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69)
제 666화
170화. 또 다른 친구, 단테를 만나러(3)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여전한 얼굴이었다. 악수한 손아귀는 이전보다 한층 단단했는데, 진은 그로부터 단테의 지난 3년이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이오, 그대. 과연 강해져서 돌아왔군.”
“바빴을 테니 조금은 초췌한 기색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제 철인이 다 됐구나, 단테.”
“이조차 해내지 못한다면 검황성주의 자격이 없을 것이오.”
“돌아오자마자 쭉 정신이 없던 터라 널 먼저 보러 올 수가 없었다.”
“그대가 폐관 수련을 끝내자마자 얼마나 대단한 일들을 해냈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오. 나도 어차피 며칠 전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으니 괘념치 마시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비록 지난 3년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진 못했으나, 각자의 자리에서 한마음으로 꿋꿋이 버텨온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지난 시간이 얼마나 단단하고 깊었을지 알 것 같았다.
“아! 인사가 늦었습니다, 공주님, 퀴칸텔 님, 라트리 님. 검황성주 단테 하이란입니다.”
“어색하게 왜 그러세요, 단테 경. 처음 본 사이도 아닌데.”
“그러게. 먹다 체하라는 거냐?”
유리아와 퀴칸텔의 대답에 단테는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한번 공주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드려보고 싶었습니다. 다소 과했던 것 같군요.”
보글보글.
해물탕이 끓고 있었다. 유리아가 빈 그릇에 해물탕을 담아 단테에게 먼저 내어주자 식사가 시작되었다.
단테는 진이 돌아온 후 진행된 일들 대부분을 이미 상세히 알고 있었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카시미르가 그에게 사람을 보내 소식을 알렸기 때문이었다.
“……그랬군. 베라딘 공은…… 우릴 완전히 잊은 것인가. 그렇게 더러운 실험의 희생양이 된 채로. 인두겁을 쓰고 어찌, 차기 가주이자 자식에게 그럴 수 있단 말이오!”
다만 베라딘의 상태는 오늘 처음 들었다. 진은 분노에 부들부들 몸을 떠는 단테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베라딘이 망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건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막상 진의 입을 통해 사태를 전해 들으니 가슴 속에 독물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지플. 그 천인공노할 작자들로부터…… 언젠가 반드시, 벗을 구해낼 것이오.”
“그래, 그렇게 할 거다. 단테.”
“흉신을 무너뜨리기 전까지는, 분노를 삭이도록 하겠소. 나 또한 그대처럼, 놈들을 이용할 수 있을 때까지 이용하고 일이 끝난 다음엔 처참히 무너뜨리겠소.”
진이 론과 단테로부터 ‘정도’의 가치를 다시금 배우게 되었듯.
단테 역시 진으로부터 ‘패도’의 필요성을 배우고 있었다.
이전의 단테였다면 죽는 한이 있어도 친구를 비참한 실험체로 만든 놈들과는 잠시라도 손을 잡는 일이 결코 없었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의 어깨에 걸린 목숨이 많았다. 검황성주이자 제국의 섭정이 되어 바라본 세상은, 소가주일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때로는 적을 이용해야 하고, 때로는 물러서야 하며, 때로는 마음이 따르지 않는 일을 해야 했다.
그렇지 않고는 자신만 바라보는 수많은 식솔과 백성들을, 그리고 세상을 구할 수 없었다.
‘론 경을 닮아가고 있구나, 단테.’
얼굴은 언제나 정다운 벗의 그 모습이나, 단테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
소가주가 아니라 제왕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하며 절대로 타락하지 않을 제왕.
진은 단테가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그 모습은, 론이 생전의 단테에게 가장 바라던 것이기도 했다. 마냥 곧고 언제든 악에 맞서 싸우다 부러질 각오로 가득했던 손자는, 분명 사랑스러웠으나 늘 걱정이 되었다.
진은 속으로 론에게 말하고 있었다. 이제, 마음 놓고 즐겁게 지켜보셔도 될 것 같다고.
“그런데, 진.”
“왜?”
“아까부터 궁금했던 건데, 굳이 변장을 하고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오? 단지 공주님의 여가를 위해서는 아닌 것 같소만.”
“황실에 널 죽이려는 놈들이 있다.”
