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263)
사실은 이신을 소환하고 싶었지만, 이번 생에서는 학살을 최대한 자제했기에 아직 악신의 신력은 충분하지 않았다.
‘그런데 얘로 될까?’
막상 소환은 했는데 걱정이 된다. 뭐 저 붉은 눈과 시커먼 입술, 창백한 피부는 어떻게 넘어간다 쳐도…….
‘이 작달막한 키는 어쩌지?’
삼신이가 내 시선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파……괴?”
삼신아, 왜 너는 기생한 몸을 분신시켰는데도 그렇게 작은 거니?
딱 지금의 내 키의 절반인 삼신이를 보자니 한숨이 나왔다.
그래도 이왕 소환했으니까 시도는 해 보자.
“삼신아, 네 임무는 알겠지?”
“파……괴!”
“좋아, 그럼 가라! 삼신!”
삼신이가 쪼르르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나는 조심스레 몸을 숨기고는 삼신이와 조우한 팔이를 살폈다.
과연 잘 넘어갈까?
팔이가 휘둥그레 눈을 뜨며 자신 앞에 선 삼신을 내려다보았다.
“너, 너는 누구니?”
“파……괴!”
“헉! 귀, 귀여워! 앗? 자, 잠깐. 이 낯익은 얼굴은 설마?”
팔이가 삼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보더니 조심스레 물었다.
“너 100101이야?”
“파……괴!”
끄덕끄덕!
삼신이 힘차게 고개를 움직였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믿기 힘들었는지 팔이가 팔에 차고 있던 팔찌를 삼신이의 이마에 얹었다.
“신원 조회.”
팔찌에서 AI의 기계음이 울렸다.
[당신의 파트너로 등록된 생도 No. 100101입니다. 그와 유전 정보가 100% 일치합니다.]“이, 이럴 수가! 100101 너어!”
팔이가 삼신이를 번쩍 들었다.
“드디어 초상능력을 각성한 거구나! 작아진 걸 보니까 육체에 관련된 능력인가 보지? 귀여워! 대단해!”
초상능력. 흔히 우리가 아는 초능력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우리 세계의 헌터처럼 이 세계의 인간들은 초상능력이라는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능력에 따라 SSS급에서 G급까지 등급이 나뉜다고 한다.
지금 내가 기생한 이 몸의 주인은 겨우 G급이었지만 말이다.
“사실 걱정이 많았는데 이번 실습은 무사히 통과할 수 있겠어! 100101! 빨리 가자!”
그러더니 삼신이를 품에 안고 사라져 버렸다.
나는 멀어지는 삼신이를 보며 씨익 웃었다.
‘좋아, 생각보다 무사히 넘어갔군.’
삼신, 너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내 알리바이가 되어 줘야겠다.
띠띠띠.
나는 팔에 차고 있는 은색의 팔찌를 조작했다.
슈슈슉.
그러자 미리 준비했던 지도가 내 눈과 연결되며 마치 홀로그램처럼 떠올랐다. 확실히 과학 수준이 우리 세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어디 보자, 격납고가 이쪽 방향이었던가.’
내가 노리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세계에 있을 영혼기갑 라젠카였다.
지금 이 세계의 위협은 바로 외계 괴물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수장이라 불리는 여왕은 이미 격퇴되었다.
물론 그 잔당만으로도 인류는 위기에 처해 있었지만, 이제는 상급 신의 경지에 오른 내가 라젠카를 손에 넣어 그것을 기신으로 진화시킨다면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번 층의 시련도 클리어할 수 있겠지?
‘기다려라, 라젠카!’
나는 생도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격납고를 향해 은밀히 움직였다.
그렇게 1시간쯤 이동했을까?
잠실 운동장을 10개는 합쳐 놓은 듯한 엄청난 크기에 성스럽게까지 느껴지는 은광을 뿜는 큐빅형의 건물이 보였다.
과연 격납고답게 그곳을 지키는 군인들은 많았다.
얼핏 봐도 삼사천은 되어 보였다.
“넌 누구냐?”
“소속을 밝혀라!”
나름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들켜 버렸다. 군인들이 경계하며 내게 광선총을 겨눴다.
나는 당황하지 않고 쓰고 있던 그들을 향해 속삭였다.
“스킬 공유, 성미나 ‘언령’.”
이것은 정신 계열 헌터인 미나 누나의 고유 능력.
“너희들은 지금부터 내 명령에 따라라.”
그러자 날 포위한 군인들의 눈이 멍하니 풀어지더니 곧 상관을 대하듯 절도 있게 경례를 했다.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나는 그중 장교로 보이는 자를 지목했다.
