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52)
제 777화
185화. 남은 사람들(3)
“사라져가는 중이라 하셨습니까……?”
[그렇다네. 우리를 이루고 있는 혼기의 결속력이 계속 약해지고 있어. 흉신이 사라졌기 때문일 테지.]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 아마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의 한계는 그 정도일 거야.]알펜과 타샤가 말했다.
진은 왠지 그 말에 가슴이 아파 미간을 좁혔고, 발라스는 그럴 것 없다는 듯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증손아, 마음이 여린 게 꼭 네 아비의 아기 때를 보는 것 같구나. 우리가 사라지는 일에 대해선 괘념치 말라. 어차피 사람은 언젠가 다 죽기 마련이지 않느냐? 오히려 우리 셋은 이미 죽은 지 오래임에도 새 시간을 얻었으니, 축복에 더 가깝다. 그냥 시한부 뒷방 늙은이들이라고 생각하거라.] [57대. 그, 나는 늙지는 않았소만…….] [시한부 뒷방 늙은이라, 음. 소가주에게 그다지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은 표현이군요.]“세 분의 남은 시간을 늘릴 수 있는 방도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하지만 너무 애쓰지는 마라. 갈 사람들은 가야지. 어쨌거나 우린 존재하는 동안 전력을 다해 널 보필할 것이다.]“감사합니다, 증조부님.”
전대 가주들의 존재는 사실 양날의 검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규모가 축소된 지금의 룬칸델에 그 셋이 큰 힘을 더하는 것은 사실이나, 타 세력들에게 공격받을 여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흉신으로부터 세상을 구한 건 분명 진과 임시 동맹이다.
그러나 흉신이 탄생한 곳 또한, ‘룬칸델’이었다.
세인들 중 그 사실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 와중 혼기로 부활한 전대 가주들이 남아 있으니, 누군가 룬칸델을 악으로 선동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요건인 셈이다.
[다만 걱정되는 건 외부 세력이 우리 셋을 걸고넘어지는 일이네. 아마 간악하고 사특한 지플이 그런 짓을 할 텐데.]전대 가주들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제가 누워 있던 사이, 그런 조짐이 있었습니까?”
[아직까진 없었어.]“그렇다면 당분간은 괜찮을 겁니다. 지플이나 킨젤로가 함부로 나서지 않고 있는 건, 제가 두렵기 때문일 테니까요.”
흉신전에서 보여준 투신합일과 무라칸의 무위.
물론 진 본인만의 힘으로도 이제는 세계제이검이라 칭할 수 있겠으나, 동맹 해체 후 타 세력들이 가장 견제하는 건 바로 그 두 가지였다.
아직 진이 가진 개인의 무력만으로는 거대 세력들을 홀로 압도할 수 없었다.
흉신전의 피해가 있다 할지라도, 적들은 오히려 시론이 있을 때보다 더 강해진 것이다.
“아마 타 세력들은, 특히 지플은 흉신전이 끝나자마자 우리를 치고 싶었을 겁니다. 투신합일과 무라칸을 보지 못했다면 분명 그랬을 테죠.”
[즉, 그 두 가지 힘을 자네가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가. 그걸 확인하지 못해 가만히 있다는 뜻이로군.]“그렇습니다. 당연하게도, 저는 그 두 가지 힘을 아무 때나 사용할 수 없습니다. 둘 다 큰 제약이 있죠. 적들도 아마 예상은 하고 있을 테지만, 확신을 갖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만일 지금 당장 지플이 우리를 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지플의 피해 상황이 대략 어느 정도입니까?”
[초인급 인원 중 사망자는 없고, 함대는 7할 이상이 파괴된 수준이라고 보고받았네.]“그렇다면 아주 큰 피해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모두 시간만 지나면 복구 가능한 수준이고, 어쩌면 함대는 이미 생산이 완료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지플은 흉신전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수백 척의 함대를 두 달 만에 복구한 적이 있었다.
소타 사막과 비슷한 수준의 건조장이 최소 몇 개는 더 있다는 의미였다.
[지플이 당장 우리를 친다면 어떻게 될 것 같나?]“우리가 이길 가능성이 별로 없습니다. 설령 버틴다 할지라도 가문이 다시 궤멸적인 피해를 받는 건 피할 수 없을 겁니다. 킨젤로 쪽 피해는 어떻습니까?”
[지플과 비슷한 수준일세. 주요 마족 중 죽은 사람은 아무도 없고, 함대와 명인 완성체 다수가 손실되었지.]진은 킨젤로 또한 이미 피해 복구가 시작되었으리라 예상했다.
강화된 오르갈의 권능과 부바르의 능력이라면 함대를 재건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 터였다.
[만일 지금 시점에 지플과 킨젤로가 힘을 합쳐서 우릴 친다면, 필패겠군.]“그렇습니다.”
현재 진은 투신합일을 다시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파장 추적 동기화 장치를 다시 만들기 위한 재료가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원한다면 무라칸은 부를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도 도박수였다.
무라칸이 다시 현현한다면 필연적으로 미샤가 그의 빈자리를 잠시 채울 수밖에 없고, 그건 곧 엘로나 지플의 봉인이 풀릴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대가 흉신전에서 사용한 힘들을 여전히 운용할 수 있다고 허세를 부릴 필요가 있다는 건가.]타샤가 말하자 진은 씨익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 생각엔, 오히려 쓸 수 없다는 사실을 대놓고 드러내는 쪽이 나을 것 같습니다.”
