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39)
339화
콰앙!
서빙제의 파편이 힘껏 땅을 박차자 땅이 깨지면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서빙제 파편의 강렬한 도약.
놈은 그 기세 그대로 카르페의 목을 향해 커다란 앞다리를 휘둘러 왔다.
“큭!”
카르페는 도약을 인지한 그 순간, 곧바로 허리를 뒤틀었다.
핏!
서빙제 파편의 서슬 퍼런 낫이 카르페의 머리 바로 옆을 스치며 지나갔고 그 여파로 카르페의 머리칼이 허공에 흩날렸다.
목표를 갈라 버리는 데 실패한 서빙제의 낫은 뒤에 있던 애꿎은 나무를 두 동강 내버렸고, 나무가 쿠웅! 쓰러지며 다시 한번 대지가 진동했다.
다행히 동작이 컸던 탓인지, 후속타가 이어지진 않았다.
“후우. 살벌하구만.”
카르페는 황급히 거리를 벌리며 중얼거렸다.
온 신경을 쏟고 있었음에도 아슬아슬하게 피해 내는 게 고작.
속도로만 따지자면 얼마 전의 상급 악마와 거의 동등한 수준이었다.
“꼬마야! 여긴 나에게 맡기고 어서 도망…….”
-그 꼬맹이라면 이미 사라지고 없어. 진즉에 튀었다.
“어…… 다행이네요.”
단순히 겁을 집어먹고 도망을 간 것인지, 자신이 방해가 될까 봐 자리를 벗어난 것인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 옳은 행동이었다.
아무리 카르페라 하더라도 이 괴물 같은 놈을 상대로 누군가를 지키면서 싸우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마귀라는 게 이놈을 말하는 거였나?”
-정황상 그럴 가능성이 커 보이는군. 왜 이놈을 너랑 헷갈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일단 이 상황부터 해결해야겠네요. 다들 전투 준비!”
“뀨웃!”
“명을 받듭니다. 주군.”
카르페의 부름에 묵향을 비롯한 인형들이 로브 속에서 폴짝 튀어나와 전투 모드로 전환했다.
카르페 주변으로 여섯 권속이 자리를 잡았지만, 서빙제의 파편은 그들 중 누구에게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놈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카르페만을 향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카르페가 착용하고 있는 ‘서빙제의 징표’를 향해 있었다.
우우웅.
그리고 카르페의 손가락에 끼워진 서빙제의 징표도 파편에 호응하듯 얕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서빙제의 파편이 욕망을 토해내는 순간, 카르페 일행 주변에 푸른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마법진으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강렬한 눈보라!
일전에 한 번 목격한 바 있는 8성 스킬 블리자드 노바였다.
“어림없지! 안티 매직 셸!”
서빙제의 파편이 마법을 발동하는 순간, 카르페 역시 마도병기에 내장된 기능을 발동했다.
촤르륵.
카르페의 목에 둘려 있던 스카프가 크게 펼쳐지며 쏟아져 내리는 눈보라를 모조리 흡수하기 시작했다.
“캘러미티 인페르노!”
놈의 마법을 흡수한 카르페가 반대로 마법을 발동했다. 두 줄기의 화염 기둥이 서빙제의 파편을 향해 날아들었고.
서빙제의 파편 역시 조금도 물러나지 않으며 다시 한번 마법을 발동했다.
놈의 입으로부터 푸른색 레이저가 발사되며 불기둥과 충돌했다. 이 역시 카르페가 경험해 본 적 있는 마법 스킬, 8성 ‘글래셜 빔’이었다.
콰아아앙!
화염, 얼음 계열의 8성 스킬 중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받는 두 스킬이 허공에서 충돌하자, 커다란 폭발과 함께 수증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어? 뭐야? 지난번 놈은 이런 스킬 없었는데?”
처음 사용했던 블리자드 노바의 경우 엘프 숲 때의 파편도 가지고 있던 스킬이지만, 글래셜 빔의 경우는 그게 아니었다.
이건 설산에서 만난 예티 킹이 사용했던 스킬이었다.
-흐음. 서빙제의 파편이라고 다 똑같은 스킬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가 보군.
“확인해 봐야겠네요. 드래곤의 눈!”
