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66)
66화
서빙제의 파편은 극도로 분노했다.
800년 전 자신에게 치명상을 입힌 인간과 다시 만났을 때 보다 더욱 더.
생(生)이 완성되기까지 앞으로 단 한 발자국이었을 진데.
감히.
감히.
감히!!!
[이 하찮은 미물이! 그건 너 따위가 삼킬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서빙제의 파편은 격렬한 분노를 토해내며 하잘것없어 보이는 검은 다람쥐에게 달려들었다.
괜찮다. 아직 늦지 않았다.
얼음 낫으로 목을 분리시킨 후 열매를 취하면 된다.
후웅!
서빙제의 파편이 짓쳐들어가면서 묵향에게 앞다리를 휘둘렀다.
하지만.
“뀩뀩!”
묵향이 조금 더 빨랐다.
묵향은 살짝 얄미운 울음소리와 함께 그대로 스킬을 발동했다.
은영보(隱影步).
자신의 그림자를 이용해 주인의 그림자로 이동할 수 있는 묵향의 전용 스킬!
스킬을 발동하자 묵향은 세계수의 열매를 입에 머금은 상태 그대로 자신의 그림자로 쏙! 빨려 들어갔다.
서빙제의 낫은 간발의 차로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그리고 그림자 속으로 사라진 묵향은.
“뀨뀨뀨!”
순식간에 세계수 아래에 있던 카르페의 그림자에서 솟아났다.
“잘했어, 향아! 역시 향이가 최고라니까.”
“향. 최고의 전공을 세우셨군요. 으음. 솔직히 말해서 조금 부럽습니다.”
“뀨뀨!”
쏟아지는 칭찬에 묵향은 앞다리를 허리에 척! 대고 포즈를 잡았다.
……열매 때문에 볼이 빵빵해서 멋은 제대로 안 살았지만.
“자, 그럼. 향아. 열매를 돌려줘야지.”
“뀨우…… 뀽.”
향이의 표정은 평소보다 훨씬 더 행복해 보였다.
입안 가득 채운 세계수의 열매 때문이었다.
말로 형용키 어려울 만큼 감미로운 과육의 향. 그에 더불어 혀끝에서 느껴지는 껍질의 맛이 심상치 않았다.
이걸 깨무는 순간 어떤 천국이 펼쳐질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릴 지경이었다.
아직 어리디어린 묵향에게는 참기 힘든 유혹이었지만…….
“뀩.”
묵향은 초인적인 인내력을 발휘했다.
얌전히 카르페의 손바닥으로 다가가 그 위에 열매를 뱉었고.
“뀨우우…….”
그리고 울었다.
“우, 울어? 향아. 형이 뭐 잘못했니? 왜 울어?!”
당황한 카르페가 묵향을 달랬지만, 묵향의 커다란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열매를 뱉는 순간 찾아온 어마어마한 상실감!
마치 천국에 들어갔다 쫓겨난 듯한 그 기분에 묵향은 울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후우. 정말 잘했다. 이제 조금만 더 열매를 지키면 되겠군.”
묵향이 그러거나 말거나 마도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그 순간 카르페의 눈앞에 다시 알림창이 등장했다.
[해당 퀘스트 아이템 ‘루드람의 열매’는 일정 시간 동안 인벤토리에 수납할 수 없는 특수 아이템입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 : 6분 17초]“뭐야? 수납 불가 아이템? 이런 것도 있어?”
-특정 아이템을 지키는 퀘스트에서 자주 보이는 형식이지. 인벤토리에 집어넣을 수 있으면 퀘스트가 너무 쉬워지니까.
“듣고 보니 그렇긴 한데요……. 그럼 이걸 어쩌지? 한 손에 들고 싸울 수는 없고.”
카르페는 물론이고, 티나도 드렛슈도 한 손으론 싸울 수 없었다.
……결국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뀨! 뀨뀨!”
“향아. 진짜, 절대로 먹으면 안 돼. 알겠지?”
“뀨우우…….”
묵향은 눈물을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루드람의 열매는 다시 묵향의 입 속에 안착했다.
그리고 그 순간.
[이 노오오옴!!!]세계수 가지에서 곧장 수직으로 뛰어내린 서빙제의 파편이 땅에 착지했고.
쿠우우웅!
엄청난 충격과 함께 땅이 깨지면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한 놈도 남김없이 갈가리 찢어 주마!]파편은 온몸의 털이 쭈뼛 설 만큼 흉포한 기세로 포효했다.
“……화가 많이 난 모양인데.”
-뭘 남 일처럼 말하냐? 저 화가 곧 너한테 올 텐데.
