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356)
EP.357)# 2
357 – 주인공 # 2
앙그마르 여왕의 비무제.
출신 성분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명예와 부를 손에 넣을 수 있는 동화 같은 이야기.
첫 예선을 끝내고 본선 16강에 들기만 하더라도 범부라면 평생 놀고먹을 수 있을 만큼의 막대한 금화가 상금으로 주어진다고.
또 원한다면 여왕의 앙그마르 정예 근위대에 들어갈 수 있다고도 했다.
막대한 금화 그리고 명예.
단순히 그것만으로도 온 나라의 모험가들과 용병 및 은거한 용자들의 관심을 받기 충분했다. 세상 어디나 일확천금의 기회를 노리는 자들은 차고도 넘쳤으니까.
그러나.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든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겠지. 사실 부와 명예 같은 것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 이 비무제의 본론은 다른 곳에 있다.
와아─!!!
수많은 군중들의 환호 아래 위압되는 많은 참가자들. 물론 그들 중에는 자신만만한 얼굴의 용자들도 잔뜩 있었다.
고개를 들어 올린 용자들이 바라보는 것은 바로 저 관람석 높은 곳에 만들어진 특별한 객석이다. 이 나라에서 오직 한 명뿐인 지존자를 위한 왕좌.
그곳에 도도하게 다리를 꼬고 앉은 여성은 하얀 복장 때문인지 마치 절벽 위에 피어난 한 떨기 백합 같았다.
절세가인.
경국지색.
아이라 폰 타란테라.
그녀야 말로 이 수 많은 참가자들이 몰려든 비무제의 최대상품.
우승자는 그녀에게 도전하고 나라의 여왕인 그녀와 결혼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강대한 나라인 앙그마르의 왕좌와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여성을 손에 넣을 권리. 그 두 가지만으로 사람들은 꽃에 이끌리는 벌과 나비처럼 몰렸다.
지금 생각해보니 무척 동화 같은 이야기였다.
왜, 그런 이야기들 있었으니까. 공주를 웃긴 자에게 공주와 결혼하게 해주겠다-라는 이야기 같은 것. 아니면 공주의 불치병을 치료한 자에게 왕좌를 물려주겠다는 이야기.
어느 문화권이고 흔히 있는 이야기다.
지금도 그것과 비슷했다.
물론 공주가 아닌 여왕이고 그 여왕을 이기는 자에게 모든 걸 주겠다는 약속이지만. 마치 어린 아이들의 베갯머리에서 들려줄 수 있을 만큼 낭만적인 건 부정할 수가 없다.
━히오옹…!
그때 내 안의 거미가 마음을 따끔하게 물었다. 거미의 언어는 알 수 없었지만 아마 딴 생각 하지 말고 지금 순간에 집중하라는 뜻인 것 같았다.
네 말이 맞아, 바엘.
잠깐 관중들에게 압도되었을 뿐.
스르륵.
나는 마치 파도처럼 몰린 사람들로부터 눈을 돌렸다.
내 시야가 향하는 곳은 나와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참가자들이었다. 검과 창 혹 곤봉 등 다양한 물건으로 무장한 그들은 각기 다양한 얼굴과 자세로 이 자리에 임하고 있었다.
━흥, 시시한 놈들 투성이구만. 진지하게 할 필요도 없겠어. 다들, 마검사 안드로말리에 대한 이야기. 들어본 적 있겠지?
━몰라, 그런 시시한 이름. 그보다 저기 님프는 뭐야? 괜찮은 거야, 이거? 님프들은 싸움 약하잖아. 님프폭력 방지법인지 뭔지로 시비 붙는 건 싫은데.
━저 펀치노이는 그저 자신의 힘을 시험해 볼 뿐 입니닷…! 그리고 오늘, 이곳 어딘가에 분명 그 녀석이 있을 게 확실한 것입니닷…! 그때 내지 못했던 결착…. 내는 것입니닷…!
시끄럽고 번잡했으나 하나 같이 얼굴엔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
아름다운 여왕과 왕좌를 노리고 몰려온 세계각지의 도전자들이다. 이 동화 같은 상황의 주인공이 될 만큼 깊은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고. 실력도 뛰어나겠지.
━크르릉…!
그때 내 안의 종이거미 바엘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이 느껴졌다. 녀석의 나침반 끝이 향하고 있는 것은 수많은 참가자 무리다.
━크르릉…!
경계할 만한 놈들이 있다고? 이상한 놈들?
━히오옹….
“…….”
비록 많은 힘을 잃어 영락해버렸다고 하나 대주술 바엘의 감은 뛰어난 편이다.
드레이코 가문의 사찰 아래에 갇혀 있었던 고대의 용이 되살아났을 때 경계했던 것처럼. 바엘은 이 참가자들 무리의 누군가를 경계했다.
