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64)
164화
퍼억-!
입으로는 미안하다고 계속 중얼거렸지만 몸은 정직했다.
이 불쌍한 것을 때리면 안 된다는 이성과 달리 뼈에 새겨진 전투본능은 카르페의 몸이 저절로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퍼억!
첫 영구동토와 뒤이은 마선침투경 기습이 완벽하게 들어갔고, 그 여파로 인해 유니콘 레이드는 놀라우리만치 허무하게 진행되었다.
퍼버버벅!
카르페의 14강 건틀릿이 불을 뿜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모든 권속들이 튀어나와 유니콘에게 달려들었다.
카르페와 권속들은 쉴 새 없이 유니콘을 몰아쳤고, 유니콘은 결국 스스로의 페이스를 되찾기도 전에 허무하게 쓰러지고 말았다.
“푸르르륵…….”
유니콘이 쓰러지기 전에 애잔한 눈빛으로 묵향을 한번 쳐다본 건, 그저 우연이리라.
유니콘이 재가 되어 사라진 자리에는 유니콘의 뿔만 남아 있었다.
-크으! 유니콘이 이렇게 쉬운 놈이 아닌데 말이지. 스무스한 진행이었다. 이건 다 이 몸의 완벽한 작전이…… 뭐야? 분위기 왜 이래?
천마는 혼자 들떠 소리를 지르려다 주변 분위기를 보고 목소리를 죽였다.
그토록 염원하던 유니콘을 잡았건만 천마, 그리고 미라쥬를 제외한 다른 이들의 표정은 참으로 애매했다.
“으음. 그렇지요. 군사님의 작전은 실로 완벽했습니다. 적의 방심을 이끌어내는 전략. 훌륭합니다. 훌륭한데…… 훌륭한 거 맞는데…….”
티나는 ‘그렇습니다. 적에게 동정심을 품는 제가 잘못된 것이겠지요……’라고 계속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마음속에서 전사의 마음가짐과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마음가짐이 첨예하게 대립 중인 모양이었다.
“군사님! 정말 훌륭해! 피도 눈물도 없는 악당 같았어!”
하지만 중2병을 약하게 앓고 있는 미라쥬에겐 천마의 작전이 실로 만족스러웠고.
평생을 전장에서 굴러온 길리안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실제로 더한 일을 당해 보기도, 직접 하기도 했던 길리안의 입장에서 보기에 이 정도 작전은 아주 평화롭고 온건한 축에 속했다.
“미안해…… 인간이 미안해.”
-거, 유니콘 한 마리 잡은 거 가지고 호들갑은.
“이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아!”
-피와 눈물만 없겠냐? 이미 죽어서 신체 자체가 없는데.
카르페가 툴툴거렸지만 천마는 1의 데미지도 입지 않았다.
-얼마나 효율적이야? 만약 이 사냥법을 커뮤니티에 공개하면 바로 베스트 공략법으로 등극할걸? 댓글은 죄다 찬양 일색일 거고. 장담하는데 캐슬링 스킬 카드 시세도 3배로 뛴다.
“무서운 일입니다. 주군. 이방인들은 전부 귀신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군요. 나약한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반성하게 됩니다.”
“아니야. 티나. 이방인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니라고! 아니, 그럴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난 아니야!”
-아니기는 개뿔이. 카르페여. 솔직해져라. 난 아직도 레전더리 상자에 홀려서 다람쥐 *꼬에 칼을 쑤셔 넣던 너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내가 10년 넘게 라세를 플레이하면서 가장 통렬한 공격이었느니라.
“뀨웅?!”
“아냐! 향아. 그런 거 아니야! 아니 형은 애가 듣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깜짝 놀란 묵향이 자신의 앞발로 제 엉덩이를 가리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다람쥐의 종족 특성상 앞발이 엉덩이까지 닿는 일은 없었다.
앞발이 짧아서 슬픈 짐승이여. 그 이름 다람쥐니라.
묵향은 결국 포기하고 귀를 축 늘어뜨리며 파들파들 떨었다.
“애가 겁먹었잖아! 형은 어떻게 된 게 매번 이렇게 세심함이 부족해요? 향이는 한창 감수성이 풍부할 민감한 시기라고!”
