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141)
EP.142) 협공 # 2
142 – 협공 # 2
“제가 방금 무슨 말을 했죠?”
미르나는 자신이 말해놓고도 스스로 놀란 것처럼 내게 물어왔다.
그래서 나 역시 방금 내가 들었던 놀라운 이야기를 미르나에게 대신 말해줬다.
“미르나 님께서 제게 집착을 하게 된다고 그러셨는데요.”
“제가 왜 그런 말을 하게 됐죠?”
“…….”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내가 어떻게 대답해 줘.
한 가지 내가 확실하게 알아차린 게 있다면 미르나의 상태가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 이상으로 불안정하다는 것 정도.
심리적으로 많이 궁지에 몰려 있나?
평소의 미르나 드레이코라면 말하지 않았을 이야기나 하지 않았을 행동들을 반복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 이유 중에는 몇 주 전 그날 밀실에서 있었던 관계가 아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미르나는 “후….”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미르나가 나를 만나고서 한숨을 내쉰 것이 몇 번이더라. 한 다섯 번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미르나는 마침내 생각을 정리한 것처럼 말했다.
“저도 알아요. 여성으로서 남성을 통제하려 하거나 멋대로 다루려는 게 얼마나 제멋대로이고 옳지 못한 행동인지.”
“그런가요?”
“남성들은 지고지순하고 명랑한 여성을 좋아하겠죠. 나르미처럼요. 나르미는 동화 속에서 튀어 나온 것 같은 아가씨니까.”
전부터 느꼈던 것이지만 미르나는 자신의 쌍둥이 여동생인 나르미에 대해 선망에 가까운 질투심을 갖고 있는 듯했다.
자신에게 없는 타인의 장점을 부러워하는 것은 사람으로서 당연하게 품는 감정이다. 때로는 그것을 원동력으로 하여금 발전할 수도 있게 될 수도 있으니.
하지만 미르나처럼 좌절감에 감싸이는 경우에는 위로와 제지가 필요하리라.
내가 말했다.
“저는 미르나 님을 봤을 때도 이야기 속에서 나온 아가씨 같다고 생각했는데요.”
“제가요?”
“네. 고고하고 프라이드 높고, 자신감 넘치고 책임감 넘치는 모습이 멋졌으니까요.”
“흐응.”
미르나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칭찬이 조금 과했나.
내가 말해놓고도 약간 아차 싶은 감이 있었다.
아이라나 엘가는 과하게 칭찬해줄수록 무척 기뻐하는 사람이었던지라 미르나도 응당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닌 모양이다.
“흐응…, 또 다른 인상은 어땠나요?”
미르나의 추가적인 요구에 나는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여줬다.
외모가 신비롭다거나 말투가 고상하다 같은 이야기를 해주자 미르나가 제법 기분이 좋은 것처럼 “후후-.”하고 웃는다.
“제법 사람 보는 눈이 있군요, 태오 가스펠.”
역시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 모양이구나.
미르나도 자신이 할 말이 있다는 것처럼 말했다.
“저도 당신을 처음 봤을 때, 사실 신기한 기분이 들기는 했어요. 어디선가 만나본 적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그렇습니까?”
“그래요. 그리고 몇 번 만나보지 않았지만 마치 여러 번 만났던 사람처럼 익숙한 기분도 들었어요. 그때도 그랬어요. 그때-.”
“그때라면 언제를 말씀하시는 거죠?”
“그때가 언제냐면. 그때가….”
그때라는 말을 우물쭈물하는 미르나.
붙들고 있는 손을 놓지 않고 침착하게 시간을 기다리고 있자 미르나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던 망설임을 물러내기라도 한 것처럼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때, 꽃이 핀 정원에서 태오 가스펠, 당신이 제게 입을 맞췄을 때 말이에요.”
“아, 그때요. 그때는 죄송했습니다. 제가 멋대로 입을 맞춰서 아가씨께서 굉장히 화를 내셨었죠.”
“그래요. 그래도,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이미 한 번 해봤던 것처럼 친근한 기분도 들고…그랬었어요.”
“…….”
그야 미르나 너보다 여동생인 나르미 쪽에 먼저 입을 맞춰 봤으니 그렇지.
다만 그런 걸 알 리 없는 미르나는 “제가 너무 부끄러운 이야기를 했네요.”라고 혼자 부끄러움을 탔다.
입을 맞추고, 스킨십을 하고 하는 것을 아직 ‘부끄러운 것’이라고 인식하는 모양이다. 평소 당당한 모습을 보이다 이런 때에 수줍음을 보이니 귀여운 것도 같다.
나는 장난기를 담아 짓궂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럼 그때는 어떠셨나요?”
“그때라면?”
“밀실에 갇혔을 때. 미르나 님과 제가 부부가 되었을 때 말이에요.”
“…왜, 왜 그런 걸 물어보는 거죠…!?”
미르나는 빽 소리를 쳤다. 2층에 아무도 없었기에 다행이지 누군가 있었다면 분명 우리를 쳐다보며 수군거렸을 법한 크기였다.
