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111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111화
111. 드워프 상단
드워프 상단은 세 군데 중 가장 난이도가 낮다.
‘등장하는 몬스터는 주로 오크 무리. 20레벨이 넘는 현재 수준의 플레이어들이라면 무난하게 막겠지.’
하지만 그 사실은 회귀자인 류민이나 알고 있을 뿐.
드워프 상단을 고른 플레이어들은 난이도가 어떤지 모를 것이다.
그래서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하기도 했고.
“여기가 이계야?”
“와, 신기하다.”
“멍청아. 여기만 아니라 지금까지 쭉 이계였잖아.”
“아, 맞다. 그랬지?”
저 멀리 보이는 바위산과 곳곳에 솟아오른 돌탑 등.
여태까지 본 풍경과는 다른 환경에 플레이어들이 두리번거렸다.
“어라? 그런데 님들 닉네임이 안 보이네요?”
“그러게요? 제 닉네임도 안 보여요?”
“네, 안 보여요.”
머리 위에 마땅히 떠 있어야 할 닉네임이 사라져 있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는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천사에게 언질을 받은 배신자 그룹이다.
‘저렇게 차분하게 있으면 배신자라는 걸 티 내는 거 아니냐?’
류민도 속으론 차분했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놀라는 표정은 지어줬다.
한 번 배신자라는 의심을 받으면 줄곧 의심을 받기 마련이니까.
‘되도록 의심받지 않도록 신경 써야지. 물론 배신자 그룹이 내 정체를 까발리면 바로 들통나겠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유명인사인 검은 낫의 얼굴을 모르는 배신자는 없을 터.
‘검은 낫이 배신자라고 떠벌리기 전에 놈들을 처리해야지.’
처리라곤 하지만 살인할 생각은 없었다.
자신이 퀘스트에 미친 살인마도 아니거니와, 죽인다고 이득 될 것도, 손해 볼 것도 없었으니까.
‘그저 생각을 읽다가 미리 막으면 그만이야.’
28명의 배신자 그룹의 얼굴이야 이미 알고 있으니 걱정은 없다.
상황을 잘 컨트롤하면 그만이다.
류민이 주변을 둘러보며 대충이나마 머릿수를 세어봤다.
‘드워프 상단을 고른 사람은 얼추 200명 정도군.’
물론 배신자를 뺀 숫자이기에 실질적으로 모여 있는 사람은 230명가량 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어? 이것 봐.”
플레이어들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드워프 상단 호위하기]└드워프 상단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호위하세요.
└호위 성공 시 전원 경험치 보상을 얻게 됩니다.
└배신자를 처단하는 데 높은 기여를 한 1인은 서브 퀘스트 보상을 받게 됩니다.
└배신자를 남김없이 처단하면 전원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현재 보고 있는 퀘스트는 일반 그룹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배신자 그룹도 호위에 성공하면 경험치 보상을 받을 수 있지.’
그렇지만 순순히 성공시키려는 배신자는 없을 것이다.
이번에 실패하면 다음 상단에서의 성공률은 극악무도하게 떨어질 테니까.
‘인간 상단이야 말할 것도 없고.’
배신자 그룹이 드워프에 엘프 상단까지 미션을 실패한다?
스탯 하락 20%를 두 번 겪는 데다 가장 난이도 높은 인간 상단에서 호위를 막아야 한다.
‘아마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류민은 자신 있었다.
한두 번도 아닌, 여러 차례 공략해 본 라운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현재 컨디션이 최상이다.
‘스탯 하락 두 번 겪는다고 사냥에 문제는 없다는 거지. 이번 라운드가 끝나면 사라지는 디버프이기도 하고.’
류민이 고개를 주억이며 진행창을 보는 와중, 플레이어들은 놀라고 있었다.
[현재 인원 현황]└참가자 : 230명
└배신자 : 29명
“이거 뭐야?”
“배신자 수가 보이는데?”
다름 아니라 인원 현황이 낱낱이 보였으니까.
“우리 중에 배신자가 29명이나 된다고?”
플레이어들이 서로를 돌아봤다.
닉네임은 보이지 않아 누가 누군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중에 배신자가 있다. 그것도 29명이나.’
인원이 230명이었으니 대략 10명 중 1명은 배신자라는 소리.
서로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보는 것도 당연했다.
뭐, 얼굴을 아는 류민의 눈엔 배신자가 어느 틈바구니에 끼어 있는지 낱낱이 보였지만.
“어? 검은 낫님?”
그때 자신을 아는 체하는 목소리에 류민이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민주리였다.
“와아!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드워프 상단을 고르셨군요? 설마 저를 따라오신 거예요?”
“뭐, 네 버프는 꽤 쓸 만하니까.”
너무도 반가워하길래 차마 아니라곤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대답이 민주리에겐 조금 다른 의미로 들린 모양이다.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당황하는 걸 보니.
민주리가 민망했는지 황급히 말을 이었다.
