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75)
375화
[마도탑 45층에서 서브 관리자 픽시 퀸 루리아와 조우하셨습니다.]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루리아의 시험 (2)’로 이어집니다.]45층을 좀 더 헤매고 나서야 만날 수 있을 거라 예상했건만 저쪽에서 먼저 나타날 줄이야.
그만큼 애가 탄다는 방증이었다.
“이렇게 반겨 줄 줄은 몰랐네.”
“뭐, 뭐래! 딱히 네가 보고 싶어서 나타난 건 아니거든! 흥!”
-흠. 츤데레 유행은 한참 지났는데. 800년 동안 갇혀 지내다 보면 어쩔 수 없나?
천마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너무한 소리를 뱉었지만, 안타깝게도 루리아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널 기다린 게 아니라 그…… 그!”
“버섯볶음?”
“그래! 그걸 기다린 거야! 그러니까 이제 좀 나눠 주면 안 될까아……?”
말을 하면 할수록 루리아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기세 좋게 나타날 땐 언제고 또 흘긋흘긋 눈치를 보는 게 어지간히 먹고 싶은 모양이다.
카르페가 피식 웃음 터뜨렸다.
뭐, 괜찮겠지.
65층이 45층으로 낮아졌으니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긴 해야 했다.
장난질 치다 걸렸으니까 없던 일로 하자기엔 픽시들이 삐칠 확률이 농후했다.
삐쳐서 시험 같은 거 알 바 아니라고 사라져 버리면 자신만 손해 보는 것 아닌가. 아니, 삐치는 것만으로 끝나면 다행이지 아예 적대적 관계로 돌아서 버린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공간 이동이 가능한 픽시의 특성상, 가는 곳마다 시비를 걸어올 게 틀림없었다.
“좋아. 줄게.”
“우와! 진짜?! 드렛슈와 달리 착하구나!”
“인간! 대단해!”
“얘! 인간이 뭐니! 인간님이라고 해야지.”
“인간님! 멋져!”
리액션이 워낙 좋다 보니 ‘조금만 더 놀려 볼까?’라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관두었다. 먹을 거로 장난치는 것만큼 치사한 것도 없었으니까.
뭐든지 적당히 해야 하는 법이었다.
“자.”
“잘 먹을게! 고마워!”
카르페가 인벤토리에서 버섯볶음을 꺼내자 픽시들이 달려들었다.
25층에서와 달리 조금 더 넉넉한 양이었다.
와구. 와구! 옴뇸뇸!
“흑. 너무 맛있어. 어떻게 이런 맛이…….”
“온몸에 스며들어. 매일 날재료만 먹다가 제대로 된 걸 먹으니 너무 짜릿해!”
“왜 우리들 중에는 요리할 수 있는 애가 없을까. 앗! 그거 내가 먼저 먹으려고 한 건데!”
[픽시 퀸 루리아의 호감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픽시들의 호감도가 대폭 증가합니다.]분명 80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왔을 터지만 픽시들은 그냥 어린아이들 그 자체였다.
장난질을 좋아하고 먹을 거 좋아하고 순수하다. 아, 지능도 좀 낮고.
“아, 벌써 다 먹었네…….”
“히잉. 좀만 더 주지…….”
요리를 주긴 주되, 배가 부를 만큼 주진 않았다.
배가 부르면 또 달라지는 게 사람 마음이었으니, 딱 아쉬움이 남을 정도가 베스트였다.
“자, 식사 끝났으면 시험을 진행해 보자고. 시간이 그리 많지 않거든.”
남아 있는 접속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자칫하면 내일 이어서 진행해야 할 수도 있었다.
“아, 맞다! 나 관리자였지. 참.”
“……그걸 까먹어?”
“흠흠. 까먹은 게 아니라 잠시 잊어버린 거야.”
그게 그 말 아닌가?
카르페는 태클을 걸려다가 그냥 관두었다.
‘어린애들 지능이랑 말싸움해 봤자 나만 손해지.’
-똥멍청이 종족 같으니라고.
카르페가 짠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걸 눈치채지 못한 루리아가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흐흥!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내 시험은 절대 쉽지 않거든. 음식 좀 줬다고 해서 봐줄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야!”
