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70)
제 777화
190화. 말리엣 히스터의 전승지(1)
* * *
사이얼에 대한 검증 역시 르엣과 유리아가 모두 끝냈다.
그도 루체와 마찬가지로 순수하게 바멀 연합에 소속되고자 지원서를 낸 게 맞았다.
‘완성된 초장거리 통신 장치’가 이미 삼백여 년 전에 개발됐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가장 흥분한 건 물론 콰울이었다.
“이 종이에 적힌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 젠이라는 공학자는 나와 비슷한 수준의 천재일 게다. 우리 발레리아의 선조가 날조를 했을 리는 없으니, 아주 흥미롭군. 그런데 발레리아야, 전승지에 젠과 네 선조의 몸과 영혼이 모두 남아 있다는 건 무슨 의미냐?”
사이얼이 준 종이에 적힌 문장이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단지 은유적인 표현인 건지, 아니면 모종의 방법을 통해 실제로 육체와 영혼을 봉인했다는 건지. 직접 가봐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후자라면, 젠 루트베르와 이 콰울이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너 또한 선조를 직접 뵐 수 있을 거고.”
“아무리 우리 가문의 마법이 특별하다고 해도 그런 일까지 가능할 것 같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 전승지가 지금까지 지플에게 밝혀지지 않고 남아있는 건 확실하니, 무엇이든 큰 수확이 있겠죠.”
만일 지플이 말리엣의 전승지를 발견했다면 지금처럼 탑주들의 지팡이에 단순 호출 기능만 있지는 않았을 테고, 사이얼이 살아있을 수도 없었다.
“그래, 그래. 그 전승지라는 곳이 아주 악명 높으니 조심하라는 대목이 조금 걸리기는 한다만…… 진하고 함께 갈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저 녀석조차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끔찍한 함정 같은 건 이 세상에 별로 없을 테니.”
“진을 만나기 전, 혼자 위험한 전승지들을 다녔을 때에도 늘 잘 해냈으니 걱정 마세요. 저 다녀올 때까지 통신 장치 관련 자료들 전부 정리 좀 해주시고요.”
장거리 도약이 잦았으니, 콰울이 간단하게 붉은부엉이를 정비해 주었다.
말리엣의 전송지가 있는 지역은 ‘혼카’라는 이름의 한 섬이었다. 제국 북부에 위치한 무인도인지라 적들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우려할 필요가 없었다.
다만 전승지의 입장 조건이 다소 난해하고 까다롭다는 게 문제였다.
“말리엣이라는 선조님은…… 좀 특이한 분이셨던 것 같네.”
붉은부엉이가 혼카 섬 인근 바다에 도착하자 발레리아가 말했다.
“그러게. 그 입장 조건들을 보면, 그런 게 마법으로 가능한 영역인가 싶기도 하던데. 아니, 확실히 불가능하지.”
진이 슈리를 소환하며 말했다.
슈리는 해상에 둥둥 떠 있는 붉은부엉이를 밀며 혼카 섬을 향해 헤엄쳤다.
[먀먀먕.]“안녕, 슈리. 조건 중 일부는 장난, 혹은 장난을 가장한 일종의 시험 같은 개념일 거야. 하지만 아무리 이상하다고 해도 선조님이 남긴 조건이니, 그대로 따르도록 하겠어.”
“음.”
섬에 닿자 슈리는 몸을 털며 햇빛을 쬐었고, 진은 붉은부엉이를 해변 적당한 곳에 고정한 후 투명화시켰다.
“진, 준비 됐지?”
“그래.”
“그럼 이제 하나씩 해보자.”
그렇게 말한 발레리아는 민망한 듯 헛기침을 했다.
‘최근 스승의 성격이 정말 많이 좋아지긴 했네. 예전 같았으면 아무리 어이가 없고 민망해도 무미건조하게 말했을 텐데.’
진은 그렇게 생각하며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다만 그 역시 민망하고 우스운 기분이 드는 건 마찬가지였다.
“우선…… 섬에 도착했으면 코끼리코를 스무 번 돌고 땅을 짚는 거였나.”