“어, 으음. 근데 검은 낫님. 왜 플레이어들의 닉네임이 안 보이는 걸까요?”
“글쎄. 나야 모르지.”
모른 척한 류민이 고개를 돌리다가 배신자 한 명과 눈을 마주쳤다.
씨익-
녀석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돌린다.
생각을 읽어보니 같은 그룹이라는 동질감에 아는 척하고 싶던 모양인데…….
‘미친. 같은 그룹이라는 걸 티 내고 싶기라도 한 건가?’
이거 대놓고 화낼 수도 없고.
류민으로선 어이없는 웃음만 나올 따름이었다.
“드워프 상단에 230명이라니. 생각보다 적은 숫자가 모였네요.”
“그러게.”
2,166명 중에서 230명이라고 하면 확실히 적은 수다.
10%밖에 고르지 않았다는 건 나머지 90%가 다른 두 상단에 몰렸다는 의미.
그만큼 드워프 상단이 인기가 없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아마 인간 상단이 제일 많겠지. 전에도 그랬으니까.’
인원이 얼마 없어서일까?
검은 낫을 알아본 누군가가 조심스레 다가왔다.
“거, 검은 낫님 맞으시죠?”
“응? 서아린?”
서아린이 놀란 토끼 눈을 뜨더니 반가운지 눈웃음을 지었다.
“여기서 검은 낫님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정말 반갑…….”
서아린의 시선이 자연스레 옆에 있는 민주리에게 향했다.
눈웃음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런데 민주주의 님도 계셨네요?”
“서 배우님!?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네.”
민주리와 달리 서아린은 별로 반갑지 않은 눈치.
왜인지 전부터 검은 낫과 붙어 다니는 민주리가 눈에 밟혔기 때문.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자신을 구해준 검은 낫에게 호감을 느끼는 거야 당연하다지만 어디까지나 거기까지.
그 이상의 호감은 없을 텐데 이상하게 민주주의에게 질투심이 든다.
“그런데 너랑 항상 붙어 다니던 그 사람은 어디 있지?”
“아…… 경호, 아니. 안상철 님이요? 인간 상단으로 가셨어요.”
“인간 상단?”
류민이 의아하다는 듯 되묻자 서아린도 이유를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인지 그쪽으로 꼭 가고 싶다고 가셨어요.”
“그렇군.”
담담하게 말했지만 류민은 내심 놀라고 있었다.
‘제일 어려운 난이도라고 말해줬는데도 인간 상단으로 갔다라…… 의외네.’
강한 몬스터들을 잡고 더 많은 경험치를 얻고 싶었던 걸까?
이유야 들어봐야겠지만, 안상철을 과소평가하고 있던 류민으로선 의외의 선택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마차 행렬이 다가오고 있었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마차는 총 10개로 그리 많지 않았다.
230명이면 충분히 케어하고도 남는 숫자.
생각보다 적은 마차의 수에 플레이어들이 안심했다.
정황상 자신들이 호위해야 할 마차가 확실할 테니까.
이내 마차가 멈춰서더니.
“오오오, 여기 계셨군요? 이계의 전사님들.”
생각했던 이미지 그대로의 땅딸보 수염 드워프가 껄껄거리며 마차에서 내렸다.
“반갑습니다. 저는 드워프 상단의 블랙스미스 하이머라고 합니다. 보아하니 저희를 호위해 주실 이계의 전사님들 같은데…… 맞으신지요?”
플레이어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하이머가 짤막한 손으로 무릎을 탁- 쳤다.
“역시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어! 어쩐지 도적 떼와는 때깔부터가 다르더라니 이계의 전사님들이셨군요! 크핫핫!”
호탕하게 웃은 하이머가 자랑하듯 마차들을 가리켰다.
“여기 있는 짐들은 각종 철광석과 금속 재료들로서 카르가고의 산맥 너머의 알비츠 왕국까지 이송해야 하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가는 길까지 워낙 몬스터가 많이 출몰하는지라 신전에 이렇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죠.”
분명 처음 들어보는 언어였음에도 플레이어들은 드워프의 말이 이해됐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는 메시지를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라운드 특성 ‘통역’이 발동됩니다.] [이계의 종족과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왕국이니, 신전이니.
드워프의 설명을 들어보면 꽤 디테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지? 진짜로 존재하는 사람은 아니겠지?’
‘설마. 몬스터처럼 만들어진 가짜겠지?’
이미 천사가 존재하는 판국에 이제 와서 이계인이 실존하든 안 하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플레이어들에겐 그저 퀘스트만 수행하고 떠나면 될 뿐.
하지만 류민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이계의 종족과 처음 대면하는 8라운드. 이때 평판을 쌓기 시작해야 나중에 종족들을 만났을 때 우대를 받을 수 있다.’
대부분이 그저 지나가는 사람일 뿐이라며 이계인과의 관계를 등한시하겠지만…….
‘이계의 종족은 이번 라운드에만 나오는 게 아니야. 앞으로도 종종 등장하는 데다 지금 쌓은 평판이 쭉 이어지기도 하지.’
