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70)
제 666화
170화. 또 다른 친구, 단테를 만나러(4)
‘일곱이라.’
여러 비극이 있던 탓이긴 하지만, 단테는 지난 3년 동안 매우 빠른 속도로 제국의 절대 권력을 거머쥐었다.
대개 그렇게 빠르게 얻은 권력은 위태롭기 마련이다.
그런데 배신자가 겨우 일곱밖에 없으니, 그간 단테와 그의 조언자인 카시미르가 얼마나 일을 잘 해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유리아가 미리 그려둔 신하들의 배치도에 해당 인원들을 표시해 단테에게 건넸다.
‘10급 신하 셋에 7급 셋, 5급 하나?’
진도 곁눈으로 배신자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제국의 섭정을 암살하고자 포섭하기엔 너무 가벼운 인물들인데.’
얼핏 살펴보니 모두 진이 얼굴조차 모르는 이들이었다. 세도가 출신도 아니고, 특출한 능력을 가진 이들도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신하들일 뿐.
단테도 같은 의문을 가졌다. 저들이 자신을 암살하기 위해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곧장 떠오르는 게 없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난 지위와 능력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제피린이 그랬었고, 예언자가 가진 혼돈 제어력이 사람을 어떤 형태로 변화시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 다들 바빠서 배신 같은 건 엄두도 못 내고 있으리라고 믿소.”
그 말에 꽤 많은 신하가 속으로 이게 무슨 지랄이냐고 쌍욕을 내뱉었지만, 거짓을 말한 이들은 그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적이 이어졌다.
이미 유리아가 거짓말쟁이들을 확인할 때도 10분 가깝도록 장내가 조용했으니, 신하들은 도대체 단테가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한참 고민에 빠졌던 단테는, 결국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진을 바라보았다.
가까이 와 귀를 대라고 손짓하며.
‘왜?’
‘저 일곱이 배신자일 수도 있다는 건 알았는데, 다음 질문은 어떻게 하는 게 좋겠소?’
‘너 못 본 사이에 왜 멍청해졌냐. 지금 그걸 질문이라고.’
‘나는 원래 다소 둔한 부분이 있소.’
‘내가 미리 질문 목록을 제대로 짜줄 걸 그랬군. 고민할 필요가 없다, 단테. 룬칸델에 정보를 넘긴 자가 있냐고 물어. 그거면 놈들이 단지 다른 마음만 먹은 건지, 배신한 건지 확실해진다.’
‘오, 알겠소.’
단테가 목을 가다듬었다.
“흠흠! 남은 질문이 그리 많지 않으니, 내 해괴망측한 행동을 그대들은 이해해야 할 것이오.”
“아닙니다!”
“아닙니다!”
유리아는 이것도 거짓말쟁이들의 목록을 표시할까 하다가 너무 많아 그만두었다.
“여기 있는 이들 중, 검의 정원에 나나 제국에 대한 정보를 알린 자가 있소?”
당연히 없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그러나 처음에 진실의 권능에 걸린 일곱은 이번에도 거짓을 말하고 있었다.
진은 곧 어째서 검의 정원이 그런 평범한 자들을 끄나풀로 포섭했는지 알 수 있었다.
‘황성 출입자. 예언자가 저들에게 특별한 능력을 부여한 게 아니라면, 황성 출입자만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황성 출입자가 필요한 이유는 뻔했다.
내부 구조.
비먼트 황성은 세상에 존재하는 외부 건축물 중 가장 거대하며, 내부적으로는 가장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특히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공간들, 예를 들어 황제의 거처나 지하 통로 등의 비밀스러운 구역들은 타 거대 세력들도 대부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배신자로 확정된 일곱 명도 말단과 중간급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놈들도 그런 구역을 모두 알지는 못한다.’
룬칸델과 지플, 무명 같은 세력들이 오랜 세월 황실에 수많은 첩자를 심으면서도 알아내지 못한 부분들이니 당연한 일.
