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73)
273화
“저기, 15번 참가자. 한 가지만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아, 네. 부인. 얼마든지 물어봐 주십시오.”
“참가자의 권속이 가진 색깔. 흔히 보기 힘든 색이네요. 설마, 염료로 염색을 한 것인가요?”
“아, 네! 그렇습니다! 역시 부인은 알아보시는군요. 시중에 팔고 있는 염료 약으로 제 비법 RGB값을 계산해서 만든 색…….”
“오, 이런! 낫 엘레강스예요오!”
심사위원 중 한 명, 휘리안 백작 부인은 유저 참가자의 말에 머리를 짚으며 비틀거렸다. 너무나 끔찍한 것을 봤다는 듯이 말이다.
“어떻게 귀중한 권속에게 인공 염료를 사용할 수 있나요?! 인공 염료로 인해 고통받을 권속은 생각도 안 하나요? 건강에 안 좋을 게 뻔하잖아요!”
“네? 네? 저, 부인. 제 권속은 골렘인데요. 염료 때문에 건강이 상할 리가…….”
“낫 엘레강스! 전 3점 드리겠어요!”
“그, 그럴 수가…….”
심사는 혹독했다.
5명의 심사위원들은 제각각 중시하는 요소가 달랐는데, 그중 하나라도 어긋났다면 어김없이 낮은 점수가 나왔던 것이다.
“허허허. 좋은 권속이군. 잘 보았노라. 내 점수는 5.8점.”
“조, 좋은 권속인데 어째서……?”
“허허. 좋군. 좋아. 참신한 권속을 볼 수 있어서 눈이 즐겁군.”
지난 대회보다 훨씬 점수가 박해진 국왕의 태도에 해설자들도 당황스러워했다.
그 때문인지 지금까지 참가했던 선수들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이가 34점이었다. 그마저도 제노니아의 NPC였고, 유저 참가자들은 그것보다도 훨씬 낮은 점수가 대부분이었다.
와아아아-!
플레이어 랭킹 2위가 등장하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봉선은 그 환호에 손을 들어 화답한 뒤, 사회자의 신호에 따라 자신의 애마를 소환했다.
“적토마 소환!”
지지지직!
봉선의 옆에 거대한 균열이 발생하였고, 그곳으로부터 거대한 말이 위엄 있는 모습으로 걸어 나왔다.
적토마.
삼국지에 관심이 없는 인물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만큼 유명한 말이 걸어 나오자, 심사위원들도 짧게 감탄성을 내뱉었다.
“호오. 전마(戰馬)인가? 아주 덩치가 크군.”
“제노니아에서는 보기 힘든 녀석입니다. 척 보기에도 단단해 보이는군요. 지구력도 좋아 보이고.”
“털의 윤기도 훌륭해요. 붉으면서도 거무스름한 빛깔. 흐음. 좀처럼 보기 힘든 좋은 색이군요. 천연 그 자체네요.”
“홧홧! 다들 보는 눈들이 탁월하시오!”
지금까지 없던 호평에 봉선이 기분 좋게 웃음을 터뜨렸다.
“훌륭한 말이군. 그래. 봉선이라고 하였느냐? 더 보여 줄 것이 남았는가?”
“그렇소이다! 내 인마일체의 기마술을 보여 드리지!”
봉선은 그렇게 말한 후, 적토마에 올라탔다.
“쾌속질주!”
그리고 그 상태로 적토마의 전용 스킬을 사용하며 경기장 이곳저곳을 번개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해설자들 역시 대호평.
그리고 그런 호평은 그대로 점수에 반영되었다.
“그럴 수가! 이런 샌님들 같으니!”
만약 이곳이 기사의 나라 길리안트 제국이었다면 훨씬 더 높은 점수를 얻었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제노니아는 마법사의 나라였다.
그리고 계속 이어져 가는 엘레강스 그랑프리.
사람들은 멋지고 아름다운 권속이 각자의 개인기를 뽐내는 것에 환호하며 축제를 즐겼다.
30번째, 40번째, 그리고 50번째.
수많은 참가자들이 지나갔으나 지금까지 봉선의 기록을 제친 선수는 단 한 명.
제노니아의 귀족 NPC 중 한 명이, 유니크 등급의 바실리스크를 선보여서 41.7점을 획득한 게 전부였다. 석화 광선으로 주인을 든든히 지켜 줄 수 있다는 게 많은 가산점으로 적용됐다.