진이 묻자 발레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승지로 들어서기 위해 혼카 섬에 도착한 자는 누구든 코끼리코로 스무 번을 돌고 땅을 짚어라.
그게 첫 번째 조건이었다.
두 사람은 한동안 주위를 살피다가 코끼리코 자세를 취했다.
그리곤 하나둘, 박자를 맞춰 스무 번을 돌기 시작했다.
“풋.”
“큽, 하하!”
이내 함께 땅을 짚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이 튀어나왔다.
두 번째 조건은 섬에 서식하는 나무에 올라 원숭이 울음소리를 흉내 내는 것이었다.
이미 첫 조건을 수행하다가 웃음보가 터졌음에도, 원숭이 울음소리를 내려니 마음이 착잡해지는 두 사람이었다.
“우, 우끼끼…….”
“우끼…….”
그들을 보는 슈리의 고개가 갸웃거렸다.
이어 네발로 기어서 사자처럼 포효하기, 아무거나 아는 민요를 두 곡 부르기 등.
두 사람은 점점 더 알 수 없는 기분이 되어가며 그 모든 조건들을 완수했다.
둘 다 얼굴이 붉어진 모습이었다.
“……음, 묘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흠흠, 이제 다 했으니 오망성을 연결할 차례야.”
혼카 섬엔 말리엣이 만든 다섯 개의 마력 장치가 존재했다.
진과 발레리아는 슈리를 타고 서신에 표시된 마력 장치의 위치를 하나씩 찾아다녔다.
발레리아가 장치 속으로 마력을 흘려보낼 때마다 푸른 빛이 일었다.
다섯 개의 장치가 모두 개방되니 빛은 곧 선으로 바뀌어 섬 전체를 잇는 오망성이 되었다.
일행은 오망성의 중앙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어떤 수호자가 나올지 궁금하군.”
마지막 관문은 오망성에 반응해 소환되는 수호자를 상대하는 일이었다.
“아마 골렘일 거야.”
서신엔 수호자가 소환된다는 내용만 있을 뿐, 전투력이나 다른 사항에 대해서는 일절 이야기된 바가 없었다.
잠시 후,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진은 수호자가 골렘이든 다른 무엇이든, 절대로 자신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있기에 전혀 긴장이 되지 않았다.
[반갑다…… 말리엣의 전승지를 찾아온 자들이여.]푸하악-!
별안간 일행 앞의 땅이 쩍, 벌어지며 거대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두꺼비?’
두꺼비를 닮은 생명체.
전승지를 지키고 있는 수호자는 골렘이 아니라 오즈도크나 바일람 같이 사람 말을 할 줄 아는 내단 마물이었다.
[내 이름은 혼카, 이 섬의 주인이다. 너희 이름을 밝혀라.]“진 룬칸델이다.”
“발레리아 히스터.”
[어째 날 찾아오는 히스터들은 꼭 히스터가 아닌 인간을 붙여서 오는 느낌인데. 어쨌거나 땅속에서 가만히 느껴보니, 너흰 말리엣의 요구 사항을 모두 성실히 이행했더군. 하나라도 빼먹었다면 나는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그 민망한 행동들이 마냥 쓸데없는 짓은 아니었다는 마음에 두 사람은 속으로 가슴을 쓸었다.
“다행이군, 이제 너를 쓰러뜨리면 끝인가?”
발레리아의 물음에 혼카는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다.
약 삼백오십 년 전에 찾아온 두 인간을(젠 루트베르와 그를 데려온 히스터) 혼내준 기억을 떠올리며 말이다.
그러나 혼카는 슬쩍 진을 쳐다보며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저 진 룬칸델이라는 인간하고 싸우면 뼈도 못 추리겠는데?’
혼카는 결코 약한 존재가 아니다.
수천 년 세월을 살아오며 기어이 내단을 만들고 자아를 형성한 마물이 약할 수는 없었다.
상대가 하필 진이라는 게 문제일 뿐.
[그렇기는 하…… 그만, 그만. 그냥 들어가게 해줄 테니까 멈춰.]진이 검을 찬 허리춤에 손을 올리자 혼카는 결국 싸움을 그만두기로 했다.
“그렇게 해주면 편하긴 하다만, 왜지?”
