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93)
“마, 말도 안 돼···! A급 무구를 맨손으로 부쉈다고?”
반응하기도 귀찮아서 그녀의 가는 목을 손으로 낚아챘다.
지그시 손에 힘을 주자 여자의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뭔가 하려는 듯 오색 눈동자에서 엄청난 기운의 마력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매혹안.
인간이라면 설령 S급 헌터라도 그 매혹의 마력에 사로잡혀 그녀의 노예가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인간이 아니다.
잔혹한 학살자인 악신 유일신이었다.
응시하고 있는 오색의 눈동자에 거울처럼 내 모습이 비쳤다.
순간 여자의 눈에 형용할 수 없는 공포의 감정이 서리더니, 그녀의 몸이 힘없이 축 늘어졌다.
기절했나?
시시하군.
여자를 어떻게 처리할까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 벽에 뚫린 거대한 구멍 너머로 밖으로 던져버린 고사득의 모습이 보였다.
“이 노오옴! 내 손녀에게서 당장 손을 떼지 못할까!”
고래고래 소리치는 고사득의 이마에서 터질 듯 핏줄이 곤두섰다.
병실에서 지상까지는 20층은 되었지만, 중력의 법칙을 거스른 듯 하늘을 부유하고 있었다.
그의 모습이 내 흥미를 끌었다.
“호오.”
손에 쥔 여자를 놓아주고는 고사득에게 고개를 돌렸다.
움직이지 않는 여자보다는 저 늙은이와 노는 것이 재밌겠군.
고사득은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발아래 새하얀 뼈로 이루어진, 10m는 될 것 같은 거대한 마물이 있었다.
내 눈이 그것을 감정했다.
띠링!
[본와이번]-네크로맨서 고사득이 사역한 마수 사역마다.
특이 사항 : 용종의 후예다.
그것은 마치 박물관에 전시된 익룡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대체 뼈로 이루어진 날개로 어떻게 하늘을 나는지 신기했지만, 그저 그뿐.
일호가 상대했던 백골드래곤의 위용을 떠올리면 저것은 그저 참새처럼 가소로울 뿐이었다.
스윽.
나는 중지를 들어 고사득에게 겨눴다.
“이 육시럴 놈이!”
욕이라도 한다고 생각했는지 고사득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벌써 달아오르면 곤란하다.
“[단죄하는 신의 중지].”
화르륵!
내 중지에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지옥의 흑염이 맺혔다.
콰아아아!
그것이 걷잡을 수 없을 기세로 커져가기 시작했다.
“무, 무슨?!”
파리하게 질린 고사득을 향해 히죽 웃으며 중지에 맺힌 흑염을 튕겼다.
콰아아아!
5m나 몸을 불린 흑염이 모든 것을 태워 버릴 기세로 고사득을 향해 날아갔다.
“허억! 와이번! 비상하거라!”
-끼에에엑!
본 와이번이 괴성을 지르며 황급히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간발의 차이로 그들을 집어삼키려는 흑염이 와이번의 꼬리만을 살짝 스쳐 지나갔다.
화르륵!
하지만, 그것만으로 와이번의 꼬리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
나는 부서진 벽에 서서 흘끔 허공에 시선을 던졌다.
슈우우욱!
-끼에에엑!
괴성을 지르며 하늘에 떠있는 두 개의 달을 향해 비상하는 본와이번의 모습은 제법 운치가 있었다.
당장 부숴버리고 싶을 정도로.
그러나 나는 안타깝게도 저들처럼 하늘을 날 수 없었다.
“스킬 공유 [초강체].”
시험 삼아 일호가 새로 얻은 궁극 스킬을 공유해보았다.
불끈불끈!
일호의 힘이 전해지며 내 육체가 진화라고 할 만큼 변해갔다.
온몸에서 폭발할 것 같은 강인한 근육의 힘이 느껴졌다.
내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깃들었다.
과연 나를 섬길 자격이 있는 신도였다.
“훌륭하다, 일호.”
나는 백골드래곤을 상대할 때의 일호의 모습을 떠올리며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근육의 압축과 집중이었나?
