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20)
120화
다음 날.
카르페는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라세에 접속했다.
“무슨 일 있었어요? 하루 사이에 10년은 늙은 듯한 표정이네. 밤새 영상 편집이라도 했어요?”
-영상 편집도 하긴 했는데…… 아무튼 그런 게 있다.
천마는 피곤에 찌든 표정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게다가 천마의 상태만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적인가? 오게 두어라. 서리한이 굶주렸으니.”
인형 모드인 티나는 마찬가지로 인형 크기로 줄어든 검을 뽑아 들며 이상한 대사를 중얼거렸고.
“쿠울…….”
“뀨우……뀩.”
묵향과 미라쥬는 여섯 시간 동안 연속으로 산책한 강아지처럼 방전돼서 서로를 끌어안고 잠들어 있었다.
-으아아악! 그만해! 그만하라고!
카르페의 하루는 조금 소란스럽게 시작되었다.
* * *
카르페는 곧장 지하 1층으로 돌아와서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었다.
“내 생각보다 훨씬 빠른데? 대단한걸.”
“이것저것 사건을 겪다 보니…… 레벨에 비해선 조금 과하게 오버 파워가 되긴 했죠.”
“그래? 후예가 강하다니 나로서는 기쁜 일이로군.”
띠링.
“주 관리자가 되었다고 해서 뭔가 크게 변하는 건 아냐. 직접 탑을 오르며 권한을 획득해야 해.”
클리어한 층수가 높아질수록 권한 역시 확대되는 구조.
하지만 100층까지 모두 뚫는다고 해서 탑을 자기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다른 서브 권리자들로부터 인정을 받는다면야 이야기가 또 다르지만.”
“응? 서브 관리자요? 이 탑에 저 말고 다른 관리자도 있어요?”
“그야 당연하지. 최소한의 관리자도 없이 이런 거대한 탑이 몇백 년이고 유지될 리가 없잖아?”
드렛슈의 기억 또한 카르페가 들어서기 전까지 휴면 상태였으니, 사실상 몇백 년 동안은 서브 관리자들이 탑을 유지한 셈이었다.
“다섯 명…… 아니 마리……? 그것도 이상하군. 그냥 다섯 개체라고 하자. 아무튼 탑의 전 층에 걸쳐서 총 다섯이 있어.”
그 순간, 카르페의 눈앞에 새로운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특수 퀘스트 : 마도탑의 완전한 권한 획득] [당신은 마도탑의 정당한 후계자이지만 아직 미숙합니다. 탑 내부에 존재하는 ‘고대의 존재’는 당신을 아직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로부터 인정을 받으세요.] [마도탑 100층 클리어(10/100)] [마도왕 드렛슈의 인정(완료)] [???의 인정(진행 중)] [????의 인정(진행 중)] [??의 인정(진행 중)] [?의 인정(진행 중)] [????의 인정(진행 중)] [퀘스트 성공 시 : 마도탑에 대한 모든 권한 획득, 관련 타이틀 획득, ‘신화’급 아이템 획득, ??? 획득]“뭐, 당장 인정을 받으라는 건 아냐. 네가 아무리 레벨에 비해 강하다곤 해도 지금 관리자를 이기는 건 불가능하니까. 놈들 중에는 전성기 때의 내가 애먹은 녀석도 있어서…….”
드렛슈가 뒤이어 뭐라고 덧붙였지만 카르페의 귀에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퀘스트의 성공 보상.
카르페의 두 눈은 그곳만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으니까.
‘와. 이걸…… 이걸 전부?’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하나하나 따로 줘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보상들을 한 번에 퍼주다니!
특히 신화 아이템, 그리고 공개되지 않은 ‘???’라는 것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흐음. 뭐, 적당한 보상이라 할 수 있겠군.
‘형이 웬일이에요? 이런 거 던져 줄 때마다 라세 욕하면서 이게 게임이냐고 하더니.’
-그건 날로 먹을 때만 그런 거고 이건 이야기가 다르지. 100층까지 뚫는 게 얼마나 힘든데, 저 정도면 합리적인 보상 아니냐?
‘……그래요?’
드렛슈가 전성기 때도 애먹었다는 소리와 더불어 천마까지 이렇게 나오자 카르페는 조금 불안해졌다.
‘설마 게임 접을 때까지 클리어 못 하는 건 아니겠죠?’
-다른 놈들이라면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지만…… 넌 되지 않을까? 일단 내가 다 알고 있으니까. 거기에 네 운빨이 좀 터져 주면 충분히 각은 나오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천마 또한 지난 10년 동안 이 탑에 도전한 적이 있었다.
