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21
0021 / 0343 ———————————————-
합숙훈련
윤준호는 화산파의 제자였다. 뜻밖에도 그는 이야기를 하는 중에, 스스로가 검향지경에 들어있다고 했다. 자하신공과 화산파의 검법이 지극한 경지에 오르면 검법에서 향기가 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화과민증에 걸려있는 바람에, 그는 전혀 무공을 펼치지 못했다. 나는 황당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윤준호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 와중에 그의 친구들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 그래서 비류연, 효룡, 장홍이란 녀석들이 네 체질개선을 위해서 생각을 짜낸 끝에…”
” … 예…”
윤준호는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확실히 그들이 내놓은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있겠지만, 너무 황당한 방법이었다. 보통 검의 경지를 올리기 위해서 수년이고 수십년이고 불철주야 수련을 하는데, 검향지경을 한단계 뛰어넘는 것으로 해결해 버리겠다니. 나는 그만 웃고 말았다.
” 푸핫! 정말 재밌는 놈들이네.”
” 그, 그런가요. 저는 전혀 재밌지 않은데…”
” 아니 좋은 거야.”
나는 문득 침울해져서 말했다.
” 그렇게라도 자신에 대해서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벌써 현실세계의 가족과 친구들을 다 까먹어버린 것 같다. 다시 보면 기억이 날지도 모르지만, 이미 너무 멀어져버린 것 같다. 반복되는 10배의 시간속에서 챗바퀴를 돌면서 오직 나 하나만을 믿고 살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사신단의 대결이 끝난 후에는 천검조의 합숙이 있었다. 이제 2학년에 올라가는 나였기에 그 합숙은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만 이상한 것은, 어째서 행선지가 아미산에서 무당산으로 바뀌었냐는 것이었다.
나는 윤준호를 만나서 물었다.
” 이봐, 어째서 아미산 대신에 무당산에 가는지 알고 있어?”
윤준호도 잘 모르겠는지 어리둥절해 하다가 대답했다.
” 글쎄요… 저도 잘…”
기이한 일이었지만, 아무튼 나는 한달 후에 무당산 합숙에 가기로 했다. 마침 무당산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었던 참이라 결정은 빨랐다. 한 달, 그러니까 앞으로 열 달 후를 기대하면서 나는 신나게 수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당산에 가게 되는 당일날,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 어째서 중양표국?!”
원래라면 다른 좋은 배를 타고 가도 되는데, 하필이면 표국의 표선에 얹혀서 타고가는 처지가 된 것이다. 나는 배멀미는 전혀 없는 편이었지만 아무튼 황당했다. 천무학관 관도들이 표국의 배를 타고 합숙훈련간다는 것은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일이기 떄문이다.
아무튼 뱃길은 꽤나 재밌을 것 같았다. 처음 이틀동안, 즉 20일 동안은 질리도록 뱃길과 푸른 강물을 구경할 수 있었다.
이변이 생긴 것은 3일째였다.
스카아아아악!!
난데없이 강물이 피로 물들었다. 아무래도 물 밑에서 수적이나 마적들이 침범해 오려는 모양이었다. 중양표국의 담당자인 수장해가 명령을 내리고,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침입에 대비했다.
나 또한 검을 뽑아들고 생각했다.
‘ 무슨 일이지? 아무튼 열흘동안 차분하게 전모를 알아봐야겠군.’
풍덩! 풍덩!
그 때였다. 난데없이 천무학관의 기재들이 물 속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적들은 수공에 능한 게 뻔한데도 당연하다는 듯이 물로 뛰어드는 것이다. 나는 호기심에 그들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스걱
콰앙!
뜻밖에도 물속에 뛰어든 주작단원들은 마치 물고기라도 되는 마냥, 습격자들보다 더욱 익숙한 솜씨로 적들을 해치우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감탄했다. 마냥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니었던 것이다.
” 대단한데, 윤준호.”
윤준호도 얼떨결에 떨어졌는지, 물 속에서 한참 검법을 시전하면서 싸우고 있었다. 검향지경이란 말이 거짓이 아닌지 검은 매우 빠르고 정확했다. 나는 첫 날은 그렇게 수적들과 싸우는 모습을 주시했다.
둘째날 부터는 나도 물에 뛰어들어서 싸우기 시작했다. 주작단원들이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나는 물 속이라서 움직임이 생각보다 크게 제한되는 것을 느끼고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검기를 전개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 식으로 열흘 동안 계속해서 물속에서 싸우면서 수공법을 몸에 붙였다. 생각외로 귀중한 경험이었고, 마지막 날에는 제법 많이 처치할 수가 있었다. 나는 검에 묻은 피를 씻으며 생각했다.
‘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자들이다.’