꾸득! 꾸드득!
다리에 충분한 힘이 모였다고 생각했을 때.
콰콰쾅!
그것을 해방하며 바닥을 박찼다.
슈우우욱!
내 몸이 엄청난 속도로 대기를 가르며 로켓처럼 그들을 향해 도약했다.
“이, 이놈이 정녕!”
고사득이 품에서 부적을 꺼내더니 허공에 흩뿌렸다.
화르륵!
부적이 사납게 불타더니 그 기운이 본와이번의 몸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츠츠츠!
달아오른 쇠처럼 시뻘겋게 변한 본와이번이 찢어질 것처럼 아가리를 벌리더니 성난 불꽃을 토했다.
그것은 밤이란 이름의 캔버스에 포악하리만치 거칠게 그어진 붉은 붓질!
콰아아아아!
본와이번의 불꽃이 나를 삼켰다.
하지만, 그것은 악신의 힘과 일호의 근육으로 뒤덮인 날 태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하하하!”
시뻘건 불꽃에 휘감긴 내가 어느새 지척까지 이른 본와이번을 향해 불타는 주먹을 휘둘렀다.
-끼아아아악!
콰지직!
본아이번의 육체가 수수깡처럼 부서졌다. 눈처럼 하늘에 흩뿌리는 와이번의 뼛조각과 함께 고사득이 지상으로 추락했다.
“으아악! [사령 갑주]!”
고사득이 비명을 지르며 수인을 맺었다.
철컥철컥!
그러자 공간이 갈라지며 튀어나온 뼈다귀들이 그의 몸을 거북이처럼 감쌌다.
슈우욱!
콰콰쾅!
고사득이 운 좋게 지상이 아니라 어느 빌딩 옥상으로 추락했다.
“커헉! 콜록콜록!”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움푹 팬 옥상 바닥에서 고사득이 검은 피를 토했다.
몸을 감싼 사령 갑주는 박살 났고, 입고 있는 옷마저 누더기처럼 찢겨 다 죽어가는 거지꼴이었다.
쿵!
이어서 빌딩 옥상에 착지한 나는 다 죽어가고 있는 고사득을 한심한 눈으로 내려 보았다.
겨우 이 정도인가?
차라리 야차병 들이랑 노는 게 더 재밌었다.
사역마들보다도 못한 주인에게 실망하며 나는 고사득을 향해 검지를 겨눴다.
짓뭉개 죽어라, 벌레야.
감히 신에게 대항한 대가다.
쉬익!
그때 쏜살같이 날아온 작은 존재가 나와 고사득의 사이로 끼어들었다.
파닥파닥!
바로 내 천사병으로 다시 태어난 릴리스였다.
뚝, 뚝뚝!
그녀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는 눈으로 내게 기도하듯 손을 모았다.
심령으로 연결된 릴리스의 마음이 내게 전해진다.
신이시여, 제발 그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아.”
그러자 악신 타이틀의 부작용으로 불길처럼 치솟았던 살의와 광기가 조금 가라앉았다.
“하아, 하아.”
진정하자.
나는 고사득을 죽이려고 온 게 아니다. 릴리스의 부탁을 받고 그를 구하러 온 것이다.
“진정됐으니 비키세요. 의식이 발동하기 전에 빨리 처리하죠.”
릴리스가 불안한 눈으로 나와 내가 검지를 겨누고 있는 고사득을 보더니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그에게로 날아갔다.
꼬옥!
그리고 그의 머리를 작은 품으로 힘껏 안았다.
마치 여차하면 그와 같이 죽겠다는 듯.
고사득의 눈동자가 풍랑을 만난 배처럼 흔들렸다.
“너, 너는 서, 설마?”
나는 누더기처럼 찢긴 옷 사이로 훤히 드러나 있는 고사득의 왼쪽 가슴팍, 심장이 있는 위치에 새겨져 있는 제물의 낙인을 응시했다.
***
-제발! 릴리스! 계약이다! 내 소원은· 바로 네가 살아나는 것이다! 내 영혼이든 목숨이든 뭐든 줄 테니 당장 눈을 떠라! 제발!!
