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12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12화
12. 당첨금 수령
집으로 돌아온 류원이 톡톡- 손톱을 깨물었다.
불안하고 초조할 때마다 나오는 습관이었다.
“그만해. 내가 손톱 깨물지 말라고 했지.”
“하지만 형. 불안한 걸 어떡해.”
“걱정하지 말라니까.”
“어떻게 걱정 안 해. 무려 10만 원을 날리게 생겼는데.”
로또 용지에 한 가지 번호만 찍는 형의 모습을 보고 류원은 생각했다.
보나 마나 망했다고.
10만 원을 날렸다고.
“여러 번호로 찍어야 당첨 확률이 올라갈 텐데 대체 왜…….”
“말했잖아. 이게 당첨 번호라니까?”
“그걸 형이 어떻게 알아?”
“꿈에서 봤어.”
“…….”
그 말에 류원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참으로 할 말 없게 만드는 말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류민은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동생이 믿든 말든 상관없어. 어차피 결과가 말해줄 테니.’
지금은 불안해하고 있지만 류민은 알고 있었다.
저녁에 추첨하고 나면 동생의 태도가 180도 달라질 것을.
이 또한 수십 번의 회귀로 겪었던 부분이었으니 말이다.
‘당장 돈을 벌기엔 로또만큼 좋은 방법이 없지.’
회귀자인 류민에게 로또 번호를 맞추는 건 고블린을 잡는 일보다 쉬웠다.
‘플레이어들이 세상을 망치기 전에 로또로 자금을 확보해놓는 게 좋아.’
나중에 가면 플레이어들 때문에 사회 시스템이 마비된다.
지금도 9억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탓에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더 망하기 전에 로또로 자금을 확보하고 코인과 주식으로 최대한 돈을 불려야 해.’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당장 궁핍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을뿐더러 플레이어를 포섭하는 데 이용할 수도 있다.
나중에 현실에서 플레이어끼리 돈을 주고 아이템을 거래하기도 한다.
‘뭐 현실의 돈보다는 플레이어가 가진 골드의 가치가 더 높지만.’
미래를 알기에 아무런 걱정이 없는 류민이었지만, 일반인일 뿐인 류원은 그렇지 못했다.
머릿속엔 이미 로또의 낙첨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차라리 10만 원으로 맛있는 거나 사 먹지…….”
류원이 아쉬운 마음에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형제에게 있어서 10만 원은 큰돈이었다.
류민이 주말마다 고깃집 알바를 뛰고 있었지만 그래봤자 한 달에 40만 원을 번다.
기초 생활 수급비도 나오긴 하지만 이것저것 제외하면 저축할 수 있는 돈이 거의 없다.
그나마 학비와 급식비 등이 무상으로 지원되고 있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에휴.”
다시 한번 한숨을 쉬는 동생의 모습에, 류민은 별말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저녁이 되면 태도가 돌변할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반갑습니다. 오늘의 로또 추첨을 시작하겠습니다. 공이 나오는 순서와 관계없이 번호만 맞으면 당첨입니다. 그럼 첫 번째 번호부터 알아볼까요?
로또 추첨 시간이 되자 형제가 핸드폰을 들었다.
TV가 없어서 핸드폰으로라도 시청하는 것이다.
데구르르르-
공이 굴러가고 추첨이 시작되자 류원이 두 손을 꼭 모았다.
‘제발 5등이라도…….’
형제의 생활비가 달려 있었기에 간절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결과를 알고 있는 류민은 무미건조한 얼굴이었지만.
-첫 번째 행운의 숫자는 3입니다!
류원이 식탁 위에 펼쳐져 있는 로또 용지를 들여다봤다.
“3? 있다!”
다행히 하나는 맞았다.
-두 번째는 몇 번일까요? 18번이네요!
“18? 있어!”
두 번째까지도 맞았다.
이제 하나만 더 맞추면 5등 당첨이다.
류원의 눈에 기대감이 번졌다.
‘5등만 돼도 얼마야?’
천 원에 한 게임, 총 100게임을 똑같은 번호로 질렀다.
한 게임당 당첨금이 5천 원이었으니 5등이 된다면 50만 원에 당첨된다.
본전은 물론이고 40만 원이라는 이익도 거둘 수 있다.
“제발, 제발, 제발…….”
간절한 마음으로 세 번째 번호를 기다리는 동생의 모습이 웃겼던 걸까?
류민이 자기도 모르게 실소를 지었다.
“그렇게 긴장할 거 없어.”
“응?”
그 순간 세 번째 번호가 발표됐고.
“헉, 형! 대박이야! 5, 5등에 당첨됐어!”
류원이 기뻐서 어찌할 줄을 몰랐다.
본전을 잃을까 봐 어지간히 노심초사했던 모양이다.
“대박! 다섯 배로 불리다니! 진짜 형 꿈이 좋긴 좋았나 봐!”
“그러게.”
하지만 기뻐하기엔 아직 일렀다.
