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212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212화
212. 4 대 2
“칫.”
제프리의 입에서 아쉬운 소리가 나왔다.
처음부터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건 지금처럼 기습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기척 감지에 걸렸는지 간단하게 막히고 말았다.
“동료가 더 있었군.”
마경록이 제프리와 주성탁을 보며 비웃었다.
“집사와 장애인이라…… 큭큭. 설마 4 대 2라고 안심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크리스틴?”
“누가 4 대 2래요?”
고개를 돌리니 서아린이 어느새 소환수를 대동한 채로 서 있었다.
페어리 4마리와 골렘 3마리, 영혼 기사 2마리가 포함된 대전력이었다.
“대표님. 이제 그만하시죠? 이런다고 해결될 것 같아요?”
“서 배우.”
마경록의 미간이 불만스럽게 구겨졌다.
“그동안 재능도 없는 년을 데려다가 이만큼이나 키워줬는데 이렇게 뒤통수칠 줄은 몰랐네요.”
“애초에 재능이 보였으니까 저한테 투자하신 거 아닌가요?”
“이젠 말대꾸도 하고. 12라운드까지 버텼다고 제법 플레이어다워졌네요?”
“그간 많은 일이 있었거든요. 당신 같은 사람을 믿으면 안 된다는 것도 알았고요.”
“그래서 최근에 저희랑 어울리지 않았던 거군요? 이렇게 뒤통수치려고.”
“피해자 코스프레하지 마세요. 그런다고 살인이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니까.”
“왜 안 됩니까? 여기 있는 모두를 죽여버리면 간단한 것을.”
마경록이 사이코패스처럼 히죽히죽 웃었다.
이제는 대놓고 살의를 드러낸다.
“할 수 없군요. 제압하는 수밖에.”
“후후, 어이가 없네요. 서 배우 실력으로 날 제압할 수나 있을…….”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경록이 재빨리 몸을 틀었다.
페어리의 금빛 광선이 그가 있던 자리를 훑고 지나갔다.
“이런 비겁한 년이 말하는 도중에…….”
이를 간 마경록이 검을 들었다.
가식은 버리고 이 자리에서 죽인다.
오직 그 일념만으로 땅을 박차고 튀어 나갔다.
“먹어 치울 필요도 없이 죽여주마!”
그러나 그의 검은 서아린에게 닿기도 전에 막혔다.
챙-!
3마리의 골렘들이 든든한 탱커처럼 앞을 가로막았다.
“이 돌대가리 새끼들이.”
마경록이 다크 오러를 두른 검을 휘둘렀다.
쿵- 쿵!
단단한 골렘들이 두부처럼 베이며 무너진다.
아무렴 쇠사슬도 자른 다크 오러다.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마지막 골렘을 베어 넘기려던 마경록이 돌연 검을 회수하고 자리를 박찼다.
지이이이이잉-!
4마리의 페어리들이 제각각 광선을 뿜어댔다.
겨우 피한 마경록이 식겁한 마음을 추슬렀다.
‘저 날파리들도 만만히 보면 안 되겠는데…….’
광선의 대미지는 소환사인 서아린의 마력에 따라 증가한다.
레벨이 오를수록 페어리들도 강해진다는 뜻.
바닥에서 연기가 올라올 정도의 화력이었기에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다크 아머라는 방어 스킬이 있지만, 마법 대미지에는 약하기에 더더욱 조심해야 했다.
‘귀찮은 날파리들 같으니.’
그때 영혼 기사의 검이 마경록이 있던 자리를 베고 지나갔다.
후웅-!
피하긴 했지만, 꽤 매서운 일격이었다.
“어딜 소환수 따위가 끼어들어?”
촤아악!
다크 오러가 둘린 검이 영혼 기사의 몸을 두 쪽으로 나눠버렸다.
‘이제 한 마리 남았군.’
마경록이 미소 짓고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
하나 남은 영혼 기사의 몸집이 갑자기 비대하게 커지는 것이 아닌가?
‘뭐지?’
1.5배가량 불어난 영혼 기사가 눈 깜짝할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놀란 마경록이 반사적으로 검을 들자 영혼 기사의 검이 부딪쳤다.
까앙-!
달라진 위력에 마경록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힘과 스피드가 올라갔다. 게다가…….’
까앙! 까앙! 까앙!
‘다크 오러를 두른 내 공격을 막아내고 있어.’
무엇이든 자를 줄 알았던 다크 오러가 한낱 소환수의 검에 막히다니.
황당했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혼 기사의 맹공이 제법 매서웠으니까.
‘서아린 저년이 60레벨이 되면서 소환수를 강화하는 스킬을 배웠나 보구나.’
감탄과 동시에 한숨이 나왔다.
제법 쓸모 있어 보이는 인재를 자기 손으로 죽여야 했으니까.
“파멸참.”
응축된 다크 오러가 번쩍이며 영혼 기사의 몸을 통째로 가르려던 순간.