“음. 일단 너. 그 옷 좀 빌리자.”
“알겠습니다!”
장교가 벗은 옷을 입고는 다른 군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격납고 입구를 향해 움직였다.
그 후에는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입구를 지키던 군인들이 경계하며 내게 출입증을 요구했지만, 다시 언령 능력으로 세뇌시켰다.
‘언제 생각해도 참 사기적인 능력이란 말이야.’
신의 탑에 도전하기 전에 미나 누나의 신앙을 얻어 두길 참 잘한 것 같다.
키이이이잉!
육중한 금속음과 함께 50미터나 되는 격납고의 출입구가 열렸다.
“너희들은 밖에서 대기해.”
“알겠습니다!”
경례하며 배웅하는 군인들을 뒤로한 채 나는 격납고 안을 살폈다.
‘대단한데?’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의 대전차부터 전함까지 각양각색의 무기들이 가득했다.
그중 특히 내 눈을 끄는 것은 마치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올 것 같은 형태의 거대한 기갑 로봇들이었다.
검과 빔병기로 무장한 10미터가 넘는 강철 거인들의 위용은 보기만 해도 남자의 심장을 뛰게 하는 로망이 넘쳤다.
‘아차, 정신 팔고 있을 때가 아니지. 빨리 라젠카를 찾자.’
내가 이곳에 라젠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이유는 바로 인류연합의 영웅, 제너드 대총통이 사용했던 기체가 이곳에 보관 중이라는 정보를 얻었기 때문이다.
인류 최강이 조종하던 최강의 기체.
나는 그것이 바로 라젠카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분명 제너드 사후 아무도 그 기체를 조종할 수 없었다고 했지?’
이제는 병기라기보다는 인류의 영웅이 남긴 유품으로 취급받는 듯하다.
하지만, 전생에서도 라젠카를 다뤄 본 경험이 있는 나라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오, 찾았다.’
격납고의 한가운데 투명한 에너지 장막에 감싸여 있는 기갑이 있었다.
은은한 황금 광채를 뿜는 기갑의 크기는 2미터 정도.
이곳에 즐비해 있는 10미터가 넘는 다른 기체들에 비한다면 작았지만, 그 기갑에서는 낯익은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겉모양은 조금 다르지만 이게 라젠카가 틀림없어.’
마치 중세의 갑옷 같은 분위기를 풍겼지만, 이 기갑에서는 전생의 라젠카처럼 신력이 느껴지고 있었다.
“짓뭉개는 신의 검지.”
나는 검지를 까닥이며 기갑을 감싸고 있던 에너지 장막을 해제했다.
파지직!
보이지 않는 장막이 사라진 걸 확인한 후, 나는 기갑에 손을 얹고 조심스레 말을 걸어 보았다.
“라젠카, 내 목소리 들려?”
조용.
아무 반응도 없었다.
아차, 원래는 그 이름이 아니었지? 라젠카는 애니 덕후인 갈중혁이 붙였던 이름이다.
나는 기억을 더듬어 원래 코드명을 떠올렸다.
“NT2512R-1004. 내 목소리가 들리면 대답해 봐.”
하지만, 역시 조용했다.
“뭐가 문제인지 일단 볼까.”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기체에 정신을 집중시켜 보았다.
그러자 곧 기갑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띠링!
[인류연합 대총통 제너드의 영혼기갑 NT2512R-1004]사용한 지 17년 되었다.
특이 사항 : 인류연합의 모든 기술을 응집시켜 탄생한 초월의 가능성을 품은 기갑이다. 기체의 기동에 필요한 영혼 에너지가 부족하다.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하긴, 핸드폰도 며칠 사용하지 않으면 방전되는데 제너드가 죽은 지 벌써 5년이 넘었다고 들었으니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다.
그런데 영혼 에너지란 건 대체 어떻게 충전해야 하는 거지?
‘일단 한번 입어 봐야 되나?’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콰르르 콰콰쾅!
끔찍한 굉음과 함께 지진이 일어났다.
팔이에게 이 기지는 외계 괴물의 습격에 대비해서 운석우를 맞아도 끄떡없을 정도로 견고하게 지어졌다고 들었는데.
‘서, 설마 외계 괴물의 습격인가!’
***
유일신이 격납고에 들어가기 전.
기갑 파일럿 아카데미의 실습실.
수 킬로미터는 될 것 같은 거대한 실습실에는 가슴에 넘버가 새겨진 3미터 크기의 실습용 기갑들이 가득 늘어서 있었다.