-아니, 내가 뭐 없는 말 지어낸 것도 아니고…….
“그리고 그런 작전을 할 거면 향이한테 말이라도 좀 해 주든가. 갑자기 그렇게 통수를 치면 향이가 얼마나 충격받겠어요. 아까 보니까 울더만!”
-아, 그거 보고 생각난 건데 뀨뀨는 울 때가 제일 귀여운 거 같아. 인정?
“와. 인정 같은 소리 하네. 인성 실화인가?”
-아니,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이라는 말 못 들어 봤어? 미리 말해 줬으면 무슨 메쏘드 연기라도 펼쳤을까 봐?
“……끄응. 그건 그렇긴 한데.”
-뀨뀨 착해빠진 성격에 이게 작전인 거 알고 접근했으면 어색해서 다 들통났지.
천마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음이 쓰이긴 했는지 묵향에게로 다가갔다.
-뀨뀨야.
“뀻!”
그리고 당연하게도 묵향은 고개를 획! 돌리며 천마의 부름을 무시했다. 하지만 천마는 그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담담하게 말을 이어 갔다.
-훌륭했다. 네가 이번 작전의 1등 공신이다. 그래, 마음이 아프긴 하겠지. 하지만 세상은 착하게만 살 수가 없어. 약육강식의 세계에 친구란 없다. 그저 먹고 먹히는 포식자와 피식자만 있을 뿐.
“애한테 참 좋은 거 가르친다…….”
-어허. 위로하는 중인데 초치지 말고. 큼. 그래, 아무튼 그 뭐시냐. 유니콘이 뿔을 달고 태어난 이상 죽음은 피할 수 없다. 뭐, 그런 이야기지.
[로이어드의 영혼석이 옳은 이야기라고 맞장구를 칩니다.]“뀨웃!”
-뿔이 뭐 대수냐고? 그래. 다람쥐인 넌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 그럼 이건 어때? 만약 유니콘이 뿔 대신 커다란 도토리를 이마에 달고 있었다면?
“……뀨웅?”
도토리라는 말에 묵향의 고개가 조금 천마 쪽으로 기울었다.
-그래. 그래. 도토리. 그것도 그냥 도토리가 아니라 지상에서 가장 맛있는 도토리. 딴 곳에서는 구할 수도 없고 오직 유니콘을 잡아야만 얻을 수 있는 도토리였다면?
“뀨웅…….”
천마의 궤변에 묵향의 눈이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무척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그 혼란스러움을 틈타 천마가 뱀 같은 혓바닥을 놀리기 시작했다.
-아니면 이렇게 생각해 봐. 이 세상에 다른 곳에서는 도토리를 구할 수 없고 오직 유니콘을 잡아서만 도토리를 구할 수 있다면?
“뀨우우웃?!”
그딴 세상은 없다고 받아치면 될 일이지만, 순진한 묵향은 깜짝 놀라며 그 상황에 공감하고 말았다.
-그래. 그런 거야. 우리도 다른 곳에서 대체할 수 있는 뿔이 있었다면 유니콘 안 잡았을 거다. 안타깝지만 자연의 생태가 그러한 걸 어찌하겠어.
“뀨우…….”
묵향의 고개가 천천히 끄덕여진다.
-하지만 내가 널 이용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날 욕해라.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도토리를 구하기 위해 널 이용한 날 욕하라고! 그걸로 네 화가 풀린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마.
어느새 유니콘의 뿔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도토리로 변해 있었고, 천마는 대의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악역을 자처한 의인이 되어 있었다.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
-내가 책임지고 이 파티를 떠나도록 하마.
귀속된 주제에 떠나기는 개뿔이.
카르페는 반사적으로 말이 튀어나올 뻔했지만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참아낼 수 있었다.
“뀨우……! 뀨우!”
그리고 천마의 메쏘드 연기가 묵향의 마음을 움직이고 말았다.
“뀻! 뀻!”
-뭐야? 널 이용한 날 용서한다고? 크윽. 너란 녀석은 정말…….
묵향은 언제 삐쳤냐는 듯 천마 주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녔고, 카르페는 복잡한 심경으로 그 광경을 바라봤다.
순진한 애한테 이래도 되는 걸까?