게다가 황실의 비밀 구역들은 비정기적으로 그 위치가 바뀌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그들인가?
진은 한 가지 가정을 세웠다.
‘과거 소타 사막에서 예언자가 만들었던 땅굴…… 그걸 만들기 위해서, 황실 출입자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비밀 구역에 대한 아주 자세한 정보까지는 아니더라도, 황성 내부의 대략적인 구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가정해도 의문이 남기는 했다.
단테는 그간 오염 지역에 단독으로 임무를 나선 적이 많았으니, 암살을 한다면 차라리 그런 순간이 더 적절할 것이다.
‘굳이 단독 임무를 수행할 때 대신 황성을 고른 이유야 차차 알아도 된다.’
우선은 저들이 어떤 정보를 넘겼는지, 과연 추측이 맞는지를 확인하면 되었다.
‘진.’
‘마지막으로 혼돈이나 다른 특수한 능력을 이식받은 자가 있느냐고 물어봐.’
고개를 끄덕이는 단테.
“마지막 질문이오. 여기 모인 신하들 중, 혼돈이나 다른 특수한 능력을 누군가에게 부여받은 자가 있소?”
“없습니다!”
이번엔 거짓을 말한 자가 한 사람도 없었다.
배신자들도 혼돈의 힘을 받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당장 놈들을 붙잡아도 다른 사상자가 나올 리는 없다.
‘해당 인원 포박시켜.’
진이 귓속말하자 단테는 눈을 부릅뜨며 억눌렀던 분노를 드러냈다.
“하이란!”
“명하십시오, 가주!”
“키마 라이츠, 줄리안 라이츠, 에드몬드 켈, 드바 로스켈라, 버나드 퀴안, 킬레인 크나슈, 아타 보인. 이 일곱을 즉시 생포하라.”
회의에 참석한 하이란의 최정예들은 채 15초가 지나기도 전에 그들을 포박했다.
신하들은 난데없이 벌어진 일에 경악하고 있었다.
갑자기 소집하더니, 저런 잔챙이들을 겁박하는 의도가 신하들의 눈에는 일종의 공포감 조성으로만 느껴졌다.
혹은 단테가 드디어 론에 대한 복수심을 표출해 폭군으로 변모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저, 전하! 왜 이러십니까!”
“전하, 어째서 저희를.”
“다른 신하들이 오해할 수 있으니, 내 진실을 고하도록 하겠소. 현재 내 뒤에 서 있는 이분은 자유국 티칸의 공주이자, 아즈 밀의 계약자외다.”
“아……!”
곳곳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변장한 여자애가 유리아 알프리온이라면, 섭정과 귓속말을 주고받던 남자의 정체는 불 보듯 뻔했다.
이제는 정체를 숨길 이유가 없었다.
“바멀 연합, 진 룬칸델이오. 우리 연합 정보원들이 파악한바, 황실은 지플을 배신하고 검의 정원에 붙었소. 하여 급히 제국 내에 검의 정원과 내통한 작자가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지.”
포박된 배신자들은 단테 앞에 무릎이 꿇려졌다.
단테는 곧장 유리아의 눈을 가린 후, 검을 뽑아 그중 한 사람의 목을 쳤다.
굵게 쏟아진 선혈이 순식간에 황금빛 바닥을 피로 물들였다.
“히, 히익.”
“오, 오해입니다. 저는 배, 배신을.”
“입을 다물라. 앞서 고통스럽지 않게 죽은 자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니. 그대들은 불운하구나.”
배신자들은 바들바들 떨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단테와 진 일행은 물론이고, 섭정 치하의 지독한 과로에 분노와 증오를 품고 있던 신하들조차 자신들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비록 단테에게 호감이 없다 할지라도 여기 모인 신하들 모두가 제국을 위해 인생을 바치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다들 이 혼돈의 시대에 제국 수도가 이렇게까지 멀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크나큰 자부심을 느꼈고, 단테의 방식보다 더 제국의 방식을 위하는 길은 없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저 배신자들이 그 모든 걸 망치려고 했던 것이다.
