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69)
269화
콰아아앙!
브레스로 인해 피어오른 연기 속에서 철마가 태연히 걸어 나오자 관객들이 탄성을 질렀다.
“역시 철마다! 믿고 있었다고 젠장!”
“천마신교는 무적이고 철마는 신이다. 무지몽매한 NPC에게 인류의 저력을 보여 줘!”
“와, 나 드래곤이 브레스 날리는 건 처음 보는데 원래 이런 파괴력이야? 이게 버티고 싶다고 버텨져?”
“그러게? 생각해 보니 이상하네. 철마는 인형술사나 네크로맨서 직업일 거라면서? 본체가 종잇장이어야 하는 거 아니야?”
“알고 보면 저 브레스 겉보기만 화려하고 위력은 별로인 건가?”
“그건 아닐 것 같은데…….”
“쯔쯔. 딱 보면 모르냐? 저거 구명(救命) 아이템 발동한 거잖아. 두고 봐라. 일회용으로 사용했으니 이제 다음 공격은 못 버틸 거다.”
“아! 구명 아이템이 있었구나. 그래. 천마신교 쯤 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유니크로 도배해도 안 이상하지.”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판단을 내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카르페는 속으로 크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겉으로는 태연해 보였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후우. 무식한 위력이네요. 하마터면 그대로 승천할 뻔했네.’
현재 카르페의 HP는 약 40%가 남아 있는 상태였다.
호신강기를 발동해서 MP를 먼저 소모했음에도 불구하고 MP의 벽을 뚫고 HP 60%를 날려 버린 것이다.
‘이게 11강의 위력인가? 새삼스럽지만 진짜 괴물이네.’
-그래도 생각보다 더 잘 버텼군. 한 20% 정도 남을 거라 생각했는데.
‘요리 빨이 컸죠. 북염존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카르페는 결승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섭취했던 음식을 떠올렸다.
북염존이 만들어 줬던 특급 요리.
그중 마지막 옵션인 ‘화 속성 계열 데미지 20% 감소’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카르페는 천마의 정보를 통해 폭룡이 ‘화 속성’ 브레스인 용의 분노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고, 그에 대해 대비책을 세웠었다.
이그니오론 직화 구이. 신발 부위를 교체하면서 사라졌던 ‘붉은 모레지스트 방어구’ 5세트 옵션을 다시 활성화시켰다.
게다가 투명 망토 대신 화 속성 저항 옵션이 달린 유니크 망토까지 구입해서 둘렀으니 할 수 있는 방법은 죄다 끌어온 셈이었다.
-브레스는 쿨타임이 꽤 길지. 경기 중에 또 볼일은 없을 거다.
‘저런 무식한 위력의 광역 범위기가 연속으로 발사되면 너무 사기긴 하죠.’
카르페는 마도왕의 보물고에서 획득한 ‘고대 왕국의 섬광 부츠’로 장비를 스위칭했다.
이동 스킬의 거리를 늘려 주고 쿨타임은 줄여 주는 아이템이라서 기민한 이동에는 이만한 아이템이 또 없었다.
-……제법이군.
폭룡 또한 꽤 놀란 상태였다.
진심으로 공격한 것이었는데 설마 이렇게 쉽게 버텨 낼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런다고 변하는 게 있을까? 그저 시간이 조금 늘어났을 뿐이다.
바이칼은 고개를 돌려 왕녀와 묵향을 쳐다보았다.
묵향이 몇 차례나 계속 왕녀를 향해 콜링 썬더를 사용했지만, 번번히 쉴드에 가로막히고 있었다.
-예상대로군. 저 다람쥐는 아직 너무 어려. 아마 태어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겠지.
저 자그마한 다람쥐가 품고 있는 가능성은 자신마저도 아득히 초월할 정도.
아마 앞으로 몇 년 뒤면 상상도 하기 힘들 만큼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현재 저 꼬마로선 내 마법을 뚫을 방법이 없어.
