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271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271화
271. 진영 선택
◀ ROUND 17 ▶
└지휘관이 되어 왕국 전쟁에서 승리하기
[통합 구역 CA-EA001]└참가자 : 288
└달성자 : 미정
퀘스트창을 본 플레이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이거였다.
‘아, 이번 라운드는 서브 퀘스트가 존재하지 않는구나.’
항상 라고 쓰여 있던 부분이 달랑 라고만 적혀 있는 걸 보면 확실했다.
물론 의문도 없진 않았다.
달성자가 ‘미정’이라고 되어 있는 부분이 그랬다.
[궁금하시죠? 달성자가 왜 미정이라고 쓰여 있는지.]플레이어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당황해서 말문을 잃었다고 멋대로 넘겨짚는 천사였지만 실은 정말로 궁금하지 않아서였다.
이유야 검은 낫에게 이미 들었으니까.
[이번 라운드는 은혜롭게도 생존자 수에 제한이 걸려 있지 않습니다. 즉, 잘만하면 288명 전원이 살아남을 수도 있다는 말이죠.]전원이 살 수 있다?
여태껏 투표하던 2라운드를 제외하곤 전원이 살아남은 라운드는 없었다.
이는 분명히 기쁜 소식이었다.
하지만 퀘스트의 내용을 알아서인지, 플레이어들의 얼굴에서 웃음기라곤 없었다.
[어라? 기뻐하는 분들이 없네요?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신 건가? 킥킥.]전원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은 반대로 말하면 전원이 죽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천사가 웃는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천사야.’
류민은 조용히 천사의 말에 동의했다.
전원을 살려 나갈 기회는 흔치 않았으니까.
하지만 천사는 그럴 가능성은 눈곱만큼도 없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아까부터 실실 비웃는 걸 보면.
[어쨌거나 전원 생존할 수 있다는 점 알아두시고, 이제 퀘스트에 대해 설명해 드릴게요.]퀘스트야 이미 알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귀를 기울였다.
검은 낫의 예언이 사실인지 확인할 좋은 기회였으니까.
[현재 판타지 대륙은 다섯 개의 왕국과 하나의 제국이 있어요. 알비츠, 브라함, 베르, 바이소, 데칸 왕국. 그리고 신성 제국. 이들은 지금 전쟁 중이죠. 여기서 왕국들은 모두 연합한 상태예요. 쉽게 말해 왕국 연합 VS 신성 제국의 전쟁이란 소리죠.]정말로 전쟁 중인지, 설정상 그러하다는 건지는 알 수 없다.
NPC인지 진짜 이계의 인간인지도 구분할 수 없는 판국이었으니까.
[여기서 여러분은 두 진영 중 하나를 고르셔야 해요. 다섯 왕국이 합쳐진 연합 팀에 맞서 싸울 것인지, 아니면 거대한 제국 팀에 맞서 싸울 것인지.]간단히 말하면 이길 것 같은 팀을 고르라는 소리다.
그 말은 잘못 고를 경우 똥을 밟을 수도 있다는, 일종의 경고였다.
[진영의 선택은 중요해요. 여러분이 선택한 진영에 따라 소멸할지 말지가 결정되니까요. 아까 말했었죠? 이번 라운드는 전원이 생존할 수도 있다고. 진영을 잘 골라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내면 생존자 수와 관계없이 전부 살아남게 될 거예요. 반대로 전쟁에서 패배하면 얄짤 없이 소멸당하겠지만.]선택한 진영과 생사를 공유한다?
진영 선택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진영을 정하고 나면 여러분은 각자 지휘관으로서 전쟁에 개입할 수 있어요. 제가 아까 힘이 아니라 머리를 쓰는 라운드라고 했죠? 그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직접적으로 전쟁에 뛰어드는 게 아니라 전술과 전략만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니까요.]직접적인 개입은 불가하고 뒤에서 지휘만 할 수 있다.
그 말은 아무리 검은 낫이라도 혼자서는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없음을 의미했다.