붉은 모자를 쓴 교관이 탐탁지 않은 눈으로 붉은 머리의 생도 팔이와 그의 키의 절반도 되지 못하는 삼신을 노려보았다.
“이 쥐똥만 한 놈이 100101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엉클 교관님!”
“확실히 유전 정보는 일치하는군. 열등생인 네가 드디어 초상능력을 사용하게 된 것은 축하할 일이다만, 이런 쓸모없어 보이는 능력이라니. 혹시 커질 수는 없나, 100101번?”
“파……괴?”
삼신이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엉클 교관이 버럭했다.
“너는 그놈의 파괴 소리밖에 할 수 없는 건가! 몸뚱이가 작아지니 언어능력도 떨어진 건가!”
“파……괴!”
삼신이도 발끈한 듯 버럭 소리쳤다.
하지만, 그냥 귀여워 보일 뿐이었다.
큭큭큭!
그 광경을 지켜보던 생도들에게서 조소가 터져 나왔다.
엉클 교관이 식인 곰처럼 부리부리한 눈을 빛내며 그들을 쏘아보자 황급히 웃음이 멈췄지만.
“아무튼 경고했듯이 이번에도 G급 적성이 나온다면 너는 퇴소다! 알다시피 퇴소한 열등 생도들은 변방에서 기갑도 타지 못하고 괴수들의 총알받이가 된다! 그러니 목숨을 걸고 임하라! 알겠나!”
착! 삼신이 짧은 팔로 알았다는 듯 경례를 했다.
“파……괴!”
“쯧, 먼저 기갑 조종술을 평가하겠다! 100101번과 대전이 잡힌 생도는 연무장 위로 오르도록!”
“접니다, 엉클 교관.”
푸른 머리칼의 야비해 보이는 눈빛의 소년이 연무장 위에 오른 삼신이의 앞에 섰다.
“날 상대하다니 운이 없군, 열등종아.”
삼신의 상대는 No. 52444로 파일럿 등급이 무려 B급인 우수 생도였다.
본래라면 G급 등급인 100101로서는 상대할 수 없는 강적이다.
에너지 장막이 쳐진 연무장 밖에서 화려한 적발의 미소년, 팔이가 삼신을 열렬히 응원했다.
“힘내! 파트너! 나는 널 믿어! 이번에야말로 네 진짜 실력을 보여 줘!”
“흥! 이깟 열등종이 내 상대가 될 거라고 여기는 건가?”
질투로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린 52444가 팔찌를 찬 손을 옆으로 휙 뻗으며 외쳤다.
“합신!”
번뜩!
슈우우웅!
그러자 가슴에 52444 숫자가 새겨져 있던 훈련용 기갑의 안광이 빛나더니 52444에게 쏜살같이 날아왔다.
52444가 허공에 몸을 날리자 기갑의 가슴 해치가 열리며 그를 자신의 안으로 빨아들였다.
철컹!
콰콰쾅!
파일럿과 합체한 3미터의 강철 거인이 삼신을 오만하게 내려다보며 외쳤다.
-같은 시설에서 자랐다는 이유로 우리 마돈나의 사랑을 독차지하다니. 용납할 수 없어. 오늘에야말로 열등종, 네놈을 변방으로 쫓아내 주…… 뭐냐, 그 표정은? 열등종! 내가 우습냐!
반짝반짝!
강철 거인을 올려다보고 있는 삼신의 눈이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파……괴!”
우앙, 멋있다!
아포칼립스 아카데미 천재 파일럿이 되었다 (3)
삼신의 눈빛이 유래 없이 빛났다.
“파……괴! 파……괴!”
나도! 나도 쟤처럼 합체할 거야!
얍!
삼신이 파랭이 머리가 했던 것을 흉내 내듯 팔찌를 찬 팔을 옆으로 휙 뻗어 보았다.
드륵, 드드드!
그러자 마치 오래된 구형 오토바이의 시동을 거는 것 같은 소음과 함께 훈련용 기체 중 유독 낡고 수리한 흔적이 많은 기체가 반응했다.
털털털!
100101의 넘버가 가슴에 새겨진 고물 기체가 삼신을 향해 천천히 날아왔다.
그 광경을 보며 52444가 조소했다.
-하하하! 자기 기체도 제대로 정비하지 않는 머저리 자식! 네놈은 기갑을 탈 자격이 없어!
콰아아아!
강철 거인의 무지막지한 손이 삼신을 짓뭉갤 기세로 내리쳤다.
“앗! 비겁한 자식이! 100101! 위험해애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