미르나 또한 그것을 눈치 챘는지 작은 목소리로 침착하게 다시 묻는다.
“어째서 그런 걸 물어보시는 거죠?”
“그야 궁금하니까요. 저는 매우 좋았거든요. 미르나 님과 말 그대로 하나가 된 기분이 들어서. 미르나 님도 저와 같으셨으면 좋겠네요.”
“…….”
미르나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저 내 시선을 외면하듯 병풍 쪽으로 고개를 돌릴 뿐.
그런 미르나의 은발 머리칼 사이로 빠져나온 귀는 몹시도 빨갛게 달아올라서 입술로 물어보고 싶게 생겼다.
물론 그러지는 않았다.
멋대로 자신의 몸에 손을 댔다간 미르나는 정말 불같이 화를 낼 테니까 말이다.
* * *
미르나와의 카페 데이트는 가볍게 서로 손을 잡는 것으로 끝이었다.
내 마음 같아서는 그 이상 이것저것 하고 싶었지만, 미르나의 가드가 생각보다 단단해서 그것을 벗겨내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이미 한 번 관계를 가진 사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단단함이 그녀의 내면에 있다.
그 단단함을 어떻게든 풀어헤치도록 만들지 않으면 드레이코 가문에 대한 완전한 공략은 영영 멀어지겠지.
쉽지가 않구만.
나는 어려운 공략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내 옆에서 누워있던 누군가가 스르륵 몸을 일으켰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은은한 달빛에 비춰지는 매끄러운 몸매가 무척 눈부시다.
“왜 그렇게 한숨이야? 재수 떨어지게.”
엘가는 내게 퉁명스럽게 물은 뒤에 자신의 머리칼을 뒤로 슥슥 묶었다. 덕분에 그녀의 뽀얀 가슴이나 새하얀 겨드랑이가 드러난다.
그것을 바라보며 나는 그냥 “아무것도 아닙니다.”라고 적당히 두루뭉술하게 말을 흐렸다.
만약 엘가에게 “미르나 님의 공략이 잘 안됩니다.”라고 말하면 그야말로 턱주가리를 얻어맞을지도 몰랐으니까.
“시시하기는.”
엘가는 흥미를 잃은 것처럼 침대에 다시 몸을 눕혔다.
“아.”
그러다가 무언가 생각난 게 있는 것처럼 이불을 몸에 둘둘 두르고 일어나서, 내 방에 놓인 냉장고를 열어본다.
덜컥, 기이익.
내 침대고 내 방인데 자신의 것처럼 멋대로 이용한다니.
“마실 거 없어?”
“거기 물 말고는 없어요.”
“내가 맥주 사서 몇 개 넣어놔야겠네. 아니면 네가 좀 사 놔. 알았어?”
꿀꺽꿀꺽하고 물을 쭉 들이켠 엘가. 방금 있었던 격렬한 체력 소모로 목이 말랐던 모양이다. 문득 나도 목이 말라졌다.
“제 몫도 좀 남겨주세요.”
“응? 이미 다 마셨는데?”
“…….”
“일찍 말했어야지, 멍청아.”
얄밉구만.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엘가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녀의 몸에 돌돌 말려 있는 이불을 그대로 빼앗은 뒤에 엘가를 벽으로 들이밀었다.
“야, 물 다 마셔서 화났어?”
“…….”
“물 같은 거, 내가 사다주면…으아읏….”
“옆방에 들리면 안 되니까. 이거 물고 계세요. 여기 방음 잘 안 되거든요.”
“으읍-.”
근처에 잡히는 게 엘가의 속옷이었다. 나는 엘가의 속옷을 그녀의 입에 물린 뒤에 그대로 물건을 뒤에서 밀어 넣었다.
찌걱.
방금 침대에서 한 차례 사정을 끝냈지만 내 물건은 아직 아플 정도로 딱딱해서 부드러운 엘가의 몸을 쉽게 파고 들었다.
쯔북, 쯔븃.
“느흐, 흐읏.”
허리를 움직일수록 벽에 몸을 기대고 있던 엘가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나는 바닥에 엎드린 엘가를 그대로 뒤에서 박아대며 그 잘록한 허리나 매끄러운 등을 감상했다.
출렁, 출렁.
가장 신기한 것은 등 뒤에서도 살짝살짝 보이는 가슴이었다.
벌써 몇 번이고 보는 광경이지만 사람의 가슴이 이렇게 크고 말랑말랑하고 모양이 예쁠 수가 있나 신기하다.
그리고 이런 몸매 좋은 여성과 내가 나의 방에서 이런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동시에 ‘여성을 내가 지배하고 있다-’라는 묘한 지배욕 같은 것도 충족 되서 무척 기분이 좋았다. 사정은 이제 물어볼 것도 없이 질내사정.
꿀렁, 꿀렁.
“으읏.”
엘가는 바닥에 깔린 이불을 잡아당기며 경련했다.
허리와 엉덩이가 바르르 떨리고 질내가 움찔거리는 걸 보면 아마 내 사정과 함께 절정에 달한 듯하다.
