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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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무학관에 들어가다
……
내가, 몇 번이나 쓰러졌더라?
” 쿨럭.”
아, 그렇지. 벌써 아홉 번째였지.
지금은 아예 오기밖에 남지 않아서는, 온 몸이 피칠갑이 되어도 덤비고 있었다. 그러다가 일장을 맞고는 벌렁 드러누웠지.
나는 하늘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아무리, 아무리 싸워도 줄어들지 않는 차이.
하늘이 내려준 재능, 그리고 하늘에게서 버림받은 재능.
몇 번을 싸워도 당산을 이길 가능성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당산의 말이 들려왔다.
” 그만 포기해라. 결코 극복하지 못할 차이란 건 존재한다.”
순간 그 말을 인정할 뻔했다. 당산은 환골탈태한 고수도 아니다. 그저 엄청난 천재일 뿐이다. 그러나 그 재능의 차이는 40년 이상의 세월을 단숨에 메워버리고도 모자라서 나를 단번에 격패시켰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 아냐.”
” 뭐라고?”
” 그건 아냐.”
나는 이를 악물었다. 내 상태는 그야말로 너덜너덜해져서는, 이대로라면 내공까지 모조리 잃어버릴 위기였다. 하지만 다시 하루가 돌아올 때면 회복되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괘념치 않았다. 나는 손아귀가 찢어져서 시꺼먼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다시 검을 잡았다.
척.
” 나는, 절대로 틀리지 않았어.”
흔히들 말한다. 천재는 절대 이길 수가 없다고. 설령 십 년이 아니라 백 년이 지나더라도 이길 수가 없다고. 그리고 싸워보기도 전에 포기해 버린다.
하지만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상대를 천재라고만 말하는 것은 멍청이가 하는 짓이었다. 천재라고 말하는 건, 상대가 천재이기 때문에 져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변명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당산이 나를 보고 비웃었다.
” 설령 10년이 아니라 20년이 지나도, 너는 나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
” 그럴지도 모르지.”
나는 순순히 인정했다. 그리고 곧 말을 이었다.
” 하지만 30년이라면?”
” 그래도 힘들 것이다.”
” 하지만 100년이라면?”
” 글쎄.”
” 하지만…”
나는 전신에서 힘을 끌어모았다. 마지막 진원진기까지 쏟아서는 검에 혼이 맺혔다. 정신과 육체가 아예 홀황경에 빠져서 이제는 고통조차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온 힘을 다해서 외쳤다.
” 하지만, 1000년이라면!!”
” ……”
당산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의 눈에는 여지껏 볼 수 없었던 당혹감이 존재하고 있었다. 내가 그저 오기로 말을 꺼낸 게 아니란 사실을 알아챈 것이다. 나는 필생의 염원을 검에 불어넣으면서 천천히 걸어갔다.
문득 지금까지의 세월이 나뭇잎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것 하나하나는 얇고 하찮은 한 장 한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깊고 두껍고 두껍게
쌓이고,
쌓이고,
쌓여서…
” 간다.”
싹을 틔우고,
” 미친… 놈. 아직도 싸울 생각이냐.”
흙이 되어서,
” 난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어.”
마침내는 숲을 이룬다.
그 순간, 내 검이 마치 빛살처럼 퍼져나갔다. 그것은 지금까지는 전혀 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 아홉 번의 패배 동안에 무언가 요령이 생겼는지, 내 검강은 마치 빛무리처럼 하얗게 반짝이며 강기의 그물 사이를 흘렀다.
당산은 크게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그도 그럴것이 방금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호신강기를 뚫어버릴 뻔 했기 때문이다. 나는 고통을 애써 참으면서 웃었다.
검은 내 마음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유운검법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순히 강해지고자 하는 집착만으로는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가 없었다.
나는 자유로워지고자 나 자신을 속박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검에 품은 마음은 진정한 하늘의 구름이 되어서 퍼져나갔다. 단지 형태만을 얻고 있던 유운검법이 진정한 위력을 얻어서 세상에 발현되기 시작했다. 이것이야말로, 종남파 시조인 검귀 곽일산이 그토록 갈구하던 진정한 검정중원이었다.
어떻게 검으로 중원을 제패할 수 있는가.
그것은 한 없이 자유롭고 드높은 구름이 되어서 군림천하(君臨天下) 하는 것이다.
멸혼망강과 파천벽강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어떤 고수도 막거나 피할 수 없었던 절대적인 수법이었다. 하지만 이미 검에 맺힌 망설임을 떨쳐버리고 또 다른 경지로 향한 내게 있어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구름, 일어날지니.
” 뭐?!”
그 빠름은 뇌전과 같고, 그 도도함은 바다와 같다.
그 순간 검강이 씻은듯이 사라지고, 오직 검에 혼이 맺혀서 휘둘러졌다. 그것은 초식도 아무것도 아닌 단순한 휘두름 같았지만, 종남파 모든 검학의 정수가 맺혀 있었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노력은 마침내 종남파의 절세비학을 부활시킨 것이다.
강환으로 만들어진 파천벽강이 쩌억하고 갈렸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의 내게는 무엇이든지 가능할 것 같았다. 나는 그대로 구름을 피워내면서 이 싸움을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파바바밧…
파천벽강이 사라지고도 그의 호신강기는 건재했다. 하지만 호신강기조차도 마음을 실어서 기극에 이르는 일검을 막아내기에는 벅차다. 당산은 즉시 권을 뻗어내어서 막으려 했지만, 유운검법에 존재하는 일천 구백가지 변화를 인간의 힘으로 막아내는 건 절대로 불가능하다.
” 크아아아악…!!”
당산은 비명을 내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혼신의 힘을 다한 일격이었는데도 중상을 입었을 뿐 아직까지 죽은 게 아니었다. 나는 더 이상 한계라고 느끼면서 당산에게 다가갔다.
” 내가, 이겼다.”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정신을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