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21)
421화
“후우우우.”
기나긴 한숨. 극도의 집중 상태가 깨지자 온몸이 물먹은 솜처럼 추욱 처졌고 갈증이 밀려 왔다.
“……으. 목마르네.”
“고생 많았네. 자, 여기 이걸 마시게나.”
“아, 감사합니다.”
아스텔이 준비해 뒀던 냉수를 건네자 카르페는 허겁지겁 물을 들이켰다.
매마른 입술에 수분이 닿자 정신이 좀 돌아왔다.
“좀 살겠네요. 후우. 진이 다 빠지네.”
아닌 게 아니라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강적과 목숨을 걸고 싸울 때도 이만큼 심신이 피로하진 않았건만.
“몇 시간을 쉬지도 않고 망치를 휘둘렀으니 당연한 일이지. 허나, 앞을 보게나. 자신의 손에서 태어난 결과물을 바라보니 피로가 날아갈 것 같지 않은가?”
“확실히 엄청 뿌듯하네요. 이걸 진짜 제 손으로 만들었다니.”
“대장장이의 신으로서 단언컨대, 아주 잘 만들어진 물건이야. 자네가 직접 확인해 보게.”
눈앞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4개의 방어구.
콜카니언이라는 금속 자체가 칙칙한 회색빛을 띄는 금속이었기에 화려한 맛은 없었으나 카르페가 구해 온 기타 소재들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은은한 멋을 자아내었다.
카르페는 그중 갑옷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드디어 이 순간이 왔구나.
긴 노력의 결과물을 확인할 시간이었다.
띠링.
[어둠을 먹는 광마도사의 콜카니언 도박 갑옷] [등급 : 레전더리+] [착용 제한 : : Lv. 150 이상] [물리 방어력 : 450] [마법 방어력 : 450] [머나먼 옛 시대의 인간과 신. 그리고 현대의 장인이 힘을 모아 제작한 갑옷입니다. 어둠과 싸우려는 한 사람을 위해 제작된 갑옷이기에 그 사람에 맞춰 능력치가 극단적으로 치우쳐있습니다. 평범한 이는 갑옷을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현세에 찾아보기 힘들 만큼 높은 수준의 갑옷입니다. 어둠에 속한 존재는 감히 착용자를 해하기 힘들 것입니다.] [잊혀진 고대신의 축복이 개입했습니다. 해당 고대신의 축복이 은은하게 서려 있습니다.]– 전 스테이터스 +8
– 상태 이상 내성 -100
[추가 옵션 : 암, 마, 불사 속성의 적으로부터 받는 데미지 20% 감소.] [추가 옵션 : 착용자가 원하는 타이밍에 ‘행운의 주사위’를 던질 수 있습니다. 주사위를 굴려 나온 주사위 눈 숫자 x 10%만큼 모든 데미지 감소.(해당 효과는 20분 동안 유지되며, 30분 뒤 다시 주사위를 던질 수 있습니다)] [추가 옵션 : 사용자의 레벨에 비례해서 성장합니다.]*해당 아이템은 세트 아이템입니다. 세트 피스의 숫자에 따라 추가 옵션이 개방됩니다.
-3세트 옵션 : 암, 마, 불사 속성의 적에게 받는 데미지 감소. 암, 마, 불사 속성 적에게 주는 데미지 10% 증가.
-4세트 옵션 : 수치 10% 추가 증가. 암, 마, 불사 속성의 적으로부터 받는 데미지의 10%를 흡수하여 HP를 회복합니다.
-5세트 옵션 : 수치 10% 추가 증가. 피격 시, 물리, 마법 크리티컬 완전 면역.
“우와!”
-……아니 쉬펄? 옵션 뭐냐? 진짜 괴랄한 아이템이 튀어나왔네.
카르페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천마가 말한 것처럼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희한한 아이템이었다.
일단 먼저 전 스테이터스 8 증가. 이건 에픽도 아니고 에픽+ 등급 아이템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압도적인 상승치였다.
“극단적으로 치우쳤다는 게 이런 의미였구나.”
겨우(?) 레전더리+ 아이템이 이런 수치를 보유한 이유는 뻔했다.
‘상태 이상 내성 -100’이라는 옵션.
내성 수치를 희생해서 스텟을 끌어온 것이다. 아마, 다른 방어구에도 똑같은 수치가 붙어 있을 터였다.
