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825)
제 888화
208화. 바멀 연합은 바멀 연합의 할 일을(3)
기사들은 당황했으나 내색하지 않고 검례를 유지했다. 한바탕 구토 소동이 지난 후 무라칸은 낯짝 두껍게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어서 오십시오.]르엣과 전대 가주들이 앞으로 나서서 고개를 숙였다. 진은 공적인 자리에서 그들에게 이런 식으로 인사를 받는 게 아직도 낯설었다. 르엣은 고개를 숙인 사이 슬쩍 대지 마법을 일으켜 무라칸의 토사물을 치웠다.
“집사장 르엣이여, 오늘 소가주와 나의 입원은 단지 기사들을 격려하기 위함이니 그리 긴장할 것 없다.”
[위대한 흑룡께서 가문을 굽어살피고자 그 황금같이 귀하디귀한 시간을 내어주심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후후, 또한 이 몸이 전에 구비하라 명한 물건을 보기 위함이기도 하지. 준비는 완벽하게 되었는가?”
[안타깝게도 구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물건들은 구하지 못할 참이니, 이해해주시길 간곡히 청하는 바입니다.]무라칸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르엣의 귀에 얼굴을 붙였다.
‘야, 르엣! 뭐 대단한 부탁도 아니었잖아.’
‘그럼 이 시국에 한정 춘화집 따위를 구하겠다고 가문의, 연합의 인력들을 투입할까요? 정신 좀 차려요. 게다가 오자마자 토악질이나 해대고, 내가 다 창피하다고요.’
‘흥! 하여간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깐깐하기는 더럽게 깐깐해가지고.’
‘한 마디만 더 해봐요. 집사장 권한으로 지하감옥에 처넣어줄 테니까.’
‘아이고, 무서워 죽겠다.’
도열한 기사들은 그들의 귓속말을 듣지 못했으나 원로들은 아니었다. 발라스와 타샤는 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부풀었고, 알펜은 참담한 기분으로 눈을 감았다.
다만 무라칸과 르엣이 실제로 사이가 나쁜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은 아주 가까워서, 르엣이 먼저 장난을 칠 때가 많은 정도였다.
한동안 진과 무라칸은 기사들을 살펴보며 그들을 격려해주었다. 도열한 기사들 대부분은 더러운 갑옷을 입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임무를 수행하다가 집합한 것이다.
“그대들이 나의 기사라는 사실이 늘 자랑스럽다. 이제 해산해서 다시 자리로 돌아가도록. 그리고 휴식 시간이 남는 조들은 조금 있다가 중앙 훈련장을 찾아와라. 무라칸이 직접 대련 상대로써 너희의 성취를 평가해줄 것이다.”
“충!”
“바로 다시 임무에 나가야 하는 자들도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도록. 앞으로 이런 기회가 자주 있을 것이다.”
무라칸과의 대련.
당연하게도 기사들은 단 한 번도 그런 일을 꿈꾼 적이 없었다. 그토록 고귀하고 강한 존재가 굳이 대련을 할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기사들이 잔뜩 기대감에 부푼 채 흩어지자 무라칸이 홱 진을 쏘아보았다.
“꼬마, 대련이라니? 이런 얘긴 없었잖아?”
“이것도 격려의 일환이야. 왜, 하기 싫어?”
“모양이 안 나잖냐.”
“내가 보기엔 격 없이 기사들 수련 도와주는 수호룡이 더 멋있는 것 같은데.”
“한 7성까지는 이 몸이 숨만 잘못 쉬어도 죽는다고.”
“그럼 네가 아주 조심하면서 상대를 해줘야겠지. 설마 어렵다고 할 거냐?”
“이 무라칸에게 어려운 건 없다.”
“좋아. 방금 기사들한테 말했듯이 이제 자주 있을 행사거든. 물론 일대일로 붙게 하지는 않을 거야. 최소 조 단위로 붙일 거고, 기사들은 말 그대로 전력을 다 해 싸우는 거다. 너도 잘 알겠지만, 무인을 가장 빨리 성장시키는 요소 하나가 그런 거잖냐. 전력을 다한 전투 경험.”
“뭐 그렇기는 하다만.”
[소가주께서 좋은 의견을 내주셨네요. 저 또한 안 그래도 무라칸이 빈둥거리는 꼬락서니가 답답하던 참이었습니다.]“후우, 르엣은 갈수록 말이 고와지는군. 나 처음 돌아온 날은 그래도 눈물도 좀 흘리고 그랬던 것 같은데 말이야.”