“버섯볶음 아직 많이 남았는데…….”
“크, 큼. 뭐 착한 인간이니 조금 쉽게 해 줄 수도 있겠지. 아무튼 시험은 바로…….”
루리아는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숨바꼭질!”
“……숨바꼭질? 설마 술래가 숨은 사람 찾아다니는 그거?”
“응? 그거 말고 숨바꼭질이 또 있어?”
“아니, 없긴 한데…….”
“그거 맞아! 이제부터 넌 술래가 돼서 우리를 찾아야만 해! 자, 얘들아!”
픽시 퀸의 호명에 픽시 14개체가 앞으로 나섰다.
그 순간, 카르페의 눈앞으로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허.”
진짜로 숨바꼭질이구나. 게다가 찾아낸다고 끝이 아니라 시험이 아직 하나 더 남아 있었다.
“우린 이 45층 내에 숨어 있을 거야. 그걸 찾아내면 돼. 쉽지?”
“룰이야 쉽긴 하다만.”
“후후. 하지만 우릴 찾는 건 쉽지 않을 거야. 우린 매일 매일 숨바꼭질을 하면서 놀거든! 숨바꼭질 계의 스페셜리스트! 그게 바로 우리 픽시들이다!”
“…….”
그런 거로 자부심을 부려도 곤란하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애매하거든.
“자, 그럼 숨는다! 모두 모여!”
루리아를 포함한 15개체의 픽시들이 한데 모였고.
“에잇!”
루리아가 대표로 지팡이를 휘두르자 돌풍이 그녀들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돌풍이 사라졌을 때는 이미 다 사라지고 없었다. 픽시의 장기인 공간 이동 마법이 발동한 것이다.
-보물 고블린들은 상자 까기가 시험이고 픽시들은 숨바꼭질…… 서브 관리자 시험은 왜 다 이따위야? 진지한 전투 같은 건 없어?
“뭐, 싸우는 것도 승산이 거의 없긴 하겠지만요.”
보물 고블린들의 왕 트레져가 말하길, 본인은 전성기의 드렛슈와 싸워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고 했다.
픽시 퀸 역시 같은 서브 관리자이니 같은 급이라 생각하면 전투로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흐음. 숨바꼭질이라. 이 미로 속에서 저 쪼그만 것들을 찾는 건 쉽지 않겠는데.
“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숨바꼭질이라고 만만하게 볼 게 아니네.”
스스로 스페셜리스트라 자칭할 정도이니 필시 기상천외한 곳에 숨어 있을 것이다.
게다가 여기는 픽시들만 있는 게 아니다. 45층의 주 몬스터 블러드 오우거까지 있다.
블러드 오우거를 잡아 내면서 픽시들까지 찾아야 한다니. 생각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시험이 될 듯했다.
“후우. 식욕만 앞서는 바보 종족이라고 생각했더니 꽤 골 아픈…… 응?”
잠깐만. 식욕만 앞서는 바보 종족?
카르페는 설마 싶은 표정으로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냈다.
따끈따끈한 정령수 버섯볶음.
카르페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선착순 한 명. 한 접시 증정.”
“앗! 나! 나! 나!”
“아잇, 내가 먹을 거야! 너 아까 나보다 하나 더 먹었잖아!”
“이건 양보 못 해! 내 거야!”
숨어 있던 픽시 5개체가 카르페 앞으로 쪼르르 나타났다.
“…….”
진짜 똥멍청이 종족 같으니라고.
* * *
‘후후. 여기에 숨어 있으면 절대로 못 찾겠지?’
픽시 퀸 루리아는 공을 들여 만든 비밀 장소에 숨어 있었다.
사실, 65층이야말로 자신들이 요새화한 최고의 숨바꼭질 터전이었지만…….
‘음! 급조한 것치고는 나쁘지 않아.’
드렛슈의 후예와 45층으로 딜을 본 이후, 루리아가 가장 먼저 한 일은 45층에 각종 함정을 설치하는 일이었다.
보물 고블린의 왕 트레져가 탑 내부의 보물 상자와 재화를 관장하는 것처럼, 마도탑의 서브 관리자들은 각자 관장하는 분야가 있었다.