“지플이 그만한 인물을 내어준 게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일 텐데. 지플은 지금 그럴 이유가 없지 않소?”
“지플이 아니라 검의 정원이 자객을 내어줬어.”
단테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검의 정원이……?”
“그래, 황실이 지플을 배신하고 로사에게 붙었다. 발레리아를 통해 확인한 일이지. 알고 있던 바가 있냐?”
“부끄럽게도 전혀 모르고 있었소.”
“배신당한 주체도 마찬가지야. 지플도 황실이 검의 정원과 붙어먹은 사실을 몰랐어.”
진이 배신 사실을 알려준 후에도 지플은 함부로 황실을 숙청하지 않고 있었다.
상황도 상황이거니와, 그들이 자신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어 룬칸델에 알렸는지를 우선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발레리아는 네가 위험한 것 같다고 하더군. 우린 황실에 자객을 제공한 자가 조슈아일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혼돈으로 강화된 최고 수준의 기사와 예언자의 능력이라면, 황실 입장에서도 날 암살하는 게 아주 꿈같은 이야기는 아니었겠군. 검의 정원이 날 제거하려는 이유는, 내가 그대를 돕는 게 껄끄럽기 때문일 것이고.”
“그래서 오랜만에 변장을 하고 찾아왔다. 여기 우리 공주님도 모셔오고 말이지.”
당연하게도 진이 굳이 이 위험한 정국에 유리아를 데려온 건, 단지 그녀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사해주기 위함이 아니다.
“……공주님의 권능을 통해 자객을 찾아볼 생각이오?”
“정확해.”
단테는 그래도 어린 공주를 이런 자리에 데려온 건 너무 위험하지 않느냐고 얘기하려다, 진을 한 번 보고는 그만두었다.
자신과 더불어 진이 있는데 과연 적이 어떤 인물을 보냈든 유리아가 위험해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든 것이다.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소. 자객으로 흉신이나 옛 룬칸델의 검들이 나선 게 아니라면.”
“설령 파들러 경이라 할지라도 유리아가 다칠 일은 없어. 너까지 있으니.”
“그럼 이제 무엇을 하면 되겠소?”
“검의 정원이 아이란 비먼트에게 자객을 줬다는 내용 말고는 정보가 너무 없어. 그러니 일단 호출할 수 있는 모든 인원을 황성으로 불러들여라. 그중 끄나풀이 있나부터 확인을 해보는 게 좋겠지.”
“설마 다 불러서 여기 배신자가 있는가 물어 확인하자는 것인가?”
고개를 끄덕이는 진.
“공주님이 있어야만 가능한 방식의 조사로군.”
“나와 유리아, 라트리와 퀴칸텔 님이 황성 회의에 참여해야 한다. 제국 최고의 대신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우리가 낄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할 테지. 내가 생각해둔 건…….”
“진, 나는 현재 제국의 유일한 지존이나 다름이 없소. 죽은 아미르 비먼트조차 나보다 강한 권력을 갖고 있지는 못했지. 그러니 명분은 필요 없소, 현재 제국의 모든 신하들은 내가 부르면 즉시 달려와야 할 뿐이오.”
“아, 네가 바뀐 걸 잠시 잊었군. 애써 명분 같은 걸 생각할 필요가 없었군.”
“궁금하긴 하오. 무슨 명분을 준비했었소?”
“네가 오염지역에서 우연히 구해준 용들이라고 할까 했었다. 그래서 은혜를 갚고자 찾아온 것이지. 너는 기사들 없이 단독으로 토벌한 경우가 많으니까.”
“그대가 애써서 생각한 것치고는 다소…… 개연성이 부족한 감이 있군. 지금 세상에 소속 없는 용이란 극히 드문 존재잖소.”
“뭐, 필요 없다니 다행이지.”
“하지만 누군가 내게 감히 그대들의 출신을 묻는다면 일단 그렇게 말하기는 하겠소.”
“배신자가 만약 수도 내에 있고, 그 사실이 즉시 밝혀지면 그때는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겠지.”
식사가 끝났다.
밖에는 마차가 준비되어 있었고, 일행은 그 길로 즉시 황성으로 향했다.
“수도에 대기 중인 모든 신하는 두 시간 내로 황성 제1회의실로 모이라고 하라. 임무 수행 중인 평기사와 평마법사를 제외한, 10급 신하까지 전부. 긴급 소집이다. 1초라도 늦는 자는 크게 벌하겠다고도 전하라.”