카르페가 목걸이의 기능을 발동하자, 이내 눈앞으로 정보창이 등장했다.
띠링.
– 8성 프로스트 미스트
– 8성 블리자드 노바
– 8성 글래셜 빔
– 6성 웨폰 프로스트
– 6성 당랑권(螳螂拳)
– 4성 윈드 커터
[장착 아이템]– 없음
“허. 진짜 다르네?”
-아주 드문 개체거나 이벤트 몬스터인 경우, 개체마다 레벨이나 스킬, 능력치, 지능 같은 게 조금씩 차이가 나긴 하지. 서빙제의 파편이 그런 케이스인가 보구만.
“레벨이 다를 거란 건 예상했는데 스킬까지 다를 줄은 몰랐네요. 듣고 보니 생김새도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하고…….”
눈앞의 녀석은 엘프의 숲에서 만났던 서빙제 파편과 비교하면 푸른색이 좀 더 옅었고, 외피도 조금 얌전한 느낌이다. 덩치도 조금 더 작았다.
엘프 숲에서 만난 파편보다 전체적으로 포스가 떨어지는 외양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비교하면 그렇다는 거지, 객관적으로 보면 충분히 강력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이놈은 순수 딜링 트리를 탔나 본데…….”
‘정신 지배’나 ‘얼티밋 카모플라쥬’ 같은 유틸성 짙은 스킬이 없는 대신 처음부터 끝까지 죄다 딜 스킬로 구성되어 있었다.
-블리자드 노바와 당랑권 빼고는 전부 그놈과 다르군. 호? 프로스트 미스트의 경우는 꽤 보기 드문 스킬인데 가지고 있구만. 저건 몸을 안개로 변화시키는 스킬이다.
“안개화? 아, 아까 저놈이 등장할 때 썼던 게 그건가 보네요.”
갑자기 깔린 얼음 안개가 돌연 거대 사마귀로 변했었다.
그냥 ‘등장 연출이 멋지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그게 스킬인 모양이었다.
-그래. 그거. 안개로 변하면 물리 공격에 면역 상태가 되니까 역속성 8성 이상 마법으로 후드려 패야 한다. 아마 싸우다가 불리해지면 그거 쓰고 도망갈 테니 염두에 두고 있어. 아, 그밖에도 얼음 안개로 자기 분신도 만들 수 있으니 그것도 주의하고.
“크. 알겠습니다.”
반년이라는 세월 동안 호흡을 맞춰 온 만큼 이제 척하면 척이다.
새로운 몬스터의 새로운 스킬을 접하면 천마 비급이 친절하게 공략법을 알려 준다.
카르페는 그 공략에 따라 몸을 움직이기만 하면 되었다.
더 이상의 관찰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일까.
카르페와 권속을 노려보던 서빙제의 파편이 괴성을 지르며 빠른 속도로 짓쳐들었다.
“좋아! 와라!”
콰앙!
사마귀의 낫과 카르페의 주먹이 충돌하며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후욱. 후우욱.”
카르페를 비롯한 권속들. 그리고 서빙제의 파편 모두가 정상이 아니었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온몸에 상처가 넘쳐났다. 특히, 서빙제의 파편의 경우에는 한쪽 다리와 한쪽 날개가 완전히 박살 나 있었다.
찢어진 날개에서는 얼음 가루가 부스스 흘러내리고 있었다.
-후. 저 망할 날개를 드디어 찢어 놨군. 이제 공중 공격은 못 하겠지.
“흐으. 징하네. 정말.”
이번에 만난 서빙제의 파편은 엘프의 숲 때와는 여러모로 차이점이 많았다.
단순히 외양과 스킬 구성뿐만 아니라 전투 스타일 자체가 엄청나게 달랐던 것이다.
다소 얌전하게(?) 뛰어다녔던 엘프 숲 때와 달리, 이번 서빙제 파편은 날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공중 공격을 날려댔다.
안 그래도 빠른 놈이었는데 거기에 순간적으로 비행 능력이 가미되자, 공격 루트가 말도 안 되게 다양해졌다.
‘프로스트 웨폰’ 스킬로 얼음의 낫을 변화무쌍하게 휘둘러 오는데…… 만약 천마가 카르페 등 뒤에서 사각으로의 공격을 알려 주지 않았다면, 진즉에 패배했을 게 틀림없었다.