질걱, 주르륵.
물건을 엉덩이 사이에서 빼내자 그녀의 벌름 벌어진 질구에서 내 하얀 정액들이 흘러내렸다. 몹시도 야릇해서 만족스러운 장면이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복감이 느껴진다.
“기분 좋았나요? 저는 좋았어요.”
나는 엘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물었다. 그럼 엘가는 언제나처럼 “몰라, 멍청아.”라고 퉁명스럽게 답하겠지.
“모, 몰라 멍청아. 흐으으. 변태 새끼….”
봐.
요즘 엘가와는 이런 식이다.
둘이서 있다 보면 결국 이렇게 무아지경의 섹스로 흘러가는 느낌. 엘가의 몸은 무척 기분이 좋고 야하게 생겨서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는 까닭이다.
직업 ‘호색한’의 경험치가 올라가는 것을 보며 문득 청춘의 커플들이란 다 이런 걸까 싶었다.
서로 이렇게, 불 속으로 뛰어드는 나방처럼 정신없이 달라붙는 걸까. 그런데 왜 미르나와는 그게 잘 되지 않을까.
“야, 너 왜 그리 죽상이야?”
그때 빈 물병을 들여다보고 있던 엘가가 나를 향해 말을 걸어왔다. 침대에 걸터앉은 내 표정이 우울해보였던 모양이다.
나는 엘가를 향해 물었다.
“엘가 님은 절 좋아하나요?”
“이제 와서 무슨 개 같은 소리야? 죽을래!?”
엘가는 정말 화가 난 것처럼 으르릉거렸다. 정말 화가 났던 건지 빈 물병으로 내 머리를 후려치기까지 했다.
빡.
“히에엑…!”
소리가 컸지만 빈 물병이라 사실 그리 아프진 않았다.
엄살을 피우면 엘가가 화를 풀기 때문에 한 번 비명질러보긴 했는데, 이번에 엘가는 화가 풀리지 않은 것처럼 씩씩거렸다.
“내가 널 안 좋아 했으면. 너랑 이런 일 하겠어!? 진짜 짜증나는 소리 할래?”
화가 많이났구만.
나는 항변하듯 말했다.
“그렇지만, 저는 엘가님에게서 절 좋아 한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그러자 엘가의 기색도 조금은 누그러졌다.
“…그걸 꼭 들어야지 아냐? 말 안 해도, 서로 오가는 교감 같은 게 있을 거 아냐.”
얼굴을 붉히며 우물쭈물하는 엘가. 엘가는 내게 좋아한다, 사랑한다 그런 말을 하는 게 무척이나 부끄러운 듯하다.
“…내가 너 싫어하거나 했으면 여기 와 있겠어? 바보도 그 정도는 알겠다.”
수줍은 고백에 나도 어쩐지 몹시 부끄러워지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오는 말이 있으면 가는 말도 있어야 하는 법.
“저도 엘가 님이 좋아요.”
“갑자기 뭐라는 거야…!”
━컹컹…!
개다람쥐 컹컹이가 열심히 쳇바퀴를 굴리는 모습을 보던 엘가는 내 말에 화악 머리칼을 곤두세웠다.
“계속 헛소리 할 거면, 그냥 나 먼저 씻는다…!”
곧 나의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는지 샤워실로 휙 들어가 버린다.
촤르르르.
서로 샤워를 하고 난 후에 깨끗이 갈아낸 이불 위에 눕자 졸음이 몰려왔다.
오늘 하루도 많은 일이 있었지.
그런 생각을 할 때 엘가가 나의 품 사이로 얼굴을 부비적거리며 밀고 들어온다.
“야.”
“네?”
“너 무슨 고민 있지. 자꾸 내가 옆에 있는데 생각에 잠기잖아.”
“…….”
감이 좋구만.
이게 여자로서의 감이라는 건가?
“미르나 그년 때문이야?”
“…….”
엘가의 직감은 거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굉장했다.
“내가 옆에 있는데. 괘씸해 죽겠네.”
그대로 나의 옆구리를 콱 무는 엘가. 제법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나올 것 같았다. 그러나 엘가는 이내 스르륵 옆구리를 놓아주었다.
“보아하니, 미르나 걔랑 잘 뭐 안 되는 모양인가 봐?”
내게 물어오는 모양새가 퍽 쌤통이라는 듯한 태도였다. 실제로 엘가의 말처럼 미르나와의 관계가 잘 진전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엘가의 앞에서 내색할 수는 없지 않나 싶다.
그냥 혼자 여러모로 궁리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엘가가 알아차릴 정도로 표가 났던 모양이다.
“솔직하게 말해. 미르나 걔 때문이지?”
“…….”
나는 하렘과 가부장제의 제왕으로서 위엄을 지키기 위해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답했다.
“미르나 님과는 잘 되고 있습니다. 미르나 님 때문에 생각에 잠긴 게 아니에요.”
“흐응, 그래? 잘 안 되는 것 같으면 내가 도와주려고 했는데. 뭐, 잘 되고 있다면야 굳이 내가 도와줄 필요도 없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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