“예, 섭정 전하!”
명령은 순식간에 수도 전역으로 떨어졌다.
“섭정이 이런 식으로 우릴 소집한 적이 있었나?”
“잠시라도 쉬는 꼴을 못 보겠으니 백성과 제국을 위해 죽어 쓰러질 때까지 일만 하라더니, 업무도 대리자한테 맡기고 오라는 이유가 대체 뭐야?”
“이 야밤에 대체 뭔 지랄인지! 불안해 죽겠네. 설마 쿠론 저하를 끌어내리고, 본인이 황위에 오를 참인가?”
“그나마 쿠론 저하가 어린 목소리로 우릴 조금만 배려해주라고 빌어서 이 정도인데…… 검황성주가 황위에 오르면, 우린 진짜로 단체 과로사 확정일세……!”
“뭐가 됐든 어서 가서 납작 엎드리자고, 조금이라도 싫은 내색을 보였다간 끝장이야. 다들 알지? 저번에 마글 남작이 일이 많다고 투덜거렸다가 어떻게 됐는지.”
이렇듯 단테를 두려워하는 신하들은 녹아드는 간장을 붙잡았고, 단테를 존경하는 신하들은 결의에 차 황성을 찾았다.
“섭정 전하의 긴급 소집이다. 중대사가 생겼음이 분명하다.”
“다들 지친 기색을 드러내지 말라, 제국의 그 누구도 섭정 전하보다 괴로울 수는 없다.”
황성으로 쉴 새 없이 마차와 말이 들어서고 있었다.
두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천여 명에 달하는 신하들이 회의실로 모여들었다.
“전부 다 도착했는가?”
신하들이 본 풍경은 상석에 앉은 단테와, 그 뒤로 서 있는 처음 보는 얼굴 넷이었다.
아무도 진 일행이 변장한 것이라 알아보지 못했다.
“예, 섭정 전하!”
“그렇습니다!”
그토록 많은 신하들이 모였건만, 그들은 단테 앞에서 감히 눈짓조차 주고받지 못했다.
괜히 눈동자를 굴렸다가 험한 꼴을 본 이들을 많이 본 것이다.
‘정말로 아무도 단테에게 우리의 정체를 묻지 않는군. 과거 아버지가 검의 정원에 입원하셨을 때 룬칸델만큼이나 삼엄한데. 다만 저쪽은…… 뭔가 기대하는 눈치로군.’
숨이 턱턱 막힐 만큼 분위기가 무거운 와중, 유난히 조심성 없이 기대감을 드러내는 무리들이 있었다.
하이란 출신의 대신과 기사들이었는데, 그들이 눈을 반짝이는 이유는 바로 변장한 채 단테의 뒤에 서 있는 퀴칸텔 때문이었다.
‘설마 가주께서 드디어 정인을 찾으신 것인가!’
‘정인과 그 가족들을 소개하시려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아니…… 아닐 수도 있어. 아닐 수밖에 없다. 개인사 때문에 신하들을 이렇게 긴급히 소집할 분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금세 시무룩해지며 눈빛을 바르게 했다.
하이란의 기사들은 단테가 얼마나 고독하고 처절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으니, 조금이나마 그의 안식이 될 정인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단테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들 바쁜 몸이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내 지금 그대들을 모은 건, 제국 내에 배신자가 있기 때문이오.”
“아……!”
“어찌 그런!”
“내가 허락할 때까지 아무도 입을 열지 마시오. 어서 끝내고 다들 다시 제국의 정상화에 기여하러 가야 하니. 지금부터 그대들은, 내가 묻는 말에 ‘있다, 없다’로만 대답해야 하오. 자, 그럼 첫 번째 질문을 하겠소.”
단테가 불같이 엄한 눈동자로 신하들을 바라보았다.
“그대들 중 나를 해하려는 계획을 가졌거나, 그런 계획을 가진 자들을 알고 있는 자가 있소?”
“없습니다!”
신하들이 대답했고, 단테는 유리아의 신호를 기다렸다.
유리아는 몇 분쯤 신하들을 살펴보다가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단테의 등을 일곱 번 찔렀다.
그건 저들 중 일곱 명이 거짓을 말했다는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