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01)
201화
“아, 아닙니다! 분명 뭔가 다른 방법이 있을 게 틀림없…….”
띠링.
[마법을 익히지 않은 플레이어와 권속은 타미아에 입장할 수 없습니다.]마치 티나가 헛소리하지 않게 해 달라는 듯한 알림이 등장했다. 안타깝게도 정말 방법이 없는 모양이었다.
‘이건 또 예상치 못한 상황인데…… 이럼 어쩌죠? 들어가는 걸 포기해야 하나?’
하지만 묵향의 진화를 위해선 태초의 타미아스에 대한 단서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단서는 이 다람쥐들 왕국 안에 있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아냐, 들어가긴 해야 해. 몰래 들어가는 수밖에 없나?’
-아니,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고 있냐? 굳이 다 같이 움직여야 해?
‘네?’
-찢어지면 되잖아.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은 들어가서 진화에 대한 퀘스트를 수행하면 되고, 못 들어가는 사람은 밖에서 다른 퀘스트 하고 있으면 되지.
‘아.’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발상이었지만 카르페는 그 당연한 발상을 떠올리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카르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권속과 별개 행동을 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 역소환이 불가능하니까 그 수밖에 없지. 너랑 묵향, 미라쥬는 왕국으로 들어가. 티나, 길리안, 로이어드 그리고…….
천마는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나까지. 이렇게 넷은 밖에서 뭐라도 찾아보마.
‘형도요?’
-그래. 어차피 나도 퀘스트 중이잖냐. 그 3명만 보내기에는 불안해.
천마가 받은 이레귤러 전용 퀘스트는 ‘정령계에 머무는 동안 다른 권속들을 무사히 유지해야 한다’라는 내용이다.
단 한 명이라도 강제 역소환을 당하게 된다면 그대로 퀘스트는 끝.
격 상승도 날아가게 되는 것이다.
-정령계와 룸이 충돌한 덕분에 정령계에선 나도 너와 떨어질 수 있게 됐잖아.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지. 왕국보다는 밖이 훨씬 위험할 텐데, 너는 뀨뀨 데리고 들어가야 할 거고. 그나마 경험 많은 내가 바깥쪽에 붙는 게 옳은 인선이야.
‘그럴싸한데요.’
천마의 지식과 경험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풍부하다.
그 어떤 상황이나 강적과 마주치더라도 최적의 생존 루트를 찾아낼 수 있는 수준!
거기다 티나를 비롯한 다른 권속들 역시 일반적인 권속들과 궤를 달리하는 에픽 등급의 호문쿨루스들이다.
그들과 천마의 조합이라면 강적과 싸워 이기지는 못할지언정 몸 하나 건사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난 이동이 자유로워. 이쪽저쪽 왔다 갔다 하면서 정기적인 의견 교환도 하면, 오히려 일이 더 일찍 끝날지도 몰라.
‘음. 음.’
들으면 들을수록 이 이상 가는 답이 없을 만큼 그럴싸하다. 카르페의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다른 퀘스트도 아직 남아 있긴 하니까요.’
-그래. 다른 요리 재료도 찾아봐야지.
북염존에게 받은 요리 재료 퀘스트는 총 3가지다.
첫 번째 ‘쿠아라므의 고기’.
두 번째 ‘정령수(精靈樹)의 버섯’.
그리고 세 번째가 ‘빛 고양이의 커피콩’이다.
북염존은 반드시 전부 구할 필요는 없고 가능한 만큼만 구해 달라 했으나 카르페는 당연히 모조리 클리어할 생각이었다.
-좋아. 대충 방향은 정해진 것 같군. 네 쪽은 진화 퀘스트, 이쪽은 서브 퀘스트를 맡는다. 내가 수시로 왔다 갔다 할 테니 특이사항은 그때그때 말하는 거로.
‘알겠습니다.’
두 남자가 결론에 도달한 그때, 티나가 카르페에게 다가왔다.
평소의 티나에게선 보기 힘든 긴장한 표정이었다.
“주군. 외람된 말씀이오나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뭐, 예상이 되긴 하는데 일단 말해 봐.”
