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245)
EP.246)속의 새 # 1
246 – 새장 속의 새 # 1
거대한 악의(惡意)의 마왕 솔로몬.
세계의 규칙에까지 손을 뻗을 수 있을 정도로 강대했던 10위계의 대마법사.
누구도 막지 못할 줄 알았던 솔로몬의 진격은 예상 외로 고전을 겪어야만 했다.
모든 세계가 거대한 적을 앞두고 하나의 파도처럼 똘똘 뭉쳐 저항한 탓에 마왕의 계략은 붕괴되고 파훼되었다고.
당시의 상황에 대해 요승 바사고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하지만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오합지졸. 반목만을 반복해오던 자들이 한데 뭉쳐봤자 내분이 일어나기 십상이라 생각했으니까요.
바사고의 예측은 합리적이었다.
비록 궁여지책의 기지를 발휘해 검은 군대를 일시적으로 막아내긴 했으나. 급조해낸 꾀라는 것은 허겁지겁 지은 오두막처럼 가벼운 바람에도 쓰러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마왕군의 예상과 다르게 한 번 지어진 오두막은 쉽게 무너지질 않았다. 어느덧 거대한 네 개의 기둥이 지붕 자체를 두껍게 떠받들고 있었으니까.
네 기둥.
먼 훗날 사람들은 그들을 위대한 용사 혹은 영웅이라 부르며 칭송했다.
오팔 폰 벨호크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자유로운 오팔.
지금은 장벽 북쪽에 위치한 마왕 솔로몬의 성을 찾아간 용사파티의 요정 검사. 그의 칼끝은 흐르는 물처럼 미려하게 적들의 머리를 베었다나.
당시 마왕의 심복이었던 발란 교수는 그를 이렇게 평가했다.
━도살자 오팔. 유명한 녀석이었죠. 녀석이 전장에 나선 것만으로 마왕군의 사기가 떠, 떨어졌어요. 저도 며, 몇 번이나 죽을 뻔 했고….
발란은 아직 그때의 공포가 잊혀 지지 않은 것처럼 몸을 떨었다.
━그, 그렇지만 놈은 결국 죽었고. 저는 살아 있으니. 살아남은 저, 발란 드 사브르나크의 승리가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지.
근데 더 이상 맞는 말이 아니게 되었다.
“…오팔은 살아 있어.”
스텔라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에 시야가 잠깐 아득하게 접혔다. 감았던 눈을 뜬 나는 그녀로부터 자초지종을 자세히 들었다.
“영웅이라 불린 자들의 최후가 다들 좋지 못했던 건 알고 있을 거야.”
“그랬던가요?”
들어본 적 있는 것 같다.
솔로몬을 갈기갈기 찢은 네 명의 영웅들의 대부분은 말년에 병이나 사고를 겪으며 좋지 못한 최후를 맞이했다지. 몇몇은 그것을 저주라 했다.
그들을 향한 마왕의 저주가 결국 영웅들을 삼켜 비극으로 물들였다고 봐도 좋다고. 물론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만.
“오팔 역시 마찬가지였어. 전쟁에서 무리하게 몸을 혹사시킨 그의 수명은, 장수종인 엘프답지 않게 한계에 달해 있었고…. 그의 목숨을 늘리기 위해 가문에서 일을 벌린 거야.”
“그래서 마왕의 보물이었던 그, 사자의 서라는 것에 손을 댄 것이로군요.”
“그래. 모든 과정은 비밀리에 진행되었고. 덕분에 벨호크 가문은 앙그마르 국내의 문제에 대해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어. 모두의 눈을 피해야만 했으니까.”
확실히.
마왕의 대주술로 인간을 부활시킨다는 사실이 세상이 퍼져나갔다면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을 것이다. 특히 생과 사에 민감한 드레이코 가문이 가만히 있질 않았겠지.
과연.
원작의 벨호크 가문이 비중이 없다 싶을 정도로 조용하고 얌전했던 것은,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행적을 은폐했기 때문이구나.
「침착한 상황 판단!
