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63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63화
63. 방심은 금물
이번 서브 퀘스트 보상은 구역별로 한 사람만 받을 수 있다.
‘서브 퀘스트의 재료인 균형의 돌의 개수는 정해져 있으니까.’
물론 구역별이었기에 다른 플레이어도 균형의 룬을 얻을 기회는 있다.
‘쉽진 않겠지만 말이지.’
보통 서브 퀘스트라고 하면 쉽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지만, 여기서 통용되는 말은 아니었다.
‘말이 서브 퀘스트지 난이도나 보상은 메인 퀘스트보다 어려울 정도니.’
단연코 오크 300마리를 잡는 게 균형의 돌 4개를 모으는 것보다 쉽다.
균형의 돌은 그리 쉽게 얻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그렇기에 안심할 수 있어. 다른 구역에서 서브 퀘스트를 달성하는 사람은 몇 없을 테니까.’
서브 퀘스트를 달성하더라도 균형의 룬 조건에 맞출 수 있는 자가 얼마나 될까?
아마 류민처럼 미리 조건을 알고서 스탯을 맞추지 않고서야 룬의 혜택을 보기 힘들 것이다.
‘이번 라운드의 서브 퀘스트 보상은 내가 차지한다.’
전의를 다지는 그때 프리실라가 설명을 이어갔다.
[이번 라운드의 서브 퀘스트는 균형의 돌 모으기예요. 4개를 모으면 즉시 물음표의 보상을 받을 수 있죠. 하지만 보상을 받는 인간은 단 한 명이 될 거예요.]“한 명뿐이라고?”
[균형의 돌은 구역 내에 4개밖에 존재하지 않으니까요.]“그, 그럼 한 사람이 4개를 다 못 찾으면?”
“서브 퀘스트도 물 건너가는 거잖아?”
[그렇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다른 플레이어를 죽이면 균형의 돌을 빼앗아 올 수 있으니까요.]“죽여서 뺏을 수 있는 거였어?”
“구역 대표 자리처럼?”
죽으면 끝이라니…… 당연하지만 무서운 말이었다.
고작 서브 퀘스트 하나를 깨자고 남을 죽이자니 리스크가 컸다.
‘아니지. 스스로가 리스크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되잖아?’
리스크는 어디까지나 마음의 짐일 뿐.
양심과 도덕심을 버리면 같은 플레이어를 죽이는 건 어렵지 않다.
4라운드 때 이미 수없이 예행 연습해 보지 않았는가?
일부 플레이어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퀘스트를 위해서라면 거리낌 없이 남을 죽일 수 있을 법한 눈빛이다.
[물론 서브 퀘스트도 좋지만 메인 퀘스트보다 중요하진 않겠죠? 10시간 이내에 오크 300마리를 못 잡으면 예외 없이 소멸행이에요. 너무 늦게 달성해서 순위권에 못 들어도 마찬가지지만요.]플레이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크 300마리쯤이야 잡을 자신은 충분했다.
시간도 10시간이나 있고 말이다.
[이걸로 알려줄 건 다 알려줬어요. 어디 한번 열심히 몸부림쳐 보시길.]재수 없는 말을 남기며 프리실라가 남은 천사들과 함께 사라졌다.
초원의 분위기에 걸맞게 하늘은 티 없이 맑았다.
[라운드 종료까지 남은 시간 : 09:59:59]진행창의 시간이 흐르는 걸 보며, 류민이 움직였다.
‘천사의 말대로야. 서브 퀘스트도 좋지만 메인 퀘스트가 우선이지.’
오크 300마리를 빠르게 잡아야 안전이 확보된다.
서브 퀘스트는 그 뒤에 생각할 문제다.
민주리를 돕는 것 역시도.
‘최대한 빨리 잡고 기록을 세워야 그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민주리는 그 후에 도와줘도 문제없어.’
기록을 세우려면 같이 다니는 것보단 혼자가 더 빠르다.
버프가 없더라도 오크 300마리 정도야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으니까.
‘어차피 오크의 위험성을 경고했으니 걱정할 건 없어.’