“그나마 불운을 조금이라도 걷어내고 싶다면,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아주 상세한 진실을 답하는 게 좋을 것이다.”
단테가 눈짓하자 종들이 순식간에 시체를 수습하고 피를 닦았다. 다시 눈을 뜬 유리아는 사람이 여섯밖에 남지 않은 걸 보고 단테에게 의외로 살벌한 박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우선, 검의 정원으로부터 무엇을 약속받았나?”
진은 영생이리라 예상했다. 과거 바르톤이나 세이갈가의 원로들 같은 어리석은 이들이 그랬듯이.
“……생존입니다.”
배신자 중 하나가 단테와 눈을 맞췄다.
그는 남은 여섯 중 가장 담담한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그만이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수도 있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던 것이다.
“생존?”
“섭정 전하…… 저희는 로사 경을 직접 만나보았습니다. 정확히는 어떤 수정구를 통한 만남이었으나, 그분과 대화하며 룬칸델이 가진 힘을 직시하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휴페스터를 제외한 세상 전부를 멸하겠다 하셨습니다.”
“그러니 곧 망할 제국을 버리고 로사의 밑으로 들어가 구차한 삶을 살아보고자 나를 배신했다, 이건가?”
“정녕 제국을 생각하신다면, 지금이라도 로사 경에게 투항해야 합니다. 제가 배신자라곤 하지만, 이것이 마지막으로 드릴 수 있는 직언입니다.”
유리아에 의하면 그를 포함한 배신자들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힘을 합쳐도 로사를 어쩔 수 없으리라고 말이다.
“내 그대들의 나약한 선택을 탓하지는 않겠다. 그러니 그대들 또한 앞으로 내려질 처벌을 담담히 받아들여라.”
“……저희의 가문 전체를 멸문할 생각이시겠지요.”
“그대들 가문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세상에서 지워질 것이다. 그러나 로사에게 제공한 정보를 고백한다면, 아이들과 죄 없는 하인들은 살려주겠다.”
유리아가 단테의 말이 진실임을 밝히며 푸른 끈을 내보였다.
단테와 대화를 나누던 배신자가 고개를 조아렸다.
“우리 같은 하급 신하들이 알 수 있는 정보는 얼마 없습니다, 폐하. 로사 경에게 제공한 정보는, 맹세코 황성 내부의 구조가 전부입니다.”
진은 그 대목에서 다시 한 번 예언자의 땅굴을 떠올렸다.
“그 정보를 통해 무엇을 하겠다고 설명해준 것은 없나?”
“그렇습니다.”
진실이었다. 진의 예상대로, 그들은 황성의 대략적인 구조 외에 룬칸델에 알릴 수 있는 정보가 없었다.
실제로 로사는 그들에게 다른 정보를 묻지도 않았다.
“약속은 지키도록 하지. 끌고 가라.”
“예, 가주!”
끌려가는 배신자들의 모습을 보며 신하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악에 받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단테가 아니라, 로사와 검의 정원을 향한 악이었다.
진이 앞으로 나섰다.
“검의 정원에 있는 예언자는 특별한 땅굴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소. 배신자들에게 황성 내부의 구조를 전달받은 건 그걸 만들기 위함이었을 가능성이 높지. 어쩌면 그들은 섭정을 암살하려는 것뿐만이 아니라, 땅굴을 통해 황성을 침공하려 했을지도 모르오.”
따라서 지금부터 할 일은, 황성 내부에 이미 땅굴이 형성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단테는, 그 방법을 이미 생각해두었다.
“황성을 통째로 부숴서 찾을 것이오. 어차피 사라진 황실의 상징으로만 가득하니 그리 아쉬울 것도 없을 테지. 즉시 시작할 것이니, 그대들은 준비를 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