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222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222화
222. VS 우리엘
콰콰콰콰쾅-!
나무가 으스러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 구덩이가 생긴다.
섬전과도 같은 빛이 순식간에 사방을 불태웠다.
하지만 류민의 옷깃엔 털끝만큼의 그을림도 묻지 않았다.
용병들도 마찬가지였다.
[하! 아등바등 잘도 도망치는구나. 쥐새끼처럼!]벌써 30명의 용병을 구한 검은 낫을 보며 라구엘은 은근히 오기가 치밀었다.
‘이 빌어먹을 벌레 자식이. 어떻게 된 게 공격하는 족족 피하는 거야?’
검은 낫을 제외한 다른 인간들을 모조리 죽이겠노라 호언장담했지만 단 한 명도 죽이지 못했다.
기술도 쓰고 직접 검도 내질러봤지만, 검은 낫은 그때마다 인간들을 피신시키고 구해냈다.
마치 공격을 예측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한발 빠르게.
‘재수 없는 자식이 스피드만큼은 인정해 줘야겠구나.’
이대로는 안 되겠다.
더 이상 인간들을 구하게 두는 건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큰 기술로 한꺼번에 죽여주지.’
잘못하면 검은 낫이라는 놈도 죽게 되겠지만 아무렴 상관없다.
살려서 데려가는 게 목적이지만 어디까지나 죽을 놈.
생각보다 강해서 어쩔 수 없이 죽였다고 둘러대면 그만이다.
‘천계에서 죽이나 여기서 죽이나 거기서 거기지 뭐.’
라구엘이 접었던 날개를 펼치며 사방의 기를 모았다.
동시에 검을 교차하여 하늘을 향해 들어 올렸다.
여태껏 썼던 기술, [천상의 심판]을 광범위로 사용하기 위한 준비 동작이다.
‘어디 한 번 이 많은 사람을 동시에 구해 보거라. 큭큭.’
하지만 라구엘은 몰랐다.
때마침 류민이 모으던 영웅의 룬 스택이 꽉 찼음을.
더 이상 용병들을 구할 필요가 없어졌음을.
[영웅의 룬 스택 : 100/100] [영웅의 룬 효과로 모든 스탯이 100 증가합니다.] [스택 100을 소모하여 ‘영웅의 보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됐어. 원하던 대로 스택을 쌓았다. 이제 방어만 할 필요는 없어.’
씨익 웃은 류민의 시선이 전방으로 향했다.
라구엘이 팔을 들어 올린 채 기를 모으고 있다.
‘저렇게 무방비 자세로 기술을 준비하다니…… 그냥 죽여 달라는 거지?’
아무래도 저 멍청한 천사한텐 힘의 격차를 느끼게 해줄 필요성이 있다.
비웃음을 삼킨 류민이 눈 깜짝할 새에 몸을 날렸다.
[아.]기술이 완성되기 직전, 코앞에 당도한 류민을 본 라구엘이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설마 지금 타이밍에 공격할 줄은 몰랐다는 얼굴이다.
“내가 여태 방어만 했어도 그렇지 너무 방심한 거 아니야?”
[이……!]당황하는 사이, 류민의 낫이 허리를 베었고 라구엘은 그대로 이등분이 되어 죽었다.
아니, 그랬어야 했다.
우리엘이 개입하지만 않았더라면.
번쩍-!
섬광과 동시에 류민의 낫이 목표를 잃고 허공을 베었다.
눈앞에 있던 라구엘이 어느새 우리엘의 곁으로 이동되어 있었다.
[우, 우리엘 님!] [내가 적절하게 나선 거 맞지?] [감사합니다. 솔직히 식겁했어요.]준비하던 기술이 끊기긴 했지만, 덕분에 목숨은 건졌다.
“쳇.”
아쉽다는 표정을 지은 류민이었지만 속으론 전혀 다른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역시 저 녀석이 구할 줄 알았지.’
지금 타이밍에 공격하면 우리엘이 나설 거라는 건 미래시의 룬으로 예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알면서도 류민은 그대로 라구엘을 공격했다.
그것도 대응하기 좋게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죽여봤자 보상도 주지 않는 데 죽일 수야 없지.’
살초처럼 보였겠지만 사실 류민은 라구엘을 죽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우리엘도 마찬가지다.
