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34)
제 666화
163화. 가문 복귀(4)
“무엇을…… 대체 무엇을 원래대로 돌릴 수 있다는 겁니까?”
진의 기억 속 검의 정원과, 지금 눈앞에 펼쳐진 검의 정원.
그 둘의 공통점은 오직 정원 한가운데 꽂혀 있는 수천 자루의 검밖에 없었다.
눈에 보이는 기사들은 단 한 사람도 빠짐없이 혼돈에 잠식되었고, 특히 로사는 라프라로사에서 가져온 혼돈 정화기로도 어찌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로사의 이마에는 한 개의 검은 뿔이 나 있었다.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고, 있다 할지라도 숨길 수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건물들도 겉만 이전과 같을 뿐이다.
진은 처음 검의 정원을 찾은 순간부터.
아니, 칼론에 들어선 순간부터 도시 전체에 숨겨져 있는 진한 혼돈의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하…….
진이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라도 있다는 겁니까? 아니면 당신 옆에 서 있는 일리나 룬칸델, 아니. 예언자에게 또 무언가 방법이 있는 겁니까?”
“이미 벌어진 일을 없던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 다만 네가 약속을 지켰다면 이 자리에서 즉시 너는 가주가 될 것이며, 앞으로 룬칸델은 예언자가 아니라 네게 의지해 생존을 도모할 것이다.”
너는 가주가 될 것이다.
전생에서부터 그토록 원했던 말이 진의 뇌리를 찌르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머릿속에 벌레가 들끓는 듯 역겨운 감각에 신물이 올라올 지경이었다.
“하하…….”
저도 모르게 입에서 허망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언제부터 당신이 가주를 선정할 수 있는 위치였습니까? 시론 룬칸델, 룬칸델의 가주이자 바리사다의 주인이며, 나의 아버지. 이 모든 일은, 당연히 그분의 허락 없이 진행이 되었을 터. 당신의 독단적인 판단하에!”
로사는 물론 예언자와 손을 잡기 전에도 진을 가주로 만들어주겠다는 암시를 했었다.
하지만 진은 로사가 차기 가주가 된 자신을 더 이상 방해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지, 이런 식의 계승은 기대하지 않았다.
직접 바리사다를 계승해줄 수 있는 건, 오직 시론뿐이었다.
“그래서, 네 대답은 무엇이냐? 너는 가문을 이 난세에서부터 구할 수단들을 얻어왔느냐, 그렇지 못했느냐?”
“내가 무엇을 얻었든, 당신과 당신의 룬칸델은 그로부터 어떤 혜택도 받을 수 없소.”
“그렇다면…… 내게도 다른 수가 없구나.”
너를 죽이는 수밖에.
로사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그녀는 진을 회유할 생각이 없었다.
아깝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진을 죽여야 한다고 결정한 지금, 그녀는 태어나 그 어느 때보다도 고통스러운 심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러나 잡을 수가 없다.
자신이 아는 막내아들은, 결코 타협이 되는 인간이 아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굴복하지 않는, 그러면서도 지금껏 단 한 번도 부서져 본 적이 없는…….
그런 빛나는 사내가 바로 진 룬칸델, 자신의 막내아들이라는 걸 로사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겠습니다.”
로사는 진이 테마르와 히스터에 관한 걸 물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조차 진은 로사의 예상을 벗어났다.
“정말 이것이 최선이었습니까?”
“그렇다.”
“그렇다면 당신과는 더 대화할 필요가 없겠군요.”
진의 시선이 로사의 뒤편에 서 있는 기사들에게 닿았다.
“검의 정원이 이 지경이 되도록, 가문의 기사들은 무엇을 하였느냐. 로사 룬칸델이 혼돈과 야합하는 걸 그냥 지켜만 보고 있던 것이냐?”
