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64)
364화
-허, 진짜 별의별 희한한 게…….
천마는 드렛슈의 말에 할 말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백화도 있으니까 흑화도 있다니? 굳이 이런 것까지 음양의 조화를 맞춰야 하나?
-아니, 드렛슈의 기억 파편들은 언젠가 나타날 자신의 후예를 위한 안배 아니었어? 그런데 위험하다고?
“기본적으로는 지금 하신 말씀이 맞습니다. 흑화 드렛슈 역시 후예에게 이로운 뭔가를 주긴 할 겁니다.”
-……하지만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흑화 드렛슈는 위험하다?
“바로 그렇습니다.”
드렛슈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본체의 파편 중, 저를 제외하더라도 많은 기억과 권한을 받은 파편이 또 있습니다. 제가 흑화라고 부르는 기억 파편 역시 그러하고요.”
드렛슈는 ‘아마 그가 기억 파편 중 가장 많은 권한과 정보를 받았을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흑화 드렛슈는 본체의 무자비한 일면이 떨어져 나와 인격을 구성한 경우입니다. 그의 목적은 단 하나뿐이죠. 바로 모든 위신의 말살입니다.”
위신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면 어떠한 수단도 가리지 않는 인격.
목적만 달성할 수 있다면 그 수단이 얼마의 희생을 낳든 얼마나 비인간적이든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만약 후예가 위신과 싸울 만한 재목이 아니라고 생각할 경우엔, 모든 힘을 거둬 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다른 수를 강구하겠죠. 이건 그나마 안 좋은 케이스 중에서도 좋은 결말입니다.”
단순히 직업만 뺏어 가는 거라면 그나마 낫다.
만약 카르페를 희생해서 위신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한다면.
흑화 드렛슈는 조금의 주저도 없이 자신의 후예를 불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을 수도 있었다.
“물론, 최악을 가정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좋게 풀릴 수도 있겠지요. 흑화가 후예를 성장시키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 판단한다면, 그 어떤 기억 파편보다도 확실한 지원을 해 줄 테니까요.”
-흐음. 어떤 느낌인지 알겠군. 확실히 주의를 하긴 해야겠네.
지금까지 드렛슈, 그리고 아크람과 관계된 것들은 예외 없이 카르페에게 모두 호의적이었으나 처음으로 그게 아닌 존재가 등장하고 말았다.
-이용 가치가 없는 장기 말은 버린다라…… 이거 웃기는 놈이네. 갑을 관계를 완전히 반대로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카르페는 어떨지 몰라도 천마는 ‘마도군주’라는 신화 직업에 그렇게까지 목을 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정말 대단한 직업이긴 하다. 천마가 알고 있는 모든 직업을 통틀어도 가장 높은 고점을 기대할 수 있는 직업이었으니까.
본신의 전투력은 차치한다 해도 에픽 등급의 권속을 다수 얻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밸런스를 한참 파괴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도군주’급 직업이 없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마도군주보다 확실히 위! 라고 할 순 없어도 그에 준할 만한 신화 직업은 있었으니까.
그리고 천마는 그 신화 직업의 전직 방법 역시 알고 있었다.
-힘을 거둬 가고 싶으면 가라지. 과연 누가 아쉬울지.
직업이란 건, 비유하자면 무기와 같은 것이다.
무기 자체의 성능도 물론 중요할 테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그 무기를 누가 다루느냐’는 것이다.
제아무리 명검이라도 들고 있는 사람이 어린아이라면 누가 무서워할까.
반대로, 평범한 검이라 할지라도 달인의 손에 쥐어진다면 능히 명검을 제압할 수 있었다.
……물론 마도군주쯤 되는 직업이면 주인 솜씨와 상관없이 저 혼자 슝슝 날아서 적을 썰어 버리는 에고 소드 급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걸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이가 사용해야만 더 가치가 빛나는 법이었다.
그리고 카르페는 천마가 아는 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플레이어였다.
