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68)
제 666화
170화. 또 다른 친구, 단테를 만나러(2)
“검 속에 존재하는 아공간……?”
“우선 그에 대해 설명하려면 나와 네루 님이 다섯 번째 무덤에 들어갈 수 있던 이유부터 알려줘야겠군.”
발레리아는 솔더렛의 계약자가 아니며, 헬루람의 딸처럼 혼돈을 다룰 수도 없고, 완타라모 숲 때처럼 누군가의 인도를 받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지플이나 타 세력이 그랬던 것처럼 억지로 훼손하지도 않았으니, 본래라면 그녀는 무덤에 들어서지 못했어야 했다.
“혼기에 지치긴 지쳤던 모양이야, 발레리아. 그 이야긴 해줬었다. 묘인족의 도움을 받아 고양이 신의 신전에서 옛 룬칸델에 대한 한 물건을 얻은 덕이라고 했었지.”
“얘기를 했었군. 내가 어떤 물건인지도 말했었나?”
“손수건이라고 했었다.”
손수건.
하찮다면 하찮은 물건이나, 그 손수건은 천 년 전의 수많은 사연을 품고 있었다.
“그래, 옛 룬칸델의 십대기사가 소유했던 손수건이었어. 그래서 영기나 인도자가 없어도 무덤이 손수건에 반응해 문을 열어준 거다. 손수건에 남은 기록과 사연이 열쇠가 된 셈이지.”
다만 그건 일회성 수단이다.
손수건에 담긴 사연이 너무 멀고 희미한 탓에, 발레리아는 그걸 잘 보관했다가 추후 기록 마법의 성취를 상승시킨 후 분석하려 했었다.
그러나 문이 열리자 손수건은 그 자리에서 즉시 소멸했고, 발레리아는 지금도 그 사실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예언자도 너와 같은 방법으로 문을 연 것일 수도 있겠군.”
“그렇겠지. 최소 두 번 이상은 개방했을 것이다. 본래 무덤의 수호자였던 파들러 룬칸델의 운명을 네 둘째 누이에게 덮어씌웠으니. 아무튼, 나는 네 누이가 파들러를 대체하기 전에 그 속에서 다음 무덤에 들어서는 법을 발견했어.”
지금까지 겪은 다른 무덤들과 달리, 다섯 번째 무덤엔 곧장 다음으로 향하는 단서가 남아 있었다.
“다섯 번째 무덤엔 파들러 룬칸델뿐만이 아니라 손수건의 주인인 베일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인물의 기록이 함께 남아 있었다. 무덤이 손수건에 반응한 이유도 그것이었고.”
“베일……?”
“다만 베일의 기록은 너무 희미해서, 그저 그의 검에 여섯 번째 무덤이 숨겨져 있다는 내용과, 그 검이 최초로 숨겨진 대략적인 위치만 확인했어. 흑해인데, 아마 거기 그대로 있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
그 대목에서 진은 순간 뒤통수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감각에 휩싸였다.
“잠깐, 발레리아.”
“왜?”
“네가 얻은 손수건은 베일의 것이라 다섯 번째 무덤에 반응했고…… 여섯 번째 무덤은 베일의 검 속에 존재하는 아공간이며, 그 검이 숨겨진 곳은 흑해였다…… 이 말이지? 확실히 베일이라고 했지?”
“그래.”
진이 몇 초쯤 눈동자를 끔뻑이자, 발레리아는 어깨를 으쓱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동료들도 전혀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그 검, 이미 찾은 것 같은데.”
“뭐라고?”
-헤도! 네 검! 검이 빛나면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어, 하늘이 우리 기도에 응답을 한 거야!
-저도 보고 있습니다, 아가씨. 이건 대체…….
-아무래도 그 검이 무덤을 여는 열쇠인 것 같군. 그 검을 어디서 얻었소?
-젊은 시절, 흑해에서 한 괴물을 베고 얻었다.
칼드란 설원에서 산드라, 헤도와 나눈 대화.
당시 진은 헤도의 검에 영기를 불어넣으며, 검신에 적힌 ‘베일’이라는 글자를 자연스레 확인했었다.
현재 검의 주인인 헤도도 그게 검의 이름이라 여기고 있었으니, 진도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옛 룬칸델 십대기사의 이름이었다니.