“혹시 마법 관련 스킬 카드가 하나 남아 있으시면…….”
“응. 없어.”
“크읏. 그럴 것 같았습니다…….”
티나는 최후의 수단까지 막히자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사실 카르페가 인벤토리에 묵혀 둔 스킬 카드가 하나 있긴 했다.
바로 얼음 여왕 케이트를 쓰러뜨리고 얻은 ‘홀리 세크리파이스’.
하지만 이건 마법이 아니라 일회용 특수 스킬로 분류되었다.
아니, 설령 마법 스킬로 분류되더라도 티나에게 익히게 하진 않았을 것이다.
스킬 카드가 아까운 게 아니라 티나의 스킬 포인트를 사용하는 게 아까웠으니까.
렙업마다 스킬 포인트가 3개씩 쏟아지는 자신과 달리 권속들은 하나밖에 얻을 수 없었다.
때문에 스킬의 습득에 있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었다.
“다람쥐 왕국 구경하는 값으로 스킬 포인트 하나 사용하면 좀 그렇잖아? 티나에게 어울리는 스킬을 익혀야 미래에 위신과 싸울 때도 유용하지 않겠어?”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주군의 말씀이 백번 지당합니다.”
그렇게, 티나는 왕국에 들어가는 것을 포기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것인지 주위의 다람쥐들을 흘긋흘긋 구경하기에 바빴다.
“그럼 정해지신 겁니까?”
대장 다람쥐가 물어오자 카르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인원만 들어갈게.”
“저희의 규칙을 존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전설과 그 파트너다우신 판단입니다!”
대장 다람쥐는 마음에 든다는 듯 뀩뀩! 웃었다.
“그럼 주군. 무운을.”
카르페는 다른 권속들의 배웅을 받으며 다람쥐 무리를 따라갔다.
드디어 마법 다람쥐의 왕국 타미아에 입성하는 순간이었다.
* * *
“와.”
바위산 여기저기 뚫려 있는 쥐구멍에 들어서자 그야말로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겉은 바위산이었지만 그 안은 하나의 거대한 도시였다. 그것도 인간세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 만큼 크고 화려한 건축물들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는 대도시!
“구멍 하나 넘어왔다고 이렇게 달라지다니…… 꼭 마법 같네.”
“실제로도 마법이 맞습니다. 돌산 전체에 걸쳐 거대한 위장 마법이 걸려 있지요. 아까 전 돌산에 무수히 많은 입구들을 보셨지요?”
“그랬지.”
“그것들 중 대부분이 가짜 입구입니다. 만약 멋도 모르고 침입자가 가짜 입구로 들어오게 되면…….”
대장 다람쥐는 그렇게 말한 후 자신의 짧은 다리로 목을 슥 그었다.
“왕국이 자랑하는 각종 트랩에 시달리게 될 겁니다. 무사히 빠져나오기란 불가능하지요. 또한 진짜 입구는 수시로 변경되어서 저 같은 길잡이가 없다면 외부인은 함부로 들어올 수조차 없습니다.”
“아하.”
그렇게 입구가 많아서야 제대로 방비가 될까 싶었는데 그런 마법이 걸려 있었구나.
카르페는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타미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왕궁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으니 그동안 천천히 거리를 구경해 주시길.”
대장 다람쥐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카르페와 묵향, 미라쥬는 이미 정신없이 거리를 구경하는 중이었다.
“우와! 우와! 향. 저기 봐. 향이랑 닮은 친구들이 한가득이야!”
“뀨웃! 뀨!”
특히 둘은 신나서 서로 껴안고 방방 뛰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다람쥐들 쪽에서도 만만치 않게 카르페 일행을 신기해했다.
어느새 거리에는 수많은 다람쥐들이 몰려들었고, 일행을 보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인간! 인간은 처음 봐!”
“외부 종족이 들어온 게 얼마 만이지?”
“엄마! 나도 인간이랑 놀래요!”
“엄마가 말했지? 열심히 마법을 익히다 보면 착한 인간과 계약을 할 수도 있을 거라고. 인간과 놀고 싶으면 열심히 마법을 익히면 된단다.”