폭룡은 목소리를 조금 누그러뜨린 후 카르페에게 말했다.
-기권해라. 인간.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방인들이 불사의 존재라곤 하나, 그렇다고 죽음이 달갑지는 않을 터다.
“……폭룡이라는 이름치고는 친절하네. 마음은 고맙지만 사양하겠어.”
-흥. 굳이 벌주를 마시겠다면야 나도 이 이상 권하지 않겠다.
자고로 드래곤이라 함은 판타지를 대표하는 마법의 종족.
오랜 세월을 살아온 폭룡인만큼 수십 가지가 넘는 마법을 익히고 있었다.
-버틸 수 있다면 버텨 봐라!
키이이잉!
폭룡의 등 뒤로 수많은 마법진이 떠오르며 마법이 쏘아지기 시작했다.
“세계수의 가호!”
[세계수의 가호가 발동됩니다. HP와 MP가 모두 회복됩니다.]포션류를 사용할 수 없는 게 대회의 규칙이었기에, 카르페는 세계수의 가호를 사용하여 단숨에 원상태로 돌아왔다. 그리고 즉시 창룡보를 발동해 스킬을 피하기 시작했다.
콰앙-! 콰아아앙!
각종 마법이 카르페를 노리고 날아들었으나 카르페는 그 모든 마법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와아아아! 철마! 최고다!”
“와, 저걸 피하네. 방금 건 도저히 각이 안 보였는데. 내 눈에만 안 보이는 거였네.”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해? 철마 권속 직업이라면서! 저게 지금 권속 직업 계열 움직임이냐고!”
라세를 어느 정도 플레이한 사람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었다.
네크로맨서, 테이머, 정령사 등등.
권속을 부리는 직업은 예외 없이 본체가 허약했다. 권속 직업 랭킹 1위라 할지라도 결코 저런 움직임을 보여 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철마는 해냈다. 라세 유저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
경기장은 사람들의 환호성으로 시끄러웠지만, 정작 카르페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카르페의 온 신경은 오로지 눈앞의 마법 탄막에만 집중되어 있었으니까.
콰앙!
화염구가 카르페의 왼쪽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카르페가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해낸 것이다.
바람의 칼날이 카르페의 머리카락 몇 가닥을 자르고 지나갔으며.
물의 창이 옆구리를 지나 바닥에 꽂혔다. 몇몇 마법이 카르페를 스치긴 하였으나 그 어느 것 하나 치명적이지는 않았다.
“후욱!”
카르페는 바닥에서 튀어나오는 어스 니들을 백덤블링으로 피해냈다.
마치, 탄막(彈幕) 게임을 하는 것처럼.
무수히 쏟아지는 마법을 하나하나 피해내며 앞으로 전진했다.
-조심해. 폭룡은 3성 이하의 공격 마법 스킬을 쿨타임 없이 쏠 수 있…… 이미 안 들리나.
무아지경 상태에 빠진 카르페에게는 천마의 말조차 들리지 않았다.
천마는 그런 카르페의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가끔 보면 이게 제일 이해가 안 된다니까. 뭔 놈의 인간이 반응 속도가 이래?
한 걸음. 또 한 걸음.
카르페는 마법을 피해내며 폭룡에게 접근했다. 폭룡은 그 기민한 움직임에 감탄하면서도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어째서 접근하는 거지?
버티는 게 목적이라면 멀어져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무언가 꿍꿍이가 있나 보군. 허나, 그대로 두진 않겠다!
폭룡은 그렇게 말하며 다음 스킬을 준비했다.
브레스와 더불어 폭룡의 2대 절기라 불리는 광역 스킬!
-받아 봐라! 용의 대…….
“앗! 바이칼 조심해요!”
-윽?!
폭룡은 스킬을 발동하려는 그 순간, 돌연 뒤에서 덮쳐오는 묵직한 충격에 몸을 비틀거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여파로 인해 스킬이 캔슬되고 말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당황한 바이칼은 뒤를 돌아보았고,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뀨웃! 뀨!”