“그래도 지금은 훨씬 할 만하니까 다행이네요.”
드렛슈가 마지막 마력을 터뜨려 스톤 커스를 걸었던 덕분에, 현재 서빙제의 파편도 힘 대부분을 소진한 상태였다.
곤충 같은 절지동물(節肢動物)의 탈피 행위는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행위였으니까.
더불어 탈피 직후의 몸 상태는 연약하기 그지없었다.
곤충의 탈피 행위가 괜히 천적이 없는 은밀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탈피 도중이나 직후에 천적에게 발견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으니까.
[상태 이상 탈피 : 이틀 동안 전 스텟 – 50%. 단, 이틀 후 전 스텟 10% 증가]원래대로라면 서빙제의 파편 역시 다른 곳에 숨어서 며칠간 요양을 해야 했지만.
[열매를 내놓아라!]서빙제의 파편은 분노를 토해내며 일행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앙-!
처음 드렛슈와 서빙제의 파편이 싸울 때 만큼의 화려한 전투는 없었다.
그때에 비하면 진흙탕 싸움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조잡한 싸움.
하지만 훨씬 더 처절했다.
드렛슈의 목을 노리는 얼음낫을 티나가 받아냈다.
카르페의 주먹이 사마귀의 다리와 충돌하며 불꽃이 튀었다.
마법이 오가자 서빙제의 몸이 부서졌다가 다시 재생됐으며, 카르페는 얼음 창에 옆구리를 관통당해서 HP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티나도 드렛슈도 정상은 아니었다. 몸은 어디 하나 제대로 성한 곳이 없었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카르페 일행이었다.
1분. 또 1분. 그리고 또 1분.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갔지만, 서빙제의 파편은 승기를 잡을 수가 없었다.
포기해야 하는가?
이 이상 전투를 계속했다간 정말로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
목숨이 경각에 달하자 머리가 식으며 서빙제의 이성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꼭 열매를 손에 넣어야 하는 것인가?
열매가 없더라도 부상당한 몸은 1,000년쯤 요양하면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살아남는 것이 우선이다. 꼭 열매를 손에 넣어야 한다면 다음 열매가 맺힐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자신에게는 그럴 수 있는 수명이 있었다.
물러나자.
서빙제의 파편이 그렇게 판단하고 자리를 물러나려는 그 순간.
콰앙-!
한 줄기 벼락이 서빙제의 머리 위로 꽂혔다.
데미지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서빙제의 신경을 돌리기에는 충분한 일격이었다.
[……네 놈!!!]번개를 소환한 시전자는 다름 아닌 묵향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순간, 다시 서빙제의 이성이 흩어지고 말았다.
자신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자신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열매를 먹어라.
그리고 완성되어라.
완성되지 못하는 삶은 의미가 없으니.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
[크아아아!!!]서빙제의 파편이 포효했다. 그리고 자신의 생명을 끌어서 최후의 일격을 펼쳐 냈다.
서빙제의 파편을 중심으로 얼음 대지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그 광경에 드렛슈가 경악해서 외쳤다.
“말도 안 돼! 아직 쿨타임 중일 텐데!”
9성 스킬 영구동토는 그 위력만큼이나 기나긴 쿨타임을 가진 스킬이었다.
최초로 전투가 시작했을 때 미라쥬가 한 번 막았으니, 지금은 쿨타임 상태여야 했지만.
-설마 이거, 쿼터 라이프?! 미친. 무슨 이 레벨 때 만나는 보스 몹이 9성 스킬을 두 개나 들고 있어!
9성 스킬 쿼터 라이프.
모든 스킬 딜러들의 부동의 워너비 1위 스킬.
그 효과는 실로 심플하면서도 강력했다.
현재 HP의 75%를 소모해서 사용자의 전 스킬 쿨타임을 75% 감소시킨다!
쩌저저적!
얼음의 파도가 몰아쳤다.
그 위력은, 지금까지 겪었던 영구동토와 비교하면 아주 보잘것없었다.
탈피로 인해 순간적으로 스텟이 대폭 감소한 상태였으니까.
“큭!”
“몸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을 얼려 버리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드렛슈와 티나는 허리 아래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상태 이상 ‘동빙’에 걸린 것이다.
[해금이 발동합니다.] [상태 이상 ‘동빙’을 해제합니다.]물론, 해금을 보유한 카르페는 동빙에 걸리는 즉시 풀려날 수 있었다.
[죽어라!]하지만 동빙에 걸리고 풀리는 그 짧은 딜레이 동안 서빙제의 파편이 낫을 휘둘러 왔다.