라세의 모든 것을 탐구하는 그가 이런 미스터리한 콘텐츠를 가만히 내버려 뒀을 리 만무했다.
이름 모를 마법사가 세운 붉은 탑의 꼭대기.
혹시 그곳에는 자신의 회귀를 끝낼 힌트가 있지 않을까?
천마는 그런 가능성을 생각하며 적색탑에 도전했고, 그 결과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 탑을 끝까지 오른 인물이 되었다.
-아마 400렙 근처였을 거야. 진짜 힘들었지. 사실 99층에서 막히는 거였는데 천운이 터져서 겨우 살아났거든? 아마 내 평생 운은 거기서 다 썼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렇게 도달한 100층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당연히 회귀에 대한 단서 역시 없었다.
-아니, 생각해 보니 갑자기 빡치네. 100층을 기어 올라갔는데 별다른 보상이 없다는 게 말이 되냐? 권한? 타이틀? 신화템? 저 중 하나라도 줬어 봐라. 내가 365일 라세 찬양하고 다녔지!
‘형은 마도왕이랑 관련이 없으니까 그런 거죠.’
-그래도 뭐 하나 던져 줄 순 있는 거잖아! 이게 게임이냐? 라세 이 미친 새끼들아!
천마는 기어이 라세 욕을 터뜨리고 말았다.
“권한에 관한 것은 차차 스스로 깨달으면 될 테니 여기까지 하고. 중요한 건 역시 유물이겠지.”
드렛슈는 그렇게 말하며 손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22층. 그곳에 네 번째 유물에 관한 단서가 있으니까 잘 찾아봐. 더 자세히 알려 주고 싶지만, 그 이상은 나도 몰라서 말이야.”
띠링.
[퀘스트 정보가 갱신되었습니다.] [마도왕의 네 번째 유물 (2)] [퀘스트 제한 : 마도왕의 의지를 잇는 자] [마도탑의 22층에는 네 번째 유물에 관한 단서가 숨겨져 있습니다. 어째서 그런 장소에 단서를 남겼는지는 오직 본인만이 알 일입니다.]“22층이라. 충분히 할 만한 층수네요.”
“그래. 10층까지 그 속도로 도달할 정도면 그리 어렵진 않겠지. 건투를 빌…… 아, 시간이 끝났나 보군.”
그 순간 드렛슈의 몸이 흐릿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드렛슈는 조금 아쉽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모처럼 깨어났는데 아쉽게 됐어. 하지만 내 역할은 여기까지다. 이 이후는 스스로 해결해야 해.”
“그럼 이제 다시 못 보는 건가요?”
“글쎄. 세상 어딘가에 또 내가 남긴 기억의 조각이 있지 않을까? 물론 그곳의 나는 지금의 나와 좀 다르겠지만.”
드렛슈는 자기가 말하고도 우스웠는지 피식거렸다.
“아, 노파심에서 말하는 건데. 네가 내 힘과 유물을 이어받았다고 해서 딱히 뭔가를 해야 한다거나 사명감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어.”
고대 제국 아크람을 재건한다거나, 배후령을 물리친다거나.
‘용사여. 나의 힘을 이었으니 나의 비원을 이루어다오!’ 같은 스토리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살면 돼. 그건 너희들도 마찬가지고.”
드렛슈는 그렇게 말하며 티나와 미라쥬를 쳐다봤다. 어린 드렛슈는 어쩐지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진 않을 거야. 네가 마도왕이라는 이름을 이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널 가만히 두지 않을 놈들이 있으니까.”
“이미 얽힌 것 같은데요?”
광신도 프리스트가 그러했듯이, 배후령들은 카르페의 존재를 말살하기 위해 어떻게든 접근할 것이다.
“그래. 내가 유물을 남겨 둔 것도 그런 이유다. 기껏 후예가 나타났는데 놈들의 손에 허무하게 쓰러지면 안 되잖아?”
드렛슈는 다시 한번 키득거리며 웃었다.
“저도 당하고 있는 건 성미에 안 맞아서…… 기회가 되면 배후령들도 다 쓰러뜨려 볼게요.”
“그거 고마운 이야기…… 아, 이젠 진짜 시간이 끝났군.”
드렛슈는 더 흐릿해져서 이제는 거의 사라지기 일보직전이었다.
“내 아이들을 부탁하마. 네 앞에 행운이 깃들기를 빌지.”
드렛슈는 그 말을 끝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 * *
드렛슈로부터 퀘스트를 받은 카르페는 다시 11층부터 차근차근 탑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윈드 커터!”
“크워어억?!”
11층의 주요 등장 몬스터는 판타지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는 오크 시리즈들이었다.
오크 전사, 오크 궁수, 오크 투사 등등.
