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71)
제 666화
171화. 황성 아래엔…….(1)
단테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신하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들은 단테가 한 번 말한 걸 지키지 않은 걸 본 적이 없었다.
“서, 섭정 전하!?”
“황성을, 부수겠다니요!?”
“그것도 지금 당장 말씀이십니까?”
위세에 눌려 입을 벙긋하는 것도 조심하던 이들이 따지듯 목소리를 냈다.
“그렇소. 이의가 있소?”
“제국 수천 년 역사를 간직한 성입니다! 그걸 이리 간단히 없애겠다 하심은 아니 될 말이옵니다!”
“섭정 전하, 비먼트가의 주축들이 대거 제국을 배신했다고는 하나 이 황성은 황실이 아니라 제국의 것입니다.”
“제국의 것이라…….”
단테의 눈이 가늘어졌다.
“나는 굳이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황성을 축소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소. 이 쓸데없이 거창한 황금성을 유지하는 일에 들어가는 인력이 몇이고, 혈세가 얼마요?”
“섭정 전하! 전하께서 진 경을 신뢰하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중대 사항을 결정하기엔, 그저 심증일 뿐이지 않습니까?”
“심증이 확증이 된 다음엔 늦소. 정체불명의 땅굴에서 암살자 하나가 아니라 혼돈의 군대가 튀어나오면, 그때는 어떻게 감당할 것이오?”
“하지만……!”
“그만! 나는 결정을 번복할 생각이 없으니 신하들은 받아들이도록 하시오. 이깟 성 따위, 제국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부술 것이니.”
서슬 퍼런 목소리에 신하들은 결국 입을 닫았다. 한 마디만 더 대들면 분명 사달이 날 터였다.
진은 단테의 제왕적인 면모가 여전히 대견했고, 이 선택이 백번 옳다고 생각했다.
다만 자신이 나서면 더욱 그림이 좋아질 것 같았다.
‘신하들 모두 단테는 몰라도, 제국을 향한 충심은 모두 한마음으로 깊다. 그러나 과로와 압박에 불만이 쌓여 있군.’
진이 목을 가다듬었다.
“흠흠. 바멀 연합이 황성 철거에 정식으로 한 가지 의견을 내도 되겠소?”
“말씀하시오, 진 경.”
“방금 전 맥길 경의 말대로 예언자의 땅굴은 그저 심증이오. 또한 섭정이 말했듯이 확증이 된 다음엔 돌이킬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며, 섭정은 절대로 무르지 않을 것 같군.”
“경께서 섭정 전하를 말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제국의 신하들도 말릴 수 없는 걸 내가 무슨 수로 말리겠소? 대신 처음으로 땅굴 이야기를 한 바멀 연합 측에서도 나름대로 황성 철거에 대해 책임을 지려고 하오. 동맹으로서 말이오.”
신하들이 눈짓을 주고받으며 웅성거렸다.
진은 그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건 순전히 호의만이 담긴 미소였는데 신하들은 또 12기수가 무엇을 취할 생각인가, 그런 걱정들을 했다.
“현재 자유국 티칸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방위력을 가지고 있소. 이전 황실로부터 약탈한 마력포 용창을 개량한 것과 더불어 갖가지 최첨단 기술로 무장하고 있지.”
“그 기술들을 공유해주겠다, 이런 말씀이신지?”
“그렇소. 이전보다 더 많이 공유하겠소. 티칸의 방위력 상승에 가장 크게 기여한 인물인 아멜라 경과 그 외 인력들을 파견하고, 발전에 필요한 핵심 물자들도 바멀 연합 측에서 일부 지원할 것이오. 황성을 철거한 후 새로 제국의 중심이 될 성을 짓게 되는 순간부터, 땅굴의 존재 유무와 관계없이.”
신하들은 이제 진이 패를 보여줬으니, 다음에 할 말은 제국으로부터 얻어갈 것에 대한 이야기일 줄 알았다.
“아울러 새 성뿐만이 아니라 제국 전역의 방위에도 지원을 할 것이며, 비행함선에 대한 기술 또한 공유가 이루어질 것이오. 이만하면 구시대의 상징을 무너뜨리는 일에 충분한 보상이 되리라 생각하오.”
