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12)
EP.13) 양은 자유를 꿈꾸는가? # 1
013 – 양은 자유를 꿈꾸는가? # 1
어딘가에서 들어본 적이 있다.
남자들은, 생명의 위기를 느낄 때 종의 번식을 위해 사정하고 만다고.
그걸 들었을 때 나는 남자란 어찌도 이렇게나 불쌍한 생물인가 생각했다.
종을 위해서 살다가, 죽을 때도 종을 위해 죽는다니.
그것을 지금 내가 절실히 실감하는 중이다.
“멈추지 마. 멈추면, 벌을 줄 거니까.”
사정감이 차오르는 내게 아이라가 단호히 말했다.
이대로 있다간 그녀의 손 안에 며칠을 참아낸 내 정액들이 울컥 쏟아질 것이 분명한데.
여왕의 손에 사정하는 종자라니.
분명 어마어마한 중죄가 확실하다.
성욕에 정신을 잃고 암호랑이의 우리 안으로 숨어들어간 하룻강아지의 목숨이 어떻게 될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으니까.
사정을 하면 사형.
그런 생명의 위기감이 내 심장을 서늘하게 만지자, 아이러니하게도 생명의 위협을 느낀 내 육신은 더욱 사정감을 고조시킨다.
뇌가 튀겨지고, 미쳐버릴 것만 같은 쾌감이었다.
“그래, 그렇게 계속 움직여. 멈추면 안 돼.”
“그…, 알겠습니다.”
나는 기왕 이렇게 된 것, 아이라가 만족할 만큼 성대한 사정을 해주리라 마음먹었다.
그녀를 정말 겁탈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상체는 더욱 앞으로 숙이고 허리의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망할 년.
저 셔츠를 위로 치켜들고 가슴에 얼굴을 묻고 싶다.
입술을 빨고 싶어.
지걱, 찔걱-. 찔걱-.
젖은 손바닥이 매끄럽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나의 물건을 더욱 서서히 감싸 쥐었다. 여성의 신체가 내 좆을 감싸는 그 감각-.
그것을 못 참은 나는 결국 “으윽-.”하는 짧은 단말마와 함께 울컥울컥 내 뜨거운 불만들을 아이라의 손에 싸버리고 만다.
뷰륫, 뷰륫, 뷰륫-.
며칠간 참아왔던 정액이 움찔움찔 경련하는 내 좆으로부터 뿜어지는 감각이 생생했다.
그것은 아이라의 손을 적시고, 더 나아가서 그녀의 배나 가슴에 묻기까지 해버린다.
아이라는 그때서야 나의 물건을 스르륵 풀어주었다.
“이게 남자의 정액…?”
자신의 손에 진득하게 달라붙은 정액을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바라본 아이라는, 그것이 무척 신기한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리저리 살펴봤다.
“뜨거워, 찐득찐득해. 이상한 느낌.”
킁킁-하고 내 정액의 냄새를 맡는 여왕에 나는 머리털이 쭈뼛 곤두서는 것만 같앗다.
“묘한 꽃냄새가 나. 님프들의 머리칼이나 타액 같은 것은, 꽤 진귀한 마법도구의 재료가 된다던데….”
“제가, 닦을 수건을 드리도록 할 테니 잠시-.”
“괜찮아. 클린-.”
딱-.
아이라가 손가락을 튕기자 아이라의 몸에 묻어 있었던 이물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것은 내가 알기로 3위계의 마법 클린(Clean). 염동력을 응용한 기술이라고 하는데, 원리는 모른다.
이 마법 덕분에 사실 아이라는 몸을 씻거나 할 필요가 없었다.
아이라의 몸에 묻은 얼룩과 결과는 마법으로 깔끔하게 지워졌지만. 행동의 과정은 아직 내 마음 속에 생생히 남아있는 상태였다.
나는 아이라의 손바닥에 정액을 쌌다.
개처럼.
어딘가 몹시도 부끄럽고, 인간으로서 패배한 기분이 들었다.
분하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감정들에서 눈을 돌릴 겸, 좀 더 현실적인 계산을 시작했다.
이번 일이 불러올 파급은 어떻게 될까?
만약, 남들에게 이 일이 알려진다면?