이 상황에서 그게 누군지 정확하게 판단하는 건 어려웠지만, 바엘이 경고를 해 올 정도면 나로서도 결코 긴장을 늦춰선 안 될 터.
그런 느낌으로 열의를 끌어올리고 있을 때였다.
━댕.
커다랗게 울리는 종소리에 사람들 모두 입을 다물었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서늘하게 식어가는 와중에 경기장 위쪽 크게 설치되어 있는 발광 크리스탈 판에 모래시계가 비춰진다.
그것이 의미하는 건 하나.
개막식이 끝나고 첫 번째 경기가 드디어 시작되었다는 말이었다.
* * *
일찍이 참가신청서와 그에 대한 서류들을 정리하던 마르마르가 물어왔던 적이 있었다.
“신청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각 지방에서 예선전이라도 먼저 거쳐야 하는 거 아냐?”
마르마르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만 명 넘게 지원된 신청서. 그 중 올바른 양식으로 작성된 것만을 추려냈음에도 참가자들의 수는 대략 천이 훌쩍 넘어갔다.
그들 모두 경기를 진행하여 본선으로 올린다면 굉장한 시간과 인력 또 자금이 필요하겠지.
궁금해 하는 마르마르에게 내가 말했다.
“각 지역에서 예선을 치르려면 인력과 시간이 너무 소요 돼. 결국 본선에 오르는 건 16명. 그 자들만 간단히 추려낼 방법을 쓸 거야.”
“그런 방법이 있어?”
“일단, 이름을 붙이자면 리오네스 식 의자 뺏기겠지.”
리오네스 가문의 병사들에게는 일 년에 한 번 실력을 검토하여 진급을 결정하는 대회가 있다고 했다. 진급 자리는 한정 되어 있고 사람은 많은데서 착안한 게임 의자 뺏기.
룰은 간단했다. 여러 명의 사람. 적은 숫자의 의자. 일정 시간 내에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진급하게 되는 게임이다.
최후에 의자에 앉아있기만 하면 된다고 해서 수단과 방법은 가리지 않는다고 했나.
이 비무제의 예선도 그것의 룰을 차용했다.
천 명이 넘어가는 참가자들. 그들 모두의 실력을 검증할 시간이 부족한 것도 사실. 그래서 경기장 곳곳에 깃발을 배치해두었다고 했다.
총 열 여섯 개.
눈치 빠른 자들은 저 열 여섯의 깃발 중 하나를 손에 쥔 자들이 본선에 올라갈 수 있다는 걸 알아차렸으리라.
━깃발은 내가 가져간다!
넓은 경기장은 벌써 한 바탕 난투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재화는 언제나 소수고 그것을 갖고 싶어 하는 자들은 많은 법. 당연히 분전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아앗, 등 번호 22번 펀치노이 선수…! 1032번 스카우터 경이 가진 깃발을 빼앗았습니닷…! 이제 남은 깃발은….
분주한 해설과 사람들의 환호가 경기장에 가득 퍼졌다.
참가자들이 무기를 부딪치는 파열음과 부상의 비명 그리고 성난 노성이 시끄러운 가운데에, 나는 방관자처럼 한 발짝 물러나 이 사건을 관조할 뿐.
━히오옹…!
“아직 때가 아냐.”
나를 재촉하는 바엘에게 나는 잠시 대기할 것을 명했다. 내가 답했다시피 지금 당장은 깃발을 노리기 위해 덤벼들 때가 아니었다. 그때 내 귀에 누군가의 선명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초반부터 저렇게 힘을 빼다니, 멍청한 놈들. 이건 뺏는 게임이 아냐. 지키는 게임이지. 결국 마지막에 들고 있는 놈이 이기는 거라는 걸 모르나.
눈치 빠른 녀석들은 벌써 이 첫 경기의 공략법을 어느 정도 파악한 듯이 보였다. 누군가의 말처럼 이 경기는 단순히 깃발을 빼앗기만 하면 끝나는 게임이 아니었다.
먼저 깃발을 손에 넣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지키지 못하면 무용지물.
━아앗-! 펀치노이 선수, 님프혐오적인 몰이사냥에 구석으로 몰린 것입니닷…! 작은 님프 하나를 여럿이서 공격한다니 몹시도 비겁하고 비열한 놈들인 것입니닷…!
실제로 초반에 깃발을 손에 넣었던 님프 하나가 참가자들에게 노림의 대상이 되어 계속되는 공세에 밀려나고 있었다.
지금은 잘 지키고 있는 것 같지만 이대로 있다간 금방 지쳐서 나가 떨어지고 말겠지.
━펀치노이 선수, 힘을 내는 것입니닷…!
