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70)
270화
카르페가 스킬팩에서 얼티밋 스톤 커스를 뽑기 전.
천마의 작전 중에는 이런 의견도 있었다.
-언서몬 필드를 구해 보는 건 어때? 경매장 뒤져 보면 아마 있을걸?
“엥. 그게 매물이 있다고요? 8성 스킬인데?”
-일반적인 8성 스킬이 아니잖아. 스킬 포인트 4짜리 일회용 스킬을 누가 익히려고 하겠어?
고등급 스킬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좋은 건 아니었다. 대체로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고등급 중에서도 엄연히 ‘꽝 스킬’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언서몬 필드는 8성 라인 중 대표적인 꽝 스킬.
그런 꽝 스킬들은 경매장에 종종 매물로 올라오곤 했다.
-아마, 똥침인지 뭔가 하는 놈도 경매장에서 구했겠지.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을 거야.
“흐음…… 언서몬 필드라.”
-천무지체가 있으니 습득 제한도 걱정 없고.
“그렇겠죠. 드렛슈도 정령사만 익힐 수 있다는 정령합일을 천무지체 빨로 익혔으니까요. 아마 될 것 같긴 한데…….”
카르페는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일단, 가성비가 너무 맞지 않았다. 애초에 펫 개인전 대회의 상품이라고 해 봐야 커스터마이징 아이템인데, 카르페에게는 크게 가치 있는 아이템이 아니었다.
그런 대회 상품을 위해 스킬 포인트 4 + 스킬 카드 값을 투자한다?
“제가 아무리 스킬 포인트가 썩어 돌아도 그건 좀…….”
게다가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펫 대회잖아요. 펫 대회에서 권속 소환 금지 필드를 사용하는 건, 그냥 주최 측 엿 먹으라는 건데…….”
이번 대회는 유저와 NPC가 한데 어우러지며 즐기는 커다란 축제의 장 같은 것이다.
아무리 1등이 하고 싶다곤 해도 그런 괴상한 수법으로 축제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애당초 사용이 가능하기는 할까요? 당연히 그런 쪽으로는 조치를 해 놨을 텐데?”
사용되면 그건 그것대로 웃긴 일이었다. 권속 없이 공격도 못 하는 주인 둘이서 어떻게 승부를 내란 말인가.
-아마도 막아 놨겠지. 나도 혹시나 하는 보험으로 꺼내 본 이야기다. 별로 큰 지출도 아니니까.
될지도 안 될지도 모르는 보험에 스킬 포인트 4를 쓸까 말까 고민할 만큼, 카르페의 스킬 포인트는 상식을 벗어나 있었다.
-흐음. 그럼 일단 다른 쪽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는데…….
“후우. 상황에 딱 맞는 스킬 어디서 툭 안 떨어지나.”
-이제 양심 터진 소리라고 말하는 것도 지겹다 야…….
* * *
하지만 그 양심 터진 소리가 실제로 이뤄지면서 카르페는 ‘얼티밋 스톤 커스’라는 조커 스킬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 그 조커 스킬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폭룡이 석화에 빠져들자, 경기장이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
대회 해설자 NPC의 말처럼 얼티밋 스톤 커스는 사실 인기가 없는 스킬이다.
대상의 저항력을 높은 확률로 무시하고 CC를 걸 수 있지만, 단점도 명확했기 때문이었다.
얼티밋 스톤 커스는 대상을 석화시키는 대신, 석화의 지속시간동안 사용자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못했다.
대상에 접촉해야만 스킬을 발동할 수 있고, 접촉이 떨어지면 석화가 풀리게 된다. 스킬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다른 스킬 역시 사용할 수가 없었다. 얼티밋 스톤 커스는 그런 스킬이었다.
해설자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다른 쪽으로 향했다.
마법 다람쥐와 왕녀.
철마가 폭룡을 묶어 두고 있는 이 상황에서 움직일 수 있는 건 그 둘뿐이었다.