개개인의 힘보다는 전략과 전술이 우선시되는 게 전쟁이었으니까.
[그러니 같은 진영을 골랐다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해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도록 하세요.]따지고 보면 이번에도 팀전이나 마찬가지였다.
여태까지와 달리 몸을 쓸 기회는 없겠지만.
[설명은 여기까지예요. 자세한 방법은 시스템이 알려줄 거예요. 그럼 진영 선택을 시작해 볼까요?]천사가 날갯짓을 한순간, 주변이 어두워지며 사람들이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는 혼자 아공간으로 이동되었다고 보는 게 맞으리라.
그때 천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서 당황했죠? 걱정 말아요. 좀 더 수월한 선택을 위한 저희 측의 배려니까.]‘배려는 개뿔. 상의하면 재미없어지니까 눈과 귀를 가린 거면서.’
플레이어 전원이 서로 뜻을 맞추고 같은 진영으로 이동한다고 생각해 보라.
전원 생존하거나, 전원 소멸하거나.
둘 중 하나의 결과가 나올 뿐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생존게임을 기획한 녀석으로선 상당히 재미없어지겠지.’
플레이어가 많이 살아남길 바라지도 않을 테고 그렇다고 허무하게 전부 죽기를 바라지도 않을 거다.
‘그동안의 미션들을 보면 확실하지. 인간들이 발버둥 치는 꼴을 보면서 즐기는 변태 관음종자가 만든 게 바로 이 생존게임이니까.’
서로가 상의하지 못하도록 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다음 중 생사를 함께할 진영을 터치해 주세요.]└ 1. 왕국 연합
└ 2. 신성 제국
[제한 시간 동안 선택하지 않으면 랜덤으로 선택됩니다.] [선택 종료까지 남은 시간 : 00:00:59]둘 중 하나를 고르는 단순한 선택지.
하지만 그 내용은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다.
천국이냐 지옥이냐가 결정되는 중요한 선택이었으니까.
물론 류민은 알고 있다.
천사가 말한 압도적으로 우세한 쪽이 어디인지.
‘그야 신성 제국이지.’
다섯 개의 왕국이 연합했다지만 결코 신성 제국에 비할 순 없다.
그만큼 보유한 병력의 숫자나 장비의 질, 재력, 물자 등등.
모든 면에서 신성 제국이 우월하다.
따라서 생존을 위해선 신성 제국에 빌붙는 게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런 줄 알았지. 회귀해 보기 전까진.’
신성 제국을 고르면 무조건 승리가 보장되지만, 문제는 난이도가 너무 쉬워진다.
‘신성 제국이 승리하면 보상이 너무 적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반면 왕국 연합 쪽에 붙어서 승리하면 막대한 보상이 들어온다.
엄청난 양의 경험치는 물론 갓 등급을 만들 수 있는 응축된 에테르까지.
하이리스크인 만큼 하이리턴이 돌아오는 것이다.
‘나중에야 알았지. 왕국 연합 승리 보상으로 받는 경험치가 없으면 20라운드에 가서도 만렙을 찍을 수 없다는걸.’
류민이야 경험치 룬과 기타 보상을 통해 일찌감치 만렙을 찍었었지만 다른 플레이어는 불가능할 거다.
왕국 승리 보상이 없으면 만렙을 찍기가.
‘만렙 때 배울 스킬을 생각하면 상당히 치명적이지.’
때문에 신성 제국을 고르는 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다.
막대한 보상을 전부 내다 버리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
‘그렇기에 나는 1번을 선택한다.’
[플레이어 ‘검은 낫’이 ‘왕국 연합’ 진영에 소속되었습니다.] [왕국 연합 소속 지휘관의 자격을 얻었습니다.] [곧장 지휘 막사로 이동합니다.]환한 빛이 시야를 가리길 잠시, 류민은 어느새 막사의 내부로 보이는 공간에 들어와 있었다.
익숙한 얼굴들과 함께.
“검은 낫 님, 오셨어요?”
“서아린.”
서아린뿐만이 아니었다.