그렇기에 첫 단추가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었다.
비호감으로 찍혀 버리면 평판을 되돌리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으니까.
배신자 그룹이 그런 면에선 안 좋았다.
드워프들을 죽여서 상단이 도착하지 못하게 막는다?
보나 마나 배신자 그룹의 평판은 최악으로 떨어질 터.
‘그러면 나중에 드워프를 만났을 때 쓸데없는 싸움이 일어날뿐더러 여러모로 특혜를 받는 데 불리해질 수 있지.’
드워프들은 레전더리급 무구나 신급 재료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런 이득을 저버리고 드워프와 척질 강단 있는 플레이어는 없을 거다.
‘그걸 알 리가 없으니 배신자들의 눈이 지금 저 지경이지.’
류민이 보는 곳에는 배신자들이 살기 어린 시선으로 드워프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기회만 된다면 당장이라도 찔러 죽일 기세.
하지만 배신자들도 알고 있다.
플레이어들이 보는 앞에서 죽였다간 배신자라는 걸 광고하는 셈이나 다름없음을.
그렇기에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저렇게 노려만 보는 것이다.
언제 드워프를 죽여야 좋을지 궁리하며.
‘가능하면 남들 모르게 암살하는 게 좋겠지.’
드워프 상단의 드워프들은 총 20명.
마차 한 대당 두 명씩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이 모두 죽어버리면 배신자 그룹의 승리가 된다.
‘단, 한 명이라도 드워프가 남으면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게 되고.’
그리되면 배신자 그룹은 다음 상단을 노릴 수밖에 없어진다.
정령술에 특화된 엘프 상단을 말이다.
‘정령으로 사주경계를 시키는 엘프보다야 전투 능력이 없는 드워프를 노리는 게 더 쉽지.’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 드워프가 큰소리로 외쳤다.
“이계의 전사 여러분! 그럼 모쪼록 호위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목적지까지 도착 시간 : 04:59:59]퀘스트가 시작됐다는 듯, 남은 시간이 떠올랐다.
이제 5시간 동안 상단을 목적지까지 지켜야 한다.
오크 무리로부터.
‘오크 정도야 껌이지.’
그 사실을 모르는 플레이어들은 어디서 어떤 몬스터가 튀어나올지 긴장했다.
반면 서아린과 민주리, 류민은 여유가 넘치는 얼굴이었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마차가 이동하자 양옆으로 선 플레이어들이 걸음을 옮겼다.
각자 무기를 쥔 채로 사주경계 하던 플레이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오크 무리를 만날 수 있었다.
“취익- 취익-!”
“뭐야? 오크잖아?”
“이 새끼들, 5라운드에서 보던 놈들인데 반갑네?”
플레이어들의 얼굴에서 긴장감이 사라졌다.
5라운드에선 강한 축에 드는 오크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대부분이 20레벨 후반까지 달성하면서 오크 따위는 손쉽게 정리할 실력을 갖추게 됐다.
이를 증명하듯.
서걱- 서걱-!
“취에엑! 취엑!”
“췩!”
오크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 질기던 근육도 30레벨의 검에는 곧잘 잘려 나갔다.
“그런데 오크가 좀 많은데?”
“뭔 놈들이 끝도 없이 나오냐?”
플레이어들이 벌써 질색할 정도로 오크들은 곳곳에서 끊임없이 튀어나왔다.
약 5분의 전투 끝에 상황이 종료됐다.
산처럼 쌓인 무수한 시체들.
류민은 그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았다.
‘4,600마리가 나왔겠지.’
오크는 플레이어의 숫자에 비례해서 나타난다.
한 번의 웨이브마다 20배의 숫자가 줄지어서 출현한다.
‘즉, 한 명당 20마리를 상대해야 하는 꼴이지.’
이런 몬스터의 습격이 30번이나 이어진다.
한마디로 10분마다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셈.
꽤 많이 나온다고 생각하겠지만 플레이어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졌다.
“이거 경험치가…….”
“쥐꼬리만큼 들어오잖아?”
생각보다 적은 경험치는 플레이어들을 실망케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오크의 경험치가 230명에게 공평하게 분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티였으니까.
‘엄밀히 말하면 그중 29명은 제외지만.’
배신자 그룹은 파티가 아닌 개개인.
그렇기에 잡은 몬스터의 경험치와 아이템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었다.
류민이 그랬다.
[오크를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 3배 버프가 적용 중입니다.] [칭호 효과로 경험치가 1.5배 증가합니다.] [경험치+0.18%] [골드+40] [현재 킬 수 : 463/100] [학살의 룬 효과로 모든 스탯이 100% 증가합니다.]시야 한 편에 떠오른 메시지를 본 류민이 빙긋 웃었다.
‘벌써 463마리를 잡았군.’
혼자서 압도적인 무위로 학살한 끝에 4,600마리 중 10%를 혼자서 잡았다.
그리고 그 결과.
벌써 레벨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