그야 악마의 축복이 없었으니까.
‘이득을 보려면 악마의 축복을 걸은 다음에 죽여야 해.’
하지만 류민은 현재 악마의 룬 스택을 1밖에 채우지 못했다.
99명의 천사를 잡아야 비로소 축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소리.
여태껏 바로 죽일 수 있음에도 죽이지 않은 것도, 방어만 하는 수동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전부 이 때문이었다.
‘이득이 없는데 죽일 순 없지. 죽이려거든 99명의 천사를 잡고 축복을 건 다음 죽여야 해.’
지금 대천사를 죽여버리면 수천 개의 스탯을 얻을 기회를 날려 버리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것이 류민이 마냥 천사들을 노려보고 있는 이유였다.
‘그럼 어떻게 해야 좋을까? 레미엘 때처럼 목숨을 위협하며 부하들을 불러오라고 협박할까?’
류민은 내심 고개를 저었다.
다른 천사라면 몰라도 정의감에 넘치는 열혈 천사인 라구엘은 협박에도 굴하지 않을 거다.
‘범죄자와 타협할 바에 죽음을 택하겠지.’
상관인 우리엘도 타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보기와 달리 능구렁이 같은 면이 있는 것 같으니.
‘부하들을 불러오면 살려준다 해도 믿지 않겠지.’
결국 협박하는 방법은 기각.
그렇다면 어찌해야 부하들을 불러오게 만들 수 있을까?
‘그래, 그게 좋겠군.’
작전을 떠올린 사이, 천사들의 대화가 들린다.
[이제부턴 내가 참전하마. 너 혼자선 불가능한 상대다.] [하아, 가능하면 우리엘 님의 힘을 빌리지 않으려 했는데…… 어쩔 수 없군요.]두 천사가 류민을 노려본다.
이미 실력 파악이 끝나서 얕잡아보고 있는 줄도 모른 채.
스릉-
우리엘이 품속에서 작은 단검을 꺼냈다.
순간 암살자 스타일인가 생각했지만, 녀석의 생각을 읽고서 알 수 있었다.
‘암살자가 아니야. 놈은 마법사 스타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단검에 박혔던 보석이 빛나며 기형적인 문자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어떤 주문인지 생각으로 간파한 류민이 몸을 날렸다.
그러기 무섭게 그가 있던 자리로 금빛 두루마리가 휘리릭 감겼다.
콰자자자작-!
류민 대신 묶여버린 나무가 산산조각이 났다.
두루마리라고 무시할 만한 완력이 아니었다.
[빠른 건 인정. 하지만.]우리엘이 다시 주문을 외운다.
[이건 막을 수 없을걸?]단검이 빛을 발하더니 우리엘의 손을 떠났다.
쐐애애애액-!
쏜살같이 날아간 단검이 류민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마터면 머리통이 날아갈 뻔했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부메랑처럼 궤도를 튼 단검은 다시 한번 류민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마치 유도 미사일처럼.
‘피할 수 없다면 막을 수밖에.’
류민이 낫을 들어 단검을 쳐내려 했다.
하지만 단검이 닿는 순간.
퍼어어엉!
폭발이 일어나 류민을 저 멀리 튕겨버렸다.
“크윽.”
대천사와 싸운 이래 처음으로 바닥을 뒹굴었다.
분하다는 얼굴로 일어선 류민을 보며 우리엘이 놀란 토끼 눈을 떴다.
[‘폭발 비수’에 맞았는데도 별다른 상처가 없다니. 대체 어떻게 돼먹은 몸뚱이지?]신성 계열 상대의 대미지를 80% 감소시키는 칭호가 있다는 걸 알 턱이 없던 우리엘이 다시 한번 손을 들었다.
번쩍-
폭발과 함께 사라진 줄 알았던 단검이 손에 잡혔고 재차 주문을 외운다.
“까다로운 놈이네.”
비록 큰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확실히 라구엘보다는 어려운 상대다.
우리엘 먼저 노리기로 한 류민이 주문을 외우는 틈에 달려갔다.
그사이 기술이 완성됐는지 허공으로 단검을 긋는다.
[네 죄를 죽음으로 사하노라.]위기를 느낀 류민이 찰나의 순간 몸을 틀었다.
쿠콰콰콰콰쾅-!