민주리에게 미리 경고했으니 섣불리 오크 부락을 습격하는 멍청한 행동은 하지 않을 거다.
‘민주리를 돕기 위해서라도 얼른 메인 퀘스트를 깨자.’
류민이 발길을 재촉했다.
기록을 세우려면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 * *
검은 낫이 다가오자 플레이어들이 지레 겁먹으며 홍해 갈라지듯 피했다.
그대로 스쳐 지나가는 검은 낫을 보며 플레이어들이 한숨을 쉬었다.
“휴우, 그냥 지나갔네.”
“다행이다.”
“갑자기 다가와서 깜짝 놀랐네.”
“심장 떨어지는 줄.”
“근데 어딜 저렇게 가는 거지?”
“그러게 말이에요.”
“한 번 따라가 볼까요?”
어떤 겁 없는 청년의 말에 듣고 있던 플레이어들이 펄쩍 뛰었다.
“미쳤어요!? 검은 낫을 따라간다고?”
“당신, 지배권에 당하고 싶어?”
“아마 검은 낫이 평생 노예로 부려 먹을걸?”
틀린 말은 아니다.
가차 없이 목을 베어버리는 검은 낫의 성정이라면 그럴 만하니까.
“그렇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요? 뭐든지 검은 낫이 우리보다 발 빠르게 움직였잖아요. 그러니까 매번 1위를 차지한 거고.”
청년의 주장도 틀리지 않았다.
제법 일리가 있다.
사람들이 끄응- 소리를 내며 반박하지 못하는 게 그 증거다.
“따라갔다가 들키면 어쩌려고?”
“최대한 멀리서 쫓아가면 되죠.”
“그래도…….”
“내키지 않으면 다들 여기 계시던가요. 저 혼자라도 갈 테니.”
청년이 놓칠세라 검은 낫이 달려간 방향으로 뛰어갔다.
잠시 고민하던 다른 플레이어들도 결국엔 청년을 따라서 뛰었다.
어차피 이대로 있다간 소멸행이다.
퀘스트는 이미 시작했으니 오크를 빨리 찾아서 죽여야 한다.
검은 낫이라면 아마 길을 알고 있을 거다.
“어? 저기 봐.”
“무슨 마을이 있는데?”
삐뚤빼뚤 조잡하게 목책을 세워놓은 작은 마을이었다.
플레이어들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곳이 바로 오크 부락이라는 걸.
아니나 다를까.
마을 입구에는 경비원처럼 오크가 한 마리 서 있었다.
“취익! 취이익!”
잇새로 바람 새는 소리를 내던 녀석이 검은 낫을 발견하곤 도끼를 쳐든다.
아니, 도끼를 들기도 전에.
서걱-!
오크의 목이 깔끔하게 잘려 나간다.
털퍼덕!
한 마리를 손쉽게 죽인 뒤 부락 안으로 들어갔다.
마을을 돌아다니던 오크들이 침입자를 발견하곤 허리춤에 매던 도끼를 집어 들었다.
“취이익! 취익!”
“취에에에! 취!”
세 마리의 오크가 죽일 듯한 기세로 검은 낫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죽는 건 오크들이었다.
하나같이 머리를 잃은 몸뚱이들이 바닥에 쓰러진다.
털퍼덕- 털퍼덕- 털퍼덕!
기세를 몰아 검은 낫은 초가집으로 들어갔다.
서걱- 스걱- 서걱-!
섬뜩한 소리가 들리고 검은 낫이 나왔다.
낫에는 초록색의 피가 잔뜩 묻어 있다.
다시금 마을을 털러 가는 검은 낫을 보며, 플레이어들은 안심했다.
예상대로 오크가 약해 보였기 때문이다.
“별거 아니었네. 오크라는 거.”
“이전에 잡았던 놀 정도의 수준 같은데?”
“혹시 검은 낫이라서 쉬워 보이는 게 아닐까요?”
“그렇다기엔 너무 쉽게 썰리는데?”
“맞아. 죄다 한 방에 죽어버리잖아?”
