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874)
제 888화
218화. 쓰러뜨리면 더 강한 놈이 오는 구조(4)
갑작스레 형성된 새로운 대균열을 마주하고 있는 건 메리와 토나 형제들뿐만이 아니었다.
슈체론 왕국, 오켄 사막.
이곳에선 투벤과 헤이진, 그리고 가문의 집행기사들이 대균열을 빠져나온 두 명의 대장군과 오만에 육박하는 마족 병력을 상대하고 있었다.
“설마 흑해 이후 이토록 거친 전장을 벌써 만나 볼 줄은 몰랐군. 과연 가주께서 괜히 우릴 복귀시킨 게 아니었어.”
“지원을 요청한 게 자존심이 상하긴 하는군.”
새로운 대균열은 투벤, 헤이진 일행이 기존 대균열의 병력을 절반쯤 없애자마자 형성이 되었다.
대장군 한 명과 이만 정도의 마족을 죽여 확실히 승기를 잡자마자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들며 대균열의 충격파가 번진 것이다.
“누가 올 것 같나? 투벤.”
“그야 뭐… 3기수 아닐까? 조금 전에 통신을 들어 보니 1기수는 조금 지친 것 같더군. 대장군 한 놈을 몇 분 만에 죽였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
룬티아도 첫 번째 임무 지역에서 대균열을 제거하느라 형제성을 사용하긴 했으나, 당연히 루나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치지 않은 상태였다.
“난 왠지 좀 더 친숙하고 반가운 사람이 올 것 같군.”
헤이진이 그렇게 말한 순간 새로 형성된 대균열 속에서 진마계의 대장군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바로 하나 남은 기존 대장군의 옆에 서며 전장을 바라보았다.
“허, 라가르가 죽었어?”
“저 인간들이 죽인 거냐? 하날로프.”
방금 균열을 빠져나온 대장군 둘, 바르고 칼라가와 림던 그로쉬에가 말했다.
그들은 각각 방금 루나가 죽인 플렉 칼라가와 사키엘 그로쉬에의 혈족이었다.
하날로프가 고개를 끄덕이자 림던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저 두 놈에 대해선 딱히 들은 정보가 없는데. 아, 얼마 전 복귀했다는 시론 룬칸델의 기사들인가?”
“정체가 무엇이든 라가르를 죽였으니 우습게 볼 놈들이 아니다. 긴장 놓지 말고 제대로 상대해 주자고.”
그사이 대균열에서 소환된 진마계의 성채가 오켄 사막을 뒤덮기 시작했다.
룬칸델의 기사들은 솟구치는 건물을 피하며 진형을 새로이 다졌다.
이번 전이를 위해, 진마계는 일부러 내륙에 뿌린 균열들에 대장군과 그에 준하는 마족들을 다수 포진시켰다.
해상은 굳이 대장군을 보내지 않아도 어지간하면 쉽게 점령할 수 있으나, 내륙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곳 오켄 사막은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대장군을 동시에 투입한 지역이었다.
오켄 사막을 필두로 내륙에 자리를 잡고 거점을 늘려가려는 게 진마계의 목적인 것이다.
해상엔 이미 최대 주둔지를 만들어둔 상태니 말이다.
“검을 섞기 전에 이름이라도 듣고 싶구나, 인간 지휘관들. 말하라, 그대들은 인세에서 무엇이라 불리는가?”
세 명의 대장군 중 가장 위계가 높은 림던이 앞으로 나섰다. 성채와 함께 소환된 마족들이 벌써 기사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검은 투구.”
“검은 투구? 뭐, 붙잡혀서 형벌을 주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을 괜히 물어서 무안만 샀군. 쳐라!”
림던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시 오만이 된 마족들이 일제히 돌격하며 검기와 마법과 포를 쏘았다.
“룬칸델, 돌파한다!”
“알겠습니다!”
투벤과 헤이진을 필두로 기사들이 돌파 대형을 이루며 포효를 내질렀다.
룬칸델의 전체 전력은 전대 흑기사 두 사람과 집행기사 오백.
