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48)
“유일신?”
그때였다.
쇠를 긁는 것 같은 거친 음성이 그의 정신을 깨웠다.
놀란 요한이 황급히 눈을 떴다.
철창 너머, 마치 중세의 의사처럼 기묘한 새 부리가 달린 마스크를 쓴 괴인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누구십니까?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죠?”
요한이 갇혀 있는 각성자 전용 감옥은 경계가 엄격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수감된 죄인들 수감자들 하나하나가 각성자들이었고, 심지어 요한이 갇혀 있는 지하 감옥의 입구에는 만일을 대비해서 A급 헌터들이 24시간 동안 교대로 경비를 서고 있었다.
그런 장소에 어떻게 저런 괴인이 나타난 걸까?
이유를 짐작한 요한이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상부에서 저를 치워 버리려고 결정한 모양이군요? 제 능력을 무척 탐내더니 역시 여론을 의식한 결정인가요.”
하지만 상대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이제 이곳에서 나갈 생각이었으니까.”
요한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고오오오!
그러자 그의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휘몰아쳤다.
더 이상 그 괴물의 사도는 아니지만, 그에게서 받았던 힘 일부는 아직 남아 있었다.
그 정도만으로도 저자를 처리하고 이곳을 탈출하기에는 충분할 터.
“죽이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손대중은 할 수 없으니 절 원망하지 마시길.”
요한은 몸이 달았다.
조금이라도 빨리 이곳을 탈출해 유일신을 뵙고, 자신의 신앙을 증명하고 싶었다.
“너도 나락은 아니구나.”
“나락?”
“하지만 미리를 해치려고 한 건 용서할 수 없어.”
스산한 살기가 가면 너머에서 흘러나왔다.
“그게 무슨……?”
괴인이 가는 손을 들어 요한의 심장을 겨눴다.
“‘멈춰’.”
***
결국 미리 씨 언니분은 만나지 못했다.
S급 헌터이자 셀럽 중에 셀럽인 성미나는 일반인은 상상할 수도 없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녀가 참여한 패션쇼 행사에 가 보았지만, 경비가 너무 삼엄해서 접근도 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할 것 같다.
석연치 않은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기절한 검귀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이불이 한구석에 가지런히 접혀 있고, 그 위에 쪽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위대하신 검신 님. 저 불초 검귀는 갑자기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서 며칠 자리를 비워야겠습니다.
검신 님의 위대한 용안을 배알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은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프옵니다.
(중략)
저 불초 검귀, 검신 님께서 보여 주신 아름다운 검의 극의를 매일매일 떠올리며 몸이 부서져라 검을 휘두르겠습니다.
부디 제가 없는 동안 옥체 보존하옵시고, 사랑스럽고 귀여우신 성연 님에게도 안부 전해 주시……(후략)…….
A4 한 장 정도의 메모지에 깨알 같은 글자가 가득 채워져 있었는데 하나같이 나에 대한 찬미로 넘치고 있었다.
꾸깃!
나는 그것을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어휴, 제발 좀 안 왔으면 좋겠다.”
가뜩이나 좁은 집구석인데 군식구라니 최악이다.
그때 갓메이커가 반응했다.
띠링!
-지구 지부 인간 요한이 파괴신 ‘???’에게서 ‘유일신교’로 귀의했습니다.
-요한의 분류는 ‘광신도’입니다.
[퀘스트 : 하급 선신 승급(진행 중)]일반 신도 : 5,212,326/1,000,000,000
초월의 가능성이 있는 S급 이상의 지적 생명체 신도 : 1/10
신도가 생성됐다는 갓메이커의 메시지가 울려 퍼지더니, 퀘스트 중인 S급 신도 숫자가 1 늘었다.
“요한?”
요한이라면 그 벌거숭이 변태 놈 아닌가?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고민하고 있을 때, 곧이어 갓메이커에 또 다른 메시지가 울렸다.
띠링!
-유일신의 광신도 ‘요한’이 사망했습니다.
-광신도의 모든 것은 바로 그가 섬기는 신의 것입니다.
-제물을 흡수합니다.
“사망에 제물 흡수라니 이건 또 무슨…… 헉!”
콰콰콰콰!
갑자기 내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폭발하듯 치솟았다.
갓겜하는 갓작가님
다음 날, 인터넷 뉴스 한구석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조그맣게 떴다.
각성자 감옥에서 한 죄수가 심장마비로 급사했다고.
그 죄수는 최근 이슈가 되었던 블랙마켓의 배후라는 기사가 몇 줄 짧게 적혀 있었다.
이름까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내가 때려잡은 변태 두목 요한이 틀림없었다.
기분이 착잡했다.
패 죽여도 시원찮을 악당이긴 했지만, 급사했다고 하니 왠지 내가 죽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금 내가 진행하고 있는 승급 퀘스트들.
일반 신도 : 5,212,326/1,000,000,000
초월의 가능성이 있는 S급 이상의 지적 생명체 신도 : 1/10
[퀘스트 : 하급 악신 승급(진행 중)]일반 제물 : 0/1,000,000,000
초월의 가능성이 있는 S급 이상의 지적 생명체 제물 : 1/10
요한의 귀의와 사망에 따라 선신과 악신 퀘스트에 둘 다 숫자가 1씩 늘었다.
핸드폰의 셀카 기능을 켜고 나를 감정해 보았다.
기존과 같은 설명에 몇 가지 새로운 스킬이 늘어나 있었다.
[강탈]당신이 학살하고 공포로 지배한 자에게서 빼앗은 힘이다.
-강탈 대상 : 요한.
