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67)
제 666화
170화. 또 다른 친구, 단테를 만나러(1)
발레리아 히스터.
그녀는 진이 라프라로사에서 돌아오기 두 달 전, 마침내 칼드란 설원 어딘가에 테마르의 다섯 번째 무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룬티아의 동선을 추적하며 기록 마법으로 그녀가 남긴 말들을 복원해낸 덕분이었다.
그리고 네루와 함께 칼드란 설원으로 떠난 직후부터, 발레리아는 세 세력으로부터 추격을 당했다.
룬칸델, 지플, 그리고 황실.
룬칸델은 흑검회와 흑기사, 휘하 기사들이 주축이었고 지플은 로닐이 추격대를 이끌었다.
그리고 그들은 때로 발레리아를 발견하거나 조우하기도 했으나, 그게 전부였다.
정작 발레리아를 위기로 몰아붙인 건 바로 황실.
발레리아가 두 달 동안이나 티칸에 연락 한 번 하지 못할 정도로 다급하게 쫓긴 것은, 황실 때문이었다.
“황실에 그렇게까지 뛰어난 추격자들이 있단 말인가……? 검의 정원과 지플의 최상위 전력들도 발레리아를 찾지 못하였건만.”
“제가 특임대 출신이기는 하지만, 특임대나 친위대라 할지라도 흑검회 1진이나 흑기사에 비할 바는 되지 못합니다. 혼돈의 힘이나 마인화를 통해 강해졌다 할지라도…… 잘 모르겠군요. 그건 로사의 수하들과 지플도 마찬가지인지라.”
발카스와 알리사가 말했다.
진은 동료들에게 티칸으로 오는 동안 발레리아에게 들은 이야기들을 정리해서 전해주고 있었다.
“황실 추격자 중 아주 특출한 인물이 몇 섞여 있었는데, 그들이 검의 정원의 기사들이었다고 하더군요.”
“황실이 지플을 배신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불과 얼마 전 제국 동부를 바쳐가며 지플에 편입한 작자들이…… 흠. 동부를 바친 게 연막이었거나, 아니면 검의 정원이 가진 힘을 알아보고 태세를 전환한 것일 수도 있겠군.”
“저는 전자 같습니다, 발카스 경. 황실이 왠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룬칸델과 접촉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놈들은…… 가문 초대 가주의 육신 일부를 보유하고 있으니, 그걸로 거래를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정확히 황실이 어느 시점에 지플을 배신했는지는 발레리아도 알아내지 못했다.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우리가 살펴본바, 테마르 룬칸델의 육신은 그 자체로 구시대 전성기 마법의 정보 집합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거래가 틀어진 탓에, 제대로 분석할 기회는 없었지만요.
시공간 장치를 공유할 당시 킨젤로 측으로부터 들었던 말.
“진, 지플의 성지에서 어마어마한 숫자의 마검사 생체 골렘을 봤다고 했잖아.”
“예, 퀴칸텔 님. 놈들이 검의 정원과 지플 두 곳 모두에 왼팔을 공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플이 황실의 배신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일 수도 있고요.”
“……그는, 천 년이 지나서도 안식을 취할 수 없구나. 몸이 찢겨 이리 보내지고, 저리 보내지는 신세라. 이 자리에 무라칸이 없는 것이 다행스러울 지경이군.”
“검황성주가 위험하다는 건 무슨 뜻이지?”
“조우한 황실 추격자들 중 일부를 사살하고 그들의 기록을 살펴봤다고 합니다. 그중 이런 내용이 있었다더군요.”
“아이란 비먼트라면, 죽은 아미르 이전에 황위 계승 서열 30위권이었던 인물입니다. 저나 알리사조차 그에 대한 자세한 인적 사항은 모르지만, 딱히 눈에 띄는 인물은 아니었는데. 그가 룬칸델과의 주요 연락책인 모양이군요.”
