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72)
제 666화
171화. 황성 아래엔…….(2)
요나 룬칸델.
그 모습과 혼돈과 살의에 젖은 무정한 눈동자를 마주하자마자, 이성을 잃을 뻔했다.
그러나 그녀 같은 존재를 앞에 두고 잠시라도 허점을 보이는 건 그야말로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었다.
‘빌어먹을, 그 쓰레기 새끼들이 누님께 무슨 짓을!’
순식간에 차오른 로사와 검의 정원을 향한 증오보다도, 하나뿐인 막냇누이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훨씬 깊고 거대했다.
진이 그 찰나의 순간에 이성을 붙잡을 수 있던 건 바로 그 이유였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어 본능도 아니고, 진을 움직이게 만든 것은 오직 누이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누이가 정신이 들었을 때, 자신을 다치게 만들었다는 죄책감과 상처에 휩싸이는 일이 없도록.
캉-!
빛처럼 빠르게 종으로 떨어진 브라다만테가 요나의 검을 튕겨냈다.
요나는 설마 이걸 이토록 쉽게 받아낼 줄 몰랐다는 듯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였고, 단테가 그 틈을 놓칠 리 없었다.
“진……!”
그러나 단테는 요나가 주춤한 순간을 파고들지 않았다. 그녀가 진에게 어떤 의미를 지닌 사람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니, 함부로 다치게 할 수 없었다.
상황이 시작되자마자 종료시킬 기회를 놓쳤으니, 이후 요나를 빠르게 제압하지 못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요나가 시간을 버는 사이 다른 땅굴로 침공이 시작될 수도 있고, 아니면 요나가 두 사람으로부터 빠져나가 수도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할 수도 있었다.
이를테면 단테는 제국의 안위보다 친구의 마음을 먼저 생각한 것이다.
제국의 지존으로서 결코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이었으나, 단테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고맙다, 단테.”
“후, 어떻게 해야 되겠소? 부끄럽게도 그대에게 이 질문을 너무 자주 하는군.”
진은 빠르게 냉정을 되찾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분노가 차올랐으나, 한편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정신과 내면이 단단해졌다. 지금부터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요나를 잃어야 할 테니까.
‘혼기에 폭주한 상태고, 거기에 예언자가 누님께 무언가 술수를 더 부려놨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진이 알던 요나보다 무뎠다. 더 파괴적이기는 하나 분명 요나 특유의 그림자 같은 움직임은 옅어져 있었다.
제압이 가능한가?
두 차례 더 공방을 치른 후 결론이 나왔다.
“단테, 너랑 내가 조금 다치면 누님을 제압할 수 있을 것 같다.”
제압이 아니라 살해라면 그런 피해를 감수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단테의 입장에선 당연히 요나를 죽이는 게 옳고, 진은 무리한 부탁을 하고 있었다.
“좋소.”
다만 단테는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 땅굴에 있던 게 론이었다면, 그 역시 진에게 같은 부탁을 했을 터였다.
“큰 빚을 지는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대에게 지금껏 받은 걸 갚으려면 한참 멀었소.”
후우웅-!
진이 브라다만테에 영기를 덧씌웠다.
하나 그토록 진한 영기가 불처럼 이글거리며 자신을 겨누는데도, 요나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성이 없기 때문인가? 누님이라면 영기에 강렬한 거부 반응을 일으켜야 하는데.’
요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영기로 뒤덮인 브라다만테에 자신의 검을 갖다 대고 있었다.
검 또한, 요나의 검 ‘죽음’이 아니었다. 얼핏 보면 죽음처럼 보였으나 좀 더 길었으며, 무엇보다도 특유의 스산한 느낌이 없었다.
“흡!”
측면으로 보법을 밟은 단테가 헛숨을 내뱉었다. 요나의 칼날에 단테의 머리칼이 조금 잘려나갔다. 그녀는 단테를 우선 제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꽤 깊은 부상을 각오하기는 해야겠소.”
“바깥엔 아직 별다른 전투가 벌어지지 않은 것 같다. 별다른 소요가 전혀 없어.”
