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53)
제 777화
185화. 남은 사람들(4)
[가문의 옛 집사장이라면……?]“룬티아 룬칸델, 제 누이이자 3기수와 초대 가주의 집사장, 르엣 다미로 율 님이 각각 다른 아공간에 갇혀 있습니다. 성명 발표가 끝나는 대로 그들을 찾을 겁니다.”
룬티아를 먼저 찾아야 했다.
흉신이 죽었으니 그녀를 지탱하고 있는 혼기에도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가장 두려운 건, 룬티아는 이미 뿔이 났었다는 사실이었다. 신체 변형이 있으니 지금의 정화기로는 룬티아를 되돌릴 수 없었다.
‘누님은 투신합일이 가능할 때, 혹은 반 형제가 바깥으로 나온 다음에야 제대로 구출할 수 있을 테지.’
그래도 살아만 있다면 언젠가는 되돌릴 수 있다.
진은 그렇게 생각하며 희망을 가졌다.
“증조부님과 알펜 경은 지금부터 각각 흑검회와 호법회를 맡아주십시오.”
임명식을 하며 진은 호민회장 텔롯 룬칸델의 생존을 확인했다.
지금으로서는 남은 두 회장직에 발라스와 알펜이 최선이었다.
[그러마.] [관리를 하며 후임자를 미리 지정하고 키워놓으라는 뜻으로 이해하겠네.]“정확하십니다, 알펜 경. 그리고 타샤 경께서는 생도 총교관을 맡아주십시오.”
‘생도 총교관’은 전대 가주가 맡기엔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위치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인재 육성이 시급하다고 생각했고, 전대 가주들도 마찬가지였다.
[영광으로 알겠네.]“타샤 경이 직접 교육하는 게 알려지면 생도들뿐만이 아니라 현직 기사들도 몰려올 겁니다.”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앞으로 거대 세력들과 전쟁을 하기 위해서도, 진을 보고 룬칸델로 몰려든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그럴 테지. 하나 내 기준은 아주 높고, 선발은 엄격할 것이네. 그대의 생각보다 충원이 좀 늦어질 수도 있다는 걸 알아주게.]“물론입니다. 애초에 타샤 경께 총교관직을 맡긴 이유죠. 전대 가주로서의 안목을 보여주십시오.”
[어깨가 무겁지만, 기대해도 좋을 것이야.]전대 가주들이 물러나자, 진은 곧장 가주 집무실로 향했다.
집무실엔 메리와 토나 형제, 그리고 집사와 문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진은 소가주로서 집무실에 첫발을 내디딘 감상을 느낄 겨를도 없이 곧장 자리에 앉았다.
“소가주, 거른다고 걸렀지만 보고서가 많습니다.”
“각지에서 계속 올라오는 중이니, 오늘 직접 기준을 잡아주시면 앞으로 올릴 보고서를 최대한 줄여보도록 하겠습니다.”
메리와 토나 형제가 말했다. 모두 공적인 자리인 만큼 진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져 있었다.
진은 한동안 형제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들이 전쟁에서 모두 무사히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한 번 더 안도감이 들었다.
집사들 중에도 익숙한 얼굴이 섞여 있었다.
그러나 가문의 가장 많은 비밀을 알고 있을 두 집사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집사장 하인츠와 하워드는 사망한 것인가?”
“……그렇습니다, 소가주님.”
페트로가 대답했다.
“그들이 보유하고 있던 문서들은?”
“소가주께서 부재하신 동안 발레리아 양이 확인 작업을 거쳤으나,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미 흉신이 사망하기 전부터 훼손되었다는 기록만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진은 개의치 않기로 했다.
과거의 비밀 중 가장 중요한 건 어차피 시론에 대한 내용일 터였다. 시론이 젊은 시절부터 흑해에 시간을 할애해온 이유, 결국 원정대를 꾸려 떠난 이유…….
어차피 진은 이제 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아버지는, 흉신 같은 괴물이 되지 않고자 흑해로 가셨다.’
지난번 내계에서 시론을 만났을 때 그런 확신이 들었고, ‘창성’이라는 힘의 특성을 알게 된 순간부터 짐작하던 바였다.
한동안 진은 묵묵히 보고서들을 살폈다.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생존자들의 숫자를 확인할 때마다 감동이 밀려왔다.
“페트로.”
“예!”
“가문 창고에 보관된 채 사용되지 않고 있는 명검 전부를, 동맹 가문과 제국에 대여해라. 대여비 측정은 피콘 님이 맡아주실 거다. 계약 단위는 5년, 20년 이상 대여 시 소유권을 넘기는 조건으로. 그렇게 발생한 돈은 모두 휴페스터 안정화에 투자하라.”
페트로는 정말이냐고 묻고 싶었으나 꾹 참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대여를 강제하지는 말도록. 비자금을 열어서라도 그 검들을 빌릴 의지가 있는 가문들에게만 내어줘라.”
“알겠습니다.”
“다들 놀랐겠지. 지난 천 년간 가문의 명검이 이렇게 활용된 적은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돈이 필요하다. 휴페스터 안정화와 더불어, 추후 함대를 생산하려면 막대한 돈이 필요해. 명검은 또 제작하면 그만이다.”
“제작이라 하시면. 흠흠, 소가주님. 이런 시국이라 할지라도 민체 대장장이 협회의 콧대가 낮아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물며 우리 가문이 대여하는 무기들 대부분은 협회의 작품이니, 그 사실이 알려지면 더더욱 그럴 겁니다.”
한 책사가 어렵게 말하자 진은 권속들을 둘러보았다.