-페널티가 끔찍하긴 하네. 방어구 4피스면 -400이라는 소린데……. 그 수치면 초보자 맵 늑대가 피어를 쏴도 바로 공포 상태에 빠질 수치야.
아이템 설명에 나와 있는 것처럼 일반적인 플레이는 착용할 엄두도 못 낼 극악한 페널티다.
하지만 카르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해금이 함께하는 한, -400이 아니라 -4,000이라도 아무런 페널티가 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완벽한 카르페 맞춤 방어구였다.
“크으. 첫 옵션도 어둠 관련 속성 뎀감이라 든든…… 아니, 그런데 이건 갑자기 무슨 도박 요소래요? 애초에 아이템 이름도 이게 아니었는데?”
완성된 아이템에 은근슬쩍 ‘도박’이란 단어가 붙어 있었다.
“아, 자네는 집중한 상태였으니 모르겠군. 자네가 한창 제작하는 도중에 그녀가 자네의 작업에 축복을 부여했다네. 아마 그 영향이겠지.”
“그녀? 케록 님이요?”
“그래. 끌끌. 이 정도의 옵션이라면 꽤 적지 않은 힘을 썼을 텐데, 무리했구만. 자네가 어지간히도 맘에 들었다는 뜻이겠지.”
“……그렇군요.”
작업 중에 케록 님의 축복이 깃들었구나.
카르페는 감사의 인사를 표현하고 싶었으나 주변에 케록의 모습은 없었다.
“그냥 냅두게나. 보나마나 이상한 꿍꿍이속…… 아얏! 젠장! 그만 좀 던져!”
어디선가 날아온 주사위에 얻어맞은 아스텔이 소리쳤다.
-도박신다운 옵션이라고 해야 하나. 재밌긴 한데, 숫자 편차가 너무 심하군.
‘그러게요. 이건 진짜 도박이네요. 최소치와 최대치가 50%나 차이 나네.’
운빨똥망겜 라세 아니랄까 봐 이제는 아이템 옵션까지 운빨똥망으로 튀어나오는구나.
‘어? 그런데 주사위 굴려서 6 뜨고 5세트 옵션으로 뎀감 수치 전부 끌어오면 100% 넘어가는데요? 그럼 데미지 완전 면역…….’
-또 또 양심 터진 소리한다. 몇 번 말해 줬잖아. 이런 건 합연산이 아니라 개별 연산이라서 데미지 완전 면역까지는 안 간다고. 뭐, 그래도 거의 준할 만큼 뎀감이 되긴 하겠지만.
‘쓰읍. 늘 그렇지만 라세가 갓겜에서 딱 1% 정도 모자라다니까…….’
-……병신겜 섭종 좀요. 이런 양심 터진 소리 계속 들을 바에 그냥 영원히 사이버 망령 하렵니다.
이번 작업으로 제작한 방어구는 상의, 하의, 장갑, 신발 이렇게 네 부위다.
5세트 아이템이었으나 카르페에게는 ‘호레울의 지혜’라는 사기 투구 아이템이 있었고, 때문에 투구 부위를 제작하지 않아도 5세트 옵션을 받을 수 있었다. 카르페는 갑옷 외에 나머지 아이템도 옵션을 확인했다.
“으음. 네 장비 전부 레전더리+ 등급이네요. 예상대로 스텟 증가 옵션은 전부 똑같네.”
대신 추가 옵션은 아주 약간 씩 달랐다.
장갑의 경우, 뎀감이 붙어 있는 게 아니라 ‘물리 공격력’ 증가가 붙어 있었고, 하의는 ‘마법 공격력’ 증가, 그리고 마지막 신발의 경우는 ‘크리티컬 데미지 상승’ 옵션이 붙어 있었다.
필요한 옵션이 골고루 분배되어 있어서 여기서 뭔가를 더 바라면 도둑놈 소리 듣기에 딱 좋았다.
-도둑놈 새끼.
“……고생한 보람이 있네요.”
뿌듯한 성취감과 득템의 기쁨.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행복이 솟구친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스텔 님. 아스텔 님이 없었다면 절대 이렇게 만들지 못했을 거예요.”
카르페의 현재 능력으로는 첫 번째 도안을 소화할 수 없었다.
아스텔이 말한 대로 드워프족의 엘더를 찾아가야 겨우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로한과 엘리스가 도안을 수정했을 수도 있고.
그리고 카르페가 생각하기엔 그 어느 쪽도 지금보다 결과가 나았을 것 같지는 않았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니 다행이군. 나 역시 재밌는 경험이었다네.”