근데 해설이 무척 편파적이네. 다른 녀석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 지 좀 듣고 싶은데.
슥.
고개를 돌려 주변 녀석들을 바라봤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난전으로 어딜 보든 상황은 대강 비슷하다.
스스슷.
“……!”
그때 내 목덜미에 오싹한 소름이 돋아났다. 나는 재빨리 고개를 뒤로 젖혔고 곧 나의 가면 앞으로 스쳐가는 날붙이를 목도할 수 있었다.
쐐애애액-!
나의 얼굴을 꿰뚫지 못한 날붙이는 날아왔던 방향으로 다시 되돌아간다. 고개를 돌리자 누군가가 손에 쇠사슬을 쥔 채 웃고 있는 게 보였다.
“그걸 피했나?”
대머리에 얼굴에는 태양을 그려놓은 듯한 문신이 일렁이고 있었다. 나이는 젊은 지 늙은 건지 분간할 수가 없다. 날렵한 체구, 꼭 몸을 길게 늘어뜨린 족제비 같은 녀석이었다.
놈이 쇠사슬을 핑핑 돌리며 흐흐-웃는다.
“멍하니 있는 줄 알았는데, 그걸 피했어? 단박에 죽여주려고 했는데 말이야.”
“…….”
누구지?
이렇게 강렬한 인상이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을 텐데 떠오르지 않는 걸 보니 놈과 나는 역시 초면이었다.
내가 물었다.
“나는 깃발도 없는데 왜 나를 공격하는 거지?”
그에 녀석이 팽-하고 쇠사슬을 두 손으로 붙잡는다. 이제 보니 그 끝에는 날카로운 추라고 부를 만한 것이 달려 있었다.
“힘을 아꼈다가, 마지막에 깃발만 빼앗으려는 거지? 나는 너 같이 얌체 같은 놈들이 제일 싫거든. 벌써 셋이나 탈락시키고 왔다.”
몹시도 변덕적이고 제멋대로인 이유다만.
이런 놈들이 있어도 이상하진 않았다. 세상은 넓고 괴상한 사고를 하는 녀석들이야 잔뜩 있으니까.
애초에 이런 비무제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어차피 나도 슬슬 몸을 풀려고 했었다. 「카르마 체인저」를 이용해 외관을 바꾼 후 곧바로 이곳에 온 것이기에 적응할 시간이 압도적으로 부족했었지.
그럼 한 번 해 볼까.
슥.
나는 손을 높이 들어올렸다.
“이클립스.”
바엘의 도움을 받은 초고속 영창. 하지만 그 위력은 가히 대마법이라 불려도 우습지 않을 만큼 대단한 것이다.
덕분에 내 몸에서 한 무더기의 마력이 핏줄을 타고 뭉텅 소멸되는 것이 느껴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마력 소모가 크다. 신장이 커졌기 때문인가?
그때 내 앞의 쇠사슬쟁이가 입가를 이죽였다.
“보아하니 비열한 주문쟁이 같은데. 방금 대체 뭘 한 거냐? 아무 일도….”
무어라 말하던 녀석이 입을 다문다. 녀석뿐만 아니라 웅성거리고 있던 사람들 모두 입을 다물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들의 얼굴에 짙은 음영이졌다.
이제 갓 정오를 지나 밝았던 하늘에 어둠이 드리웠기 때문이겠지.
화창하던 하늘은 어느새 밤처럼 어두워졌다. 그 사실에 놀란 것인지 방금까지 혈투를 벌이고 있던 이들 모두 하던 것을 멈췄다.
━뭐야, 이거.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 왜 갑자기 어두워졌지?
━주최자들이 준비한 건가? 이것도 경기 연출?
━아앗-! 갑자기 어두워진 하늘…! 참가자들 모두 멈춰서고 만 것입니닷…!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경기를 해설하는 저 앵커노이로서도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닷…!
다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듯하다.
하지만 이제 곧 알게 될 터.
“떨어져라.”
나는 다시금 마법을 발동시켰다.
번쩍. 강렬한 광채와 함께 경기장을 향해 빛의 기둥이 내리 꽂힌다. 그것은 까만 그을음과 함께 세상을 찢는 뇌명을 남겼다.
콰과과광!
이것이 나의 마법 7위계의 이클립스.
일식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그 정체는 사실 뇌운을 불러 모아 강렬한 번개를 흩뿌리는 기상변화 마법의 일종이다.
━마법, 이것은 마법입니닷…! 검은 구름들 사이로 뻗어지는 마법인 것입니닷…! 어마어마한 대마법, 그 시전자는…!
해설자의 이야기에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로 몰리는 것이 느껴졌다.
━참가번호 1432번 앙그마르 선수. 앙그마르 선수인 것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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