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36)
먼치킨 길들이기 136화
결국 보다 못한 울프만이 원로들을 막아섰다.
“이 마법사들이 연구에 미쳐서는…… 자자, 다들 진정하시게. 죽고 싶지 않으면…….”
그는 에이얀을 흘깃 바라보며 뒷말은 아주 자그맣게 읊조렸다.
연구귀들의 시선이 에이얀을 잠깐 향하자, 그가 예쁘게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내보였다.
저 미친놈이 키네미아를 위해 어떤 짓까지 할 수 있는지, 그들은 지난 마탑에서의 라이브쇼를 통해 익히 알고 있던 바였다.
“큼, 크흠.”
원로들이 하나둘씩 자리에 앉았다. 울프만은 그들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 주었고, 마침내 모두가 다시 자리에 앉자 원로 하나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대공께서 가능하신 범위가 어디까지입니까? 연구 때문이 아니라-”
연구 때문이 아니라 말하면서 에이얀을 흘긋 바라본 후에 말을 이었다.
“-결계를 진정으로 깰 수 있는 힘일지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도 그렇습니다. 정녕 학구적 호기심이 아니라 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물어보는 것이지요.”
그들은 제 순수함을 증명하기 위해 혀가 길어졌다.
이에 대신 답한 것은 에이얀이었다.
“지난번에도 최상급 대형 마법을 파훼했으니 충분할 겁니다.”
“아아- 지난번에도…….”
연구귀들은 자세히 듣고 싶으나 그럴 수 없는 사실이 안타까웠는지 말꼬리를 늘렸다. 하지만 에이얀은 그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할 마음이 없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키네미아가 힘을 선보인 이후로는 어떠한 반대도 없이 회의는 자연스럽게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울프만은 일단 결계를 깨기 위해서 접근할 방법과 그 이후에 마탑에서는 어떤 식으로 진군할지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그들은 지도를 보며 전진로를 파악하고 현 상황에 제일 타당한 쪽으로 의견을 맞추었다.
그렇게 회의가 마무리 지어질 때쯤이었다.
“대공, 내가 리온으로 가면 어떤가? 마법사 하나 들이고 싶지 않으신가?”
머리를 하나로 땋아 옆으로 내린 원로 하나가 몰래 다가와서는 키네미아에게 제안했다.
원로급 마법사가 영지에 오겠다니! 군침이 도는 제안에 키네미아가 눈을 빛내자 이를 알아챈 상대가 자신의 연구 성과를 읊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은 누군가에 의해 금방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알렉스. 리온의 마법사는 나 하나로 충분하니 넘보지 마시게.”
지도를 짚어 가며 마무리를 하던 울프만이었다.
그러나 이에 반응한 것은 원로가 아니었다.
“리온의 마법사는 저 하나로 충분합니다, 스승님.”
다름 아닌 에이얀이었다.
“스승님께서는 탑을 돌보시느라 공사다망하지 않으십니까.”
스승님께서는 마탑에나 처박혀 계시라면서, 예쁘게 웃은 에이얀이 그를 떨구어 내려 했다.
울프만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이제 나도 늙었다. 모든 일이 마무리되면 탑주 자리는 이양하고 리온에서 쉬면서 연구나 할 셈이야.”
“……!”
에이얀이 심각한 얼굴로 주먹을 쥐었다.
그는 리카샤였다. 울프만의 말은 에이얀을 대신 마탑에 말뚝 박게 하고, 자신은 키네미아와 행복한 노후를 보내겠다는 뜻이었다.
에이얀이 서늘하게 미소 지었다. 그렇게 둘까 보냐.
“리카샤는 새로 구하고 가셔야 할 텐데요. 저는 앞으로 대공비 수업을 받을 예정이라서요, 스승님.”
“……!”
이번에 평정을 잃은 것은 울프만이었다. 울프만이 부들부들 떨었다.
“대공비이?! 대공비이이이?! 내 말하지 않았느냐! 내 눈에 흙이 들어올 때까지 절대 허락하지 않아!”
제 원대한 진로를 방해받은 에이얀이 마력을 끌어 올렸다.
“결국 흙을 보려 하십니까? 스승님.”
울프만도 옳다구나 이를 갈며 힘을 모았다.
“오냐. 오늘에야말로 끝을 보자꾸나.”
각자의 마력이 회의실을 가득 채웠다. 둘의 대전이 다시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원로 중 하나가 어찌 저렇게 유치한 싸움을 하느냐 중얼거리며 혀를 찼다.
키네미아는 이미 혼이 빨린 눈으로 둘을 응시하고 있었다.
왜지. 왜 부끄러움은 나만의 몫이지?
원로들 중에는 말릴 이가 없는 터라 그렇게 에이얀과 울프만의 격전이 벌어지려던 찰나였다.
“마릴르트르의 지팡이 가져왔습니다! 어라?”
울프만의 명에 따라 마릴르트르의 지팡이를 찾으러 갔던 주디스가 심상치 않은 공기가 흐르는 회의실을 두리번거렸다.
“분위기가 왜 이러죠? 설마, 사령이라도 들이닥친 건가요?”
그녀가 멀뚱멀뚱하게 서서 눈치를 보자 키네미아가 손을 들었다.
“여기, 나한테 줘!”
“아, 예.”