[대신, 오늘 기사들과의 대련을 훌륭하게 진행하면 제가 직접 구한 최고의 춘화집을 주겠습니다.]“크하하, 역시 르엣, 너밖에 없다! 좋아, 까짓거. 시간 남는 놈들 싹 오라고 그래, 전부 다 한 단계씩 성장시켜주지! 그럼 지금 바로 시작한다?”
무라칸이 열의를 불태우며 중앙 훈련장으로 향했다. 르엣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쿡쿡 웃음을 터뜨렸다.
[저 바보가 여전히 바보라는 사실에 때때로 마음이 놓입니다.]“저도 그렇습니다, 집사장.”
집무실 책상에 한 덩이의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 진은 한동안 차분히 보고서들을 살폈다.
“역시 내정은 전혀 문제가 없군요. 눈속임용 강철 거래를 중단한 결과 자금 상황도 한결 나아졌고…… 마법 저장 종이도 무난하게 생산이 되고 있고요. 하지만 제가 특히 주의 깊게 봐야 할 건 이것이겠죠?”
진이 손가락으로 한 보고서를 가리켰다. 지플의 생체 골렘 현황에 대한 보고서였다. 그 보고서엔 ‘마검사 생체 골렘’으로 추정되는 존재들이 적마전쟁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예, 소가주님. 과거 소가주께서 지플의 성지에서 확인한 그 골렘들이, 이제 실전에 투입되고 있습니다.]“현재까지 확인된 생체 골렘 22기 중 19기는 8, 9성 수준으로 추정되는 전투력이라…… 킨젤로가 제작 중인 명인의 완성형과 비슷한 수준 같군요.”
전장으로 침투해 보고서를 작성한 건 무명의 최고 살수들이다. 그들의 평가가 실제와 아주 다를 리는 없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휘관급 생체 골렘 3기는 차원이 다릅니다.]“……하나하나가 최소 초인 이상으로 추정되고, 뚜렷한 자아를 갖췄으며 지휘 능력이 있다. 각 개체의 이름은 베티, 알마티아, 쿤. 게다가 다른 생체 골렘들이 식별 번호로 불리는 것과 달리, 그 셋은 마치 사람처럼 대우를 받는다.”
진은 보고서에 적힌 문장을 소리 내 읽으며 생각에 잠겼다.
‘성지에 남은 발레리아의 마력 흔적을 분석한 결과인가.’
엘로나와도 관련이 없지 않을 터였다.
‘성지’는 태양신의 잔존 기운. 그리고 아메리스가 추정하기로, 엘로나는 베일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가장 강력한 태양의 사념이 깃든 존재였다.
“엘로나 지플이 가진 힘이 생체 골렘들의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게 만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분명 관련이 있을 겁니다.]“중요한 건 생체 골렘의 개체 수와 생산 속도를 확인하는 일이로군요.”
[일반 마검사 골렘은 우리 역시 곧 완성될 마법 기사 부대와 양산형 이엘로를 통해 대응할 수 있을 겁니다.]“베티와 알마티아, 쿤. 그 3기의 특별한 개체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런 골렘이 양산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 혹은 그에 준하는 무언가를 재료로 사용했을 테죠. 또한 그들은 단지 전투용 골렘이 아닐 것 같습니다. 마신석, 혹은 이야기의 탑을 통해 어떤 의식을 치를 때 필요한 골렘들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추측일 뿐이니, 계속 알아보겠습니다.]“의식에 사용될 골렘들이라…… 왠지 집사장의 추측이 맞을 것 같군요.”
엘로나와 더불어, 또 한 번 지플에 엄청난 전력이 추가된 셈. 그러나 이미 예전부터 예상한 일이니 딱히 심란하지는 않았다. 지플은 진이 예비 기수이던 때부터 생체 골렘을 연구해왔고, 진은 성지에서 이미 그들의 존재를 직접 확인했었으니 말이다.
“당분간 우리를 대신해, 적명족들이 생체 골렘에 대한 정보를 열심히 캐낼 겁니다. 그리고 지플은 지난번에 붙잡은 적명족들을 토대로 놈들의 본거지를 파악하려고 애를 쓸 테니, 우린 계속 얹고 있는 숟가락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소가주.]이후 진은 두 시간쯤 르엣, 전대 가주들과 회의를 진행했다. 연합의 핵심 사업들에 대한 진척도와 킨젤로, 엘로나 지플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후우, 대충 정리가 된 것 같군요. 이제 무라칸이랑 기사들 대련 좀 지켜봐야겠습니다.”