“후우. 누가 벌레 아니랄까 봐 날아다니기는. 이제 곧 나머지 날개도 뽑아 주지.”
저 날개부터 어쩌지 못하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카르페는 전투 내내 최우선적으로 날개만을 노렸다.
그리고 각고의 노력 끝에 한쪽 날개를 찢어 버릴 수 있었다. 물론, 이쪽도 타격이 없는 건 아니어서 한쪽 날개를 대가로 로이어드와 세실리아, 두 권속을 희생하고야 말았다.
하지만 그 덕에 승기는 확실히 넘어왔다. 현재 놈의 HP는 정확하게 11%가 남아 있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강력한 건 아니라 다행이었어. 예전에 만났던 놈보다 지능이 훨씬 떨어져. 말도 훨씬 어눌하고.
당연한 말이지만, 몬스터의 AI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어떤 녀석은 너무 단순해서 ‘아, 역시 게임은 게임이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반면, 어떤 놈은 ‘아니, 이게 진짜 인공지능이라고?’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놈들이 있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만난 서빙제의 파편은 전자였다.
물론, 이벤트 몬스터인 만큼 진짜 저레벨이나 초보존 몬스터 정도로 단순하지는 않았으나, 그럼에도 지능이 그리 높지는 않았다.
엘프 숲에서 만났던 녀석은 함정을 파거나 계략을 꾸밀 만큼 지능이 높았는데, 이 녀석은 단순히 힘과 속도가 빠른 야수 몬스터였던 것이다.
-흐음. 확실히 엘프 숲 때의 파편이 특수 개체이긴 한 모양이군. 마도왕 퀘스트와 관련된 놈이라 그런가?
“후우. 앞으로 만날 놈들도 딱 이 정도 지능이면 좋겠는데 말이죠.”
지능이 낮은 벌레라도 자신을 욕하는 소리는 알아듣는 모양이었다.
서빙제의 파편은 아껴 뒀던 모든 힘을 터뜨리면서 카르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놈은 지금까지 아껴 두었던 스킬을 발동했다.
쩌저적!
서빙제의 발밑에서 얼음의 파도가 생성되었다.
엘프 숲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서빙제의 파편도 회심의 필살기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온몸이 반파당할 동안에도 숨기고 있었던 일격.
보통이라면 당할 수밖에 없는 기습이었으나, 애석하게도 상대가 나빴다.
“그래, 그거 언제고 쓸 줄 알았지. 너만 있냐? 영구동토!”
드래곤의 눈에는 잡히지 않았으나, 카르페는 놈이 영구동토를 익히고 있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서빙제의 파편의 상징과도 같은 스킬이었으니까. 때문에 카르페 역시 맞받아칠 수 있는 영구동토를 계속해서 아껴 두고 있던 차였다.
쩌저적-!
두 영구동토가 맞붙으며 순식간에 대지를 얼려 나갔다.
그리고 기습이 막히자 당황한 서빙제 파편에게 카르페와 권속이 순식간에 화력을 퍼부었다.
“티나! 향아!”
“넷. 주군! 진군하라!”
“뀨웃!”
광휘의 호령과 엘레멘탈 마스터가 터지면서 딜뻥이 시작됐고.
“쿼터 라이프! 영구동토! 캘러미티 인페르노!”
콰아아앙!
카르페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폭딜이 쏟아지자.
빈사에 이르렀던 서빙제의 파편은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사그라졌다.
띠링.
[이벤트 몬스터 ‘서빙제의 파편’을 쓰러뜨리셨습니다.] [데스 게임에서 살아남으셨습니다. 서빙제의 징표가 강화됩니다.]서빙제의 시체로부터 흘러나온 얼음 조각이 카르페의 반지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카르페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서빙제의 파편이 사라진 자리로 움직였다.
“후우우. 힘들었다.”
하지만 충분히 힘들 가치가 있었다.
놈이 사라진 자리에는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아이템이 무려 3개나 떨어져 있었으니까.
카르페가 그중 하나를 집어 들려는 그 순간이었다.
띠링.
[권속 중급 얼음 정령 ‘서리’가 특정 아이템에 격렬한 반응을 보입니다.]“……응?”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