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87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87화
87. 월광섬
보스를 혼자서 잡겠다니.
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란 말인가?
‘자기 팀이 잡겠다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잡겠다고?’
아무리 검은 낫의 레벨이 높다지만 상대는 보스다.
그것도 20명이 달라붙어야 겨우 이길 수 있는 보스.
‘만약 검은 낫이 정말로 보스를 잡게 된다면……?’
플레이어 20명의 실력이나 마찬가지라는 소리.
나름 실력을 자부하는 그들로선 자존심이 용납지 않았다.
“하, 이제 보니 허세가 심하시군요, 검은 낫님.”
“허세?”
류민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날 너무 과소평가하는군. 너희도 잡는 걸 나라고 못 잡을까?”
“하, 하지만 우리는 인원이 많잖습니까?”
“날파리가 여러 마리 있어 봐야 결국엔 날파리지.”
“예? 거 말이 심하…….”
류민이 무시하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보스를 혼자 잡겠다는 말은 들은 바가 없는지 팀원들도 놀라고 있었다.
“검은 낫님?”
“기다려라. 금방 끝내고 올 테니.”
데스 사이드를 들고 걸어가자 사람들이 홍해처럼 길을 터줬다.
그 특유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더 멀리 떨어져라. 혹시라도 끼어드는 놈은 죽는다.”
“아, 넷!”
멀찍이 떨어지는 플레이어들을 보던 류민이 주변을 바라봤다.
곳곳에 빛의 기둥이 있는 걸 보아 근처에 있던 미노타우로스를 우르르 잡은 모양.
‘흠, 기둥 안에 있는 팀까지 합하면 오십 명은 지켜보고 있나?’
가능하면 필살기는 숨기는 법이 좋겠지만…….
‘어쩌면 확실하게 강함을 어필할 기회이기도 하다.’
검은 낫이 얼마나 강한지는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
그저 레벨이 압도적으로 높으니 그만큼 강하겠거니 생각하고 만다.
‘내 전투를 보면 실제로 강하다고 느끼겠지만 그리 실감은 나지 않겠지.’
하지만 자신들이 직접 부딪쳐본 미노타우로스를 빠르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어떤 날파리도 검은 낫을 경원시하지 못할 것이다.
‘최대한 빨리 잡아주지.’
류민이 나서자 사람들 대부분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진짜로 혼자서 잡으려고?”
“오오, 검은 낫이 혼자서?”
“마침 지루했는데 재밌겠네.”
몇몇은 재미있겠다며 기둥 안에서 팔짱을 끼고서 지켜봤다.
좌중의 이목이 쏠린 상황.
일정 거리 앞에 멈춰선 류민이 미노타우로스를 마주했다.
거구의 황소 괴물이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본다.
“크르르르.”
오금을 저리게 하는 시뻘건 안광으로 내리깔아보지만, 류민의 기세는 조금도 죽지 않았다.
그저 낫을 양손으로 잡고 등 뒤로 길게 내뺄 뿐.
“뭐 하는 거지?”
“무슨 스킬을 쓰려나 본데?”
“저런 자세로 스킬을 쓴다고?”
주변의 웅성거림에도 불구하고 류민은 흐트러짐 없이 미노타우로스를 노려봤다.
‘시스템이 기록을 측정하는 건 공격이 닿을 정도로 거리가 좁혀진 순간.’
즉, 지금은 준비 동작으로 치부할 뿐, 시간 측정을 하지 않는다.
‘놈이 사거리로 들어온 그 순간, 목을 노린다.’
류민의 눈빛이 적과의 거리를 가늠했다.
낫을 미세하게 움직여 각도를 조정했다.
머릿속으로 간단하게 시뮬레이션을 그려본다.
‘녀석이 당황하는 찰나를 노려야 해.’
“크워어어!”
감히 자신을 보고도 피하지 않는 먹잇감을 향해 미노타우로스가 분노를 표했다.
쿵쿵쿵-!
달려오는 미노타우로스의 보폭을 계산해 사거리까지 들어오는 시간을 재본다.