“응. 열심히 할게!”
다람쥐들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귀여웠고 건물들도 아름다웠다.
거대한 버섯의 속을 파내서 그 안을 건물로 만든 곳도 있었고, 엘프들의 나무집 같은 곳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 사이로 마법 다람쥐들이 여기저기 뛰어놀거나 수다를 떨며 도토리를 까먹고 있었다.
그야말로 동화 속 세계. 메르헨!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그런 광경이었다.
“……역시 이런 게 좋네.”
보고 있자니 입꼬리가 자동으로 올라간다. 최근 드워프와 관련된 퀘스트 스토리가 꽤 무거웠던 지라 특히 더 마음에 와닿았다.
“무거운 것보다는 가벼운 게 낫지.”
다람쥐들이 뀨뀨거리는 퀘스트가 누군가에게는 유치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카르페는 이쪽이 더 취향이었다.
티나 만큼은 아니더라도 카르페 역시 작고 귀여운 동물들을 좋아했던 것이다.
비단 카르페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했다.
카르페가 마음껏 힐링을 하며 거리를 걷고 있던 그때.
“응?”
돌연 어떤 다람쥐 한 마리가 일행을 향해 달려왔다.
그리고 그 뒤를 쫓는 세 마리의 다람쥐들.
선두에서 도망치는 다람쥐는 지금까지 카르페가 봤던 다람쥐들과 겉모습이 조금 달랐다.
일단, 털이 너무 푸석푸석했다. 지금까지 봤던 다람쥐들이 하나같이 윤기가 감도는 털을 가지고 있던 반면에 이 다람쥐는 같은 종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차이가 났다.
게다가 살 또한 홀쭉했다. 마치 굶는 것이 일상화된 것처럼 비쩍 말라 있었다.
설마, 이 풍요로워 보이는 왕국에도 빈민층이 있는 건가?
“이, 이렇게는 못 살아! 자유, 자유를! 억!”
비쩍 마른 다람쥐는 그렇게 외치며 달리다가 일행 앞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깜짝 놀란 묵향이 다가가서 다람쥐를 일으키려고 했으나, 그보다 먼저 나서는 이가 있었다.
바로 카르페를 안내하고 있던 대장 다람쥐.
그는 불쾌한 것을 봤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넘어진 다람쥐를 걷어차 버렸다.
퍽!
“이 천한 것이! 이분들이 누군지 알고 길을 막는 것이냐!”
“뀨?!”
그 광경에 경악한 묵향이 소리를 질렀으나 대장 다람쥐는 아랑곳하지 않고 구타를 계속했다.
그 사이, 뒤를 쫓던 세 마리의 다람쥐가 도착해서 홀쭉한 다람쥐를 포박하기 시작했다.
“감히 노예 주제에 도망을 가다니!”
“일주일간 식사는 없다. 도토리 채집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물도 못 마실 줄 알아!”
“더러운 언메이지(Unmage) 놈들은 늘 사고만 치고 다니지!”
쓰러진 다람쥐는 수십 차례를 얻어맞은 뒤 어딘가로 질질 끌려갔다.
끌려가면서도 ‘자유…… 자유……’를 외치는 모습이 자유에 무척 한이 맺힌 것 같았다.
카르페 일행은 너무 놀라서 그저 그 광경을 멍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죄송합니다. 보기 민망한 꼴을 보여 드렸습니다. 노예들이 가끔 탈출하는지라…….”
“노예? 다람쥐 왕국에도 노예가 있어?”
“그야 당연하지요. 그 어떤 나라에 노예가 없습니까. 신분이란 타고날 때부터 정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법 다람쥐들의 세계에서 그 신분은 마법의 사용 유무로 정해진다.
“마법 하나 쓰지 못하는 더러운 노예입니다. 전설께서 신경 쓰실 만한 존재들이 아니니 어서 왕궁으로 가시지요.”
그 순간 카르페는 깨달았다.
이 귀엽기만 한 다람쥐들의 나라가 겉보기와 달리 귀엽기만 한 것은 아니란 걸 말이다.
띠링.
동시에 카르페 눈앞으로 새로운 퀘스트가 등장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