거기에는 황소보다 더 거대해진 다람쥐 한 마리가 자신을 향해 몸통 박치기를 하고 있었으니까.
충격의 정체는 바로 거대화 스킬을 발동한 묵향의 육탄돌격이었다!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었다.
[권속 묵향의 스킬 ‘엘레멘탈 마스터’가 발동합니다.] [30초간 모든 아군의 속성 공격력이 100% 증가하고, 속성 방어력이 50% 증가합니다.]“잘했어. 향아! 윈드 블래스트!”
“뀨웃!”
묵향의 7성 스킬 윈드 블래스트가 발동되자 폭룡의 발밑으로 거대한 돌풍이 생성되었다.
-크읏! 제법이구나. 꼬마!
‘태초의 위광’과 ‘엘레멘탈 마스터’가 동시에 적용된 상태에서 적중한 7성 스킬.
제아무리 폭룡이라 해도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틈을 카르페가 놓치지 않았다.
카르페는 쿨타임이 돌아온 창룡보를 재차 발동했고.
턱!
“잡았다!”
마침내 폭룡의 몸 위에 손을 올려놓을 수 있었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카르페는 지난 스킬팩에서 얻은 8성 스킬을 곧장 발동했다.
“얼티밋 스톤 커스!”
쩌저적-!
8성 스킬 얼티밋 스톤 커스.
데미지가 존재하지 않기에 공격 스킬로 판정되지 않으며, 술자 또한 움직일 수 없는 대신 대상의 마법 내성을 90% 확률로 무시하고, 완전 석화시키는 최고의 CC 스킬.
이미 몇 번이나 봐 왔던 드렛슈의 스킬을 이번에야말로 뽑고 말았던 것이다!
-과연. 이것을 노렸는가.
폭룡은 점점 석화되는 자신의 다리를 보며 중얼거렸다.
아마 이 속도라면 몇 초 뒤에 전신이 석화될 것이다.
하지만.
-시도는 좋았다. 허나, 인간. 잊은 것은 아니겠지? 이건 나 혼자서 싸우는 시합이 아니다.
파사삭.
무릎까지 차올랐던 석화는 그대로 깨져 버리고 말았다. 쉴드 속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왕녀 아르셀리가 드래고닉 디스펠 스킬을 발동한 것이다.
묵향의 속성 디버프를 해제하기 위해 사용했던 두 스킬 중 하나가, 때마침 쿨타임이 돈 것이다.
-아깝군. 인간. 제법 잘했다만 아르셀리의 스킬 쿨타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모양이구나.
-생각을 못 해? 그럴 리가 있나. 상대의 스킬 쿨을 고려하는 건, PvP에선 기초 중의 기초라고.
폭룡과 왕녀가 어떤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이미 천마가 꿰고 있었다. 대륙 11강 중 가장 유명한 존재가 바로 용좌였으니까.
천마는 묵향의 ‘태초의 위광’에 왕녀가 디버프 스킬을 사용할 것도 알고 있었으며 그중 하나가 지금쯤 쿨이 돌 것이란 것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인 스펠 클리너는 범용성이 넓은 대신 쿨타임이 끔찍하게 길지. 자, 가라! 더 이상 디스펠 관련 스킬은 없다!
카르페는 석화가 해제되는 즉시 스킬을 발동했다.
“쿼터 라이프!”
[쿼터 라이프가 발동합니다. 사용자의 HP가 75%가 감소하며 전 스킬의 쿨타임이 75%가 감소합니다.] [스킬 ‘반복’에 링크된 스킬입니다. 코스트 없이 추가로 한 번 더 발동됩니다.]카르페의 필살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쿨타임 완전 초기화!
그리고 다시 한번 스킬이 발동했다.
“얼티밋 스톤 커스!”
-무슨?! 어떻게 연속으로…….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쩌저적!
이번에야말로 폭룡은 완전히 굳어 버리고 말았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