간발의 차이로 빛과 불꽃의 폭풍이 마수의 숲을 쓸어버렸다.
[피했네? 뭐, 예상했던 대로지만.]“뭐?”
이중 캐스팅을 끝낸 우리엘의 단검에서 빛이 반짝였다.
류민이 상황을 알아차리기 전에 하늘에서 빛의 감옥이 떨어져 내렸다.
쿠웅-!
꼼짝없이 감옥에 갇힌 꼴이 된 류민이 눈에 띄게 당황했다.
캉- 카앙-! 캉!
낫으로 철창을 부숴보려고 시도했지만 잘리기는커녕 흠집도 나지 않는다.
[끝났네.] [인간은 절대로 ‘천벌의 감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지.]라구엘과 우리엘이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귀찮게 하던 쥐새끼를 잡아서 홀가분하다는 얼굴이었다.
[역시 우리엘 님은 대단하십니다. 저조차 애먹은 인간을 저렇듯 쉽게 결박하시다니.] [몸놀림이 빠르긴 한데 생각보다 멍청해서 다행이야. 아니, 생각했던 대로 멍청한 건가? 인간의 지능이야 뻔할 뻔 자니.] [키흣흣흣흣.]독 안에 든 쥐라고 생각했는지 대놓고 비웃던 천사들이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사신화.”
류민의 전신이 시커멓게 변하며 기세가 달라졌으니까.
콰앙-! 콰앙-!
철창을 치는 소리부터가 전과는 달랐다.
남다른 파괴력이라는 걸 실감하게 된 건 다섯 번의 휘두름이 끝났을 때였다.
파캉-!
감옥을 부수고 밖으로 나왔으니까.
[이, 이런!] [버, 벌레 새끼가 어딜 기어 나와!]당황한 라구엘이 천상의 심판을 쓰기 위해 검을 교차했고, 우리엘도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새 손만 뻗으면 닿을 정도로 거리가 좁혀졌다.
[헉! 이 벌레가…… 꺼어어억!]놀라던 라구엘이 장대 끝에 맞아 몸을 새우처럼 구부렸다.
그대로 장대를 휘둘러 뒤통수를 가격하자 쾅- 소리를 내며 머리가 흙바닥에 처박혔다.
하지만 라구엘이 시간을 벌어준 덕분일까?
피할 시간이 없던 류민에게 우리엘의 불꽃이 쇄도했다.
콰콰콰콰콰콰쾅-!
각도상 제대로 적중한 걸 본 우리엘이 입꼬리를 올렸다.
[후훗, 우매한 인간아. 결국 먼지가 되어 사라졌…….]“누가 사라져?”
먼지 속에서 들린 목소리에 우리엘의 미소가 사라졌다.
직사각형의 어둠의 장벽이 방패처럼 세워져 있었다.
스르륵-
장벽이 해제되자 생채기 하나 없는 검은 낫의 모습이 보인다.
[어, 어떻게?]“어떻게 살았냐고?”
류민이 조소를 머금으며 앞으로 나섰다.
“당연히 강하니까 살아남았지. 못 믿겠어? 한번 처맞아봐. 한 대만 맞아도 바로 알 수 있을 테니까.”
폭발적으로 지면을 박찬 류민이 순식간에 우리엘의 날개를 잡았다.
뿌드득-!
[끼아아아악!]대파 뽑듯 잡아채자 날개와 깃털이 우수수 떨어진다.
곧장 주문을 외워 빛의 보호막을 세워봤지만.
쾅- 쾅-
사신화된 낫질의 힘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쾅- 콰자작!
[헉!]보호막이 깨지며 그대로 낫이 들어오자 우리엘이 급히 빛의 화살을 날려 자신의 몸을 반대편으로 순간이동 시켰다.
하마터면 목이 잘릴뻔했다.
주문을 외운 우리엘이 류민에게 적중시켰던 폭발 비수를 완성해 날렸다.
쐐애애액-!
유도 공격이라 절대로 피할 수 없는 그 공격을 류민은 대놓고 맞아줬다.
퍼어어엉!
다만 이번에는 전과 달리 흠집 한 번 나지 않았다.
이미 어둠의 방벽으로 전신을 감싼 뒤였으니까.
“내가 바보냐? 한 번 당한 공격에 또다시 당하게?”