1. 강마(降魔)
제물을 바쳐 신적 존재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악신 한정).
2. 제물 의식
악신에게 산 제물을 바쳐 제물에 걸맞은 신기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나는 요한이 사람들을 제물로 바치고 소환한 갑주와 소환진에서 뛰쳐나오려고 했던 거대한 괴물의 눈동자를 떠올렸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만약 그때 그 남자를 막지 못했다면 나나 내 주위 사람들이 다쳤을 거다.
그래도 괜히 기분이 가라앉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아.”
큰일을 치르고 나니 긴장이 풀리며 동시에 깊은 허무가 밀려왔다.
이제 뭐 하지?
각종 권능을 얻은 지금의 나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잘나가는 헌터가 되어 부와 명성을 얻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내가 진정으로 바라던 걸까?
막상 힘을 얻은 지금은 이상하게도 그런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그냥 허탈한 느낌이랄까, 마음이 텅 비어 버린 기분이다.
그때 구석에 놓여 있는 내 노트북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마감이 밀렸네.’
나는 홀린 듯 그것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타닥, 타다닥.
탁탁탁!
텅 빈 새하얀 세계에 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
원고는 작가의 수명과 엉덩이를 먹고 자란다.
밤새 잠도 자지 않고 쓴 결과물이 내 앞에 놓여 있었다.
“완성이다.”
새하얗던 종이에 빼곡히 가득 찬 글씨를 보며 감격했다.
대략 글자 수 13만 자.
연재로는 25화, 책으로는 한 권 분량이다.
요즘 시장이 많이 바뀌어서 기준이 예전과는 다르지만, 이 정도 원고라면 일단 연재를 시작할 수 있다.
달칵.
나는 마우스로 소설 연재 사이트인 달피아를 클릭한 후, 게시판을 개설했다.
[갓겜하는 갓작가님]갓메이커를 하는 작가니까, 이런 제목을 지어 보았다.
후후, 제목부터 요즘 트랜드의 스멜이 느껴지지 않는가?
그리고 프롤로그부터 시작해서 10화까지 한 번에 올렸다.
두근두근.
“아, 조금 떨리네.”
오랜만에 연재라 가슴이 떨렸다.
연재를 한다고 끝이 아니다.
일단 1권 이상의 분량을 무료 연재한 후, 독자들의 구독과 반응을 보고 난 이후 출판사는 유료화를 결정한다.
그것은 무료 연재 성적이 처참하면 여태껏 한 노력이 무위로 돌아간다는 것이기도 하다.
장르 작가에게는 가장 두려운 일이지.
물론 자신은 있었다.
담당도 재미를 보장했거니와, 이것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니까.
내 경험이자 그동안의 작가 인생을 걸고 쓴 역작이다.
“후후, 재미없을 리가 없지.”
꼬르륵!
긴장이 풀렸는지 그제야 허기가 밀려왔다.
그러고 보니 거의 하루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후우, 간만에 집중을 빡세게 했군.”
연재 시작 기념으로 나는 라면에 달걀을 2개 넣고, 거기에 군만두까지 투입했다.
호화로운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까지 한 후, 연재 게시판을 살펴보았다.
띠링!
독자님들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벌써 댓글을 달아 주시다니.’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댓글을 열어 보았다.
[독카게매운치킨]: 와, 작가 놈은 빡대가린가? 내가 발로 써도 이거보다는 낳겠음.
[개미애호가]: 개미 너무 불땅해ㅠㅠ 개미 죽이지 마!
[국어 대사전을 든 세종]: 맞춤법이 엉망이구나. 이러라고 만든 한글이 아니니라. 글공부 좀 더 하고 오거라.
[밸런스똥망]: 밸런스망! 하차합니다!
[소리없이기어오는악몽]: 어떻게 죽었다 겨우 살아난 상황에서 내 깨톡을 차단하는 거져? 이 자까 너무 생각 없네여.
: 전개가 핵고구마다! 이딴 거 쓸 시간에 빨리 내 검이나 돌려주라!
……그만 보자.
요즘 독자들 악플 수준이 상당히 맵구나. 뭔가 낯익은 이름도 보인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주르륵.
오해는 마라. 내 눈에서 흐르는 건 눈물이 아니라, 눈이 너무 뻑뻑해서 나는 생리 현상이다.
그래, 내가 작가는 무슨 작가냐. 다른 일이나 알아보자.
이불에 얼굴을 묻고 훌쩍이고 있을 때였다.
딩동, 딩동.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어 보니 미리 씨가 있었다.
“오, 미리 씨. 이제 퇴원한 거예요?”
“선생님!”
털썩!
미리 씨가 울 것 같은 얼굴로 현관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어? 왜 이러세요, 미리 씨? 무슨 일 있어요?”
황급히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선생님, 제가 진짜 진짜 어려운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에 절실함이 절절히 묻어 있었다.
대체 어떤 일이 있기에 미리 씨가 이러는 걸까?
나는 가슴을 주먹으로 탕탕 치며 외쳤다.
“에이, 우리 사이에 뭘 부탁씩이나. 말만 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니 할 수 없는 일도 최선을 다해서 도와드릴 테니.”
“와! 역시 우리 선생님! 고마워요!”
미리 씨가 환호하며 나를 덥석 끌어안았다.
어허, 미리 씨. 아무리 좋아도 이러시면 남들이 오해해요.
그때 갓메이커가 반응했다.
띠링!
-지구 신도 ‘성미리’의 신앙이 10 오릅니다.
어?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신앙이 10이나 오른다고?
대체 무슨 부탁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