순간적인 동빙으로 인해 밸런스가 흐트러진 카르페는 그 공격을 피할 수 없었다.
그 대신 건틀릿으로 양팔을 교차해서 낫을 막아 냈다.
“커헉!”
그러나 낫에 담긴 힘에 의해 카르페는 그대로 튕겨 날아가 나무에 부딪혔다.
-야. 괜찮아?!
“큭. 죽을 뻔했네. 마지막 발악이 거세네요.”
진짜, 지금까지 만났던 모든 적을 통틀어도 압도적인 강자다.
-어휴. 레벨 300대 보스 솔로 레이드를 해도 이렇게 처절하게는 안 하겠다.
“난이도 진짜 미쳤네. 이걸 잡으라고 만든 거야?”
-그러니까 잡으라고 만든 거 아니라고!
“끄응…… 포기해야 하나.”
카르페가 다시 퀘스트 창을 확인했다.
앞으로 퀘스트 완료까지 남은 시간은 1분 7초.
다행이다. 이 정도 시간이면 향이가 도망만 쳐도 충분히 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빙제의 파편도 몸을 비틀거리며 휘청이는 것이 저 상태로는 향이를 쫓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카르페는 한 가지를 간과했다.
[내게 와라.]“뀨?!”
서빙제의 파편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묵향의 몸이 마치 감전된 것처럼 굳어 버렸다.
그리고 이내 흐릿한 눈동자로, 서빙제의 파편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뀨우…….”
9성 스킬 쿼터 라이프는 앞서 말했듯, 사용자의 ‘모든 스킬’의 쿨타임을 줄여 주는 스킬이다.
그 효과로 인해 영구동토뿐만 아니라 서빙제의 파편이 보유한 모든 스킬의 쿨타임이 대부분 초기화됐고.
그 결과 서빙제가 ‘정신 지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수의 가호를 받는 엘프들에게는 정신 세뇌가 통하지 않았지만, 엘프가 아니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크하하! 나의 승리다!]자신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는 묵향을 보며 서빙제가 광소를 터뜨렸다.
두 인간은 얼어붙은 상태였고, 얼지 않은 인간은 저 멀리 떨어져 있었다.
툭.
서빙제의 바로 앞까지 걸어온 묵향은 입안에서 열매를 뱉었다.
[실로 향기롭구나. 드디어…… 나는 비로소 완성된다!]“젠장…… 이 벌레 놈이!”
“큭. 향! 안 됩니다! 정신 차리세요!”
얼어붙은 두 사람이 소리쳤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자신은 승리했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
목숨을 건 도박이 성공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누구 맘대로?”
[무슨?!]서빙제는 두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다람쥐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 대신, 멀리 처박혀 있던 인간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서빙제는 고개를 돌려 카르페가 처 박혀 있던 나무로 시선을 돌렸고.
“뀨우…….”
거기에는 작은 다람쥐가 있었다.
“후우. 익혀 놓길 잘했지.”
카르페가 순식간에 서빙제 앞에 나타날 수 있었던 그 이유.
[5성 스킬 – 캐슬링] [사용자와 권속 간의 위치를 교환합니다.]얼마 전 카드팩에서 뽑아 놨던 최고의 통수 스킬 덕분이었다!
“이제 끝내자!”
카르페가 손을 휘둘렀다. 목표는 서빙제의 오른쪽 겨드랑이. 마도왕과의 전투에서 치명상을 입은 부위였다.
[감히 인간 놈이!]하지만 서빙제 역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약점 부위 주위로 얼음 방패가 형성된 것이다.
아직 괜찮다. 이놈의 일격을 막은 뒤에 곧바로 반격하면…….
푹!
[…….]하지만 서빙제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카르페의 손에는 이전과 달리 하나의 단검이 쥐어져 있었으니까.
[적중한 대상의 모든 마법적 효과를 디스펠하는 단검입니다. 9성급 스킬은 디스펠 할 수 없습니다. 3회 사용 시 파괴됩니다.]카르페가 처음 엘프의 숲에 진입했을 때 사용했던 결계를 찢는 디스펠 단검.
그 단검이 얼음 방패를 그대로 뚫고 상처에 박혀 들었다.
“잘 가라.”
[아……안 돼! 이런 곳에서…… 완성이……!]쩌저저적-!
단검이 박힌 부위로부터 무수한 실금이 생성되더니.
챙그랑!
서빙제의 몸은 그대로 깨져 나가며 얼음 조각을 후드득 떨어뜨렸다.
그리고 서빙제의 파편이 사라진 자리에는 세 가지 아이템이 남아 있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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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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