움찔-
마경록의 몸이 한쪽으로 쏠렸다.
‘뭐야? 도발 스킬?’
남아 있던 골렘 한 마리가 도발을 시전, 마경록의 시선을 끌었다.
그 탓에 회심의 일격은 엉뚱한 표적인 골렘을 향했다.
콰콰콰콰콰쾅-!
하나 남았던 골렘이 처참하게 으스러져 사라졌다.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위력에 놀란 서아린이었지만 지체할 새는 없었다.
‘지금이야! 마경록을 제압해!’
마음속으로 소환수에게 명령을 내리자, 페어리들과 영혼 기사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다시 한번 안광을 번뜩이며 광선을 준비하는 페어리들을 보자 마경록은 다크 오러를 회수해 전신을 감쌌다.
60레벨이 되면서 배운 스킬을 써먹을 타이밍이었다.
‘다크 디멘션.’
신체를 공간화하여 공격을 흘려버리는 스킬.
그래서일까?
광선과 영혼 기사의 일격이 동시에 들어왔지만 마경록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오히려 대미지를 입은 건 소환수들이었다.
차원의 굴절로 공격이 그대로 반사되었으니까.
치이이이이익!
스거억-!
도리어 자신의 공격에 당한 페어리와 영혼 기사는 그 즉시 소멸하고 말았다.
한순간에 소환수가 전멸한 서아린이 멍한 얼굴로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
‘소환, 소환……!’
재빨리 소환수들을 꺼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쿨타임이 10분 남았다는 메시지만 떠오를 뿐.
마경록은 어느새 서아린의 코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죽을 시간이다.”
그대로 검을 휘두르려던 그때.
티잉-!
옆에서 날아든 비수를 막은 마경록이 인상을 찌푸렸다.
“귀찮게 하는구나, 암살자 주제에.”
팅- 팅!
제프리가 단도를 던지며 시선을 끄는 사이, 서아린이 마경록으로부터 멀어졌다.
짜증을 느낀 마경록은 곧장 타깃을 바꿨다.
‘어차피 서 배우는 공격 불능 상태다. 당분간 아무것도 못 해.’
귀찮게 하는 제프리 먼저 치워버리고 다시 서아린을 노릴 작정이었다.
‘저딴 벌레 하나 죽이는 것쯤이야, 어려울 거 없지.’
제프리의 투척을 피하며 거리를 좁힌 마경록이 검을 휘둘렀다.
휙- 휙-!
암살자라 그런지 피하는 몸놀림이 날렵하다.
‘막을 생각을 안 하는 걸 보니 녀석도 아는 거지. 단검 따위로 막았다간 죽는다는 걸.’
제법 빠르긴 하다만 다크 오러를 이용하면 간단히 발을 묶을 수 있다.
이렇게.
휙- 쿵!
“큭.”
발목을 감싼 다크 오러가 제프리를 내팽개쳤다.
“끝났군.”
다리가 묶인 암살자는 병신이나 다름없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마경록이 그대로 가슴팍에 검을 꽂아 넣었다.
“커어억!”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죽었지만 마경록이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뭐야? 분신?’
자신이 죽인 녀석은 제프리의 분신이었다는 것을.
‘설마 암살자의 60레벨 스킬이…….’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
제프리가 어느새 마경록의 뒤를 점했다.
“죽…….”
죽으라고 멋지게 외치며 목을 찌를 작정이었건만.
터엉-!
안상철의 방패 밀치기로 인해 제프리의 회심의 일격은 미수로 그쳤다.
“괜찮으십니까? 대표님?”
“고마워요, 안 실장. 까딱하면 저세상 갈 뻔했네요.”
아쉽게 기회를 놓친 제프리가 침음을 흘리는 반면, 마경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제는 분신도 투명화도 쓰지 못할 테니까.
‘제프리는 이제 죽을 일만 남았고, 서아린과 크리스틴을 이어서 죽이면 되려나?’
시야에 세 사람을 담아두던 마경록이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잠깐. 그러고 보니 한 명이 더 있던 거 같은데?’
의수, 의족을 차고 있던 장애인이 보이지 않는다.
기척 감지에도 느껴지지 않는 걸로 봐서 이미 겁먹고 도망간 모양이다.
‘어쩔 수 없지. 여기 있는 세 명이라도 죽이는 수밖에.’
상황은 마경록에게 굉장히 유리했다.
보유한 흑마력에 따라 강해지는 다크 오러를 막을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성녀라 칭송받는 크리스틴이 있긴 하지만 동료들을 지키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기껏해야 힐만 쓸 수 있는 그녀가 뭐든지 단칼에 베어버리는 무력을 막을 방도는 없었으니까.
“끝났다. 모두.”
그렇기에 마경록은 여유를 부렸다.
그것이 독이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지만.
“응?”
천천히 다가가던 마경록의 시선에 도망친 줄 알았던 장애인이 보였다.