대장장이 협회의 3대 수장인 ‘모루’, ‘불’, ‘망치’는 과거 시론이 내민 전속 계약마저 거절한 이력이 있었다.
“앞으로 내게 어떤 의견을 제시할 때는 모두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말하도록. 아주 실없는 이야기만 아니라면 절대로 책망하지 않겠다. 머리가 잘 도는 이들이 계속 의견을 내는 게 중요하다.”
“알겠습니다!”
“민체 대장장이 협회를 통한 무기 제작은 이미 생각해둔 바가 있다. 아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 협회의 기원이자 전설의 대장장이, 피콘 민체 님은 바멀 연합 소속이다. 심지어 그롤러에 이어 현 대장장이의 신이기도 하지. 협회와의 협상엔 피콘 님이 직접 나설 것이다.”
민체 대장장이 협회는 모두 피콘의 극단적인 추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막말로 피콘이 협회장 자리를 내놓으라고 해도 즉시 수긍할 가능성이 높았다.
피콘이라는 패를 그간 아껴둔 이유는 바로 이런 순간을 위해서였다.
“명검을 대여하는 것에 아까워하지 말라. 동맹 무가들은 강해질 것이며, 우린 돈을 벌고 더 좋은 무기들을 제작한다. 또한 생도와 기사들 중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보인 이들에겐 그 검들을 나눠줄 것이다.”
진은 시기가 혼란할수록, 대부분의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대의보다는 개인적 목표와 성취감이라고 생각했다.
“페트로, 이쯤 되면 내가 또 무슨 명령을 내릴 것인지 짐작이 가겠지?”
“가문 내 보물 중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부 처분하도록 하겠습니다.”
“훌륭하다. 그 부분은 금팽이 상단과 협의해라. 암시장 비밀 거래를 통해 전부 다 루테로 연방과 수인들의 땅에 팔아버려. 명심해라, 아무리 긁어모아도 부족한 게 돈이다.”
“옛!”
“또한, 당분간 검의 정원엔 페트로를 비롯한 장급 집사와 문사 5인만 상주한다. 나머지는 휴페스터 전역으로 지금 즉시 파견을 가서 수시로 현지 실황을 보고하도록. 배정은 7기수가 맡는다.”
“예.”
“자금적으로 해야 할 가문 내 조치는 정리가 좀 된 것 같고. 이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인력이로군.”
함대 생산을 위한 고급 인력, 마법 공학자들.
그들을 구하는 게 관건이었다.
이제 함대 없는 전쟁은 상상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황금 함대’를 만들기 위해서도 마법 공학자들의 존재는 필수적이었다.
“휴페스터 내 마법가와 제국을 통해 어느 정도는 확보할 수 있겠지만, 부족해. 마법 공학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의견을 내놓을 사람 없나?”
“있는데요.”
놀랍게도 그 목소리는 발레리아였다.
방금 집무실로 들어오며 진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다.
“발레리아?”
“아까 전대 가주들에게 들으니 이제부턴 소가주께서 저를 전면에 내세우기로 하셨다더군요. 저와는 별 상의가 없었지만. 이젠 룬칸델의 소가주가 되셨으니 제가 함부로 화를 낼 수도 없고…….”
“음, 물어보려고 했다.”
진은 애써 근엄한 목소리로 답했다.
메리와 토나 형제는 그 모습에 얼굴이 붉어지도록 웃음을 참았고, 집사들은 난처한 듯 눈알을 굴렸다.
발레리아는 이제 진과 동료들을 정말로 편하게 대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제 존재를 공개하기로 했으니 그걸 이용하면 꽤 많은 마법학도들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아시겠지만, 히스터라는 이름에 미쳐 있는 마법사들이 이 세상엔 꽤 많으니까요.”
과거 키다드 홀 같은 이들이 대표적이었다.
‘히스터’는 마법사들에게 그야말로 전설이자 신화였다.
특히 지플의 ‘고등 교육’을 받아 그들의 비밀서고를 한 번이라도 가본 마법사들에겐 더욱 그랬다.
다른 때라면 진이 히스터를 통한 홍보로 마법사들을 모집하는 순간 지플에서 난리를 칠 테지만,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지플이 진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고위 마법사일수록 히스터에 대한 열망이 강하기 마련이니, 자연스레 고급 인력들이 찾아올 겁니다. 유리아가 신원 확인을 맡으면 지플에서 보내는 첩자들도 거를 수 있겠죠.”
“좋은 생각이군.”
“다만 소가주의 모습이 그려졌던 그 거대한 광고판들엔 제 얼굴이 나타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금팽이 상단에 말은 해두지.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 친구들은 그것보다 확실한 광고가 없다고 믿거든. 실제로 효과가 좋기도 했고.”
발레리아는 싫은 기색을 드러냈으나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진은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회의는 이후 약 두 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모두 휴페스터의 재정 상황과 재건을 위한 내용이었다.
현시대에 이토록 부드러운 분위기로 회의가 진행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시론과 로사가 가문을 운영할 때는 볼 수 없던 풍경인 것이다.
“이만하면 대충 정리가 됐군. 성명 발표는 내일 정오로 공표하도록, 장소는 제국 수도로 하겠다.”
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회의를 마무리하려는 찰나, 메리가 그와 눈을 맞췄다.
“소가주.”
“말하게, 7기수.”
“지하 감옥에 한 번 내려가보셔야겠습니다.”
“……지하 감옥?”
지하 감옥엔 현재, 옛 10대 기사 파들러 룬칸델이 수감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