신화 등급이 아닌, 그 아래의 에픽 등급의 직업만 가져도 충분히 라세를 씹어 먹을 수 있는 인간. 만약 게임의 성좌라는 게 존재한다면 필시 카르페를 굽어살피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힘을 거둬 가니 마니 하는 협박질은 그냥 우스울 뿐이었다.
-뭐, 애초에 쉽게 당해 주지도 않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네?”
-그냥 주의하라는 경고만 하고 끝낼 건 아닐 거 아니야. 뭔가 조언이라거나 대항할 만한 수단 같은 게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하하. 그렇군요.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그건 잠시 뒤로 미루는 게 좋겠군요.”
드렛슈는 그렇게 말하며 테이블 위의 수정구를 가리켰다.
“곧 끝날 것 같으니까요. 모두가 나온다면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 * *
무의식 속 환영의 세계.
그곳에서는 카르페를 비롯한 인형들이 또 다른 자신과 치열하게 승부를 벌이고 있었다.
딱 두 명. 카르페와 미라쥬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천마와 드렛슈가 밖에서 열심히 대화를 하는 동안, 무의식 속에서도 카르페와 드렛슈가 열심히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딱히 승패를 가릴 필요는 없다고요?”
“그렇습니다. 이 공간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인형들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것이니까요. 제 본체에 의해 봉인된 기억을 끄집어내는 겁니다.”
드렛슈가 환영으로 만들어 낸 인형들의 또 다른 모습.
그들은 성격만 다른 것이 아니라 그 전투법과 스킬 역시 원본과 판이했다. 반전된 능력에 더해서 800년 전 드렛슈가 기억하고 있던 인형들의 전투 방식과 스킬을 섞어서 구현했기 때문이다.
“자, 저길 보시죠.”
드렛슈가 티나와 티나가 사투를 벌이는 곳을 가리켰다.
다른 권속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무지막지한 전투가 일어나는 곳이었고, 그 여파로 두 티나 역시 온몸이 넝마가 되어 있었다.
“허억, 허어억.”
“후우. 후우우. 아끼던 드레스가 엉망이 되어 버리고 말았네요.”
“피차일반입니다. 이대로는 쉽게 결착이 나질 않겠군요.”
“네에. 저와 당신은 다르면서 같으니까요. 마음만 먹는다면 일주일도 싸울 수 있겠죠.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인 것 같네요. 당신도 느끼고 있죠?”
“……그렇습니다.”
기사 티나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격돌하는 그 순간부터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자신의 검과 상대의 실드가 부딪히는 그 순간.
그녀로부터 무언가가 넘어오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오랜 시간 잊고 지내던 그리운 무언가가 따스하게 몸속으로 스며드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리고 전투 내내 이어지던 그런 기분이 조금 전부터 느껴지지 않기 시작했다.
마치, 즐겁게 나누던 대화가 끝이 난 것처럼.
“그렇군요. 전투가 아닌 대화였습니까. 제 몸이 잊어버리고 있던 것을 일깨우는.”
“그게 제 역할이니까요. 후후. 하지만 저도 아주 재밌었어요. 앞으로도 변치 마시길. 당신의 올곧은 마음을 응원할게요.”
공주 티나는 활짝 펼쳐진 부채를 탁! 하고 접었다.
그리고 그 순간. 카르페의 눈앞으로 알림창이 등장했다.
[권속 ‘광휘의 티스타니아’가 또 다른 자신과의 접촉으로 인해 봉인된 기억이 깨어납니다.] [축하합니다! 광휘의 티스타니아가 전용 스킬 ‘꺾이지 않는 마음’을 깨달았습니다.] [8성 스킬 – 꺾이지 않는 마음]-광휘의 기사는 그 어떤 시련과 고난에도 굴하지 않습니다.
– HP를 뛰어넘는 공격에도 한 번 견뎌 냅니다. 동시에 모든 상태 이상이 회복되며 4초간 모든 대미지에 면역 상태가 됩니다(해당 효과는 12시간마다 한 번만 발동합니다).