재능 《침착한 사고》에 의해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모든 직업 경험치 + 5」
침착한 사고가 발동한 나는 차갑게 이어지는 이성에 힘입어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가 있었다.
“그래서, 지금의 벨호크 가문을 지배하고 있는 사람은 죽었다 공표된 오팔이고. 스텔라 교수님께서는 모종의 이유로 망나니인 척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로군요?”
“그래. 예전의 오팔과 되살아난 지금의 오팔은 아주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좋아. 자세한 설명은 어렵지만…. 지금의 오팔은 내가 친형제라 해도 봐주는 게 없을 거야.”
“대강 이해는 했습니다.”
이해했다.
이야기를 괜히 들었다는 걸.
스텔라는 척 봐도 매우 귀찮고 복잡한 일에 얽혀서 고생을 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상 나도 더 이상 연관 없다고는 말 못하겠지.
“기왕 이렇게 된 것, 태오 군. 나를 좀 도와주지 않을래? 이미 이 비밀을 안 이상 태오 군의 안위 또한 안전하다고 할 수 없어.”
스텔라의 의견은 타당했다.
죽은 줄 알았던 대영웅이 모종의 이유로 부활하여 가문을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니.
되살아난 오팔이 어떠한 생각을 꾸미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친 여동생인 스텔라가 이렇게 쩔쩔 맬 정도면 분명 좋은 일이 벌어지진 않을 게 분명했다.
“또 날 도와주면, 이런 우스꽝스러운 데릴 사위 계약이랑 상관없이 75만 골드. 그냥 줄 수도 있어. 그리고 네가 궁금해 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답해줄게.”
오.
“매우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긴 한데요. 어떻게, 오팔을 몰아낼 계획이라도 짜두신 게 있긴 합니까?”
“아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 하지만, 방법은 있어. 오팔은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은 채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지내거든. 기회를 봐서 그를 몰래 쓰러트리면 돼.”
“쓰러트린다는 건, 물리적으로?”
“그래. 교단의 가르침에 이런 말이 있잖아. 재에서 재로. 흙은 흙으로. 생명은 죽어 흙으로 돌아가야 해. 지금 오팔의 상태는….”
스텔라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입술에 쉿-하고 검지를 대 보였다.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를 만큼 나는 멍청하질 않았다.
또각, 또각.
바깥에서 울리는 구두굽 소리는 이 싸구려 여관과 명백히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으니까.
누군가가 똑똑-문을 두드렸다.
━아가씨, 모시러 왔습니다.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지 싶었다가, 순간 머릿속으로 번개가 스치는 것처럼 하나의 사고가 번뜩였다.
감시받고 있었나?
이제 보니 이해가 좀 된다.
스텔라 벨호크는 자유롭게 망나니처럼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녀는 마치 유폐되고 유배된 사람들이 그러한 것처럼 철저한 감시와 통제 속에 살아가고 있었던 거다.
하늘을 날고 있는 줄 알았더니 새장 속의 새였구만.
감시자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는 허송세월을 보내는 사람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겠지. 그녀가 오팔에 대해 품고 있는 반감이 들통 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스륵.
스텔라는 작은 쪽지를 하나 건네주고는 먼저 방을 나섰다.
* * *
「태오 군, 조만간 연락을 해 줄게. 가능하다면 믿을 만한 아군을 모아.」
스텔라가 건넨 쪽지에는 위와 같이 적혀 있었다. 립스틱으로 급하게 썼기 때문에 뭉개진 글자를 알아보는 게 꽤 시간이 걸렸다.
기숙사로 돌아온 나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접고 일단 한 숨 자기로 했다. 지난밤에 잠을 잘 못자기도 했었고 정신적으로 피로하기도 했으니까.
그렇게 한참 침대에 누워 자고 있을 때.
달각, 달각.
━컹컹!
내가 키우는 개다람쥐 컹컹이가 유리벽을 손으로 긁으며 짖어댔다. 밥은 충분히 줬는데 왜 그러나 싶어서 천천히 눈을 떴을 때.
똑똑.