-네 번째 번호는 38입니다! 다섯 번째 번호는 21입니다!
번호를 부를수록 류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손발은 덜덜 떨렸고 눈동자는 로또 용지와 대조해 보느라 쉴 틈이 없었다.
다름이 아니라 지금까지 틀린 번호가 단 하나도 없었으니까.
-추첨이 모두 끝났습니다. 오늘의 로또 당첨 번호 정리해드리겠습니다. 3, 18, 9, 38, 21, 1이고요. 2등 보너스 번호는 5입니다. 그럼 다음 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지막 번호를 끝으로 방송이 종료됐다.
하지만 류원의 눈은 핸드폰에서 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혀, 형…….”
“응.”
“내 볼 좀 꼬집어 줄래?”
“네가 직접 꼬집어.”
“이, 이거 꿈 아니지?”
“꿈이었으면 좋겠어?”
류원의 고개가 세차게 흔들렸다.
“아니, 절대!”
“걱정 마. 꿈 아니야.”
안심하라는 듯 류민이 웃었지만 류원은 한동안 얼떨떨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눈앞에 1등 당첨복권이 수두룩하게 있었으니까.
“1등…… 1등이라니…….”
눈을 씻고 살펴봤지만 틀림없는 1등이다.
“형! 형! 정말 꿈 아니지?”
“아니라니까.”
“하하하하하!”
류원은 신나서 안 그래도 좁은 집안을 방방 뛰어다녔다.
“그렇게 좋냐?”
“당연하지! 형은 안 좋아?”
“좋지.”
류민도 처음 로또를 맞췄을 땐 신나서 소리를 지르곤 했다.
하지만 그것도 수십 번을 반복하다 보니 연례행사처럼 의무적인 과정이 되어버렸다.
“100게임이 전부 1등이라니…… 하하하!”
“목소리 좀 낮춰. 옆집에서 듣겠다.”
“헙! 아, 알았어.”
합죽이가 된 류원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지 로또 당첨 용지를 들여다봤다.
“1등…… 진짜 1등에 당첨되다니…….”
개미 기어가듯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류원이 형을 바라봤다.
“형, 전부 같은 번호로 찍은 거 맞지?”
“어.”
“그럼 이게 대체 얼마야?”
“글쎄. n분의 일로 나누니까 당첨자 수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하지만 류민은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다.
당첨자 수가 몇 명인지.
당첨금이 얼마인지.
‘아마 역대급 당첨금에 세상이 뒤집히겠지.’
이미 뒤집히기 시작한 세상이지만 말이다.
* * *
“형, 잘 갔다 와!”
“그래. 내가 갔다 오는 동안 집에 얌전히 있어.”
“내가 갈 데가 어딨다고. 그리고 내가 뭐 애야?”
‘애지. 나보다 한참이나 어린데.’
겉보기엔 네 살 차이였지만 회귀로 겪어온 세월까지 합치면 류민의 나이는 110살이 넘었다.
류민의 눈엔 마냥 어린 동생으로 보일 수밖에.
“그 방태규라는 놈한테 당한 것도 있으니 걱정돼서 하는 소리지. 혹시 누가 찾아오거든 문 열어주지 말고.”
“그렇게 걱정되면 나도 데리고 가던가.”
“안 돼. 당첨금은 혼자 수령하는 게 국룰이야.”
“나도 가고 싶은데…….”
“간다.”
류민이 손을 흔들며 걸음을 옮겼다.
버스를 타고 그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논협 본점.
로또 당첨금 수령을 위해서다.
‘월요일까지 버티기 힘들었네.’
토요일에 당첨 사실을 알고 난 이후로, 형제는 조촐한 파티를 벌였다.
밖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난생처음 외식을 한 것이다.
‘돈이 모자라서 한우는 엄두도 못 냈지만.’
한 번뿐이었지만 외식의 타격은 컸다.
겨우 버스비만 남을 정도로 생활비가 간당간당한 수준이 됐다.
‘그래도 월요일까지 라면으로 어떻게든 버텼네.’
당첨금은 은행이 문을 여는 평일에만 수령할 수 있다.
그렇기에 버스비만 있어도 재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은행만 찾아가면 통장에 억 단위의 거금이 꽂힐 테니까.
-이번 정류장은 서대문역 사거리 논협 중앙회입니다.
버스에서 내린 류민이 길을 걸었다.
조금 지나자 저 앞에 높다란 건물이 보인다.
1등 당첨금을 지급하는 논협 은행 본점이었다.
보통은 들어가기에 앞서서 긴장할 테지만…….
‘수십 번을 수령한 1등 당첨금이라 그런지 전혀 긴장이 안 되네.’
류민은 그런 것 없이 태연하게 은행 안으로 들어갔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은행엔 많은 사람이 드나들고 있었다.
물론 당첨자가 아닌 일반 고객들이었다.
류민은 여태 했던 대로 신관의 로비 데스크에 있는 직원에게 다가가 말했다.
