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110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110화
110. 배신자 그룹
8라운드에는 두 가지 그룹이 있다.
상단을 호위하는 일반 그룹과 그 안에 숨어 있는 배신자 그룹.
당연하지만 두 그룹의 목적은 다르다.
‘일반 그룹은 상단을 호위하며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동해야 한다.’
흔히 알고 있는 8라운드의 메인 퀘스트다.
그 와중에 배신자를 색출해 처단하는 게 서브 퀘스트고.
‘하지만 배신자 그룹이 되면 퀘스트가 완전히 달라지지.’
아니나 다를까, 류민 앞에 새로운 목표가 떠올랐다.
◀ ROUND 8 ▶
└목적지까지 못 가게 상단 방해하기
└성공 시 ▶ ???? 지급
└실패 시 ▶ 스탯 하락 20% 디버프와 함께 재도전
└세 번 실패 시 ▶ 소멸
일반 그룹의 목적은 상단을 목적지까지 무사히 호위하는 것.
하지만 배신자 그룹은 정반대다.
‘배신자 그룹의 목적은 상단이 목적지까지 못 가도록 방해하는 거다.’
그야말로 사람들 틈바구니에 섞여 비밀리에 수행하는 퀘스트인 셈.
어떻게 보면 소수와 다수의 싸움이라고도 볼 수 있다.
누가 보면 미친 난이도처럼 보이겠지만…….
‘그렇다고 혼자서 일반 그룹 모두를 상대할 필욘 없지. 상단이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게만 하면 퀘스트는 성공하는 거니까.’
방해하겠답시고 플레이어 모두를 적으로 돌릴 필요는 없다.
‘상단인 이계인들만 죽이면 그만이야.’
이계의 상인들만 암살로 빠르게 처리해버리면 문제없다.
그 이후에 플레이어들의 보복에 살아남아야 하는 건 별개지만.
‘아니, 보복이라는 감정으로 움직이진 않겠지. 서브 퀘스트를 따내기 위해 배신자를 발견하면 악착같이 죽이려 들 거야.’
일반 그룹에게 있어서 배신자는 척결 대상.
즉, 플레이어들은 류민을 적으로 돌린 셈이다.
‘아니, 내가 적으로 돌린 건가?’
류민이 예언으로 서브 퀘스트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알아봤자 서브 퀘스트를 달성하는 건 불가능할 테니까.
‘검은 낫인 나를 죽이고 서브 퀘스트 보상을 차지하겠다고? 퍽이나.’
배신자라 검은 낫이라는 걸 알면 사람들 반응이 어떨까?
모르긴 몰라도 도전해 보지도 않고 서브 퀘스트를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할 것이다.
‘그건 그렇고 저 사람들이 나랑 같은 배신자 그룹인가?’
현재 류민이 있는 곳은 시작 지점과는 다른 회색의 공간.
배신자 그룹에 들어왔다는 메시지와 함께 이곳으로 이동됐는데, 주변에 다른 사람도 보였다.
‘나처럼 시간 초과로 상단을 고르지 못한 사람들이지.’
그들은 지금쯤 메시지를 보며 당황하고 있을 거다.
갑자기 배신자가 됐다고 하니까.
수백 수천의 플레이어들을 적으로 돌려야 한다고 하니까.
‘얼추 30명도 안 돼 보이는 인원이군.’
이제는 좋든 싫든 그들과 배신자 그룹이 되어 함께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아니, 굳이 함께일 필요는 없지. 퀘스트를 깰 의향이 없다면.’
저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류민은 퀘스트를 일찍 끝낼 생각이 없었다.
‘실패 시 스탯 하락 디버프와 함께 재도전이라는 페널티가 주어지지만…….’
눈여겨볼 점은 세 번 실패 시 소멸할 뿐.
한두 번 실패한다 해도 스탯 디버프만 받을 뿐 손해는 없다는 점이다.
‘이게 중요하지. 세 번의 기회가 있다는 점.’
배신자 그룹은 드워프, 엘프, 인간 상단 순서로 순차적으로 투입된다.
그 말은 미션 실패 시 모든 상단을 경험할 수 있다는 뜻.
‘레벨을 엄청나게 올릴 기회라는 거지.’
일부러 미션에 실패해서 순회공연 돌 듯이 각 상단을 돌면서 몬스터를 잡으면?
남들보다 우월한 경험치는 물론 아이템도 세 군데 모두 획득할 수가 있다.
‘특히 각 상단에서 평판도가 높을 경우 지급하는 룬. 그걸 모조리 독식할 수 있게 되지.’
류민은 이번 라운드에서 두 가지 룬을 얻을 계획이었다.
내구력의 룬과 미래시의 룬.
‘내구력은 드워프, 미래시는 인간 상단에서 획득할 수 있다.’
엘프 상단에서는 포션을 얻을 수 있었는데, 류민조차 탐이 나는 포션이 하나 있긴 하다.
‘어쨌든 각 상단을 돌아서 경험치와 아이템을 독식하는 게 이번 8라운드의 핵심 공략이지.’
그러기 위해선 배신자 그룹이 최고의 선택이 되는 셈.
물론 다른 배신자들에겐 불운이 아닐 수 없을 거다.
‘내가 어떻게 해서든 퀘스트에 실패하도록 손을 쓸 거니까.’
배신자 그룹에 속하면서 배신자들이 실패하길 바라는.
그야말로 이중 스파이가 따로 없었다.
[캬하하, 상단을 고르지 못한 결정 장애인들이 여기 다 모여 있었군요?]8라운드의 설명을 맡은 천사 아리엘이 어울리지 않는 웃음을 지으며 나타났다.