아스텔은 작은 보답이라고 했으나 결코 작지 않았다. 기연의 폭발이었다.
“하계의 인간이 신계에 오래 머물 수는 없는 법. 볼일이 끝났으니 이제 돌아가야겠지. 자, 그전에 마지막으로 자네에게 해 줄 말이 있다네.”
사람 좋은 미소를 짓던 아스텔은 그렇게 말한 후, 표정을 고쳤다.
“위신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네.”
“……네?”
전혀 생각지 못한 내용에 카르페의 눈이 크게 떠졌다.
“자네도 알겠지만, 우리 고대신들은 이곳의 토속신들. 하지만 언젠가 나타난 위신들에게 밀려 뒷방늙은이 신세가 되었지. 그랬던 놈들이 슬슬 활동을 넓히려는 움직임이 포착되었다네.”
“어, 잠깐만요. 제가 알기론 위신들은 봉인당한 상태일 텐데요?”
“그 봉인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뜻이겠지. 자세한 건 나 역시 알 수 없다네. 하지만 놈들이 점점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은 틀림없어.”
“음…….”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꽤 심각한 문제다.
아크람과 위신은 불구대천의 원수. 이제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는 것일까?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일세. 부디 그대의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빌지.”
그 순간이었다.
지이이잉.
카르페의 눈앞에 다시 포탈이 생성되었다. 케록이 얼굴도 비치지 않고 게이트를 연 것이다. 어떻게 보면 흡사 축객령 같기도 했다.
“잘 가게. 기회가 된다면 또 볼 수 있으면 좋겠군.”
“저도 그렇습니다. 그럼 가 볼게요.”
카르페는 아스텔에게 한 번 고개를 숙인 후, 다시 케록이 사라진 쪽으로도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스르르륵.
카르페를 삼킨 워프 게이트가 서서히 사라졌고,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 케록이 그 자리에 나타났다.
“……히잉. 가 버렸네.”
“그렇게 서운하면 인사라도 할 것이지. 보내 놓고 서운해하는 건 도대체 무슨 사고방식인 게냐?”
“후우. 참새가 어찌 봉황의 뜻을 알겠어. 10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내가 하는 말 알겠니?”
“네가 제정신이 아니란 건 잘 알겠다만.”
“흥.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빨리 목걸이나 만들어 줘. 매혹 옵션 잔뜩 붙여서! 옆에서 감시할 거야!”
“후우. 알겠으니까 그만 좀 노려봐라.”
땅! 따앙!
케록의 정원에 다시 한번 망치질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 *
드디어 목표로 하던 대 악마 결전 방어구를 손에 넣었다.
이로써 마계 진입을 위한 밑 준비를 마친 셈.
하지만 정말 마지막 화룡점정이 아직 남아 있었다.
“새로운 아이템을 얻으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는 법이죠. 디맨션 게이트!”
카르페는 워프 게이트를 열어서 ‘루인데리아 연방국’의 수도 루이실란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 루이실란의 명물이라 할 수 있는 공방 거리로 향했다.
목적지는 당연하게도 퍼거스의 공방이었다.
“은인! 잘 오셨습니다. 마침 용맥의 기운이 모인 참입니다. 다만, 손이 모자라 지난번처럼 직접 구해다 주셔야 할 것 같…….”
“맡겨만 주시지요. 제가 순식간에 마련해 오겠습니다.”
“참으로 든든하군요. 자, 여기 추출기입니다.”
새로운 아이템을 얻었으면 당연히 강화를 해야 하는 게 인지상정.
카르페는 순식간에 광산의 용맥에서 특수 용액을 추출해 왔고.
“오오. 어디서 이런 물건을 구하셨습니까?”
“여러 사람들 도움을 받아서 제가 만들었어요.”
“은인의 솜씨가 실로 놀랍습니다. 너무 극단적인 게 아닌가 하지만…… 은인의 실력이시면 제가 괜한 걱정을 할 필요 없겠지요.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땅! 땅!
[‘어둠을 먹는 광마도사의 콜카니언 도박 갑옷’을 +12 강화하는 것에 성공하셨습니다.] [+12 강화 보너스로 파괴 불가 옵션이 부여됩니다.] [‘어둠을 먹는 광마도사의 콜카니언 장갑’이……] [‘어둠을 먹는……]이로써 정말 마계로 출발할 준비가 끝났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