무라칸이 소타 사막에서 베일을 보자마자 괴로워했던 이유도, 베일이 다섯 번째 무덤의 열쇠 역할을 할 수 있던 이유도, 이제는 알 것 같았다.
“나도 경황이 없어서 내가 어떻게 무덤으로 들어갔는지를 네게 얘기하지 않은 것 같군. 그 검은 현재 백야의 탑지기, 헤도가 가지고 있다.”
“그렇게까지 운이 따라준 결과인 줄 몰랐는데, 구출 과정이 내 예상보다 많이 무모하기는 했군.”
“너와 관련한 일들엔 묘할 만큼 운이 따르는 편이거든. 그리고 예전에 네가 직접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나만큼 운 좋은 인간은 별로 없을 거라고.”
오……!
어째서인지 동료들 사이에서 동시에 그런 감탄이 터져 나왔다. 진과 발레리아는 전혀 개의치 않으며 대화를 이어갔지만 말이다.
“몇 시간만 쉬고 흑해로 바로 떠날 생각이었는데, 수고를 덜었네. 산드라 지플과 헤도는 네게 꽤 호의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산드라 지플만 그럴 겁니다요, 발레리아 양. 하지만 그 근육 집사는 무조건 산드라 지플의 말에 절대 복종이니, 산드라를 불러서 검을 살펴보면 될 것 같습니다요.”
“제트 씨가 어쩐지 너를 누군가의 연심을 이용하는 쓰레기 같은 부류처럼 이야기하는군.”
“으이이? 발레리아 양, 이 선한 사람을 그렇게 곡해하시면 안 됩니다! 우리 나리도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고!”
“헤도와 산드라를 당장 부를 수는 없어. 우리 측이 최근 지플에 요구한 게 많으니, 며칠쯤 있다가 연락을 취하도록 하지. 그사이에 검황성을 가면 딱 알맞을 것 같군.”
“허, 나리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조금 민망…….”
“우리 진 공자, 나쁜 모습도 멋있어…….”
“제트, 엔야. 단지 검 때문에 이용하려고 부르려는 게 아니야. 아무래도 그 둘은, 우리 사람으로 만드는 게 좋겠어. 가능하다면.”
베라딘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보았다.
진은 산드라 역시 계속 지플에 남아 있다면, 머잖은 미래에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녀에게서 지플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싶었다.
발레리아는 ‘지플’을 동료로 만들겠다는 진의 말이 듣기 거북했고, 담담한 어투로 의견을 말했다.
“좋을 대로 해. 대신 언젠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지플은 내 손에 반드시 죽는다는 걸 잊지 않길 바라.”
자리에서 일어서는 발레리아.
“난 들어가서 조금 더 쉬어야겠어. 콰울 님, 연구는 저녁부터 재개하도록 하죠. 진이 라프라로사에서 가져온 자료도 많고, 붉은부엉이가 그 세계와 연결되는 특이점도 있었다고 하니 다시 바빠지겠군요.”
“흐미이, 발레리아 양은 지치지도 않는가. 흑해 갈 일 없어졌다고 수고를 덜었다더니, 곧장 또 일을 하러 가는구만.”
지치지 않는 게 아니라 지칠 수 없을 뿐이다. 짓밟혀 멸망한 가문과 살해당한 가족들 모두의 한이 저 속에 맺혀 있으니.
진은 그 말을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았다.
“그럼, 저도 검황성으로 갈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
이내 진도 회의실을 나서자 동료들은 자연스레 그들이 사라진 문을 바라보았다.
“은근히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저 두 사람.”
“나도 그렇게 생각행, 발카스 아재.”
“주군 쪽이 좀 더 인간적인 느낌이긴 하죠. 뭐, 꼭 오랜 시간 한 스승이나 부모 밑에서 배운 사람들 같기는 합니다.”
“그래서 전 발레리아 팬클럽도 만들어볼까 고민 중이에요. 부업 같은 느낌으로?”
“넌 이럴 때 보면 좀 무섭다, 엔야.”
“페이한테 그런 말을 들을 정도란 말이야, 내가!?”
“자자, 우리도 일합시다, 일. 제트는 지금부터 아이란 비먼트 조사하고, 메리 경과 헤이토나, 데이토나 경은 그…….”