“뀨웃!”
콰광!
묵향이 다시 콜링 썬더를 발동해 왕녀를 감싸고 있던 쉴드를 때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묵향의 공격은 폭룡의 쉴드를 부술 수 없었다.
“뀨웃~!”
묵향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반투명의 쉴드를 앞발로 탁탁! 때렸다.
“저기…… 아마 부술 수 없을 거야. 그러니 그만하지 않을래?”
왕녀 아르셀리는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묵향에게 그렇게 말했다.
“앞으로 5분은 더 지속될 거야. 그리고 얼티밋 스톤 커스는 그 전에 끝날 테니…… 어서 네 주인에게 돌아가서 기권하렴. 그럼 다치지 않고 끝낼 수 있을 거란다.”
“뀨우우~”
분하다는 듯 발을 동동 구르는 자그마한 다람쥐가 귀엽기 그지없었기에 아르셀리의 입가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걸렸다.
‘아, 안 돼. 아르셀리. 저 꼬마는 적이야. 귀엽지만 적이야.’
모질지 못하다고 바이칼에게 혼난 게 바로 전이다. 아르셀리는 조금 더 대화를 나누고 싶은 걸 꾹 참은 채, 묵향의 커다란 눈동자를 외면했다.
그리고 그때.
꼼짝하지 못하는 카르페 대신 천마가 둥둥 떠서 묵향 곁으로 다가왔다. 당연하게도 묵향을 제외하곤 그 누구도 천마의 모습을 인식하지 못했다.
-야.
“뀨우?”
-너 아까부터 자꾸 뭐 하고 있냐? 왜 편한 길 놔두고 쓸데없이 번개만 떨구고 있어?
“뀨우웃! 뀨뀨뀨!”
-……뭐라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다만, 그 뭐냐 대충 오기가 생겼다 그 말이냐? 순전히 네 힘으로 부수고 싶었다고?
“뀨뀨!”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묵향을 보며 천마가 끌끌 혀를 찼다.
-쯔쯔. 그 주인에 그 펫이라더니. 그런 쓸데없는 것까지 주인 성격이랑 판박이구만.
“뀻!”
-칭찬 아니야! 인마! 제발 정석적인 공략법 있으면 그것대로 좀 해라. 너나 카르페나 무식하게 정면에서 부술 생각하지 말고.
“뀨우웅…….”
“저기…… 너 도대체 누구랑 이야기 하고 있는 거니?”
아르셀리를 갑자기 자기 혼자서 말하고 끄덕이고 풀 죽고 하는 검은 다람쥐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람쥐가 보고 있는 방향은 아무것도 없는, 그저 허공이었으니까.
-거 봐라. 질질 끄니까 이상한 놈 취급받잖냐. 얼른 끝내고 도토리나 먹으러 가자. 이러다 석화 시간이 먼저 끝나겠다.
“뀨우우.”
묵향은 한숨을 포옥 내쉬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왕녀를 감싼 쉴드에 바짝 다가갔다.
“뷰웃.”
그리고는 볼주머니(묵향 인벤토리)에 저장되어 있던 아이템 하나를 뱉어냈다.
“……단검? 볼에 그런 걸 보관하고 있었니?”
묵향이 뱉어낸 아이템은 바로 자그마한 단검이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단검과 달리 아주 작은 크기의 단검이었다. 마치, 어린아이들의 손에나 맞을 법한 작은 사이즈였다.
그리고 묵향이 그 단검을 입에 물었다.
띠링.
[권속 ‘묵향’이 스펠 브레이커(야수용)를 착용하였습니다.]단검의 정체는 다름 아닌 스펠 브레이커.
8성 이하의 마법 스킬을 무효화하는 최고의 디스펠 단검이었다.
-흐흐. 쉴드만 너무 믿고 있으면 안 되지. 디스펠은 이쪽도 전문이라고.
11강 중 가장 유명한 존재인 두 드래곤과 용좌.