물론 아이라가 이러한 일을 남들에게 떠벌릴 것 같진 않지만.
나는 혹시 모르니 단단히 주의를 일러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 아이라 님-. 현명하고 지혜로우신 아이라 님이시라면 알고 계시겠지만 오늘 있었던 일은, 모두에게 알려지지 않게 비밀로 하심이 좋겠습니다.”
“어째서?”
“아무래도, 저 같이 비천한 몸과 어울리신다는 소문이 난다면-. 향후 혼삿길에 문제가 생기실지도 모르고-.”
“태오, 내가 그 얘기는 하지 말라고 했지?”
혼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아이라는 정말 성질이 난 것처럼 화를 버럭 냈다.
“혼례에 대한 것은 내가 알아서 결정해.”
“…죄송합니다.”
역시 결혼 얘기는 까탈스럽구만.
소설 에피소드를 뒤트는 방법 하나가 이렇게 멀어진다. 역시 아이라는 딱히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나는 결혼 같은 거 안 해. 그러니까, 카심, 그 개자식한테도, 그만 편지 보내라고 해. 그놈은 이제 이름만 들어도 구역질이 나니까.”
“명심하겠습니다.”
카심이라는 말에 내 머릿속에 갈색 피부의 남성이 떠올랐다 스쳐지나간다.
녀석은 이웃의 약소국 투르키의 왕자로 몇 년 째 아이라를 향해 구애중인 석유부자 같은 놈이다. 아이라의 결혼상대로 점 쳐지는 놈이기도 하고.
물론 제국이라 불릴 정도로 강대했던 앙그마르와 약소국 투르키의 국력차이는 미국과 소말리아 수준으로 어마어마하지만.
그럼에도 카심 녀석이 아이라에게 배짱있는 구애를 할 자신이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본인의 마법 소양이 있기 때문이다.
카심은 무려 5위계에 달해서 ‘위대한’이라는 칭호가 붙을 만한 마법사니까.
높은 수준의 마법사는 높은 수준의 마법사와 결혼을 해야만 한다-그것이 이 세상의 규칙이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위험한 일이 벌어진다고.
나름대로 유서 깊은 왕족이라는 혈통. 마법소양.
아이라에게는 여러모로 카심 만한 결혼 적격상대가 없다. 물론, 아이라는 질색인 듯하지만.
“그 녀석만 한 위선자를 본 적이 없어. 정말로, 구역질 나.”
질색이 아니라 증오하는 수준이구나.
이 이상 이것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괜히 나의 사망 플래그를 꽂는 것 같아서 나는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여러 일이 있었지만, 나와 아이라는 다시금 뽀송뽀송한 이불에 같이 눕게 됐다.
아이라는 마치 나를 거대한 곰인형처럼 끌어안고 잘 준비를 끝마쳤다. 내 얼굴에 닿는 그녀의 가슴이 무척이나 말랑말랑하고 따뜻하다.
손으로 만져보고 싶지만, 그런 미친 짓을 할 만큼 주의력이 떨어지진 않았다.
“태오, 오늘 너에 대해 조금은 더 안 것 같아.”
아이라가 나를 향해 친근감을 표시해왔다.
나도 오늘 아이라에 대해 조금 더 알아냈다.
몸을 핥게 하고, 대딸을 쳐주고.
이러한 정황들로 볼 때 아이라가 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것도 확실하지만. 아니, 아이라의 감정은 그것과 조금 달랐다.
그녀는 나를 일종의 펫으로 여기고 있다.
그렇다.
내가 개다람쥐 컹컹이를 펫으로 보는 것처럼, 아이라는 나를 펫으로 여긴다.
동급의 인간이 아닌 펫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에 알몸을 보여도 부끄럽지 않고, 그것보다 더욱 야릇한 일을 해도 수치를 느끼지 않는다.
거기에는 남녀 간의 애정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애초에, 마음의 저울이 고장 난 아이라가 자신 이외의 사람을 사랑할 수 있기는 할까?
그녀에게는 언제나 자기 자신의 추가 제일 무거운데 말이다.
“태오, 잠들기 전에, 하고 싶은 말 있어?”