병력 차이는 정확히 백 배였으나, 그들은 전혀 위축되는 기색 없이, 오히려 궁지에 몰린 적들을 도륙하려는 듯이 쇄도했다.
마족들 역시 광기에 찬 채 주저하지 않고 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투벤과 헤이진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선두에서 마족이 십수 명씩 육편으로 변했고, 집행기사들은 양옆과 후방으로 몰려드는 마족들에게 쉴 새 없이 검을 휘둘렀다.
마치 자줏빛 강물이 몰아치는 것 같았다.
단지 표현이 아니라, 기사들이 벤 마족의 살점과 피가 벌써 강처럼 흐르고 있었다.
“과연, 라가르를 죽일 만했군. 아랫것들이 놈들의 체력을 적당히 빼놓으면, 그때 한 번에 덮친다.”
하지만 림던의 계획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보오오오옹-!]이번에도 하늘에 백색 차원문이 열리며 모트가 모습을 드러낸 까닭이었다.
모트엔 네 사람이 탑승한 상태였다.
시리스 엔도르마, 제드 룬칸델, 바네사 올슨.
그리고 헤도.
시리스를 제외한 세 사람은 곧장 지상으로 뛰어내리며 검을 휘둘렀고, 그 충격에 잠시 전장 전체에 지진이 일었다.
시리스는 이번에도 곧바로 다른 지역을 위해 다시 모트와 함께 이계 설원으로 들어갔다.
“다들 괜찮나?”
제드가 유성우를 펼치며 말했다.
홀로 흑해를 뚫어가며 얻은 초인의 유성이, 폭죽처럼 마족들을 터뜨리는 모습이 이어졌다.
“호오, 헤이진 말대로 정말 좀 더 반가운 사람들이 왔군.”
“내가 젊을 적 때때로 그 삭막한 흑해에서 우리의 즐거움이 되곤 했던 길고양이를 데려왔다, 친구들.”
바네사가 말했다.
길고양이.
젊은 시절 헤도가 흑해에서 방황할 때, 시론과 흑기사들은 정말 그를 그렇게 인식했었다.
사납고 귀찮지만, 어쩌다 한 번씩 함께 시간을 보낼 때면 잠시 흑해의 황폐함을 잊을 수 있는.
“……이보시오, 바네사, 정말 나를 계속 길고양이라 부를 것이오?”
“자네가 바멀 연합의 참모총장이 되었어도, 우리 기억 속엔 언제나 귀여운 길고양이일 뿐이네. 그 인식이 바뀔 날은 없을 테니 기대하지 말게.”
“허허, 이것 참.”
“오, 이게 누구야. 길고양이 헤도 아닌가!”
“여전히 귀엽고 반갑군그래.”
방금까지 귀신같던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투벤과 헤이진은 킬킬거리며 헤도를 바라보았다.
헤도도 길고양이라고 불리는 건 조금 부담스럽지만, 마침내 젊은 시절의 은인들을 돕는 순간이 왔다는 사실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흑해에서 시론과 기사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헤도는 죽을 때까지 인도에 오르지 못한 채 짐승으로서 삶을 마감했을 것이다.
목숨보다 소중한 산드라 지플을 만나지도 못했을 것이고.
“투벤, 헤이진. 경들은 지친 것 같으니 이제부터는 적당히 보조나 하시오.”
“길고양이가 사람 말을 하는데, 들어줘야겠지.”
“아, 좀.”
갑작스레 등장한 세 사람이 단숨에 전장의 분위기를 바꾸자, 진마계의 대장군들은 언짢은 기색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저 하날로프라는 놈은 우리가 마저 마무리를 하겠다. 자네들은 새로 등장한 두 놈만 맡게.”
대장군들의 입장에선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히는 상황이었으나, 그들의 실력을 몰라볼 수는 없었다.
제드의 유성우는 벌써 천 단위의 마족을 도륙하는 중이고, 바네사 쪽을 덮친 마족들은 그녀의 검무에 흔적도 남지 않고 쓸려나갔다.
헤도의 거력에서 퍼진 검도는 순식간에 대장군들에게 향하는 길을 만들고 있었다.