픽시 퀸 루리아의 경우는 그게 트랩이었다. 마도탑 내부에 존재하는 함정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그중에는 별다른 권한 없이 설치할 수 있는 함정도 여럿 있었지만, 몇몇 특수한 함정은 반드시 루리아의 도움을 얻어야만 설치할 수 있었다.
루리아는 자신의 권한을 한껏 이용해서 45층에 최대한 함정을 설치했고, 그녀는 현재 수많은 함정 끝에 있는 환영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내가 어디 숨었는지 알고 있다고 해도 못 뚫고 올걸?’
그만큼 함정을 잔뜩 깔아 뒀다.
전성기의 드렛슈라 할지라도 애먹을 수밖에 없는 그런 함정들을 말이다.
‘하음. 그럼 한숨 자 볼까. 한 일주일 뒤에나 나가 볼…… 꺅?!’
콰앙!
저 멀리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무언가가 뭔지는 직접 눈으로 확인할 필요도 없이 알 수 있었다.
바로 자신이 설치한 함정이었으니까. 방금 그 소리는 함정이 해제되면서 무너지는 소리였다.
“뭐, 뭐지?”
지나가던 오우거가 밟았나?
아니 그러면 발동이 되어야지, 해제되어야 하는 게 아닌데?
루리아가 영문을 알 수 없어 당황하던 그 순간.
쾅!
“어, 또? 이게 도대체 무슨…….”
쾅! 콰앙! 쾅!
“히익!”
무언가 알 수 없는 요인으로 인해서 자신이 설치해 두었던 함정이 모조리 파괴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파괴되는 진로는 정확히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루리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 * *
“아니, 진짜 이 똥멍청이 종족들…….”
-흠. 혹시 픽시 퀸은 픽시들 중에서 가장 바보가 선출되는 게 아닐까.
“진짜 그럴 수도 있겠네요.”
카르페는 어이가 없다는 듯 정면을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카르페의 눈앞에는 각종 함정이 주르륵 일렬로 놓여 있었으니까.
마치, 나 이 뒤에 숨어 있으니 얼른 잡아 오라는 표지판 같았다.
이렇게 해 놓으면 도대체 누가 몰라?
“혹시 이건 일부러 이쪽으로 유도하기 위한 고도의 기만전술……?”
-일리가 없지. 걔들 지능에.
“그렇겠죠. 후우. 얘들 숨바꼭질 뜻을 잘못 알고 있는 거 같은데.”
-뭐, 보통은 이 정도 함정을 깔아 놓으면 자신이 넘칠 수밖에 없긴 하겠다만.
하지만 애석하게도 상대가 너무 나빴다.
카르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함정 밭으로 돌입했고.
[‘마비의 트랩’이 발동합니다!] [트랩의 설치자의 수준이 대단히 높습니다. 100% 확률로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여기까지는 루리아가 의도했던 대로다.
하지만.
[해금이 발동합니다.] [마비가 해제됩니다.]안타깝게도 상태 이상을 유발하는 트랩은 카르페에게 아무 소용도 없었다.
그리고 해금이 발동하지 않는 트랩류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대 마법사의 신안이 트랩 아이템을 간파합니다.] [‘공간 전이 트랩’이 무효화됩니다.]“쉽다 쉬워.”
-에휴. 보물 상자 깔 때만큼 날먹이네.
카르페는 그저 달리기만 하면 되었다.
그렇게 아무런 장애 없이 순식간에 함정 밭을 돌파해 버렸고.
[고대 마법사의 신안이 ‘환영’ 마법을 간파합니다.]스르르륵.
미궁 벽 한쪽이 무너지며 그 속에서 픽시 퀸 루리아의 모습이 드러났다.
“히, 히끅.”
그녀는 자신의 환영 마법이 무너지자 너무나 놀라서 딸꾹질을 하고 말았다. 스윽하고 들이미는 카르페의 얼굴이 악마처럼 느껴졌다.
[축하합니다. 두 번째 시험을 클리어하셨습니다! 픽시 퀸 루리아로부터 마지막 시험을 받으십시오!]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