“물론 검은 낫이 그만큼 강하기야 하지만 저 정도면 우리도 할 만하지 않을까?”
오크는 게임에서 만만한 잡몹으로 나오기 마련.
실제로도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여겼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검은 낫이 워낙 강해서 그런 거일 수 있으니 방심하진 말죠.”
“그래,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뭐, 얼마나 강한지는 부딪쳐봐야 알겠지만요.”
“그럼 이럴 게 아니라 우리도 빨리 검은 낫처럼 마을 하나를 털어보자고.”
“그래요.”
스무 명의 플레이어들이 우르르 다른 부락을 찾아 이동했다.
팀워크가 필요한 퀘스트가 아니었음에도 그들이 뭉쳐 다니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당분간은 여기 있는 새끼들이랑 함께 행동해야겠어.’
‘아직 오크가 얼마나 센지 파악하지 못했으니.’
‘뒤에서 구경 좀 하다가 혼자서 잡을 만하다고 판단되면 바로 따로 움직여야지.’
오크의 수준이 아직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함께 행동하면 고기 방패가 늘어서 안전하기도 할 테니.
“어? 저기 마을이다!”
“가보죠!”
새로운 오크 부락을 발견한 플레이어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오, 여기는 좀 더 큰데요?”
검은 낫이 털었던 곳보다 세 배는 큰 규모였다.
그때.
“취익?”
초소에서 대기하던 오크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뿌우우- 뿔피리를 불었다.
“뭐, 뭐야?”
“저놈은 왜 뿔피리가 있어?”
“저 녀석이 지금 다른 오크들 부른 거지?”
“설마.”
불길한 예상은 왜 틀리지 않을까.
“취익! 취익!”
“췩! 췩!”
목책 밖으로 수십의 오크들이 줄줄이 튀어나왔다.
대략 50마리가 넘는 오크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스무 명의 플레이어는 어느새 오크 무리에 둘러싸여 있었다.
“헐…… X발.”
“X됐다…….”
스무 명의 플레이어가 예외 없이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이렇게 많은 수가 튀어나올 줄 몰랐다.
그것도 자신들을 훨씬 상회할 정도로.
“X발. 어쩐지 조금 큰 마을 같더니만…….”
“이렇게 많이 있었을 줄이야…….”
솔직히 방심하고 있던 게 사실이다.
스무 명이나 몰려다니니 안전하다고 생각됐다.
“어, 어쩌죠?”
“X발, 어쩌긴 뭘 어째. 죽기 살기로 싸워야지!”
그때 플레이어의 신경질을 다르게 오해했는지 오크가 따라서 괴성을 질렀다.
“취이이이익!”
그걸 신호로 오크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X, X발! 온다!”
“숫자만 많지 이까짓 오크 새끼들 별거 아니라고!”
“죽여!”
악을 쓰듯 소리친 플레이어들이 오크에 맞섰다.
캉- 캉-!
오크가 휘두르는 도끼를 각자의 무기로 쳐내거나 피했다.
“뭐야, 이 새끼들. 실력이 형편없잖아?”
“공격이 그렇게 빠르지도 않아요.”
도끼에 실린 힘도 강하긴 했지만 못 막아낼 수준은 아니었다.
희망이 보인다고 생각한 플레이어들이 역공을 펼쳤다.
푹! 푹!
“퀴에에엑!”
“취이이이!”
오크의 살갗도 쉽게 꿰뚫렸다.
하지만.
“어라?”
“거, 검이 안 빠져.”
근육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살집이 칼날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때 열 받은 오크가 도끼를 휘둘렀다.
빠각-!
“커억!”
어깨가 아작 나는 소리와 함께 한 플레이어가 쓰러졌다.
이를 놓치지 않은 다른 오크들이 재차 도끼를 들었다.
퍽- 퍽- 퍽- 퍽-!
“끄아아악!”
발목이 잘리고 정강이가 부서지는 고통에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X발, 저리가! 오크 새끼들아!”
플레이어들이 연신 저항했지만, 오크의 맷집은 상상을 초월했다.