[넌 너무 강해…… 말리엣의 전승지가 위험하기로 악평이 자자했다고는 하지만, 발레리아 히스터. 양심도 없군. 그렇다고 이런 괴물을 데려와? 너무 쉽게 해먹으려는 거 아니냐.]진과 발레리아는 눈동자를 껌뻑이며 대답하지 않았다.
설마 수호자가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현명한 선택을 했군.”
진이 허리춤에서 손을 내리며 말했다.
[대신 조건이 있어.]“조건?”
[……전승지 안에는 말리엣이 살아있을 때 아주 힘들게 설치한 여러 함정과 장비들이 준비되어 있다. 말리엣은 그것들을 자신의 예술 작품이라 여기며 아주 흡족해 했었지.]“말하는 걸 보니 내 선조와 아주 가까웠던 모양이군, 혼카.”
[그래, 발레리아 히스터. 내가 이 섬에 자리를 잡고 혼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말리엣 덕분이다. 말리엣은 분명 괴짜였으나, 내게는 유일한 친구였지. 아무튼, 나는 그 작품들을 네가 데려온 괴물이 허무하게 훼손하는 꼴을 못 보겠다.]“함정이 발동되지 않게 할 수는 없는 건가?”
[그 정도의 권한은 없어.]“그럼 어떻게 해주길 바라지?”
[어떤 함정이 나오든 부수지 말고 그냥 지나쳐라. 너희들 이후에 또 찾아와야 할 전승자들을 위해서. 설마 그 정도 노력조차 싫다고 하지는 않을 테지?]다음 전승자.
그 말에 발레리아는 가슴 속에서 울컥 무언가가 복받치는 느낌을 받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이 세상에 완전히 혼자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진과 동료들이 생겼고, 르엣이라는 뿌리와 가족이 되었으며, 선조의 친구였던 마물은 후손을 생각하라는 말을 건네고 있었다.
[너흰 여길 훨씬 더 빨리 왔어야 했어. 말리엣이 설정한 난이도는 한창 성장 중인 천재들에 맞춰져 있다고. 그래서 삼백오십 년 전에 웬 공학자랑 온 히스터는 엄청나게 고생했었고. 뭐…… 사실은 전부 최근 들어서야 다 기억이 나기 시작했지만 말이다.]혼카가 삼백오십 년 전 젠과 온 히스터를 기억한 것도, 심지어 유일한 친구였던 말리엣을 떠올린 것도 모두 근래의 일이었다.
히스터가에 적용된 지플의 역사 조작이 약해지기 전까지, 혼카는 막연한 사명감만으로 이 섬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하겠다. 단 하나도 부수지 않고 진입하도록 하지.”
[좋아, 그럼 믿고 전승지를 개방해주마.]혼카의 거대한 몸뚱어리가 데굴데굴 뒤로 두 바퀴를 굴렀다.
그러자 혼카가 나온 굴 아래에 설치된 두꺼운 철문이 드러났다.
[다녀와라. 그리고 이 적옥묘는 두고 가. 너희들 다녀오는 동안 놀고 있게.] [먀먀앙.]이내 진이 철문을 열자마자, 지하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환한 빛이 두 사람의 눈을 찔렀다.
그래서 보호막을 펼치려는 찰나, 굴 바깥에 있던 혼카가 그들을 향해 힘껏 입바람을 불었다.
포탄처럼 쏘아진 입바람이 두 사람을 문 안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첫 번째 함정은 일단 천 길 낭떠러지였다.
[쳇, 이게 저 녀석들에게 통할 것 같은 유일한 장난이로군. 그마저도 별로 효과는 없겠지만.]혼카의 말대로 두 사람은 지하로 떨어지면서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있었다.
어차피 바닥으로 떨어질 때 검풍이나 마력을 일으켜 충격을 상쇄하면 그만일 뿐이니 말이다.
[말리엣, 아무래도 이번엔 싱겁게 끝나겠어. 다음을 기약하자구. 그래도 네 후손들 맥이 끊기지 않은 걸 보니 마음이 좋다.] [먀아아.]혼카는 그렇게 말하며 슈리와 함께 기지개를 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