천마는 당연히 폭룡이 쉴드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비해 엘리스에게 부탁해서 스펠 브레이커를 묵향 전용으로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뀨웁!”
묵향은 스펠 브레이커를 입에 문 상태로 쉴드를 향해 폴짝 뛰었고.
“뀹!”
그리고 그대로 고개를 휘둘러서 스펠 브레이커를 쉴드에 박아 넣었다.
그리고 그 순간.
쨍그랑!
“꺅?!”
왕녀를 감싸고 있던 폭룡의 쉴드가 그대로 박살 나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왕녀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경험이 있는 노련한 마법사였다면 즉시 다른 방어수단을 강구했겠지만, 안타깝게도 아르셀리는 온실 속 화초.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경험이 현저히 부족했다.
[태초의 위광이 발동 중입니다. 범위 내의 적의 속성 방어력이 대폭 감소합니다.]-자, 왕녀가 정신 차리기 전에 마무리다! 뀨뀨! 백만 볼트!
“뀨우웃!”
왕녀의 머리 위로 먹구름이 생성된다.
그리고 그 먹구름으로부터 떨어지는 한 줄기 낙뢰!
이번에는 대신 막아 줄 폭룡도 없었고 쉴드도 없었다.
콰광-!!!
완벽하게 무방비인 상태인 왕녀의 머리 위로 번개가 떨어졌다.
장내가 얼어붙었다.
설마하니 왕녀가 정말 공격받을 줄이야!
모두가 당황하고 있는 그때, 처음부터 끝까지 이 상황을 예상했던 천마만이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역시 나왔구만. 그래. 아무리 폭룡이 있다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보험은 있을 수밖에.
놀랍게도 왕녀는 무방비 상태에서도 번개를 완벽하게 막아 냈다.
그녀의 머리 위로는 반투명한 쉴드가 재생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이전에 있었던 쉴드보다 더욱 강력한 쉴드가 말이다.
갑자기 생성된 쉴드.
당연한 말이지만, 아직 석화 상태인 바이칼의 솜씨는 아니었다. 그리고 허둥지둥하고 있던 왕녀의 쉴드는 더더욱 아니었다.
범인은 바로 왕녀 뒤에서 고고한 모습으로 떠 있었다.
-와룡 칼데라. 용좌를 수호하는 최강의 방패. 이 상황이라면 나올 수밖에 없겠지.
왕녀의 등 뒤에는 그리 크지 않은 용 한 마리가 있었다.
전형적인 서양의 용처럼 생긴 폭룡 바이칼과 달리, 동양의 용처럼 생긴 아름다운 용.
와룡(臥龍) 칼데라.
두 마리의 수호룡 중 또 한 마리가 나타나 왕녀를 지켜낸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 폭룡의 석화가 해제되었다. 얼티밋 스톤 커스의 지속 시간이 끝난 것이다.
-크흑! 인간! 어떻게 얼티밋 스톤 커스를 연속으로…… 헙?!
폭룡 바이칼은 왕녀 옆에 떠 있는 칼데라를 보며 다물었다.
그리고는 폭룡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쩔쩔매며 와룡의 눈치를 봤다.
-하아. 바이칼. 너 또 상대의 도발에 넘어갔지?
-아, 아니. 그게 아니오. 누님. 내 말 좀 들어 보시오.
-그게 아니긴. 처음부터 끝까지 나도 다 보고 있었는데. 내가 아르셀리 옆에서 떨어지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 후우. 나중에 따로 이야기 좀 하자꾸나.
-끄응…… 알겠소.
칼데라의 등장에 좌중이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팻 개인전은 어디까지나 주인과 펫 한 마리로만 이루어지는 경기.
당연히 펫 두 마리를 동시에 운용하는 건 규칙 위반이다.
즉.
와아아아아아-!
해설자의 선언에 경기장에 함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카르페의 눈앞으로 알림창이 떠올랐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