누군가 내 방 문을 두드렸다.
누구지?
긴장감이 엄습한다. 왜냐하면 오늘 막 벨호크 가문이 품고 있는 금기스러운 비밀에 대해 듣고 온몸이니까.
어쩌면 문을 열었을 때 복면을 쓴 요정 도적들이 ─너, 알아버렸구나. 라고 거대한 단검을 휘둘러 올지 모르는 일.
━태오 경, 있나요?
그러다가 내가 긴장을 풀은 것은 뒤에서 들려오는 밝은 목소리가 제법 익숙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미르나 아가씨로구만.
벌컥, 기이익.
문을 열자 붉은 빵모자를 쓴 여성이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 빨간 눈동자에 잠깐 빠져버린 것처럼 말을 않고 있으려니 그녀가 먼저 말했다.
“태오 경, 그 사실이 진짜인가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나르미 아가씨, 언니 분인 척 하는 건 그만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아니, 어떻게 알았어?”
나르미는 내가 자신을 알아본 것에 깜짝 놀란 것처럼 파르르 떨었다. 곧 주머니에서 달 모양의 귀걸이를 꺼내 귓불에 달아 장식한다.
이제야 좀 나르미 같구만.
내가 말했다.
“둘 사이의 그 미묘한 분위기 같은 게 달라요. 저는 구분할 수 있거든요.”
“그래? 우리 아빠 말고는 우리를 구분 하는 사람은 처음 봐. 엄청 신기하네.”
“일단 안으로 들어오세요. 복도는 덥잖아요.”
나는 나르미 드레이코를 방 안으로 들인 후에 냉장고에서 시원한 레몬에이드를 하나 꺼냈다.
무더운 날씨에 내 방까지 오려면 꽤 더위로 힘이 들었겠지. 그럴 때 시원하고 상큼한 것을 먹으면 힘이 날 게 분명할 터.
━컹컹!
그런데 나르미는 레몬에이드를 받아 마시기보다는 유리상자 안에 있는 컹컹이를 꺼내어 손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만져 댔다.
“언제 봐도 신기하지만, 이렇게 사람 손 잘 따르는 개다람쥐는 처음 본다니까? 대체 어떻게 훈련을 시킨 거야?”
━컹!
“훈련이라고 할 게 있었나 싶은데요.”
처음부터 똑똑한 애였으니까. 나는 가끔 먹이를 줬을 뿐.
“혹시 컹컹이를 보러 오셨나요?”
“아니. 사실은 태오, 네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거든. 어제 스텔라 교수랑 같이 식사했다며? 다 들었어! 엄청 비싼 고급 레스토랑에서 스텔라 교수랑 단 둘이 만났다고 그러던데?”
“…….”
어디서 들은 거지.
예상하건데 가게에 있었던 손님들 중 누군가가 소문을 낸 모양이었다. 이미 알게 된 사실을 거짓말할 수도 없고 사실대로 인정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렇습니다.”
“태오, 완전 바람둥이구나…!”
“…….”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구만. 그러나 나르미의 오해는 풀어주는 게 좋을 듯했다. 그래서 나는 남녀 간의 만남보다는 공적이고 업무적인 만남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비무제의 예산을 변통하는 것 때문에 만난 거에요.”
“진짜 그것뿐이야?”
“조금 더 이야기가 있긴 한데. 나르미 아가씨께서 오해하시는 거랑은 조금 거리가 있을 겁니다.”
“흐응…. 그런가. 사실 나도 그럴 거라고는 생각했어. 우리 언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서 완전 노발대발이었지만 말이야. 히히.”
“미르나 아가씨가요?”
“그래! 아마 자세히 얘기해주는 게 좋을 거야.”
그때 하암-하고 나르미는 커다랗게 하품을 했다. 그러다가 자신의 입을 부채로 가린 후에 “방금 그건 못본 걸로 해…!”라며 부끄러워한다.
“졸리신 모양이시네요.”
“응, 어제 밤에 아크 바깥에서 업무를 보는데. 누가 마차를 전부 빌려가서 여기저기 직접 걸어다녀야만 했거든. 졸리다.”
