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40)
440화
“……저게 뭐야.”
카르페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곤충 무리들이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머리부터 몸통 끝까지 초록색인 벌레였는데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한 마리의 크기가 대충 성인 남성의 손바닥 정도 크기였다.
물론, 현실에서 그 정도 크기의 곤충과 조우한다면 기겁할 일이었으나 이곳은 판타지 세계다. 저 정도면 아주 귀여운 축에 속했다.
[느껴지는 마력으로 보아 최하급 마수도 되지 못하는 평범한 벌레로군.]“그래 보이긴 하는데…….”
카르페가 그 평범한 벌레들에게 의아함을 느낀 것은 녀석들이 기묘한 형태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미스터리 서클을 그리는 듯한 느낌으로 빙글빙글 도는 대열을 만들며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었다.
“저건 도대체 왜 저러는 거지?”
“그런가? 그래도 수상한데…….”
“쿠리…… 쿠리가 아는 거다요.”
카르페가 벌레를 미심쩍어하는 그때, 기절했던 쿠리가 깨어났다.
“어, 쿠리. 정신이 들어? 몸은 괜찮아?”
“카르페 님…… 쿠리는 꿈을 꾼 거다요. 꿈속에서 쿠리는 이상한 사마귀를 찬양하고 있었다요. 너무 무서운 사마귀였다요.”
“……꿈?”
“그렇다요. 그리고…… 그리고 쿠리가 홀려서 카르페 님을 공격한 거다요. 하극상이다요! 쿠리는 나쁜 악마다요!”
-악마가 나쁘면 좋은 거 아니냐?
“음…… 뭐. 꿈이었잖아. 어쩔 수 없는 거 아닐까. 괜찮으니까, 그것보다 저것 좀 설명해 줄래?”
카르페가 벌레 군단을 가리키자 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건 야광 개미들이다요. 쿠리의 라이벌 중 하나였다요!”
“라이벌?”
“죽은 마수의 사체를 두고 경쟁하던 사이였다요. 만만치 않은 놈들이다요. 비겁하게 몰려다니기 때문에 쿠리로서도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던 거다요!”
“…….”
-……하찮네.
최하급 마수 판정도 받지 못하는 일반 벌레들과 목숨을 건 승부라니.
쿠리의 삶은 들으면 들을수록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래도 쿠리가 대부분 이겼다요! 쿠리처럼 용감한 악마와 달리 야광 개미들은 겁쟁이기 때문이다요! 조금만 놀라도 저렇게 이상한 방식으로 도망을 가는 거다요!”
“응? 저게 도망가는 거라고?”
“그렇다요. 다른 마수들을 보면 도망치는 건 물론이고, 지진이나 태풍 같은 자연재해에도 깜짝 놀라서 도망을 친다요! 쿠리는 그 정도는 아니다요!”
“어, 그러고 보니…….”
현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지진이나 태풍 같은 자연재해가 닥치면 동물들이 기묘한 행동을 보인다는 이야기다.
동물들이 돌연 울음소리를 내며 우왕좌왕한다거나, 개미들이 이상한 대열을 이루며 산으로 도망간다거나.
“하긴 생각해 보면 서빙제랑 대마수가 맞붙었는데 벌레들 입장에서 보면 지진급 자연재해가 맞지.”
의문이 풀렸다.
저 개미들은 재해를 감지하고 저런 이상행동을 보였던 것이다. 재해로부터 연약한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 행진이었다.
“즉. 저 개미들을 따라가면 안전한 장소가 나온다, 이 말이네?”
-아니, 잠깐만. 그 개미들이 지진에 앞서 이상하게 움직인다는 건 그냥 루머인데?
“형이 그걸 어떻게 확신해요? 개미한테 직접 물어봄?”
-무슨 미친 소리야? 그냥 과학적인 근거가 하나도 없는 이야기라고!
“어허. 세상이 어찌 전부 과학으로 설명되겠어요.”
대표적으로 풍수지리 뽑기가 가장 좋은 예시였다.
옆에서 툭하면 과학 근거를 들먹이는 귀신 또한 비과학 현상의 좋은 예시였다.
“느낌이 온다. 저 개미들을 따라가면 안전한 장소에 도달할 수 있다는 그런 느낌이.”