그때 아이라가 나를 향해 말을 걸어왔다.
내가 나름대로 남자의 자존심을 포기하며 시원한 사정을 거쳤던 것이 아이라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사실 이렇게 되기를 반쯤 노리고 있긴 했다.
기분 좋게 잠들기 전.
그나마 아이라의 태도와 마음이 열려있을 때.
나는 그녀를 향해 며칠 아니, 몇 달 전부터 참고 또 생각해왔던 말을 꺼내야겠다고 결심했다. 지금이 아니면 답이 없다.
용사가 출몰하기 직전인 지금이 적기.
도박수를 배팅할 때다.
“저-.”
차례가 왔다.
“무엇이든 말해 봐.”
“궁정 정원사의 일을 그만두겠습니다.”
─올인.
* * *
어느 순간부터 내 생각은 이렇게 귀결 됐다.
이 세상이 정말 소설과 같다면.
소설 속 스토리에 절대 휘둘려선 안 된다-라고.
나 태오 가스펠은 결국 처형을 앞두고 있는 캐릭터. 그리고 아이라 또한 마찬가지.
이대로 소설 속 에피소드들만 기억하고 뒤따라갔다간 결국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단두대를 맞이하게 될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무슨 행동을 해야만 하느냐.
그것은 간단하다.
소설 속의 간신배 ‘태오 가스펠’이 절대 하지 않았을 만한 행동을 하면 된다. 그리고 그것의 결론이 바로 이것이다.
내가 가진 것을 일부 내려놓는 것.
탐욕스러운 간신배 태오라면, 절대 이런 일은 하지 않았겠지.
“…뭐라고?”
실제로 아이라는 내 이야기를 믿을 수 없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스르륵-. 그녀가 나의 몸을 끌어안은 채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태오, 지금 뭐라고 했어?”
되물어오는 그 질문에, 나는 이번에 더 확실하게 나의 의지를 담아 이야기했다.
“저, 태오 가스펠. 이제 궁정 정원사 직을 내려놓겠습니다.”
“…….”
슥-.
아이라가 나를 자신의 몸에서 떨어트린다. 그 결과, 우리는 침대에 마주앉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게 됐다.
아이라의 표정은 밋밋하다. 무슨 감정을 느끼는 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밋밋하다가 이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태오. 궁정에서의 일을 그만 두겠다니. 그게 뭘 의미 하는지 알고는 있니?”
“잘 압니다.”
“궁정의 일을 그만두고, 뭘 하려고?”
“그걸 이제-.”
내가 내 뜻을 설명하려고 할 때-. 아이라가 반 박자 더 빠르게 내 이야기를 가로 막는다.
“설마, 엘가 그 녀석한테 돌아가려고 하는 거야? 리오네스 가문 말이야. 엘가와 네가 뒤에서 가끔 만나 대화를 나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고오오오-.
아이라의 머리칼이 쭈뼛 곤두섰다. 동시에 내 집의 모든 것이 덜컹덜컹 뒤흔들린다.
책장에 잘 꽂혀져 있던 책들이 바닥을 뒹굴고, 찻잔과 접시 그릇 따위가 바닥을 뒹굴며 요란스레 파편으로 깨져버린다.
그리고 마침내 아이라의 입에서 그 말이 나왔다.
“그 녀석이 널 꼬드긴거지? 그 녀석이 널 꼬드겨서, 반란이라도 일으키라고 했어? 리오네스 가문은 예전부터 불만이 많았으니까.”
이건 위험한 방향이다.
“그래, 어쩌면. 어쩌면 내 언니 오빠들을 죽인 것도 리오네스 놈들일지 몰라. 비겁한 놈들-.”
아이라가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는 리오네스 가문과 적대적으로 돌아선다면, 제 아무리 아이라라고 하더라도 치명적인 손해를 보게 된다.
그리고 아이라가 아무리 강력한 마법사라고 해도, 엘가 역시 그와 버금갈 정도로 강한 기사.
둘이 맞붙으면 결국 아이라는 부상을 면치 못할 것이고. 그때를 기다리고 있을 하이에나들이 그걸 놓칠 리가 없을 터다.
그러나 아이라가 이렇게 반응할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예상범위 내다.