민주리, 크리스틴, 조용호, 빅터, 허태석, 러셀 등등.
사신교 전원이 막사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아니, 아직 전원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
신성 제국이 아닌, 왕국 연합을 고르라고 사전에 언질을 준 류민이다.
하지만 사신교 전원이 그 말에 따랐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
혹시라도 배신자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설마 있을 리가.’
이미 신도들에게 왕국 연합의 장점에 관해 설명해 줬다.
신성 제국을 상대하긴 힘들겠지만 승리하면 막대한 보상을 받을 거라고.
하지만 류민의 말을 믿지 않는 멍청이가 있을 수도 있다.
아니나 다를까.
└신성 제국 : 2명
└왕국 연합 : 286명
‘ 있었군. 신성 제국을 고른 두 명의 멍청이가.’
아무래도 힘이 아닌 전술만으로 승패가 결정된다면 왕국이 아닌 신성 제국이 이길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모양인데 오산이다.
류민은 결코 지는 싸움을 하는 법이 없었으니까.
그것이 다른 신도들이 류민을 믿고 따라와 준 이유이기도 했고.
“신성 제국에 두 명?”
“대체 누가 저쪽으로 넘어간 거지?”
“검은 낫 님이 왕국 연합을 선택하라고 했잖아.”
“죽고 싶어 환장한 놈이구만.”
플레이어들이 웅성거리며 두리번거리자, 류민도 따라서 눈길을 돌렸다.
혹시나 자신이 아는 얼굴이 넘어간 건 아닐까 싶어서.
‘다행히 알렉스와 도로시는 있군.’
주요 멤버들도 전부 눈에 보이는 걸 보니 별 시답잖은 녀석이 신성 제국을 고른 모양이다.
‘어쩔 수 없지. 두 명을 상대로 싸우는 수밖에.’
사실 싸우는 건 이계의 병사들의 몫이다.
플레이어들은 여기서 편하게 지휘만 하면 된다.
[플레이어들은 이제부터 지휘관의 자격으로 군사를 운용할 수 있습니다.] [다섯 왕국의 자원과 물자, 병력의 이동, 시설 이용, 전투 명령 등 모든 것을 통솔할 수 있습니다.] [단, 지휘는 주둔지의 지휘 막사에 들어온 플레이어만 가능합니다.] [주둔지를 벗어날 순 있으나 전투에 참여할 순 없습니다.] [일부 지역의 이동이 제한됩니다.] [지휘 방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앞에 설치된 전투 현황판을 이용해 주십시오.] [왕국 연합 진영에 서서 전쟁을 승리로 이끄십시오. 그럼 행운을 빌겠습니다.]메시지를 읽은 플레이어들이 막사에 설치된 전투 현황판을 살펴봤다.
푸른 점과 빨간 점이 서로 대치 중인 모습이 보인다.
“이거 설마…….”
“빨간 점이 적이고, 푸른 점이 우리야?”
“허…….”
플레이어들은 누구랄 것 없이 망연자실한 듯 입을 벌렸다.
빨간 점이 무수하게 많다.
누가 봐도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
“다섯 왕국이 이렇게 불리할 줄이야…….”
“신성 제국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말씀하시더니 정말이었어.”
“검은 낫 님, 저희 이제 어떡하죠?”
“상대가 너무 많은데요?”
플레이어들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돌아봤지만 류민은 그냥 미소만 지었다.
방법이 없으면 왕국 연합을 고르기나 했겠는가?
“걱정 말고 나만 믿어라.”
“하지만 저 많은 수를 전략만으로 어떻게…….”
“전략은 필요 없어.”
“예?”
전략? 전술?
사실 그딴 건 필요 없다.
‘돈지랄하면 병력 차이야 우습게 메꿀 수 있으니.’
지휘관은 자신의 골드를 사용해 병력을 추가하거나 장비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즉, 충분한 골드만 있으면 까마득한 두 진영의 간격을 메꿀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나한텐 100억에 가까운 골드가 있지.’
류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 정도면 신성 제국을 씹어먹고도 남는 금액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