‘3초.’
쿵- 쿵-
‘2초.’
쿵- 쿵-
키이이잉-
류민의 낫에 달빛 에너지가 모여들었다.
‘1초.’
쿵- 쿵-
황소가 사거리에 들어온 그 순간.
‘죽음의 밤.’
두웅-!
어둠의 장막이 내려앉았다.
앞이 깜깜해지자 미노타우로스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지금이다. 월광섬.’
류민의 낫이 반월을 그렸다.
지독한 어둠 속에서 나타난 한 줄기의 빛이 미노타우로스의 얼굴을 환하게 비췄다.
서걱-!
뭔가가 잘리는 깔끔한 소리와 함께.
쿵-!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상황인지는 장막이 걷히는 순간 알 수 있었다.
“헉!”
“저, 저거 봐!”
“미노타우로스의 머리잖아?”
스무 명의 칼로도 자르기 힘든 두꺼운 목이 단칼에 잘려 나갔다.
플레이어들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보스와 류민을 번갈아 봤다.
“한 방에 죽였다고……?”
“말도 안 돼…….”
‘말이 안 되긴. 지금 내 스탯이 얼만데.’
당장만 해도 힘이 403, 지능이 627이다.
민주리의 버프와 학살의 룬, 균형의 룬을 모두 곱 연산한 스탯.
‘이 정도면 한 방에 죽일 만하지.’
더구나 중요한 순간 죽음의 밤을 발동시켜 월광섬의 대미지를 1.5배 증폭시켰다.
‘하이 오크도 1초 컷이었는데 이 녀석쯤이야.’
미노타우로스는 6라운드 보스지만 말이 보스지 하이 오크보다도 약한 축에 든다.
‘지난 라운드 서브 퀘스트 난이도가 미친 거였지.’
그만큼 균형의 룬이라는 보상이 좋기는 하다.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 3배 버프가 적용 중입니다.] [칭호 효과로 경험치가 1.5배 증가합니다.] [경험치+11.68%] [골드+1,200] [‘황소 가죽’을 획득하였습니다.] [‘도안 : 미노타우로스의 갑옷’을 획득하였습니다.]파티였기에 아군에게도 같은 메시지가 올라와 있을 거다.
경험치와 골드가 적어 보이는 건 그 탓이다.
‘아이템은 내 차지지만.’
아이템 목록을 보며 씩 웃었다.
미노타우로스가 드랍하는 여러 아이템 중 가장 좋은 아이템이 나왔으니까.
[황소 가죽]-분류 : 소지품
-설명 : 상등품의 소가죽. 질겨서 방어구를 만들기에 좋다.
미노타우로스의 갑옷을 만들 때 사용되는 재료였다.
안 그래도 갑옷을 만들 도안까지 나왔다.
[도안 : 미노타우로스의 갑옷]-분류 : 소모품
-설명 : 유니크 아이템인 미노타우로스의 갑옷을 만들 수 있는 여섯 가지 조합식이 적혀 있는 아이템. 사용하기 전에 메모할 준비를 해두는 게 좋다.
도안을 열어보면 재료 중에 황소 가죽이 적혀 있을 거다.
안 봐도 안다.
‘이미 열어봤었으니까.’
도안은 기본적으로 소모형 아이템이다.
‘사용하면 해당 아이템의 조합식을 알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탓에 머릿속에 외우던가 어딘가에 메모해두는 것이 좋다.
‘나야 필요는 없지. 전부 머리에 들어 있으니까.’
그렇다고 미노타우로스의 갑옷을 만들 생각은 없다.
‘좋은 아이템이긴 하지만 탱커 전용이라서 말이지.’
따로 생각해둔 갑옷이 있었기에 필요 없는 아이템이었지만 일단은 갖고 있기로 했다.
유니크를 만들 수 있는 도안이라면 비싼 값에 팔 수 있었으니.
‘대체로 좋은 아이템들만 얻었군.’
만족하며 파티원에게로 돌아왔더니 모두가 얼이 빠져 있다.
“다들 괜찮나?”