주디스가 뽀르르 달려가 키네미아에게 지팡이를 건넸다.
“이게 지팡이?”
키네미아가 제 손에 올려진 이쑤시개를 보며 이게 정말 지팡이냐는 물음이 담긴 눈빛을 보냈다.
이에 주디스가 코를 쓱 닦았다.
“휴대성이 나빠서 기계부에서 개조를 좀 했죠. 이래 봬도 틀림없는 마릴르트르의 지팡이입니다.”
“아하.”
키네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릴르트르의 지팡이.
시전자의 마력을 숨길 수 있는 힘이 담긴 아티팩트였다.
결계까지 말을 타고 일주일은 족히 걸리기에 마법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미 한 차례의 공격으로 대비하고 있을 왕국에 자신들이 왔다는 걸 알려 줄 필요는 없었다.
키네미아는 이쑤시개- 아니, 마릴르트르의 지팡이를 에이얀의 로브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에이얀의 후드를 잡아당겨 제자리에 앉혔다.
“에이얀, 할아버지께 버릇없이 군 거 사과드려.”
“죄송합니다, 스승님.”
“나 보지 말고.”
에이얀이 키네미아에게 향했던 얼굴을 다시 울프만을 향해 돌렸다.
“죄송합니다.”
“크흠- 흠, 그래.”
다소 영혼 없는 사과였다만, 마찬가지로 키네미아의 눈치를 보던 울프만은 두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모두가 착석하자 키네미아가 웃으며 지도를 짚었다.
“자, 그럼 이어서 진행할까요?”
에이얀과 울프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순식간에 어수선함이 정리되자 원로들이 키네미아를 향해 에어 박수를 보냈다. 역시 저들을 움직이려면 키네미아가 최선의 방법인 듯했다.
* * *
혜민원 회의실의 상석에 앉은 키네미아를 둘러싸고 쉔 티엔과 로우, 에이얀이 자리를 잡았다.
그간 있었던 일들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키네미아는 이야기를 모두 끝낸 후 그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듯 침묵했고, 어느새 다가온 륜이 키네미아의 무릎에 앉았다.
우진은 륜이 도움이 될 테니 꼭 데리고 다니라 당부했다. 언제 어떻게 써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쫄래쫄래 따라다니는 모양새가 귀여워서 제법 정이 가던 참이었다.
잠자코 듣기만 하던 쉔 티엔은 연초를 쭉 빨아 당기고는 연기를 후, 불었다.
팔짱을 끼고 있던 에이얀이 키네미아 앞으로 연기가 가지 않게 그에게 다시 날려 보내자, 쉔 티엔이 콜록콜록, 기침했다.
저러다 된통 당할 줄 알았다는 듯 로우는 설레설레 고개를 내저었다.
“콜록, 그러니까 종합해 보자면 네 힘만이 저 흉한 것의 결계를 부술 수 있단 말이지?”
“맞아요.”
“그 힘으로 시련의 탑에서도 돌아올 수 있었던 거고.”
“네.”
키네미아가 단호하게 답하자 쉔 티엔이 그런 거였군, 하면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서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아요. 에이얀과 함께라면 결계 바로 앞까지 단숨에 도착할 수 있겠지만 이후에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니…….”
돌연 쉔 티엔이 벌컥 소리를 높였다.
“지금 둘이서만 간다는 말이냐?!”
“네, 인원이 많으면 준비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고, 그러면 그쪽에서 대비할 시간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황제 측에서는 인원을 더 붙여 주겠다고 했지만, 마탑과의 회의를 거쳐 큰 병력이 오히려 짐일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렇지만-”
에이얀이 좀 더 말을 보태려는 그들을 향해 심드렁하게 이야기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일은 더 어려워져. 저건 제물을 먹고 성장하거든.”
“제물이라면……?”
“모든 인간의 생명.”
짧게 일축한 에이얀이 테이블 위를 톡 두드렸다. 그러자 테이블 위 영상구에서 대륙 이곳저곳에서 희생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연이어 재생되었다.
참혹한 모습을 차마 볼 수 없던 로우가 고개를 돌렸다.
에이얀이 다시 테이블을 두드리자 화면이 꺼졌다.
“귀찮은 짐을 늘려서 되레 제물만 바치게 되는 꼴도 우습지. 아무튼, 결계만 깨면 성을 부수는 건 어렵지 않아.”
별것 아닌 일인 것처럼 말하는 에이얀에게서는 그의 힘에 비례하는 오만함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에이얀의 이런 판단을 섣부르다 탓할 수 있는 이들은 이 방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간 신물이 나게 느끼지 않았던가.
쉔 티엔은 세상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 어린 소년, 소녀 둘을 가만히 응시했다.
“귀한 약을 달일 때에는 꼭 셋이 필요하다. 하나는 약을 달이고 하나는 일을 도우며, 하나는 이를 지켜봐야 하지.”
쉔 티엔이 팔을 쭉 펼치고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몸을 풀었다.
“혜민원은 내가 없어도 충분하니 지켜보는 자는 내가 맡도록 해야겠군.”
뒤이어 로우가 손을 들었다.
“출발은 언제입니까?”
“에잇! 너까지 가면 넷이잖아!”
“아닙니다.”
검지를 좌우로 흔든 로우가 제 길드원들을 가리켰다.
“다들 바로 출발 가능합니다.”
길드원들이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