그리고 드디어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
용좌, 그리고 와룡 칼데라.
동양의 용을 모티브로 한 것 때문일까. 와룡은 아름다운 몸짓으로 허공으로 날아올라 관객석으로 비를 뿌렸다.
광역 힐링 스킬인 ‘회복의 비’.
좀처럼 보기 힘든 스킬이 등장하자 사람들이 연신 환호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최고점을 기록.
아름다움과 스킬 그 어떤 부분에서도 빠지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특히 국왕은 이번 대회 최초로 9점 이상의 점수를 줬다.
“허허허. 역시 용좌.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
“……양심 없긴.”
“제로스 재상. 뭐라고 했는가?”
“아무것도 아니옵니다. 전하.”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드디어 때가 왔다.
“후우. 이게 뭐라고 떨리냐. 잘돼야 할 텐데.”
-뭐, 충분히 임팩트 있게 준비했잖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카르페는 사회자의 호명에 맞춰 경기장 위로 올라갔다.
와아아아아아-!
카르페가 경기장에 들어서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철마! 철마! 젠장! 내가 이날만을 기다렸다고!”
“개인전, 단체전 우승? 그런 건 메인 디쉬 이전의 에피타이저에 지나지 않았다.”
“그 에피타이저가 좀 길고 질질 끈 거 같긴 한데…… 어쨌든 드디어 왔다!”
“판타지 이세계 놈들에게 메카의 멋짐을 보여 줘라!”
“철마 펀치! 철마 펀치!”
이전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호응.
특히 플레이어 측 관중들 쪽에서 격렬한 반응이 터져 나오자, 국왕 홀란드 3세가 미미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끄응……”
“표정 좀 푸시지요. 전하. 뭐가 그리 심통이 나셨습니까?”
“……심통이라니. 억측은 삼가게나. 재상. 그냥 갑자기 복통이 느껴져서 그랬네.”
“쯔쯔. 복통은 무슨. 저 젊은이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건 아니십니까? 언제는 가능성 넘치는 젊은이가 나타나는 건 기꺼운 일이라더니…….”
“아니, 재상. 방금 해설 못 들었나? 너무 편파적인 해설이었잖아!”
“틀린 말은 없지 않았습니까. 두 종목에서 우승한 선수, 그것도 이방인이면 주목할 수밖에요.”
“끄응. 자네 도대체 누구 편인가?”
“정의와 공정의 편이옵니다.”
“……그래. 좋네. 나도 공정하게 심사하도록 하지. 아주 공정하게 말이야.”
국왕 홀란드 3세는 두 눈을 번뜩이며 경기장에 오르는 철마를 바라봤다.
조금이라도 흠이 될 만한 요소가 있으면 가차 없이 감점하겠다고 마음먹으면서 말이다.
사회자의 진행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사실, 유저들 중에서는 아직도 이번 대회의 철마가 진짜 천마신교의 철마인지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철마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그것’은 아직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으니까.
현재 천마 TV에 공개된 모든 영상들 중 권속이 등장하는 영상은 단 두 개.
철마의 첫 등장 영상과 극초반에 있었던 거대 벌레 사냥에서의 다람쥐뿐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줬던 투구 기사나 데스나이트, 화염 마법사는 그 어떤 영상에서도 등장한 적이 없었다.
그 때문에 혹시 이번 대회의 철마는 천마신교를 사칭하는 비공개 랭커가 아닐까 하는 추측하는 사람도 많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잠시 뒤면 그 논란이 완벽하게 끝날 것이다. 이번 대회의 철마가 진짜 천마신교의 철마라면 그랑프리에는 반드시 ‘그것’이 출격할 테니까!
관중석의 누군가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나와라! Sazabi!”
“출격해라 건X!”
“너 지금 뭐라 그랬냐? 감히 우리 사X비를 X담 따위에 비교해?”
“……그게 그거 아님?”
“넌 지금 그 발언으로 수천만의 사람들을 적으로 돌렸다. 항상 뒤통수 조심하면서 다녀라.”
심사위원들 역시 흥미로운 눈빛으로 카르페를 쳐다봤다.
관중석, 특히 이방인 쪽이 소란스러운 거로 보아 철마라는 인물에게 비밀 병기가 있다는 뜻일 터.
그게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했다.
하지만.
“……뭐지?”
“왜 꼼짝을 안 해? 시간 계속 지나가는데?”
사회자가 3분의 시간을 선언했음에도 카르페는 권속을 소환하지 않았다.