천마 형은 죽기 전 직업이 혹시 사짜였나?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이내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래. 과정이 조금 그랬긴 했지만, 결과가 좋잖아?
카르페는 향이에게 좀 더 많은 도토리를 챙겨줄 것을 결심하면서 드랍된 유니콘의 뿔을 챙겼다.
* * *
-자, 이제 남은 건 페가수스의 날개뿐…… 뭐야, 그 표정은?
“아뇨. 설마 페가수스도 똑같은 작전으로 가는 건가 해서요.”
유니콘과 페가수스의 포지션이 비슷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카르페의 물음에 천마는 아쉽다는 듯 혀를 한번 차고는 고개를 저었다.
-쯧. 아쉽게도 그게 안 돼. 유니콘과 달리 페가수스는 지 잘난 맛에 사는 놈이라서. 인간이고 신수고 간에 자기 빼고는 다 싫어하는 나르시스트 같은 놈이지. 정공법으로 갈 수밖에 없어.
“그래요?”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묵향이 통수 작전에 투입되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한편, 이번에는 날로 먹지 못 하겠구나 하는 아쉬움도 조금 들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이토록 간사했다.
-페가수스가 있는 지역은 신성국가 세인트루할이다. 다른 지역에도 있긴 한데, 세인트루할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지.
“세인트루할이라……. 4대 강대국 중 하나였죠? 그쪽도 이것저것 뭐가 많이 있겠네.”
-아주 많지. 페가수스 잡으러 가면서 겸사겸사 히든 퀘스트도 챙겨 보자고.
“크으. 히든 퀘스트라는 단어는 왜 들어도 들어도 설레냐. 아, 그러고 보니 세인트루할에 가면 방문해야 할 곳도 있잖아요.”
-그래. 그것도 무조건 해야지. 동선도 딱 좋아. 페가수스와 그리 멀지도 않고.
꼭 수행해야 하는 퀘스트는 다름 아닌 카르페가 진행 중인 에픽 퀘스트를 말하는 것이었다.
카르페는 루인데리아 광산 던전에서 에픽 퀘스트를 받았고, 그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악마’인 몽마와 전투를 치뤘다.
드워프들은 몽마가 남긴 구슬에서 단서를 찾아낼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으나, 다른 방법이 있었다.
악마의 흔적을 추적할 수 있는 전문가가 있는 곳.
바로 악마를 가장 적대시하며 악마를 주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세인트루할에서 에픽 퀘스트를 이어 갈 수 있었던 것이다.
[루인데리아의 깊은 어둠 (4)] [분류 : 에픽 퀘스트] [몽마가 남긴 검은 구슬에는 악마의 기운이 미약하게나마 남아 있습니다. 애석하게도 당신은 그 기운을 해석할 수 없었기에 대신 해석할 수 있는 자를 찾아야 합니다.신성국가 세인트루할로 향하십시오. 그들은 악마에 대한 스폐셜리스트입니다. 악마에 대해 조예가 깊은 그들이라면 구슬에 남아 있는 악마의 흔적을 추적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퀘스트 성공 시 : 다음 퀘스트로 연계] [퀘스트 실패 시 : 루인데리아 연방국과의 영구 적대]
“그럼 세인트루할 어디로 가면 되나요? 이번에도 수도로 가면 되나?”
-아니. 이번에는 수도가 아닌 ‘헤렛’이라는 도시로 가야 해. 거기 근처 협곡에 페가수스가 서식하거든.
“아하.”
헤렛은 루인데리아의 해변 도시처럼 세인트루할의 대도시 중 하나였다.
-거기에는 세인트루할에서 두 번째로 큰 교회가 있지. 악마에 대한 건 거기서 문의하면 되지 않을까?
“딱 좋네요.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카르페는 몇 번의 워프를 이용해서 세인트루할의 대도시 ‘헤렛’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그리고 헤렛에 도착하는 그 순간.
정말 생각지도 못한 얼굴을 우연히 만날 수 있었다.
“엥? 네가 왜 여기에?”
“아니, 투신이 아니시오! 이런 우연이! 역시 우리는 전생에서부터 이어진 인연인가 보구려!”
헤렛으로 도착한 카르페를 한조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