“그게 여기서 느껴지오?”
“투신의 감각을 조금 경험했던 덕에. 이 땅굴이 부디 요나 누님만을 침투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기를 바라야겠군.”
단테는 요나를 견제하는 것만으로도 온 신경이 곤두서서 다른 부분엔 전혀 주의를 둘 수 없었다.
애초에 그게 아니었더라도 이 깊은 땅굴 속에서 바깥의 분위기를 읽는 건 그에게 벅찬 일이었다.
“역시 괴물이 되었군, 그대.”
“그래서인지 자꾸 이런 시련이 생기네.”
진이 본격적으로 견제를 시작하자, 요나로서는 단테를 먼저 처리하려던 계획을 바꿔야만 했다.
세계 최강에 가장 가까운 마검사와, 제국제일검의 합공이다. 심지어 두 사람은 쌍둥이처럼 합이 잘 맞기도 했으니, 요나가 할 수 있는 건 발악에 가까운 마구잡이 공격이 거의 전부였다.
다만 그 공격이 하나하나 치명적이라는 게 문제이기는 했다. 무뎌졌다 할지라도 살신은 살신이고, 땅굴의 어둠은 그녀를 더욱 자유롭게 만들었다.
앞에 보였다 싶으면 뒤에서 검이 나왔고, 쳐냈다 싶으면 또다시 사각에서 찌르기가 들어왔다.
진과 단테가 등을 맞댄 채 응전하고 있음에도 사각을 만들어 파고드는 건, 요나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으…… 죽어…… 진…… 룬칸델…….]도저히 저 사람은 요나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 사실이 계속 내면을 할퀴었으나, 진은 의연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무명에 처음 찾아갔던 날이 생각나는군요. 그때도 이 친구와 함께 누님께 죽을 뻔했었는데 말이죠.”
[죽인……다……!]“그때처럼, 누님은 오늘도 저를 죽일 수 없습니다. 반드시 제가 그렇게 만들 겁니다, 누님을 위해서.”
진과 단테가 함께 요나를 끝낼 수 있는 순간은 꽤 많이 찾아왔다. 하지만 제압할 기회는 좀체 오지 않았고, 두 사람은 잔상처가 늘어가고 있었다.
요나는 두 사람이 자신을 깊게 베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걸 인식한 후부터 점점 더 대담하고 위험한 공격을 시도했다.
“여전히 바깥은 괜찮은 것이오?”
“상황이 터진 것 같으면 즉시 알려줄…… 잠깐, 단테.”
“시작되었소!?”
“그게 아니라. 좀 전에 나한테 괴물, 이라고 했지?”
“갑자기 무슨?”
괴물. ‘…… 룬칸델’이라는 이름과 달리 발레리아의 기록 마법창에 정확하게 기록된 단어.
‘왜 발레리아의 기록은 요나 누님을 굳이 괴물이라 지칭한 것이지?’
-그런데 그게 조슈아라면 기록 마법에 이름이 정확히 나오지 않을 이유가 있나?
-뭐, 혼돈을 받아들여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죠. 물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저 직감일 뿐이니.
불현듯 검황성으로 오기 전 동료들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그때 유추한 것처럼, 혼돈을 받아들여 새로운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라면 공백 처리가 되었어야 할 텐데. 요나 누님과 …… 룬칸델이라는 사이에 무언가 차별점이 있는 건가?’
그렇다면, 요나 누님이 아닐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조슈아의 복제를 만든 것처럼, 예언자가 요나의 복제나 다른 무언가를 만든 게 아닐까 싶었다.
‘게다가 상태를 보아하니 똑바로 통제가 되는 것 같지도 않다. 땅굴…… 이 넓은 땅굴을 요나 누님 한 사람만을 위해 만든 것도 이상해. 다른 인물을 더 보낼 생각이었다면, 이미 바깥은 난리가 났어야 했다. 나와 단테가 이곳에 묶여 있을 때 바깥을 치는 게 가장 효과적일 테니.’