그런데 또 추가 지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신하들은 진이 왜 이러나 싶을 지경이었다.
“바멀 연합과 제국은 동맹이고, 나와 섭정은 가장 가까운 벗이며, 세상은 혼돈 앞에 멸망할 위기에 놓였소. 추후 제국으로부터 무언가를 뜯어내고자 지원하려는 것이 아니란 걸 다들 알아주시면 좋겠소.”
어차피 황성을 무너뜨리지 않더라도, 진은 애초부터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로사가 흉신이 된 지금, 그리고 언젠가 그녀를 쓰러뜨린 다음에도. 제국과 단테의 위기는 곧 바멀 연합과 진의 위기나 다름이 없었다. 로사를 끝장내도 지플과 킨젤로가 남아 있으니 말이다.
“그대들이 싫은 내색을 한 덕에 진 경에게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는군. 진 경이 제공하기로 한 혜택은 이 황성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것들이오.”
단테도 이미 알고 있던 사안이지만 괜히 생색을 냈다.
신하들은 이걸 좋아해야 하나, 싫어해야 하나 헷갈렸으나 며칠 안 가 전자로 생각이 굳어졌다.
아멜라가 제국으로 와 각종 장비들을 직접 보여준 것이다. 콰울이 개발한 각종 아티팩트들은 당연히 신하들의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철거가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는군. 그대의 시간을 지나치게 빼앗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소.”
지상에 존재하는 가장 거대한 건축물을 없애는 일이다. 하루 이틀 내에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진과 단테는 철거 현장을 돌아다니며 땅굴을 찾고 있었다. 성내의 온갖 비밀을 알고 있는 시종장급 인원들과 대신들은 서로의 정보를 조합해 땅굴의 위치를 예상했고, 새로운 위치가 나올 때마다 진이 직접 그곳을 확인했다.
혼기를 제대로 감지할 수 있는 사람은 진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괜찮아. 시급한 일들은 대부분 해결하고 왔으니 지금은 네 안전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지. 그리고 이 정도면 충분히 빠른 편이다. 아무리 그래도 되는대로 막 때려 부술 수는 없잖냐.”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그나저나, 황실에 자객을 내어준 자로 추정되는 자가 조슈아 룬칸델이라……. 정말로 그렇다면 그 작자는 정녕 바퀴벌레 같소. 기수 자격을 박탈당하고, 폐인이 되고도 다시 돌아왔으니.”
“룬티아 누님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마 놈도 강해지기는 했을 테지. 그건 별로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지만, 놈이 황실에 내어준 검이 누구일지가 걱정이다.”
룬칸델에서 아이란 비먼트에게 내어준 자객을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지금껏 내가 검의 정원에서 겪은 자들 중, 지금의 단테를 꺾을 수 있는 인물은 그리 많지 않을 거다.’
로사 본인과 파들러 룬칸델, 라이오넬, 그리고 룬티아.
그러나 룬티아는 현재 인세로 나올 수 없는 상태이며, 파들러와 라이오넬의 파괴적인 검술은 암살에 전혀 적합하지 않았다.
‘물론 그 외에도 단테를 이길 수 있는 인물이 더 있기는 할 거고, 놈들의 목적이 암살이 아니라 땅굴을 통한 기습 침공이라면. 저들만으로도 제국은 궤멸적인 피해를 입겠지…….’
–
괴물을 내어주다.
진은 그 부분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 룬칸델’은 기록 마법의 성취가 부족했거나 다른 이유로 공백 처리가 되었으나, ‘괴물’이라는 모호한 표현은 정확히 명시되어 있으니 말이다.
단지 대상의 무위가 대단해 괴물이라 표현한 것인지, 아니면 혼돈이 빚은 괴이한 존재를 뜻하는 것인지, 다른 무엇인지. 맞닥뜨리기 전에는 알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진이 계속 침공보다 암살일 가능성을 더 염두에 둔 것은, 괴물이라는 표현이 단수형이기 때문이었다.
“그대가 만났다는 룬칸델의 옛 가주나 십대기사일 가능성이 높지 않겠소?”
“그렇기는 할 텐데.”