“로또 1등 당첨금 수령하러 왔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축하합니다. 행운 고객님.”
은행 직원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매주 발생하는 흔하디흔한 1등이었으니까.
다만 직원은 류민을 슬쩍 쳐다볼 따름이었다.
‘꽤 어려 보이는데 1등에 당첨됐다고?’
당첨자 중엔 20대도 있었지만, 눈앞의 청년은 고등학생처럼 보일 정도로 어렸다.
거짓말이거나 착각일 수도 있었기에 직원은 확인을 해봐야 했다.
“실례가 안 된다면 구매처가 어디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GS24 연희점입니다.”
“예? 아……!”
직원은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데스크에 서기 전에 들었던 상사와의 대화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회차 1등 당첨 수는 무려 107게임이야.
-예? 107게임? 그렇게나 많아요?
-그래, 10게임 정도 당첨되는 평소에 비하면 역대급으로 많지. 그런데 기가 막힌 게 뭔지 말아? 그중 100게임이 한 지점에서 나왔다는 거야.
-예에? 한 지점이요? 설마 한 사람이 전부 구매한 건…….
-맞아. 누군가 똑같은 번호로 100게임을 찍었는데 그게 1등이 된 거지.
-와…… 대박이네요. 하나만 당첨돼도 부러운데 100게임이라니…….
-내가 확인해 봤는데 당첨금이 어마어마해. 어쨌거나 이번 주에 당첨금 수령하러 올지도 모르니까 단단히 준비하고 있어. GS24 연희점에서 구매했다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은행장님 불러. 초특급 VVIP 고객님이니까.
상사의 말을 떠올린 직원이 정신을 번쩍 차렸다.
“저기, 죄송하지만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그러죠.”
양해를 구한 뒤 일어난 직원이 잠시 후 누군가와 함께 나타났다.
“아이고,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논협 은행의 은행장 권준호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류민이라고 합니다.”
류민은 담담한 얼굴로 은행장이 내미는 손을 가볍게 맞잡았다.
“1등에 당첨되셨다고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행운 고객님.”
“감사합니다.”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가시죠. 제가 직접 모시겠습니다.”
류민은 은행장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갔다.
그동안 은행장이 힐끔 류민을 쳐다봤다.
‘이것 봐라? 어린 친구가 긴장한 기색이 없네?’
1등에 당첨된 걸로 모자라 은행장인 자신이 직접 내려왔다.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을 텐데 청년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여유롭다 못해 무료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 은행장으로선 신기했다.
“이쪽으로 오시죠.”
은행장은 류민을 복권사업팀이란 곳으로 안내했다.
가면서 당첨금을 수령하러 온 다른 대기자들이 보였지만 그냥 지나쳤다.
100게임에 당첨된 류민을 저들과 같이 기다리게 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앗, 은행장님 오셨습니까?”
직원이 허리를 굽히면서 곁눈질로 류민을 살폈다.
‘누구지? 은행장님 아들인가?’
궁금해하는 찰나 은행장이 먼저 소개했다.
“당첨금을 수령하러 오신 VVIP 행운 고객님이네. 불편하시지 않게 최대한 신경 써서 도와주게.”
‘VVIP?’
직원은 그제야 은행장이 데려온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GS24 연희점 100게임 당첨자?’
놀라는 사이, 은행장이 류민과 인사를 나눴다.
“여기 있는 직원이 당첨금 수령을 도와줄 겁니다. 그럼 편하게 일 보십시오.”
“네, 감사합니다.”
은행장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물러나자 직원이 앞으로 나섰다.
“반갑습니다, 행운 고객님. 이쪽에 앉으시죠.”
푹신한 소파에 앉은 류민을 향해 직원이 미소로 물었다.
“목마르시죠? 마실 거라도 드릴까요? 커피, 주스, 녹차 중에 어떤 걸로…….”
“괜찮습니다. 빨리 당첨금을 수령하고 집에 가고 싶습니다만.”
“아, 그러십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당첨된 로또 용지 좀 볼 수 있을까요?”
류민이 주머니에 있던 로또 20장을 내밀었다.
직원이 로또를 확인하며 놀란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100게임이 모두 같은 번호인 데다 틀림없는 1등이었다.
‘이걸 전부 같은 번호로 찍다니. 미래라도 알고 있는 거야, 뭐야?’
직원이 애써 부러움을 감추며 웃는 낯으로 설명했다.
“확인 끝났습니다. 100게임 전부 1등이 맞네요.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당첨금은 얼마인가요?”
“이번 회차 1위 당첨금액이 약 205억 원인데요, 당첨 게임 수가 107개고 고객님의 경우 그중 100게임을 당첨되셨으니…….”
계산해 보던 직원이 침을 꼴깍 삼킨 뒤에 말했다.
“고객님의 당첨금은 약 192억 원이 됩니다.”
세금을 제외하면 150억 원이 통장에 꽂히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