과거 고사득은 나락용에게 심장이 뽑힌 채 죽어가는 릴리스의 부활을 소원으로 빌었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자신의 목숨과 영혼마저 바칠 각오였다.
하지만 릴리스는 그의 소원을 이루어주지 않았다.
‘후후···, 내가 이겼어······.’
그녀가 처음 고사득을 만났을 때부터 보고 싶었던 모습이다.
저 냉혈한 같은 딱딱한 남자가 자신의 매력에 푹 빠져 울며불며 애타게 소원을 비는 것을 얼마나 바랬던가.
‘아아, 울지 마. 꼬마야.’
하지만 이상했다.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피눈물을 흘리며 울부짖는 고사득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 있자니 빼앗긴 심장이 욱신거리는 것 같았다.
죽어가는 릴리스는 그와 나눈 시간을 떠올렸다.
그와 함께 먹은 떡볶이의 달콤하고 매콤한 맛을.
그와 나눈 뜨겁고 달콤한 밤을.
부서질 듯 작고 여린 그와 자신의 딸을 처음 품에 안았을 때 느꼈던 그 따스한 온기를.
···행복한 삶이었다.
도구로 태어난 자신에게는 과분하리만치 사랑받았다.
‘그러니까 네 소원을 이루어주지 않을 거야. 꼬맹아.’
-안 돼! 안 돼! 릴리스!!
고사득의 애달픈 절규를 마지막으로 릴리스는 죽음을 맞으려 했다.
[배신했구나, 딸아! 감히 네가! 어떻게 네가 나를!]바로 그 순간, 그녀의 신이자 어머니인 ‘유혹하는 색정의 밤’의 분노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나는 너의 죽음을 허락하지 않겠다! ‘유혹하는 색정의 밤’의 이름으로 예언하나니 너는 언젠가 반드시 부활할 것이다! 그때가 오면 네 남자의 소원은 이루어지고 계약대로 그의 영혼은 내게 잡아먹힐 것이다!]‘안 돼, 안 돼! 어머니시여! 저만 벌하시고 그만은 제발······!’
[닥쳐라, 배신자! 네 남자에게 제물의 낙인을 새기리라! 기대하거라! 저 자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그날, 나는 그에게 세상의 모든 고통과 절망을 안겨주고 처참히 죽일 것이니!]치이익!
‘유혹하는 색정의 밤’의 저주가 강력한 주박이 되어 고사득의 심장에 제물의 낙인을 박았다.
-끄윽, 으아악!
릴리스는 처참한 고사득의 비명을 들으며 숨을 거뒀다.
***
그리고 바로 오늘.
비록 불완전하지만, 릴리스가 부활했다.
내 손에 의해 천사병으로.
저주 같은 악신의 예언이 이루어진 것이다.
츠츠츠츠!
고사득의 가슴에 새겨진 뒤틀린 자궁 모양의 낙인에서 뿜어지는 음산한 기운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다시 검은 피를 토했다.
“으윽! 커허헉!”
더이상 지체하면 위험하다.
“[짓뭉개는 신의 검지]!”
나는 제물의 낙인을 향해 내 고유 권능을 발동시켰다.
‘짓뭉개는 신의 검지’는 상대를 짓뭉갤 수도 있지만, 그것의 근간은 대상의 On/Off다. 나는 이것으로 미리 씨의 저주도 해주한 적이 있었다.
치이이익!
몸에서 신력이 빠져나가는 기분과 함께 고사득에게 제물의 낙인이 점점 사라지며 그의 가슴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것을 바라보는 릴리스의 얼굴이 환해졌다.
‘잘 된 건가?’
하지만, 그때였다.
[감히 하찮은 하급신 주제에 내 제물을 건드느냐!]사도 릴리스의 주인인 악신 ‘유혹하는 색정의 밤.’
쩌적! 쩌쩌적!
밤하늘이 찢기듯 갈라지며 이계의 악신이 지구로 강림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응시하는 내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하찮은 하급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