카시미르는 황실 생활을 하던 시절에 아미르와 아이란과 그다지 접점이 없었다.
서열 차이가 심해 마주칠 일조차 별로 없었으며, 비먼트 황실은 애초에 같은 황족끼리도 최대한 자신을 숨기는 경향이 강했다.
“완전히 새로운 인물이나 다름이 없다는 뜻이니, 그에 대한 정보 수집은 처음부터 시작해야겠군요.”
“걱정 마십쇼, 나리! 이 제트가 그 아이란이라는 놈의 속옷 색깔까지 알아오겠습니다요.”
“그나저나 괴물을 내어줬다는 대목은…… 혼돈에 물든 룬칸델의 기사를 뜻하는 것인가? 괴물을 내어준 인물의 이름이 정확히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도 묘하군.”
“바로 떠오르는 작자가 하나 있기는 합니다.”
진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조슈아 룬칸델…… 그놈일 것 같다는 직감이 강렬하군요.”
“도련님, 그 개…… 흠흠, 폐급 개자식을! 로사가 다시 복권시켰을까요?”
길리의 격앙된 반응에 진은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가 부재하신 사이 반역에 성공했으니, 말은 잘 듣던 개를 계속 버려둘 이유는 없을 테지. 비록 놈이 이전에 계속 쓰레기 같은 모습을 보였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을 수도 있거든. 아니, 정확히는 강제로 달라지게 만들었겠지. 혼기를 통해서.”
“더럽고 숭악한 이야기네요. 그놈과 로사를 생각하면, 가슴속에 울화가 치밀어 올라 견디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게 조슈아라면 기록 마법에 이름이 정확히 나오지 않을 이유가 있나?”
“뭐, 혼돈을 받아들여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죠. 물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저 직감일 뿐이니.”
“어쨌거나 지금으로서 우리가 당장 시작해야 할 일은 크게 세 가지인 것 같군. 첫째는 검황성을 살펴보는 것이고, 둘째는 휴페스터 내부에 남은 아군 세력을 구출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발레리아가 찾았다는 테마르의 여섯 번째 무덤에 진입하는 것인가.”
퀴칸텔의 정리에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셋 다 제가 직접 움직여야 할 일인 것 같군요.”
휴페스터에 남은 대표적인 아군은, 빈 브랑슈와 그와 계약한 대장장이의 신 피콘 민체다.
또한 진의 집사였던 페트로와 시론의 집사이자 집사장 하인츠, ‘형제’들의 유모와 권속들을 비롯해, 로사에게 가담하지 않았으리라 추정되는 여러 인물들과 루나의 영지에 있을 홍인들.
그중 빈 브랑슈나 고위 권속들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인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전력이 되지 않는 인물이라 할지라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그건 진의, 바멀 연합의 방식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검의 정원이 지금은 모종의 이유로 그들을 신경 쓰지 못하는 모양이지만, 로사가 그들을 언제 인질로 활용할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니, 휴페스터 내부의 아군을 구출하는 일에 너는 빠지는 게 좋을 것 같구나.”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공자.”
“공자,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동료들은 입을 모아 진의 휴페스터 재진입을 반대했다.
“이번에 칼드란 설원에서 무사히 돌아온 것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너는 바멀 연합의 수장이며, 임시 동맹의 중심이자 로사의 유일한 대항마야. 그러니 로사와 결판을 내는 날이 오기 전까지는, 이제 휴페스터로 직접 갈 생각은 마라.”
진이 대답하려는 찰나 메리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래, 막내. 우리 중 네가 가장 강하고, 그래서 네가 그만큼 많은 것을 짊어지려 한다는 건 알겠어.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일에 네가 나설 필요는 없다. 아버지조차 그러지 않으셨다. 정확히는, 못하셨다고 봐야겠지.”
“누님.”