그렇게 티나를 시발점으로 다른 권속들 역시 하나둘, 자신의 기억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왜 너는 다크의 멋짐을 모르는 거냐구!”
“멋진 게 아니라 부끄러운 거…….”
“아으으. 답답…… 응?”
또 다른 자신과 대화를 나누던 자신의 몸에 찾아온 따뜻한 감각에 고개를 갸웃거렸고.
띠링.
그리고 로이어드.
띠링.
[권속 ‘강철의 로이어드’가 또 다른 자신과의 접촉으로 인해 봉인된 기억이 깨어납니다.] [축하합니다. 강철의 로이어드가 전용 스킬 ‘단단해지는 철’을 깨달았습니다.]다른 권속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창 싸워나가는 도중 다들 무언가를 깨달으며 전투를 멈추기 시작했다.
[권속 ‘암군의 길리안’이……] [축하합니다. 암군의 길리안이 전용 스킬 ‘지휘관의 품격’을 깨달았습니다.]“크힛! 크히히힛!”
“좀 죽어! 어디서 그렇게 마력이 샘솟는 거…… 응?”
[권속 ‘적마의 세실리아’가……] [축하합니다. 적마의 세실리아가 전용 스킬 ‘용의 심장’을 깨달았습니다.]“청소. 청소입니다. 당신의 썩어 빠진 정신머리 깨끗하게 정화시켜드리…….”
[권속 ‘정화의 아리스테나’가……] [축하합니다. 정화의 아리스테나가 전용 스킬 ‘오라토리오’를 깨달았습니다.]마치 짜기라도 한 듯, 모든 인형들이 자신의 전용 스킬을 깨닫게 되었고 카르페는 헛웃음을 터뜨려다.
“아니, 이게 무슨…….”
“하하. 사실, 싸울 필요도 없습니다. 습득 조건은 또 다른 자신과 일정 시간 이상 접촉만 하면 되는 거라서요.”
“그럼 도대체 왜 싸움을 유도한 거예요?”
“그게 더 재밌으니까?”
“에라이!”
“켁.”
카르페가 드렛슈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퍽! 소리와 함께 드렛슈가 저 멀리 데굴데굴 굴러갔다.
“……응? 이걸 왜 맞아요? 그냥 휘두른 건데?”
“하하. 전 후예분이 만난 다른 드렛슈처럼 천무지체를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요. 몸으로 싸우는 것에는 그렇게 재능이 없습니다.”
“……천무지체가 없다고요? 그런 게 가능해요?”
“자세한 건 밖에서 들으시죠. 어차피 이미 다 말씀드렸던 거라.”
“???”
비깥 사정을 알 수 없었던 카르페로서는 그저 물음표를 띄울 수밖에 없었다.
“후우. 아쉬움이 조금 남는군요. 후예분을 속이지 못한 건 아주 유감입니다. 자, 어쨌든 다 끝난 것 같으니 이만 나가 볼까요.”
“아니, 잠깐만요. 저는 아직 아무것도 못 받았는데?”
지난번 보물고에서 드렛슈를 만났을 때.
카르페는 드렛슈로부터 ‘천무지체’ 스킬을 받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끝난다고?
카르페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보자 드렛슈가 씨익 웃었다.
“이곳은 어디까지나 인형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니까요. 당신에게선 끄집어낼 기억도 없잖습니까?”
“그럼 나는 왜 따라 들어온 건데!”
“그편이 더 재밌으니까?”
퍽!
드렛슈는 한 대 더 맞고 땅바닥에 뒹굴었다.
“노, 농담입니다. 그대를 위한 것은 밖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큼. 진즉에 그렇게 말하시지.”
카르페가 쓰러진 드렛슈를 일으켰다.
그리고 그 순간.
파앗!
밝은 빛이 터지고 일행은 어느새 원래 공간으로 돌아와 있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