-후우. 문돌이 새끼. 꿀밤 마렵네.
“그리고 지금 딱히 확실한 방향이 있는 상황도 아니잖아요. 따라가 보고 아니면 다른 곳 찾아보면 되지 뭐.”
-그건 그렇다만.
“그럼 이동해 보죠.”
카르페와 일행은 조심스럽게 야광 개미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어둠 산의 다른 마수들이 덮쳐 오는 일은 없었다. 놈들의 모든 이목은 서빙제 쪽으로 쏠린 듯했다.
[전화위복이 되었군. 서빙제가 모든 관심을 가져가서 수색이 훨씬 편해졌어.]“사해가 또…….”
사해(四害)가 아니라 사복(四福).
굳이 이 먼 마계까지 친히 행차하셔서 도움을 주시니, 가슴 속에서 존경심이 북받쳐 오른다.
띠링.
[인형합일의 페널티 지속 시간이 종료됩니다.] [스테이터스가 원래대로 복구됩니다.]“아, 됐다.”
이로써 만약의 사태에도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카르페는 좀 더 편안해진 마음으로 개미들을 추격해 나갔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어? 동굴?”
쉬이 발견하기 힘든 으슥한 장소에 위치한 동굴이었다. 야광 개미들은 여전히 빙글빙글 도는 기묘한 대열을 유지하며 그 동굴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째 제대로 찾아온 거 같죠?”
-아니. 미친. 이게 진짜로 된다고? 그냥 개미굴 아니야?
“저게 어딜 봐서 개미굴이에요. 개미굴이라면 저런 암석굴이 아니라 흙바닥에 있겠지.”
-……과학이란 대체 뭘까?
카르페는 시무룩해하는 천마는 내버려 두고 동굴 입구까지 다가갔다.
꽤 거대한 동굴이다. 로이어드를 소환할 만큼 높진 않았으나 그 외에 다른 권속은 충분히 활동할 만한 곳이었다.
“저희 목적이 진마금이잖요. 광물이라면 당연히 이런 동굴 안에서 찾아야지.”
카르페가 기세 좋게 동굴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이었다.
[잠시 기다려라.]“응?”
[이런 석굴은 보통 마수의 둥지일 확률이 높지. 우선 디텍팅 마법으로 상급 마수가 없는지를 살펴야 한다.]“……생긴 거랑 다르게 세심하단 말이지.”
“발라크 님. 대단하다요! 대단한 후배가 있어서 쿠리는 기쁜 거다요!”
[……흥.]발라크는 노골적인 칭찬이 쑥스러웠는지, 고개를 휙 돌리곤 동굴 안으로 디텍팅 마법을 발사했다.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은 동굴이군. 상급 이상의 마력이 감지되진 않았다. 중급 마수의 기운은 꽤 있지만, 그 정도는 괜찮겠지.]“좋아. 그럼 진짜로 간다.”
카르페 일행이 동굴 안에 발을 디디는 순간, 알림창이 등장했다.
띠링.
[오픈 던전 ‘데블 다크 웜의 동굴’에 입장하셨습니다!] [해당 던전에 플레이어 최초로 방문하셨습니다. 던전 내 몬스터로부터 획득하는 경험치가 30%만큼 증가하며, 또한 아이템 획득 확률이 30% 증가합니다.]*던전 팁 : 데블 다크 웜은 어둠 산에 서식하는 중급 마수입니다. 어둡고 습한 곳을 좋아하며, 마력이 깃든 광물을 즐겨 먹습니다. 성질이 포악하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와. 진짜 제대로 찾았네.”
어둠 산의 숨겨져 있던 데블 다크 웜의 던전.
마지막 던전 팁만 읽어 봐도 느낌이 왔다.
‘마력이 깃든 광물을 즐겨 먹는다.’
카르페 눈에는 그 문장이 이 동굴 안에 진마금이 있다는 말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권속 소환!”
카르페는 던전에 입장한 후, 크기 때문에 소환할 수 없는 로이어드를 제외하고 모든 권속들을 소환했다.
“뀨웃!”
“광휘의 티스타니아. 주군의 명을 받고 왔습니다.”