“휴페스터 내부자 구출은 내가 인원을 꾸려서 가도록 하겠다. 혹 걱정할까 봐 미리 하는 말인데, 그 과정에 설령 디푸스…… 디푸스 오라버니가 룬티아 언니처럼 된 상태를 보게 된다 할지라도 냉정을 잃지 않으마, 절대로.”
“무명에도 도움을 요청해보겠습니다. 거의 전 인력이 요나 님을 찾고 있다고는 하나, 몇 사람쯤은 분명 지원을 해줄 겁니다.”
형제 동료들의 완강한 태도에 진은 고집을 부릴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검황성과 테마르의 무덤에 대한 일은 제가 직접 움직일 수밖에 없으니. 저도 제가 직접 움직이는 게 지나치다고 생각하기는 했습니다, 단지 입 밖으로 내고 싶지 않았던 것 같군요. 그 생각을.”
“검황성으로는, 바로 가볼 셈이냐?”
“예, 발레리아가 깨어나면 남은 이야기만 마저 듣고 갈 생각입니다.”
발레리아는 돌아오는 길에 코젝 안에서 그간의 이야기를 하다가, 남은 혼기가 도져 의식을 잃었다.
치명적인 문제는 아니지만, 그 때문에 여섯 번째 무덤에 대한 정보를 진에게 알려주지 못한 채 혼돈 정화기의 도움을 받는 중이었다.
“알겠다.”
“단테 녀석이 무척 보고 싶기도 하군요.”
라프라로사에서 돌아온 이후, 진은 아직 단테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복귀 직후부터 끊임없이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바멀 연합에서 거의 모든 일에 진이 직접 나섰듯, 제국에선 단테가 그런 역할이었다.
현재 제국엔 단테를 제외하면 초인 수준의 인물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글리엑 토벌전 당시 제국 최고의 인재들이 소실된 만큼, 단테가 책임져야 할 일이 많아졌다.
베라딘으로부터 받은 충격이 크기 때문일까, 진은 단테와 곧 만난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어딘가 위안이 되는 기분이었다. 좋은 일로 만나는 건 아님에도.
단테에게 어떤 위기가 닥쳤다 한들, 잘 막아낼 자신이 있으니 가질 수 있는 기분이기도 했다.
“간 김에 별일 없이 멀쩡한 친구 만나서 머리나 좀 식히고 올 수 있으면 좋겠구나.”
“맞습니다, 도련님. 발레리아 양이 찾은 기록 속 인물이 그 폐급이라면, 무슨 짓을 해도 어차피 도련님을 위협할 수 없을 겁니다.”
물론 길리가 정말로 걱정하지 않아서 하는 말은 아니다. 다만 동료들은, 진이 조슈아 때문에 위기에 빠지는 모습을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똑똑, 누군가 회의실을 찾았다.
콰울과 발레리아였다.
콰울은 발레리아가 돌아오자마자 또 병실 앞에 꽁초를 산더미처럼 쌓으며 발레리아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다, 그녀가 깨어나자 데리고 온 것이었다.
“어흐흐흑!”
별안간 콰울이 진을 끌어안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 거칠고 투박한 공학자가 이렇게 애처럼 엉엉 우는 모습은 아무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잘했다…… 잘했어! 우리의 발레리아를 정녕 구해왔구나……!”
이미 동료들은 아까부터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으나, 콰울의 우는 모습이 보기 싫으면서도 안타까워서 한동안 그를 토닥여주었다.
발레리아 역시 콰울의 반응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도 싫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으허허헉, 혼돈도 말끔하게 사라졌다!”
“혼돈 때문에 쓰러져서 이야기를 다 못 해줬군, 진. 어디까지 말했었지?”
“여섯 번째 무덤의 위치였다.”
“아, 그랬었지. 테마르의 여섯 번째 무덤이 존재하는 곳은, 지역이 아니다, 진.”
“지역이 아니라고? 아공간을 뜻하는 것인가?”
그 말에 발레리아는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 아공간이다. 그러나 지역이 아니라 한 특수한 검 속에 존재하는 아공간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