“듣자 듣자 하니 좀 너무하네요, 진 룬칸델. 지금껏 당신이 한 일이라고는, 룬칸델의 운명을 훼손한 것밖에 없어요. 게다가 시론 룬칸델은? 내내 가문을 떠나 있었습니다. 그 결과가 어떻죠? 당신과 그가, 가문을 구원할 수단을 찾았나요?”
진은 처음으로 입을 연 일리나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로사 경의 선택이 아니었다면, 룬칸델은 무책임한 시론 룬칸델과 당신이 돌아오기 전에 이미 끝장이 났을 겁니다. 뭐, 어찌 보면 이 또한 운명의 실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결과적으로 룬칸델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강해졌으니…….”
그때, 안채 저 멀리에서부터 한 무리의 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에 갇혀 있던 기사들이었다. 모두 지치고 쇠약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스탐의 배려 덕에 깨끗한 갑옷과 검을 무장하고 있었다.
그들에게서도 미약한 혼돈의 기운이 느껴졌다.
다만 그들은 완전히 잠식된 다른 이들과 달리 저항의 흔적이 가득했다.
‘저들이야말로…… 혼돈에 끝내 저항해 가문의 가치를 지키려던 사람들이다.’
모두 다 구해서 돌아가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그건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그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토나 형제는, 진을 위해 소리를 질렀다.
“진, 막내야……! 우린 신경 쓰지 말고 네가 하려는 일을 해라!”
“너와 싸우다 죽을 수 있는 건 룬칸델로서 다시 없을 영광이다……!”
전생에 그토록 자신을 괴롭혔고, 현생에서도 툭하면 강자들에게 비굴한 모습을 보이던 토나 형제는, 어느덧 어엿한 룬칸델이 되어 있었다.
“저들을 지금 풀어준 건, 당신과 저들에게 해주는 로사 경의 마지막 배려입니다. 패잔병들과 함께 마지막을 장식하도록 하세요, 진 룬칸델. 어차피 죽어서도 당신이 가진 힘은 룬칸델을 위해 사용될 테니, 그리 나쁜 결말은 아니겠군요.”
“가문의 기사들은 들으라.”
진은 지하에서 올라온 기사들을 쳐다보았다. 그들만이 가문의 기사들이었다.
“그대들의 고통스러웠을 저항에 경의를 표한다. 그러니 지금부터 그대들이 할 일은, 반드시 살아남는 것이다. 내가 길을 열어주겠다.”
토나 형제와 기사들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 나는 로사 룬칸델과 그를 따르는 무리를 반역자로 규정하고, 가문의 12기수로서…… 그들을 처단할 것이다.”
“현 시간부로…… 너의 기수 자격을 박탈하겠다, 진 룬칸델.”
진과 로사가 동시에 말했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 두 사람을 제외한 원내의 모든 기사들이 검을 뽑았다.
그리고 모두가, 몇 년 전 검의 정원에서 있던 한 사건을 떠올리고 있었다.
-어머니께서 앉아 계신 그 상석, 그것까지 다 없애버려야 오늘 제가 한 선언의 의미가 진해질 것 같습니다.
-[다들 두 눈을 부릅뜨고…… 똑똑히 보십시오. 무엇이 진짜 룬칸델인지, 무엇이 룬칸델을 수호해왔는지, 그리고. 지금의 룬칸델이 무엇을 잊고 있는지.]
가주 선언.
진의 눈동자에 시퍼런 불이 맺혔다.
룬칸델 마검 비기
업화業火 – 사라 룬칸델
진의 눈동자에 시퍼런 불꽃이 맺혔다.
최후의 최후까지 가문을 위해 투쟁해온, 죽어서도 천 년 동안 룬칸델의 가치를 지켜온 염제의 의지가 진을 통해 현현하고 있었다.
혼돈에 물든 자들은, 그 푸른 불 앞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혼돈의 기운은 그들의 내면을 완벽하게 마비시키고 있었다.
진이 업화를 펼치기 전까지는 줄곧 그랬다.