“그럼 침대를 빌려드릴 테니 좀 주무세요.”
“그래!”
거절하는 법이 없구만.
내 방은 얼음 꽃이 시원하게 온도를 조절해서 낮잠 자기에는 정말 좋았다.
마침내 나르미는 침대의 얇은 여름용 이불 속으로 파고 들어가 잠에 빠졌는데. 그녀가 잠들어 있는 걸 확인하기 위해 얼굴을 살펴보는 사이에 그 루비 같은 눈동자가 번뜩 뜨인다.
“태오 경, 그게 진짜인가요?”
깜짝 놀랐네.
나르미랑 바꾼 건가? 아마 나르미는 내면세계 깊은 곳으로 잠들었고, 이제 그 언니인 미르나가 깨어난 것이겠지.
덕분에 나는 방금까지 나르미에게 했던 해명을 미르나에게 똑같이 반복해주어야만 했다. 이야기를 전부 들은 미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업무적인 이야기로군요. 하지만 제게 숨긴 이야기가 더 있는 것 같은데…?”
“그건 계약에 따라 비밀….”
이야기를 끝맺으려던 나의 입술이 잠깐 멈춘다.
오팔이 살아있다는 것을 미르나나, 아이라, 엘가와 같은 다른 가문의 여성들에게 알리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오팔은 마왕을 직접 상대했었던 대영웅.
그런 그를 스텔라 혼자 혹은 나와 함께 협공을 해서 상대한다고 해도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될 꼴은 확실한 일. 스텔라 교수도 믿을 만한 아군을 모으라 했었지 않나?
그래서 나는 넌지시 미르나를 떠보기로 했다.
“솔로몬을 쓰러트린 건 네 명의 영웅이었다죠?”
“그렇죠. 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 꺼내는 거죠?”
미르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처럼 가느다란 눈을 떴지만 나는 해명하거나 설명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당시 드레이코 가문의 가주는 유다스 드레이코였었죠? 강력한 용아병을 부리며 온갖 축귀술을 부리는 사람이었다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덕분에 검은 군대 사이에서는 처형자 유다스라 불리며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죠.”
미르나는 자신의 조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무척 자랑스러워보였다. 인류와 역사를 지키는 전쟁에 참여해 높은 공훈을 올린 전쟁영웅이니 자랑스러울 법도 하지.
“그렇다면 말입니다. 만약 그 유다스 드레이코와 싸워야 하는 경우가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하지만 만약 그래야만 한다면?”
내 물음에 미르나는 후후-웃었다.
“도망치는 게 제일 좋죠. 그들이 괜히 용사 중의 용사, 영웅 중의 영웅으로 불린 게 아니었으니까요. 역전의 역전으로 벼려진 창끝 같은 남자를 상대하려면 군대라도 끌고 가야겠죠.”
“역시 그렇군요.”
“태오 경이 이런 이야기를 함부로 꺼낼 리는 없고. 분명 무언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로군요? 벨호크 가문, 그리고 아마 오팔과 관련해서.”
미르나는 똑똑했다. 내가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것들로 추론하여 정답과 근접하게 도달한 것에는 나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혹시 통나무에 대해 물어본 것도 그 이유인가요?”
“아뇨, 그거랑은 상관이 없지만…. 만약 이야기를 듣게 되신다면 미르나 아가씨게서도 더 이상 발을 빼시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위험한 이야기에요.”
“이제와서 무슨 말을 하는 건가요? 태오 경과 저는 이미 한 배를 탄 몸이지 않나요? 문자적으로든, 아니든….”
촤락.
미르나는 부채를 펼치고 얼굴을 반쯤 가리며 부끄러워했다. 그렇지만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태도에는 나름 감동이 있었다.
미르나에게 정실 점수 10점을 더 줘야겠군.
머릿속으로 점수를 계산하며 내가 말했다.
“오팔 벨호크를 아십니까?”
“제가 모를 리가 없죠.”
“만약, 모종의 이유로 그가 아직 살아서 암약하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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