[어째서?]“헷갈릴 테니까요. 오히려 너무 감추려 들면 확신할 테지만, 제가 약점을 드러내면 의심을 할 겁니다. 실은 투신과 무라칸을 모두 부를 수 있는 상태로, 나머지 세력들이 불가침 조약을 어기게 만든 후 전쟁 명분을 챙기려는 수작이 아닐까…… 그렇게 말이죠.”
[그러다 적들이 정말로 그 떡밥을 물어버린다면?]“그렇게 된다 할지라도, 킨젤로와 지플은 함부로 야합할 수 없습니다. 어느 한쪽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하면, 우리도 손을 뻗어버리면 그만이죠. 게다가 우린, 두 세력이 가장 원하는 패를 하나씩 쥐고 있습니다.”
베일과 발레리아.
“제가 아는 바, 지플과 킨젤로는 서로에게 그 두 사람에 상응할 수 있는 정도로 가치가 있는 패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 시국에 동맹을 해서 한쪽을 끝장내고 싶다면, 차라리 우리와 손을 잡고 싶을 거라는 뜻입니다. 어느 쪽이든.”
물론 진짜로 두 사람을 협상패로 사용할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다만 살짝 쥐고 흔드는 것만으로도 적들 입장에선 애가 닳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일 뿐.
애초에, 진은 적들이 동맹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그들이 진짜로 동맹을 할 경우는, 오히려 룬칸델이 가장 압도적인 세력이 될 때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흉신의 출신과 세 분을 이용해 우릴 악의 축으로 만들려는 정치적인 공작은 있을 겁니다. 이 부분은 제가 예비 기수 때부터 민심을 아무리 많이 확보했다고 해도 어쩔 수 없죠.”
[20대와 21대 때는 어땠는지 모르나, 우린 본래 그런 것을 그리 신경 쓰지 않는 가문이다. 세상의 눈치 따윈 보지 않는 패도가, 그것이 룬칸델이지.]“저는 신경을 씁니다, 조부님.”
[그렇다면 네 뜻이 옳다! 넌 소가주니까!]“공작은 우리도 진행할 겁니다. 기록마법사, 발레리아 히스터를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리고 이번 전쟁에 관한 기록 전부를 일반에 모두 공개할 계획입니다. 룬칸델에서 태어난 흉신이 세상에 피해를 입힌 건 사실이나, 이번 전쟁을 해결한 저와 동료들의 의도가 세상의 패자가 되려는 욕심에서 비롯된 건 아니라는 걸 밝힐 겁니다.”
[아울러 피해 보상도 진행해야겠군.] [안 그래도 계속 공문이 빗발치고 있소, 57대.]“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겠죠. 그 문제는 그간 벌어둔 돈과 제국의 도움을 받을 겁니다.”
이미 결전 전에 단테와 이야기가 된 부분이었다.
단테는 아미르 비먼트가 남겨두고 간 황실의 막대한 비자금을 그대로 보관한 상태였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돈을 풀어도 이미 가족을 잃은 이들의 심정적 고통은 결코 배상할 수 없다.
죽은 이들의 삶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사실에 진은 잠시 질끈 눈을 감았다.
진은 그들에게 막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가문이 저지른 일은, 이제 곧 진이 저지른 일이었다.
그것이 진이 소가주가 되기 직전에 다른 사람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 할지라도, 그 책임은 온전히 진의 몫이었다.
진은 물적 배상과 더불어, 삶의 터전을 제공하는 일도 겸할 예정이었다.
휴페스터의 인구가 빠진 만큼 그 자리를 전쟁 난민들에게 제공하고 싶었다.
물론 쉽지는 않을 터였다. 자원적인 문제는 제쳐두더라도 휴페스터라는 땅은 이미 혼돈에 물들고 파괴된 이력이 있으니, 굳이 이곳으로 넘어오려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대 가주들에게 이런 생각들을 이야기하자, 들려오는 대답은 진이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이었다.
“……정말입니까? 증조부님.”
[그래. 우린 세상의 눈치 따윈 본 적이 없다고 했으나 실은, 이 증조부가 그걸 보고 느낀 바가 많았느니라.]오직 힘만을 추구하던 룬칸델의 말로는, 흉신이 보여주었다.
진의 룬칸델은 그와는 아주 다를 것이다.
[그동안은 네가 의식이 없었으니 모두 허가를 보류하고 있었다. 즉시 받아들이라고 기수들에게 하달하면 되겠구나.]진은 잠시 그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말이 없었다.
이번 일로 인해 분명 룬칸델은 평범한 이들에게, 해준 것보다 앗아간 것이 더 많은 가문이었다.
그런데도 ‘진 룬칸델’에 기대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흉신전이 끝나자마자 다시 전운이 감돌기 시작한 이 불안정한 시대 속에, 진은 수많은 이들의 등불이 되고 있었다.
진은 다른 이들과 다르다.
다른 거대 세력들의 수장과는 다르고, 다른 권력자들과는 다르다. 그라면 분명, 이 세상을 더 나은 모습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룬칸델에 거부감을 느끼는 세인들만큼, 진을 그렇게 인식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예. 기수들 보고 받고, 전 세계에 성명을 발표해야겠습니다.”
[그다음엔?]진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답했다.
“적들의 추이를 살펴보며 남은 기수를 구출하고, 가문의 옛 집사장을 찾아서 복귀시켜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