분명 더 나을 겁니다. 방해기의 성능이 받쳐주기만 한다면.”
“또 다른 사항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귀곡새성 외 제국 땅에 피해가 가는 걸 막아주십시오. 그리고 붉은부엉이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지켜주시고요. 그거면 됩니다.”
* * *
다음 날 정오.
다행히 진은 온전히 하루를 휴식한 채 귀곡새성으로 향할 수 있었다.
밤새 명상을 했기 때문에 동료들과 더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진은 스마리온을 그만큼 집중해서 상대해야 하는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제가 진입하면 즉시 전투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퀴칸텔 님과 발카스 경, 아멜라 경, 엔야는 특히 조심하십시오.”
“네, 공자!”
그 네 사람은 전장에 가장 근접해서 방해기와 그를 사용하는 이들을 지키는 역할이었다.
엔야의 용화차단막과 퀴칸텔이 가진 시간의 권능이 보호막의 핵심이었다.
오백 개에 달하는 방해기가 귀곡새성 인근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건 현재 바멀 연합이 보유한 방해기의 8할 이상이었다.
“주군, 무운을 빌겠소.”
“너무 걱정 마십시오, 다들.”
진이 라타와 페이에게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은 여전히 진에게 이런 역할을 맡긴 사실이 괴로웠으나, 그가 더 불편하지 않도록 굳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주군을 만나지 못했다면, 귀신대는 언젠가 제 아비를 잠식한 저 괴물에게 반드시 몰살당했을 겁니다. 우리 어머니가 그랬듯이. 다치지 마십시오, 주군.”
진은 프로치 남매의 어깨를 한 번 토닥인 후 귀곡새성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