그러나 혼돈의 기운으로도 감출 수 없는 거대한 두려움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존재감이 기사들의 썩은 정신을 두들기고 있었다.
“막아라!”
뮤와 앤이 앞으로 나서자 혼돈에 물든 기사들이 그녀들을 뒤따랐다. 그중엔 검은 투구를 쓴 기사들도 보였다.
흑기사, 한때는 룬칸델에서 가장 영예롭고 강한 자들에게만 주어지던 검은 투구.
어림잡아 보아도 원내에 검은 투구를 쓴 기사들의 수가 오십에 육박하고 있었다.
그러나 진은 그토록 많은 흑기사들이 자신을 에워싸고 있음에도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검은 투구를 썼다고 모두 다 진짜배기 흑기사가 아니며, 힘이 10성에 다다랐다고 모두 다 초월한 무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너희 따위가?”
수백 개의 시커먼 검기가 진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태산조차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다. 거대 세력을 제외한 그 어떤 이들도 저들이 단 몇 초 만에 쏟아낸 검기를 버텨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의 검은, 진이 퍼뜨린 푸른 화염의 가장 바깥쪽조차 뚫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불에 닿기도 전에 흔적도 없이 지워지고 있었다.
진이 라프라로사에서 수련한 것은 명왕검과 영검뿐만이 아니다.
지금의 그는 룬칸델 마검 또한 완성에 가까운 경지에 닿아 있었다.
사라 룬칸델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그들은 모두 이 자리에 선 것이 바로 그녀라고 인식했을 것이다.
세상을 송두리째 태우는 불, 어떤 강대한 적 앞에서도 절대로 꺼지는 일 없이 끝끝내 투쟁하는 불.
그 불이 혼돈에 물든 반역자들을 벌하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가아아아……!
막 소환된 테스가 포효를 내질렀다.
검황성전에서처럼 혼돈을 매개로 사용하는 위험을 안고 현현한 것이 아니다. 테스는 그야말로 순수하게 진의 마력을 통해 소환되었으나, 오히려 그때보다 강한 청화를 품고 있었다.
그리고 테스가 등장함과 동시에, 진이 한 차례 반역자들을 향해 검을 휘두름과 동시에.
혼돈의 힘으로 흑기사가 된 기사 다섯을 포함해 백여 명에 달하는 기사들이 불살라졌고, 그들은 온몸이 녹아내려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했다.
다만 육신이 녹아도 생체 골렘의 그것처럼 혼돈의 핵이 남았다. 그 핵들은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듯 예언자에게 귀결되고 있었다.
진이 예언자에게 끌려가는 혼돈의 핵 하나를 붙잡았다. 혼돈은 기생충처럼 진의 손아귀를 파고들어 그를 잠식하려 시도했으나, 진이 주먹을 움켜쥐자 그대로 터지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처음으로 예언자가 주춤하는 기색을 보였다.
‘혼돈에 면역이 되었단 말인가!? 옛 명왕족처럼……!’
그건 예언자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옛 룬칸델의 화염을 휘감은 진과, 혼돈에 물든 기사들의 모습이 대비되고 있었다.
그리고 진의 불길은, 그가 말했던 것처럼 지하에서 풀려난 이들에게 길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일리나 룬칸델.”
“예, 로사 경.”
“네 능력을 보여라. 오늘 이 자리에서 저 아이가 살아 돌아가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로사의 명령에 일리나가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검의 정원을 개방하는 걸 허락해주시는 겁니까?”
“허락하겠다.”
예언자는 그저 다행이라는 마음이었다.
혹시라도, 진의 변화를 본 로사가 자신과의 계약을 깬다면 그녀로서는 또 길을 한참이나 돌아서 갈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날의 악몽을 재현해주마, 썩어버린 자들아. 오늘이 아니면 내일, 내일이 아니면 그 언제까지라도. 결국 네놈들은 단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진이 그렇게 말한 순간.
별안간 태양이 지워지며 사방이 검게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