약 55레벨 정도 수준의 몬스터였기에 카르페는 손쉽게 오크들을 상대해 나갔다.
“그런데 형이 100층까지 돌파했을 줄은 몰랐네요. 꼭대기에는 진짜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 100층은 그랬어. 사실상 99층이 최종 보스인 셈이었지. 적어도 나는 그랬다.
혹시라도 히든 피스가 숨겨져 있을까 봐 샅샅이 뒤졌지만 그런 건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네가 도달한다면 이야기가 다를 가능성이 크지. 넌 이 탑의 주인이니까. 아마, 마도왕 직업만을 위한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지 않을까?
“그럴 가능성도 충분하네요. 보상에 ‘???’ 같은 게 있는 걸 보면 확실히 뭔가 있긴 하겠죠.”
아직은 먼 이야기지만, 언젠가는.
카르페는 그렇게 다짐하며 한 층 한 층 나아가기 시작했다.
12층. 13층. 14층.
카르페는 천마의 도움을 받아 탑 구석구석까지 싹싹 훑으며 올라갔다.
올라온 층이 늘어날수록 카르페의 인벤토리 또한 순식간에 늘어났다.
“파이어 볼!”
콰앙-!
“크웨에엑!”
카르페의 마법에 라이칸슬로프 한 마리가 그대로 구워지며 알림창이 떠올랐다.
[레벨 업! 보상으로 보너스 포인트가 주어집니다.]이로써 카르페의 레벨은 59.
몬스터의 레벨은 62까지 치솟았지만 아직 진행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카르페를 선두로 뒤따르는 권속들까지, 하나같이 거를 타선이 없는 최강의 파티!
카르페는 파죽지세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속도로 탑을 밀고 나갔다.
-그래도 21층부터는 좀 힘들 거야. 그때부터는 몬스터 레벨도 80은 넘으니까.
“아무래도 그렇겠죠. 현재 세계 최고의 파티가 아직 30층도 클리어 못 했다고 하니.”
그러고 보니 천검 파티는 30층을 깼나?
문득 생각이 미친 카르페는 인터넷 창을 띄워서 검색했다.
“아, 클리어했구나.”
사실 검색하고 말 것도 없었던 게, 입벤에 접속하자마자 대문짝만한 팝업으로 에덴 길드의 30층 클리어를 축하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어제 접속을 끊었던 동안 탑을 클리어한 모양이었다.
“랭킹 순위가…… 아. 천검 현재 레벨이 135네.”
-니가 아무리 말도 안 되는 괴물이라도 그 레벨 차는 이기기 힘들지. 30층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22층을 목표로 하자. 사실 그것도 쉽지 않겠지만.
“하는 데까지는 최대한 해 봐야죠.”
그렇게 카르페가 15층에 도달하는 순간이었다.
-아, 그리고 15층에는 다른 층에는 없는 특별 히든 피스가 있…….
“어디?! 어디로 가야 하오!”
히든 피스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카르페의 태도가 달라졌다.
불지옥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그 모습에 천마는 혀를 쯧쯧 차면서도 순순히 위치를 알려 줬다.
-하여간 날로 먹으면 그저 좋다고…… 여기서 그리 멀지 않으니까 내가 가리키는 쪽으로 움직여.
카르페는 천마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정직하게 걸음을 옮겼다.
천마의 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히든 피스가 숨겨진 벽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래. 거기다. 다른 벽과 비교하면 색깔이 조금 다르지?
“도대체 어디가요? 제 눈에는 똑같아 보이는데.”
-자세히 봐. 자세히.
카르페는 눈을 가늘게 뜬 후 천마가 가리킨 벽을 살펴봤다.
“듣고 보니 조금 다른 거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 차이는 실로 미미했다. ‘저기가 다르다!’라고 누가 알려 줘야만 눈에 들어올 만큼 미세한 차이.
이걸 처음 발견한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발견했나 싶을 정도였다.
-거기에 8성 이상 공격 스킬을 사용하면 벽이 무너질 거야. 그 밑으로는 꿈쩍도 안 할 거고.
“……어이가 없네. 이걸 누가 찾으라고 만들어 놓은 거야?”
카르페는 투덜거리면서도 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영구동토!”
쩌저적-!
얼음의 파도가 돌벽을 거세게 때렸고, 벽이 무너지면서 비밀 공간이 드러났다.
그리고 떠오르는 하나의 알림.
그 알림에는 RPG 좀 해 봤다는 게이머라면 누구나 감탄을 터뜨릴 만한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었다.
[보물 고블린의 은신처로 통하는 비밀 통로를 발견하셨습니다.] [입장하시겠습니까?]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