“엘가 리오네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입니다. 감히 여왕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건데, 이것은 제 스스로 벌인 독단의 결정입니다.”
“네 스스로? 태오, 태오 가스펠. 그래, 네 스스로 결정을 내렸다고 치자. 네가 나 없이 뭘 할 수 있는데?”
“그건-.”
“네가, 나 없이 뭘 할 수 있는데-?”
아니, 나도 말 좀 하자, 시발.
“고아 출신의 노예가. 너는 나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걸 아직도 몰라?”
아이라는 거의 반쯤 미쳐있었다.
왕족의 막내딸로 태어나, 평생 갖고 싶은 것을 다 지니고 살다가 마침내 왕위까지 얻은 그녀.
그녀에게 있어서 세상은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놓인 진열대였을 것이다.
무엇이든 원하는 것은 자신의 손에 움켜쥐어야 적성이 풀렸겠지.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이 손에서 빠져나가려는 경험은 그녀에게 있어서도 생소했을 것이다.
아니, 가족들을 연달아 잃었으니 그리 생소하지만은 않을지도….
“태오.”
아이라의 눈동자는 죽은 사람처럼 점점 생기를 잃어갔다. 오로지 입술만이 날카로운 언어를 가시처럼 뿜어낸다.
“내가 널 얼마나 아껴줬는데. 그런 네가 감히 내 호의를 이런 식으로 배신해? 너는 나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온갖 못 볼 것을 봐왔던 나라고 해도 좀 가슴 아팠다.
“나는 여왕이야! 절대자! 그 누구도, 내 허락 없이는 내 곁을 못 떠나! 가족이라도, 너라고 해도!”
결국 나는 아이라의 노예였던 것이구나.
물론 진심은 아니리라 믿고 싶다.
얘는 지금 자기가 무슨 말 하는 지도 모를 걸.
파칭, 쨍그랑-.
그녀의 노성에 마침내 창문이 견디질 못하고 깨져버린다.
결계를 그어놓은 고급 유리였는데, 코끼리가 밟아도 부서지지 않을 그걸 목소리만으로 깨트려버리다니.
나는 내가 누굴 상대하고 있는 건지 다시금 새삼스럽게 느끼게 됐다.
빌런 사냥꾼을 가장 괴롭혔던 최악의 적수, 마녀왕 아이라.
나는 그런 그녀를 용사의 힘도 동료들의 도움도 없이 오롯이 홀로 물리쳐야만 한다.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까.
아이라가 내 이야기를 듣자마자 내 목을 몸통에서 뽑아내지 않은 것만 해도 일단 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슬슬 올인 했던 내 패를 하나씩 뒤집기로 했다.
“궁정 일을 그만둔다고 해도, 딱 1년 만입니다.”
“뭐-?”
“1년만, 딱 1년의 시간만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제가 누군지도 모르고. 이것저것 배워보고 싶은 것도 많으니까요.”
“…….”
“아이라 님을 위해, 더 훌륭한 쓰임새를 갈고닦을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저는, 아이라 님 말씀대로 쓸모없는 노예였으니까요.”
내게서 진심을 느낀 것인지 뱀처럼 곤두섰던 아이라의 머리칼이 스스스-하고 어깨까지 가라앉는다.
“…그럴 필요 없어. 태오, 나는 널 한 번도 쓸모없다고 생각한 적 없어-. 너는 언제나 내 도움이 됐어.”
이것 봐라.
방금 노예주제에 어쩌구 저쩌구 하지 않았나. 앞뒤가 안 맞잖아.
그런데 이해는 한다.
아이라는 지금 제 정신이 아니다.
그녀가 왕궁에서 유일하게 의지하고 있는 내가 자신의 품을 떠나가려고 하니, 그걸 어떻게해서든 막고 싶은 거다.
마음에 없는 소리로 비난을 해서라도.
아이라는 서투르니까.
“그러니까-.”
그냥 서툴고 망가진 여자애니까.
그래서 나는, 지난 1년간, 그녀를 옆에서 보아왔던 태오로서가 아닌.
인간 대 인간.
이성음과 아이라로서 그녀를 향해 처음으로 내 진심을 말하기로 했다.
“같이 가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