누구 할 것 없이 모두가 당황해서 웅성거릴 때, 국왕이 옳다구나 싶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철마라고 하였던가. 그대. 지금 무슨 생각이지? 설마, 이 권위 있는 대회를 장난으로 모욕할 셈은…….”
하지만 국왕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침묵하던 카르페가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기 때문이다.
“……응?”
그리고 그 행동에 자연히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그리고 그 하늘에서는……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하강하고 있었다.
“……저게 뭐지?”
국왕이 눈을 가늘게 뜨며 하강하는 미확인 물체를 쳐다봤다.
햇빛이 강해서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려웠으나 거대하고 붉은 어떤 것이 빠른 속도로 추락하고 있었다.
그것도 정확히 이 경기장을 향해서!
“설마, 메테오인가?! 여봐라! 당장 대방어 마법진을 가동…….”
“그게 아니옵니다. 전하! 저 물체가 바로 저자의 권속이옵니다!”
“……뭐라? 살린. 그대는 이미 알고 있었소?”
“그렇사옵니다. 제가 이 두 눈으로 심사했으니 확실하옵니다.”
1왕자가 귀찮다면서 소개를 스킵했던 인물 중 한 명.
그의 정체는 바로 카르페가 처음 예선 시험을 치렀을 때, 담당자였던 마법사 살린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대가 이번 대회는 아주 재밌을 것이라고 했었지. 그게 이런 의미였는가?”
“전하. 지금 그런 말을 하실 때가 아니옵니다! 거의 다 왔습니다!”
경기장을 향해 추락하던 물체는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왔다.
이제는 어떤 모습인지 정확하게 눈에 들어왔다.
붉은 골렘. 강철의 로이어드.
크기 약 4m의 거대 골렘.
온통 붉은색으로 되어 있는 독창적인 형태의 골렘이 팔짱을 낀 자세 그대로 수직 낙하하고 있었다.
이윽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붉은 골렘이 경기장 정중앙에 착지했다.
아니, 이걸 착지라 부를 수 있을까. 이건 차라리 폭격에 가까웠다.
“저, 저저……!”
어찌나 충격이 강했는지 로이어드가 착지한 곳을 중심으로 경기장이 쩌저적 갈라지고 말았다.
제노니아가 자랑하는 첨단 마법 공학으로 설계된 경기장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착지의 충격으로 경기장이 깨지면서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지금까지 참가했던 그 어떤 권속보다도 충격적인 등장!
그리고 연기가 사라지며 로이어드의 모습이 드러났을 때, 관중석의 유저들이 경악성을 내질렀다.
“저, 저거!”
“설마?! 이걸 이 타이밍에?!”
로이어드는 그냥 단순히 착지만 한 게 아니었다.
오른쪽 무릎은 땅바닥에 닿아 있었고 그 반대쪽 다리는 무릎을 세워 바닥과 수직을 이뤘다.
그리고 오른손 역시 땅바닥을 짚고 있었으며, 반대쪽 왼팔은 허공을 향해 쫙 뻗고 있었다.
고개는 땅바닥을 향해 숙인 채였다.
히어로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몇 번이고 봤던, 바로 그 자세였다.
무릎, 발, 오른손이 바닥을 짚는 자세라 하여 ‘3점 착지’라고도 불리는 자세.
일명.
“슈퍼히어로 랜딩(Superhero landing)?!”
“맙소사! 사X비가 이걸 한다고!”
“철마! 젠장, 믿고 있었다고오!”
거대 메카가 취하는 슈퍼히어로의 착지 자세!
이 로망 같은 상황에 관중석 사나이들이 동서남북으로 일시에 울부짖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로이어드. 고개를 들어라.”
카르페의 명령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로이어드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로이어드의 관절 부분에서 치이익! 소리와 함께 자욱한 수증기가 내뿜어졌다. 동시에 로이어드의 안광에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카르페가 현질로 지른 이펙트 효과였다.
“아아……!”
살린은 감동 때문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거다!
이걸 이 무대에서 보기 위해 지금까지 근질거렸던 입을 참은 것이다!
“전하 어떻습니까. 제 말이 맞…….”
살린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국왕, 그리고 그 옆에 앉아 있던 재상 제로스.
그들은 어느새 심사석에서 벌떡 일어나 있었으니까.
난생처음 보는 형태의 권속을 발견한 그들의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마치, 부모님께 로봇을 처음 선물 받은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