[크윽.]여유 있는 웃음을 지은 류민이 우리엘을 압박하려던 그때.
챙-!
등 뒤에서 라구엘이 기습적으로 나타났다.
물론 기척 감지로 읽고 있던 류민이 맞아줄 리는 없었지만.
[죽어라! 이 버러지 같은 인간…… 컥!]공격을 피한 뒤 장대로 발을 걸어 녀석을 넘어뜨렸다.
“천사 년이 전생에 원수를 졌나. 왜 이렇게 못 잡아먹어서 난리야?”
[이 하등한 인간 놈이…… 끄아아악!]순간적으로 뒤를 점한 류민이 날개를 으드득 뽑아버렸다.
라구엘이 비명 지르든 말든 팍팍 뽑아버리던 류민이 튕기듯 물러났다.
간발의 차이로 나타난 빛의 두루마리가 허공을 휘감고 사라졌다.
“내가 말했지? 한 번 당한 공격은 당하지 않는다고.”
류민이 웃으며 다시 달려들려던 그때.
“아…….”
재수 없게도 사신화가 풀리고 말았다.
류민의 당혹스러운 표정이 천사들 앞에 여과 없이 드러났다.
“X발.”
욕설만 남긴 류민이 곧장 날개를 펼쳐 자리를 벗어났다.
저 멀리 날아가더니 어느새 사라진 검은 낫을 보며 천사들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저 인간 왜 갑자기 도망가는 거죠? 우리엘 님?] [난들 아나.]수세에 몰리던 상황에서 저러니 우리엘도 당황하던 참이었다.
[유리한 상황이었는데 대체 왜……?]난장판이 된 주변에는 오직 두 명의 천사만 있었다.
다른 인간들이야 이미 도망간 뒤였고.
그때 우리엘이 손가락을 튕겼다.
[아! 도망친 이유를 알 것 같아.] [뭐죠?] [힘이 빠져서 도망친 게 아닐까?] [힘이?] [생각해 봐. 저 인간, 모습이 검게 변하고 나서 갑자기 폭발적으로 강해지지 않았어?]그러고 보니 그랬다.
둘의 공격에 고전을 면치 못하던 녀석이 변신 후에 급격하게 강해졌다.
이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 라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지금이 기회네요. 그 벌레 자식을 빨리 찾아서 죽여버립시다.] [그러고 싶지만 보다시피 우리 둘 다 날개 한쪽을 잃었잖아.]비행 능력을 상실한 탓에 천사들은 류민을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할 수밖에 없었다.
[흐아아…… 제기랄! 모처럼의 기회가 왔는데 눈 뜨고 놓쳐야 한다니이이!] [너무 분해하지 마라. 라구엘. 방법은 있으니.]방법이 있다는 말에 라구엘이 흥분을 가라앉혔다.
[무슨 방법이요?] [지원을 요청하는 거다. 당장 천계에 연락해서 함께 녀석을 처리하는 거지.] [예? 하지만 윗분들께서 알면 우리 체면이 우스워지는…….] [그걸 누가 모르니? 당연히 윗분들 몰래 불러야지.] [몰래요?] [3품까지는 윗선의 귀에 닿을 수 있으니 제외하고 4품 이하의 천사들로 병력을 부르는 거야. 그러면 검은 낫을 잡아도 우리의 공으로 돌릴 수 있어. 윗분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는 건 당연하고.] [아, 그런 방법이…….]확실히 중하위에 속하는 4품 이하의 천사들을 가용한다면 대천사들 몰래 뒷수습할 수 있으리라.
[당장 지원 요청을 보내겠습니다. 몇 명을 부르는 게 좋을까요?] [검게 변하지 않았을 때 녀석의 실력은 우리 둘과 거의 비등했어. 그런 면에서 보면 그리 많은 병력은 필요 없을 것 같아.] [하지만 녀석이 다시 한번 검게 변한다면요?] [그러면 우리가 위험하겠지.]검게 변했을 때의 파괴력은 그렇지 않았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적게 불렀다간 무슨 사달이 날지 모른다.
[그럼 어떡하죠? 몇 명을 불러야…….] [흐음…….]곰곰이 따져보던 우리엘의 입에서 한숨과도 같은 말이 나왔다.
[어쩌겠어. 최대한 많이 부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