[소가주, 온 김에 소가주도 우리 노인네들이랑 한 번씩 붙어주고 가지? 지난번 헤도 구출 이후 제대로 된 싸움이 없어서 몸이 뻑적지근해.]“제가 어찌 선조님들과 대련을 하겠습니까. 그리고 또 가봐야 할 곳이 있습니다, 증조부님.”
[아쉽게 됐군. 하지만 무라칸 님은 괜찮겠지? 나도 다른 기사들처럼 붙어보고 싶은데 말이야. 안 그렇소, 20대?] [57대께선 아직도 혈기가 지나치게 왕성하시오.] [그렇지! 우리 20대는 젊어서 죽었으면서도 혈기가 왕성하지 못해 지난번 내기에서 내게 패배한 게지, 크하하하핫!] [크으윽.]알펜은 분한 듯 미간을 좁혔으나 할 말이 없었다. ‘붉은 함대 부수기’ 내기에서 진 탓에, 발라스의 이름이 자신보다 더 높았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무력은 아무래도 더 오래 수련한 57대가 높을 수 있지만, 사실 역사적 전공은 무조건 아버지가 압도적으로 우위인데. 바보처럼 안 해도 될 내기를 하고 지셔서는 또 이렇게 귀여운 구석을 보여주시네.’
타샤는 씨익 웃으며 알펜의 등 뒤에서 발라스와 주먹을 맞댔다. 두 사람은 알펜을 놀리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무라칸과의 대련도 오늘은 참아주십시오, 증조부님. 대신 다른 날에 무라칸에게 얘기해두겠습니다.”
[우리 증손…… 아니, 소가주가 그렇게 하라면 그렇게 해야지!] [57대, 다음에 무라칸 님과 대련을 할 때 승부를 한 번 더 가리는 게 어떻소. 둘 중 무라칸 님께 더 인정받는 쪽의 이름이 더 드높은 것이오.] [큭큭, 좋소. 후회하지 마시오. 이번에도 무르기 없음이니.]훈련장에선 무라칸과 기사들의 대련이 한창이었다.
[다들 훌륭하군. 하지만 조금 더 과감할 필요가 있다. 여러 번 설명했듯이 나는 대련이지만, 너흰 실전과 완전히 똑같이 임해라. 너희가 무슨 짓을 해도 나는 상처 입거나 죽지 않는다.]무라칸은 본모습으로 변신하지 않은 채 쉴 새 없이 달려드는 기사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저장 종이를 사용하며 덤비는 마법 기사들도 보였다. 아직 마검사다운 전투를 완벽하게 수행하지는 못하나, 저장 종이 사용의 숙련도를 조금만 더 높이면 충분히 적들을 두렵게 만들 것 같았다.
대련은 저녁 무렵에 끝이 났다.
“대련을 마치겠다. 다들 고생하였느니라, 룬칸델의 기사들이여.”
무라칸은 잔뜩 목소리를 내리깔며 기사들을 해산시켰다.
“이제 케이탐 님한테 가자.”
“오냐, 기사들 근성이 좋아서 생각보다 재미 좀 봤다. 막내 사단 녀석들은 몰라보게 컸던데. 오크 무리도 못 잡던 꼬맹이들이 말이야.”
[무라칸, 약속대로 보상을 줘야겠군요. 이거 받아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춘화집입니다.]르엣이 챙겨온 춘화집을 내밀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후후…… 아주 보람차군. 그래, 르엣. 너라면 이런 물건을 구해올 줄 알았다. 이렇게까지 시뻘건 표지는 본 적이 없어. 틀림없이 엄청난 물건일 테지.”
[그럼 두 분, 다음에 뵙겠습니다.]이내 두 사람을 태운 붉은 부엉이가 공간 도약에 들어섰고, 무라칸은 잔뜩 기대감에 차 춘화집을 펼쳤다.
“……아아악! 이게 뭐야. 르엣, 이 자식!”
춘화집엔 굉장히 성의 없는 그림체로 온통 헐벗은 남자들이 그려져 있었으며…… 맨 뒷장에 적힌 작자의 이름은, 르엣 히스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