해일처럼 쏟아진 검도가 대장군들의 보호막을 두들겨댔다.
연합 최고의 초인들이 다섯이나 모였으니, 오만에 달하는 일반 병력은 사실상 큰 의미를 가질 수 없었다.
최소 장군급 마족은 되어야 이들의 싸움에 유의미한 보탬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병력 사이에 장군들이 하나씩 섞여 있기는 했으니, 그건 제드가 한꺼번에 맡기로 하였다.
하날로프는 투벤과 헤이진이, 바르고와 림던은 각각 바네사와 헤도가.
새로운 전투 구도가 형성되었다.
대장군들은 플렉과 달리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오켄 사막을 점령하는 건 이번 대전이의 최대 목적이니 말이다.
“우리 모두는 흑해에서 이미 네놈들보다 더한 것들과 수도 없이 목숨을 걸고 싸워 승리해 온 몸이다. 그러니, 진다고 하여 너무 억울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 * *
다시 해상, 진마계의 최대 주둔지.
사키엘은 수정구로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애써 덤덤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슈체론에 이어, 오켄 사막 쪽조차 이렇게 밀리게 되었다는 말인가. 변수가 많을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진과 무라칸에겐 수정구가 보이지 않으나, 그들은 카시미르로부터 통신 장치로 모든 상황을 전달받았다.
완승.
첫 번째 대전이의 결과는 이미 완승이나 다름이 없었다. ‘추가 대균열’이라는 진마계 비장의 수가 대부분 박살 나고 있으니까.
모든 전장에서 승리를 거둔 건 아니었다. 제국과 휴페스터의 일부 지역은 진마계의 전이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실시간으로 추가되는 모든 균열을 다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다만 주요 지역은 빠짐없이 지켜냈고 민간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으니, 빼앗긴 땅들은 전쟁을 치르며 차차 되찾아야 했다.
“자, 이만하면 서로 상황 파악은 다 된 것 같군. 사키엘, 아직도 파엘리토를 불러올 생각이 없다면. 나는 마지막으로 너희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고 돌아갈 생각이다.”
“제안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혹은 마지막 경고라고도 할 수 있겠지. 그 내용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진마계는 지금이라도 모든 균열을 철수하고, 너희 땅으로 돌아가 이전과 같은 삶을 누려라.”
“……이토록 작은 승리에 너무 많이 취하셨군요. 거절하겠습니다.”
“뭐, 나도 기대하지 않고 그냥 해 본 말이야. 네놈들이 지금 그냥 물러간다 할지라도, 언제 또 인세를 위협할지 모르니 후세를 위해서라도 불안의 싹을 남겨 둬선 안 되겠지. 그런데 말이야, 네놈은 우리 둘이 꽤 부담스러운 모양이야?”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이상하잖아. 너희 입장에서 바멀 연합은 적이고, 지금 그 수장과 수호룡이 알아서 적진 한복판을 찾아 줬는데. 자꾸 그냥 돌아가라고만 하는군. 같은 상황에서 나였다면, 어떻게든 끝장을 보려고 했을 텐데 말이야.”
사키엘이 긴장하며 진을 노려보았다. 진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가기 전에 선물을 하나 줄 테니, 한번 잘 감당해 봐. 무라칸!”
진이 이름을 부르자, 별안간 무라칸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호박색 눈동자가 불처럼 타오르며 등에 한 쌍의 날개가 더 돋아나고 있었다.
테마르의 일곱 번째에서 가짜와 옛 진실을 통해 확인한 무라칸의 본모습, 각성 상태였다.
사키엘은 분명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도 돌연 시야가 꺼지는 기괴한 감각을 느꼈다.
흑룡 궁극기
진眞 암흑도래
테마르의 일곱 번째 무덤에서, 무라칸은 단지 자신의 기억만 되찾은 게 아니다. 오랜 시간 잊고 있던 궁극기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키엘과 주둔지의 마족들은, 지하에 인공 태양이 없던 시절만큼이나 끔찍한 어둠을 마주하며 몸서리를 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