“편하게 말해도 됩니다, 카시미르 국왕.”
“그래, 편하게 말해라, 국왕!”
“토나 놈들아, 국왕한테 그따위 말버릇이 뭐야. 검의 정원을 잃었으니 기수로서의 품격까지 다 갖다 버릴래? 내가 뮤 앤 역할 대신 해줘?”
“아닙니다, 누님. 정정하겠습니다.”
“우린 새사람이 되기로 했습니다, 누님.”
“지켜보마. 가서 코스모스한테 배 정비하라고 해. 며칠 내로 출격할 거라고. 그리고 회복 끝난 기사들 목록 가져와.”
“옙, 누님!”
* * *
1803년 4월 1일.
“오오오오!”
“와아아아아!”
금설족 화장품과 변장 도구로 머리와 눈을 검게 물들인 두 어린애가 연신 탄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사실 그들 중 하나는 수백 년을 산 용이나, 겉보기엔 영락없이 여행에 들뜬 꼬마였다.
라트리와 유리아.
진은 이번 검황성 행에 그 두 사람을 데려가기로 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퀴칸텔 또한 보호자로서 따라왔다.
애들뿐만이 아니라(한 명은 용의 기준에서) 오랜만에 모두 다 변장을 했다. 진과 퀴칸텔은 짙은 푸른 머리로, 남매 용이라는 설정이었다.
“진 오빠, 퀴칸텔 님! 붉은부엉이 엄청 신기해요. 진짜 이동 관문처럼 한 번에 제국으로 왔잖아요?”
“아즈 밀의 계약자에게 신기하게 보이는 물건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
“전 퀴칸텔 님이 도착 좌표를 이쪽으로 고른 게 더 신기하군요. 이 통나무집……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데요.”
비먼트 수도 외곽의 숲속 한가운데 자리 잡은 고즈넉한 통나무집.
이곳은 진이 예비 기수 시절 초기에 유리아와 엔야의 운명을 바꾼 시작점이었다.
무라칸과 퀴칸텔이 함께 살던 먼 옛날과 똑같은 구조의 바로 그 집.
유리아는 그간 이곳을 말로만 전해 들었다.
그녀는 티칸 밖으로 나가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었다. 처음 진을 만났을 때는 물론이고 지금도, 아즈 밀의 계약자라는 그녀의 특수성은 생활의 모든 면에서 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추억? 음…… 이 통나무집 곳곳에 미련이나 회한 같은 종류의 어떤 묵직한 감정들이 보이긴 하는데.”
“유리아, 그런 얘긴 접어두고 검황성으로 가기 전에 너 좋아하는 해물탕이나 먹으러 가는 게 좋겠구나.”
“좋아요, 퀴칸텔 님! 진 오빠, 해물탕만 먹어? 다 먹고 저녁까지 놀다 들어가면 안 돼?”
유리아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가여웠다.
“유리아, 넌 바멀 연합 티칸 자유국의 유일한 공주다.”
“갑자기?”
“신나게 놀다 보면, 알아서 제국의 1인자가 널 보러 찾아온다는 뜻이지.”
그때부터 일행은 정말로 비먼트 번화가를 휘저으며 신나게 돈을 써댔다.
세상이 글리엑의 잔재와 로사로 인해 흉흉하지만, 비먼트의 수도는 그래도 시대가 바뀌기 이전처럼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그건 단테가 통치를 잘 해내고 있다는 증거였다.
진은 친구가 어렵사리 지키고 가꿔온 땅의 평화를, 대견한 마음으로 살펴보았다.
그리고 저녁 무렵 또 한 번 새로운 해물 전문점에서 막 두 번째 해물탕이 나왔을 때, 식당엔 그들을 제외한 어떤 사람도 남아 있지 않았다. 종업원들과 주인장마저도 자리를 비킨 것이다.
“정말 진 오빠 말대로네, 단테 경이 오셨잖아?”
유리아가 막 문을 열고 들어선 단테를 보며 말했다.
진과 단테는 서로를 보며 한동안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약 3년 만의 재회였다.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왔냐? 단테.”
“폴 그레이 믹이라는 공예가와 그 일행이 수도 번화가 곳곳에서 수표를 마구 뿌려대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기에, 부리나케 달려와 보았소.”
진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앉아라, 단테. 마침 음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