[다들 이리로 모여보세요. 지금 아니면 못 보는데 서로 얼굴은 알고 있어야 하잖아요?]천사가 날개를 펄럭이자 흩어져 있던 플레이어들이 한데 모였다.
“헉, 검은 낫?”
“검은 낫이 여기 왜 있지?”
“아니, 그보다 내가 왜 배신자 그룹이라는 거야?”
[아직 사태 파악도 못 한 인간이 몇몇 보이는군요. 이래서 제가 나타난 거 아니겠어요?]아리엘은 친절하게도 플레이어들에게 배신자가 된 경위를 설명했다.
“아, 선택하지 않아서 그런 거였구나?”
“난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럼,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상단 선택을 못 해서?”
류민이 빠르게 머릿수를 세어봤다.
모여 있는 플레이어는 자신 포함 29명.
다른 사람들이 천사의 설명을 듣느라 정신이 없는 동안.
‘지금, 이 녀석들의 얼굴을 외워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놈들을 배신할 때 대처하기 쉬워지니까.’
류민은 빠르게 배신자 그룹의 얼굴을 하나하나 외우기 시작했다.
같은 편인데 왜 얼굴을 외우는 걸까?
파티라면 손목의 고리를 통해 인식할 수 있는데도.
‘그야 우리는 말만 그룹이지 파티원이 아니니까.’
마침 천사가 이에 관해 설명하고 있었다.
[배신자 그룹이 된 여러분은 상단이 목적지까지 못 가도록 방해해야 합니다. 서로 같은 퀘스트를 공유하고 있으니 파티라고 보면 되겠지만, 실제로는 파티가 아닙니다.]“파티가 아니라고?”
“그럼 솔플이야?”
[예. 일반 그룹은 파티가 맞습니다만, 여러분은 배신자라서 경험치를 공유하지 않습니다. 서로를 못 믿는다는 설정이죠. 캬하하!]“아니, 그럼 사냥을 어떻게 하라는…….”
“검은 낫이랑 파티인 줄 알고 좋아했는데…….”
은근히 버스 타고 싶었던 플레이어들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못 믿는 설정이라는 건 농담이었고요, 서로 파티를 못 하게 막은 데엔 합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한 명이 팀을 배신하면 나머지도 손해 보기 때문이죠.]“그게 무슨 소리죠?”
“그 새끼 입을 막아버려야죠.”
“죽여서라도!”
[그렇죠? 하지만 알다시피 파티가 되면 서로 공격도 못 하고 대미지도 안 들어갑니다. 한마디로 한 명이 배신하면 나머지가 피해를 보기 취약한 시스템인 거죠.]“아. 그래서…….”
“파티가 아니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네.”
만약 파티였다면 떠벌리는 배신자의 입을 막지도 못하고 주변으로부터 의심의 시선을 받아야 할 거다.
의심받는 순간 배신자 팀이 성공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지기에 불가피하게 파티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나한텐 다행인 일이지. 사냥 경험치를 나눠 먹지 않아도 되니까.’
배신자 그룹의 얼굴을 모두 외운 류민이 씩 웃었다.
이제 실전에서 놈들을 만나더라도 배신자가 누군지 구분할 수 있다.
‘누군지만 알면 대처하는 건 누워서 떡 먹기지. 마침 속마음의 룬도 있으니까.’
게다가 닉네임이 아니라 얼굴을 외운 이유도 있다.
그 이유는 천사의 입에서 나왔다.
[참고로 모든 플레이어의 닉네임도 가릴 거예요. 닉네임을 알게 되면 배신자들이 서로를 파악하기도 용이하니까요.]“우리 때문에 닉네임을 가린다고?”
한마디로 배신자들이 서로의 정체를 모르게 하려는 조치였다.
“하지만 지금 서로 얼굴이 노출됐는데요?”
[닉네임보단 얼굴이 외우기 어려우니까요. 특히 지금처럼 짧은 시간에 얼굴을 외운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있다.
바로 여기 류민이 그랬다.
[그리고 투구를 쓰면 얼굴은 충분히 가려지니까요. 납득할 만하다고 봅니다만?]천사가 대답을 바라듯 노려보자 플레이어들은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네, 네에.”
“아주아주 납득됩니다.”
파티만 아닐 뿐이지 퀘스트를 공유하는 운명 공동체가 아닐 수 없었다.
“어? 그런데 다른 상단이요?”
“같은 상단 재도전이 아니었나요?”
[아, 제가 말하지 않았군요. 여러분은 드워프, 엘프, 인간 순으로 도전하게 될 겁니다. 난이도 역시 하중상 순서이고요.]“어? 그럼 드워프 상단에서 퀘스트를 실패하면?”
천사가 씨익 미소 지었다.
[스탯이 20%가 하락해진 채로 더 어려운 중급 난이도에 도전하게 되겠죠.]“아아.”
즉, 퀘스트에 실패하면 할수록 다음 난이도가 급증하게 된다는 말.
그 말을 들은 배신자들의 머릿속엔 한가지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드워프 상단에서 퀘스트를 성공시켜야겠어!’
‘다음 기회는 없다고 봐야 해!’
전의를 불태우는 배신자 그룹이었지만 그들은 몰랐다.
류민이 있는 이상 퀘스트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사실을.
‘시작부터 배신자 그룹들을 찾아서 죽이면 깔끔하겠지? 얼굴이야 외우고 있으니까.’
류민이 미소를 짓는 사이, 아리엘이 날개를 펼쳤다.
[자, 이제 가실 시간입니다. 배신자 그룹이여!]‘부디 배신을 성공시켜 윗분들께 즐거움을 선사하시길!’
속말을 삼킨 아리엘이 손짓했다.
환한 빛무리와 함께 류민을 포함한 배신자 29명이 사라졌다.
드워프 상단 호위하기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