눈앞의 요나가 ‘진짜 요나’가 아닐 경우, 상처를 감내해가며 제압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저 요나는, 진이 알던 요나와 하나도 닮은 구석이 없었다.
‘요나 누님이라면, 적어도 한 번은 괴로워했을 것이다. 예언자가 아니라 헬루람이나 글리엑 같은 존재가 직접 누님을 잠식했다 할지라도, 이쯤이면 꼭 한 번은 나와 싸우는 걸 괴로워했을 거다…….’
진이 아는 요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혼돈 때문에 항상 위태로운 상태고, 혼돈 때문에 오랜 시간 별다른 이유 없이 사람을 죽여왔고, 혼돈 때문에 늘 타인을 공포에 질리게 만들었으나.
그 지독한 혼돈을 이겨내고 끝내 진을, 가족을, 사람을 사랑하게 된 사람.
끊임없이 인간을 죽이라는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진에게 녹장미를 엮어주던 막냇누이.
“단테, 밖으로 나가라.”
“진, 설마 요나 님을 포기할 생각이오? 그러지 마시오!”
“그럴 생각 없어. 내가 시간을 벌고 있을 테니, 가서 유리아를 데려와 줘.”
“유리아 공주님을?”
“요나 누님이 아닐 수도 있다. 자세한 건 나중에 설명할게. 혼자 오래 상대할 수는 없어.”
둘이서도 요나를 제압하려면 상당한 부상을 각오해야 했으니 당연한 이야기다.
허수아비처럼 맞아주기만 하고 있으니까.
“최대한 빨리 다녀오겠소!”
단테가 등을 보이자 여지없이 요나의 칼날이 쇄도했다. 진은 그 흐릿하게 겨우 보이는 검을 쳐내며 요나를 가로막았다.
“아까는 더럽고 불길한 원인 모를 느낌에 미칠 것 같았는데, 이제는 뭔가 숨통이 트이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습니다. 누님은 왠지 진짜가 아닐 것 같은데요.”
픽-!
요나의 검이 진의 뺨을 긁고 지나갔다.
진은 여전히 그녀의 빈틈을 찌르지 않았다.
그렇게 혼자 요나를 상대하기를 십여 분.
진은 피투성이가 되었으나 호흡과 움직임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대신 바깥까지 아우르던 감각은 이제 요나에게만 집중되어 있었다.
“진!”
“진 오빠!”
단테는 피에 젖은 진을 보자마자 이를 악물었으나, 유리아는 한눈에 깊은 상처는 없다는 걸 알아봐 그리 충격을 받지 않았다.
“바깥은?”
이번엔 진이 단테에게 물었다.
“멀쩡하오, 그대는 괜찮은가!”
“진 오빠는 괜찮아요. 그리고, 저 사람은.”
잠시 집중하며 아즈 밀의 권능을 발현시키는 유리아.
그녀의 눈동자가 초록빛으로 물들며 요나의 진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요나 언니가 아니야!”
“조슈아 같은 복제야?”
“그것도 아닌 것 같아, 그저…… 영혼 없는 전투 인형. 내 눈에는 그렇게 보여.”
“확실히 요나 누님이 아니란 말이지?”
“절대로 아니야.”
유리아의 확인이 끝남과 동시에.
진은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저 요나가 진짜가 아니라는 사실에 이루 말할 수 없이 깊은 안도감이 찾아오고 있었다.
물론 가짜 요나는 그 틈에 진을 끝장내고자 앞으로 달려들었고, 단테는 기겁하며 진을 보호하고자 검기를 쏘았다.
그 검기보다 요나의 검이 더 빨랐다.
그러나 진은 꿇은 채로 브라다만테를 휘둘러 단번에 가짜 요나의 검을 쳐내고, 그 목을 베어버리기까지 하는 모습이었다.
“그래…… 그럴 것 같았어. 우리 요나 누님이 이럴 리가 없었다고.”
목이 떨어진 가짜 요나는, 잠시간 버동거리다 산화하며 사라지는 모습이었다.
사라진 자리엔, 한 개의 검은 덩어리가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