“마스터 안녕! 어? 해골 씨다!”
“쿠리도 있다요!”
[……머리가 아프군.]발라크는 북적거리는 일행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다크 데블 웜 던전 공략이 시작되었다.
* * *
“캘러미티 인페르노!”
“키에에엑!”
쿵!
카르페의 마법에 또다시 한 마리의 데블 다크 웜이 쓰러졌다.
띠링.
[레벨 업! 보상으로 포인트가 주어집니다!]“후우. 그리 어렵진 않네.”
상급 마수에도 급이 있듯이 중급 마수 내에도 급이 있다.
데블 다크 웜은 중급 마수 중에서도 중하 정도의 수준이었기에 카르페와 일행의 수준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던전 진행이 가능했다.
“으으. 마스터. 얘들 너무 징그러어어.”
“그래? 이 정도면 평범한 거 아닌가?”
“마스터! 그 동해룡 안에 다녀온 후로부터 미적 감각이 이상해졌어!”
다크 웜들은 거대한 지렁이와 비슷한 생김새였다.
머리에는 눈이 없고 대신 수십 개의 커다란 이빨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커다란 입에서는 침이 뚝뚝 흘러내렸다.
객관적으로 봐도 징그러운 모습이 맞았지만…… 동해룡 내부에서 비위 수련을 마친 카르페에겐 그다지 큰 감흥이 없었다.
띠링.
[진마금 원석(소)을 획득하셨습니다.]“와. 드디어!”
이번에 쓰러뜨린 다크 웜이 진마금 원석을 드랍했다. 처음 예상했던 것처럼 이곳이 진마금과 관련된 장소였던 것이다.
“크으. 훨씬 더 맨땅에 헤딩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운이 좋았네요.”
-…….
“형. 왜 그렇게 뚱해요?”
-그냥. 세상의 불합리에 대해서 조금 생각하고 있었지.
“에이. 새삼스럽게.”
동굴 안은 다크 웜 외에 다른 몬스터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렇게 쾌적할 수가.
던전 외부보다 던전 내부가 훨씬 편안한 희한한 세상이었다. 벽 군데군데 야광 개미들이 붙어서 빛을 내고 있었기에 시야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
쿵!
또다시 한 마리의 다크 웜이 쓰러졌고, 이번에도 진마금 원석을 획득할 수 있었다.
띠링.
[진마금 원석(극소)을 획득하였습니다.] [데블 다크 웜의 가죽을 획득하였습니다.] [어둠 지렁이의 독 이빨을……]몬스터를 쓰러뜨릴 때마다, 아이템 획득 알림이 띠링 띠링 메아리친다.
“크으. 경험치 좋고, 득템 좋고. 최초 발견 효과 좀 받는 느낌이네요.”
이런 편안한 사냥이 얼마 만인지.
하지만 이것으로 좋아하기엔 아직 한참 멀었다.
카르페에게 필요한 양은 거대한 로이어드를 개조할 수 있어야 할 만큼이었다.
다크 웜을 쓰러뜨리는 것만으로 목표한 진마금을 모으려면 수천, 아니 어쩌면 만 마리 이상의 다크 웜을 잡아야 할지도 몰랐다. 모든 다크 웜이 진마금을 드랍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현실적인 방안이 아니었다.
“결국 광맥을 찾아야 하는데…….”
이 다크 웜들이 어디선가 찾아 먹었을 진마금이 묻힌 장소. 그곳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차근차근 다크 웜들을 쓰러뜨리며 던전을 탐험하던 카르페는 문득, 주변 벽의 색깔이 점차 변해 가는 것을 깨달았다.
“어, 이거…….”
입구 부근과 비교해 보면 확실히 붉은 느낌이 난다.
주변을 살피던 카르페는 특히 붉어 보이는 벽에 다가가 손을 얹었다.
그 순간 또다시 알림이 등장했다.
[진마금 광맥을 발견하셨습니다.] [채광 스킬, 채광 장비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광석 채광이 가능합니다.]“크아! 드디어!”
-아니, 이거 명성에 비해서 너무 쉽게 발견되는 거 아니야?
이 마계 여정의 두 번째 목표라 할 수 있는 진마금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