막상 황성을 철거하기 시작하니, 무언가 콱 얹힌 듯 불길한 느낌이 진의 뇌리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왜 이렇게 기분이 더러운지 모르겠군. 아직 확실히 밝혀진 건 하나도 없는데…….’
단지 검의 정원이 혼돈에 물든 걸 생각하면 분노가 차오르기 때문일까, 진은 끈적하게 들러붙는 불길한 감각을 애써 억눌렀다.
쿠드드득……!
곳곳에서 건물이 철거되는 굉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벌써 며칠이 지나도록 멀쩡한 건물만 허물고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으니, 단테와 진을 향한 백성들의 절대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수도의 분위기가 훨씬 뒤숭숭해졌을 것이다.
진과 단테, 그리고 제국의 주축들은 차라리 땅굴이 발견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철거가 시작되고 정확히 열흘이 흐른 날.
진은 자신의 예상이 옳았음을 증명하게 되었다.
“혼기다, 단테.”
“발견한 것이오!?”
“1층 제3알현실 쪽이다. 병력 대기시켜, 바로 가보자.”
제3알현실이 철거되기 시작하자마자 가려져 있던 혼기가 드러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느끼지 못했다.
현장을 살펴보아도 철거 중인 제3알현실은 달리 특이사항이 없어 보였다.
스릉-!
진이 브라다만테를 뽑자 단테와 대기하고 있던 병력들이 방어 태세를 갖췄다.
이내 영기에 물든 칼날이 제3알현실의 바닥을 일자로 베어내자, 그 모습을 보던 이들은 모두 헛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저게 대체!’
‘황성 지하에 정말로 땅굴이……!’
바닥이 영검에 갈라지며 드러난 것은 지층이나 지하의 단면, 흙과 돌무더기 같은 모습이 아니라 검은 우물 같은 형태의 혼기였다.
백여 명 정도는 충분히 한 번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거대한 땅굴의 입구가 드러난 것이다.
“어찌 이런 게 황성 지하에 형성되는 동안 우리는 아무것도 모를 수 있었다는 말인가?”
“예언자가 소타 사막에 땅굴을 형성했을 때 지플도 전혀 알아채지 못했었다. 차라리 없길 바랐는데, 결국 나와버렸군.”
진이 단테와 병력들을 둘러보았다.
“입구가 더 있을 가능성이 높다. 땅굴의 존재가 확실해졌으니 철거 속도를 높이고, 예정대로 황성 인근 백성들을 대피시켜. 너와 나만 안으로 들어가서 확인하는 게 좋겠다.”
고개를 끄덕이는 단테. 두 사람은 곧장 땅굴로 들어섰고, 나머지는 맡은 바 역할을 수행했다.
땅굴은 지반이 무너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깊었는데, 진이 과거 경험했던 땅굴과 달리 그리 복잡한 구조는 아니었다.
지하 끝에 다다르는 순간에도, 진은 불쾌하고 불길한 예감에 휩싸여 있었다. 미지의 적에 대해 두려운 마음이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인지 식은땀이 나고 심박이 빨라지기까지 했다.
“그대, 괜찮은 것이오?”
“아, 결국 티가 났군. 조사를 시작한 직후부터 이상하리만치 기분이 더러웠거든. 왜 이러는지 모르겠군. 걱정할 정도는 아니…….”
거기까지 말한 순간.
별안간 등골이 싸늘해졌다. 특별한 기운을 느낀 건 아니지만, 왠지 지금 잘못 움직였다간 몸 어딘가를 깊게 베일 것 같은 느낌, 아니. 확신이 들었다.
단테도 진보다 반 박자쯤 늦게 같은 위기감을 느꼈다.
그리고 세상에 이렇게까지 아무런 기척 없이 두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암살자들 사이에선 ‘살신’으로 불리는 인물.
‘설마……!’
사악-!
한 자루의 검이 두 사람을 동시에 훑고 지나갔다. 단테는 등을 살짝 베였고, 진은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그리고 반격하며 기습한 인물과 눈이 마주친 순간, 진은 그간 자신을 괴롭힌 불길한 예감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죽……어…….]“요나…… 누님.”
진은 다시 달려드는 그녀를 보며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