절대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다. 싸우면서 그런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어차피 일검만에 해치우는 것은 변함이 없었지만 그들의 기세는 하루이틀 살기를 연마한 게 아니었다. 만약에 천무학관도들이 타지 않았다면 이 표선을 몰살시키고도 남을만한 전력이었다.
어떻게든 수적들의 공격을 막아낸 후, 우리는 육로로 향했다.
육로로 향하는 중에 무서우리만큼 황당한 일이 생긴 것은, 내가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순식간에 녹림 칠십이채의 채주 중 한명인 적웅채의 채주 막적이 비류연이란 자에게 제압당하고는,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 이야! 산적 주제에 칼 하나는 끝내주게 날카롭구만. 이 정도 예기라면 팔아도 꽤나 돈이 되겠는 걸!”
” 크으으으…. 어찌하다 이런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하늘이시여!”
황당하게도 비류연은 막적을 꿇려놓고 산적들을 대상으로 협박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황당했지만 너무 상황이 재밌어서 실실 웃으면서 보기 시작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이 궁금했다.
그 직후, 막적은 이쪽에 있는 게 천무주작단이란 사실에 한번 놀라고, 그리고 부채주까지 잡혀서 머리가 날아간 곰꼴이 되는 희극을 연출했다. 그들은 결국 중양표국의 수창해까지 애원을 한 결과, 주머니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서 주작단쪽에 건네주었다.
” 푸하하하핫.”
나는 설마 무림이라고 불리는 살벌하고 어두운 세계에서 이런 일을 보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는지라, 열흘동안 보고 계속 혼자서 낄낄거렸다. 다른 녀석들은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모양이지만 재밌는 건 재밌는거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천검조와 주작단은 무당산에 도착했다. 나는 두 달동안 꽤나 심심했지만 수련으로 그걸 달래기로 했다.
=======================================================================
어이없게도, 우리가 합숙 훈련소에 들어온 바로 다음날 습격이 다시 찾아왔다. 다들 난데없는 복면인들의 습격에 황당해 했지만 그럭저럭 적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첫 날의 습격을 가볍게 격퇴해내곤 생각했다.
‘ 남은 시간동안, 이 놈들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알아내야겠군.’
7, 8번의 시행착오 끝에 나는 이 습격자들이 시종일관 우리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어설프게 가까이 붙는 미행이 아니라 우리가 갈 방향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나는 열흘째, 적들이 쳐들어오는 장소로 남들 몰래 혼자서 쳐들어갔다. 왠지 지금까지는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 같았다.
이쪽의 실력이 월등한데도, 경험의 부족으로 인해서 약간 몰리고 있다. 그런데 난데없이 비류연이 나타나서 검기를 흩뿌려서 적들을 해치운다. 그리고 비류연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 나예린을 찾으러 간다고 했던가?’
나는 비류연이 나예린을 찾든 말든 알 바가 아니었다. 내게 중요한 것은 적들을 사전에 찾아내어서 이쪽의 희생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다. 아직까지 실력이 미숙한 녀석들의 경우에는 사지의 한쪽을 잃어버릴 중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나는 새벽부터 나가서는 적들이 경공으로 달려오고 있는 언덕 위에 우뚝 섰다. 수는 대충 세어봐도 일백여 명 가까웠다. 이 정도로 수가 많으니까 실력이 높아도 몰리는 게 당연하다. 그들은 나를 발견하고 당황했는지 외쳤다.
” 제길, 들켰다! 살(殺)!”
” 웃기지 마라.”
나는 검을 들면서 읊조렸다.
” 그건 내가 할 말이다.”
삼성무제 이후로 이 년도 넘게 수련했다. 그 시간동안 내 검기는 더욱 정밀하게 단련되어서 한치의 오차도 없었다. 이미 검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서 기세가 끊어지는 일이 없었다.
잠시 후 절세무쌍의 유운검법이 펼쳐졌다.
우우우웅
구름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당황한 듯 피하려고 했지만, 인간의 몸에서 나타난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변화가 사방 육 장을 쉴 새 없이 몰아쳤다. 그 검기의 폭풍 속에서 살아나는 것은 저들의 실력으로는 불가능했다.
후두두둑….
하늘에서 피의 비가 떨어진다. 유운검법의 일 초에 얼추 스무 명 정도는 죽인 것 같았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판타지 세계에서도 익숙한 일이었기 때문에 별반 죄책감은 없었다. 적들이 깜짝 놀라고 있을 때 나는 더욱 살기를 고취시켰다.
” 어차피 통각끊기를 배워서 죽을 때도 고통은 없겠지? 마음 편하게 죽어라!”
” 이, 이잇! 공격해라!”
그들은 조를 지어서 순식간에 공격해 왔다. 그들 하나하나가 일류고수에 근접해 있었지만 지금의 내게는 별로 대단한 녀석들이 아니다. 나는 그대로 심호흡을 하면서 검을 하늘로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