날붙이가 박히긴 했지만 근육의 밀도가 다른지 빼내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퍼억! 퍽!
“꺽!”
“크헉!”
맷집에서 차이가 나니 플레이어들이 밀렸다.
숫자가 많으니 가까스로 죽여도 또 다른 오크가 튀어나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쓰러지는 플레이어가 늘어났다.
그렇게 쓰러진 플레이어는 오크의 타깃이 되어 고깃덩이처럼 다져졌다.
퍽- 퍽- 퍽- 퍽!
“사, 살려……!”
공격 속도가 느리다고, 도끼질에 기술이 없다고 얕볼 일이 아니었다.
투박한 도끼질이라도 인간 하나를 죽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시, X발…… 내가 오크 따위에 당하다니…….”
“오, 오크가 이렇게 셀 줄이야…….”
방심하지 말자곤 했지만 실은 만만하게 여기고 있었다.
오크 따위는 혼자서도 죽일 수 있을 거라고.
그러니까 인당 300마리나 잡으라는 미션이 떨어진 거 아니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180도로 바뀌었다.
1대1이라면 어찌어찌해 볼 만하겠는데 수가 많으니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취이이익!”
“취이이이!”
오크들이 양팔을 들며 승리의 함성을 내질렀다.
스무 명의 플레이어가 전멸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 *
앞서 달리던 류민이 문득 뒤를 돌아봤다.
‘아까 스무 명 정도가 날 따라오는 것 같더니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네.’
류민은 남을 걱정할 만큼 자애로운 편이 아니었다.
그저 졸졸 따라오던 강아지들이 안 보이니 신경이 쓰였을 뿐이다.
‘뭐, 스무 명 정도면 내가 걱정할 일은 없겠지. 멍청하게 규모가 큰 오크 부락을 건드리는 짓거리만 안 하면.’
초소가 있는 오크 부락은 웬만해선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
규모도 크거니와 뿔피리를 한 번 불게 되면 50마리 이상이 빠르게 모여든다.
‘그런 부락은 안에만 200마리 이상이 거주하고 있으니 스무 명 가지곤 어림도 없지.’
오크가 잡기 어려운 게 이런 점이다.
무리 지어 활동하고 단결력이 높다.
웬만해선 따로 움직이는 경우를 보기가 힘들다.
‘오크 개개인의 스펙도 높고 말이지.’
오크의 근육 밀도는 인간과 차원이 달라서 검이 박히면 잘 빠지지 않는다.
맷집도 상당해서 자상 몇 번 남기는 것만으로는 기세를 꺾을 수 없다.
‘그렇기에 오크는 단칼에 베어야 해. 그것도 가장 취약한 목을 노려야 하지.’
류민은 그렇게 말하며 진행창의 시간을 살펴봤다.
[라운드 종료까지 남은 시간 : 08:59:22]이제 막 1시간 정도가 지났다.
‘1시간이면 괜찮은 성적이다.’
류민이 여유를 부리는 데엔 이유가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미 메인 퀘스트를 끝내 버렸으니까.
[메인 퀘스트 진척도 : 오크 300/300마리] [전 구역]└참가자 : 77,310,228
└달성자 : 1/19,327,557
[해당 구역 C-ESKS007]└참가자 : 4,844
└달성자 : 1/1,211
달성자를 보니 퀘스트를 완료한 사람은 자신뿐이다.
해당 구역은 물론 전 구역에서도.
‘우선 1등은 확보했고…… 이제 민주리를 도와주러 가볼까?’
류민이 추적하기 스킬을 사용했다.
민주리의 얼굴과 닉네임을 알고 있었기에 찾는 데 문제는 없었다.
[대상 ‘민주주의’의 위치를 알아냈습니다.] [현재 1,691m 떨어진 거리에 있습니다.] [대상을 추적하려면 앞에 보이는 화살표를 따라가십시오.]류민이 곧장 걸음을 옮겼다.
그가 떠난 자리엔 무수한 시체가 있었다.
몸과 머리가 따로 굴러다니고 있는 오크의 시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