씨익 웃는 주성탁의 모습에서 마경록은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뭘 보고 웃는 거지?’
녀석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더니 그곳엔 자신이 죽인 마경수의 시체가 있었다.
“시체 폭발.”
주성탁이 나지막하게 읊조리자마자.
콰아아아아아앙-!
마경수의 시체가 터지며 마경록의 몸이 튕기듯 날아가 창고의 벽에 처박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큭, 크으으으윽…….”
살갗이 타들어 가는 고통이 느껴졌지만 마경록은 가까스로 일어났다.
못 일어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시체 폭발.”
주성탁의 연이은 시체 폭발에 창고 안에 있던 마경상의 시체가 터진다.
콰아아아아아앙!
천둥소리와 함께 조그만 창고가 폭발하며 방심하고 있던 마경록이 저만치 날아가 버렸다.
“끄으윽…….”
연속으로 당한 터라 일어설 힘도 없었지만 마경록은 끝내 무릎을 세웠다.
그러다가 비틀거리며 넘어질 뻔한 것을 안상철이 가까스로 붙잡았다.
“괜찮으십니까?”
“갈비뼈가 큭, 나간 거 같아요.”
“지금은 안 되겠습니다. 훗날을 도모하시죠.”
“…….”
마경록이 분한 듯 입술을 씹었지만,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그럽시다.”
결국 안상철의 부축을 받으며 등을 돌렸다.
“어딜 가려고!”
제프리가 쫓아가려 했지만 마경록의 서릿발 같은 눈빛에 절로 걸음이 멈췄다.
“자신 있으면 와봐. 너 같은 새끼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니까.”
“…….”
마경록은 영어로 경고 아닌 경고를 남긴 채 안상철과 함께 몸을 돌려 사라졌다.
둘을 쫓는 사람은 없었다.
서아린도, 크리스틴도, 제프리도.
마경록이 얼마나 강한지 새삼 깨달았으니까.
“결국 놓쳤네요. 어쩌죠?”
“어쩔 수 없죠.”
서아린의 질문에 불쑥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답한 사람은 다름 아닌 얌띠였다.
“어? 얌띠 님?”
구면이었던 서아린이 반색하다가도 의아한 낯빛이 되었다.
“얌띠 님이 여긴 어떻게…….”
“검은 낫님에게 상황을 전해 듣고 왔어요.”
“아.”
얌띠가 검은 낫의 현실 지인이라는 걸 상기한 서아린이 고개를 주억였다.
그렇다면 여기에 온 것도 납득이 된다.
이미 상황은 다 끝나버렸지만.
“도와주러 오셨다면 한발 늦었어요.”
“흐음. 그런가요?”
늦게 왔음에도 얌띠는 별로 아쉬운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할 일을 마친 사람처럼 만족한 표정.
그 모습이 의아했지만 서아린은 자신의 착각이라 여기며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착각이 아니었다는 것도 모른 채.
* * *
“후우, 조, 조금만 쉬었다 가지요.”
“예, 대표님.”
마경록이 나무에 기대앉았다.
이대로 산행을 감행하기엔 부상이 너무도 심각했다.
“예상외였어요. 그 장애인 새끼가 그렇게 강할 줄이야…….”
시체를 폭발 도구로 삼다니.
누군지 몰라도 그 정도면 TOP 5에 들 정도가 아닐까?
다친 와중에도 놈의 닉네임과 직업이 궁금했다.
“부상은 어떠십니까?”
“괜찮으니 걱정 마세요. 갈비뼈 좀 부러지고 피부 조직 좀 타들어 갔을 뿐입니다.”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마경록도 알고 있었다.
응급치료로는 고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다는걸.
‘이럴 때 크리스틴의 힐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힐이라면 뼈도 붙일 수 있을 거다.
괴사한 피부도 쉽게 복원할 수 있을 테고.
“나 참. 죽이겠다고 날뛸 때는 언제고. 이럴 때는 또 아쉽네.”
피식 자조적인 웃음을 지은 마경록이 이제 일어나자는 듯 고갯짓을 했다.
하지만 안상철은 어쩐지 반응이 없었다.
뜬금없이 무거운 분위기를 잡을 뿐.
“지금이라도 돌아가시지요.”
“뭐라고요?”
“크리스틴에게 힐을 받으면 치료할 수 있습니다. 잘못을 고백하고 치료받으십시오.”
그 말에 마경록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안 실장. 나더러 치료받고 감옥이나 가라는 소립니까?”
“그게 목숨을 잃는 것보단 낫지 않겠습니까?”
거슬리는 말에 마경록이 대놓고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마치 저를 죽은 사람처럼 대하시네요?”
“죽은 사람 맞습니다. 제가 죽일 거니까요.”
“뭐라는…….”
푸욱-!
마경록이 경악스러운 눈으로 자신의 가슴팍을 내려다봤다.
살갗을 뚫은 건 다름 아닌 안상철의 검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