“예? 아…… 예.”
설마 한 방에 죽일 줄 몰랐다는 표정들이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허태석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이 자식…… 표정이 뭐 이래?’
몽롱하게 자신을 응시하는 게 무슨 사랑에 빠진 얼굴이다.
아무래도 정신이 나간 듯하다.
‘추종자가 될 녀석이니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거리 좀 둬야겠는걸?’
괜한 오해는 받기 싫었다.
그 와중에 안상철은 류민을 보며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방금 뭐였지? 너무 빨라서 제대로 보지도 못했어.’
어둠 속에서 섬광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미노타우로스의 목이 떨어졌다.
‘스킬인가? 아니면 설마…… 평타?’
어쨌거나 확실한 건 보스를 단숨에 죽였다는 거다.
‘보스를 한 방에 잡다니…….’
다시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경우인 것만은 분명했다.
이후, 파티원 전원에게 빛의 기둥이 내려와 감쌌다.
보스를 처치했으니 라운드엔 통과한 셈이다.
순위까지는 알 길이 없었지만.
류민이 남은 보스를 쳐다봤다.
‘이제 남은 티켓은 9개뿐. 시간도 얼마 안 남았으니 서둘러야 할걸?’
멍 때리고 있을 시간은 없다.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파티들이 곳곳에 있는 미노타우로스에게 달려들었다.
게임이 종료됐다.
[보스 101마리를 다 잡았군요?]제한 시간이 끝날 때쯤 보스가 모두 처리되자 천사가 나타났다.
[보스를 못 잡은 나머지 팀은 볼 것도 없이 소멸시키도록 하겠습니다.]“아, 안 돼!”
“처, 천사님, 잠시만……!”
파스스스-
흩날리는 가루를 뒤로하고 프리실라가 덤덤히 말했다.
[그럼 순위를 확인해 볼까요?]★ 6라운드 결과 집계 ★
[전 구역]└1위. 검은 낫 외 4명 00:00:01
└2위. 천마 외 4명 00:03:21
└3위. 똥 멍청이들 외 4명 00:04:09
[해당 구역 C-ESKS007]└1위. 검은 낫 외 4명 00:00:01
└2위. 김수한무 외 4명 00:05:31
└3위. 밥버러지 외 4명 00:05:58
[참고로 결과창에 떠오른 닉네임은 기여도가 높은 인간의 것을 올렸습니다.]순위를 본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랐다.
“뭐야? 우리 팀은 왜 1위가 아니지? 분명 제일 먼저 잡았는데?”
“검은 낫 팀이 1위라고? 저렇게 늦게 잡은 팀이?”
중얼거림을 들은 프리실라가 조소를 머금었다.
[누가 그래요? 먼저 잡은 순서대로 순위 매긴다고? 순위 측정 방식은 보다시피 보스를 죽이는 데 걸린 시간이에요.]“시간?”
“아…… 그래서 우리 팀이 꼴찌구나…….”
[가장 오래 걸린 시간은 11분 30초네요. 무슨 소 한 마리를 11분 넘게 잡는지 모르겠네요. 하여간 열등한 인간들이란. 쯧.]비웃던 프리실라가 다시 한번 기록을 확인했다.
[반면 최단 시간은 1분이네요. 검은 낫이 속한 팀인데 뭐, 나름 준수한 성적…….]“천사님! 시간이 틀렸는데요!?”
[무슨 소리죠?]“시간이요, 시간!”
“1분이 아닌데요?”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프리실라가 눈을 깜박이고 다시 한번 쳐다봤다.
검은 낫이 보스를 처리할 때 걸린 시간은 1초였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프리실라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1초? 1초라고?]하도 어이가 없어서 인간들이 지켜보는 줄도 모른 채 육성으로 중얼거렸다.
뒤늦게 실수를 깨달은 천사가 땀을 삐질 흘렸다.
[흠흠, 1초라는 기록이 나오기도 하는군요. 하여간 보스가 얼마나 약하면…….]보스의 강함을 어필하던 초반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었다.
[우, 우선 3위까지는 보상을 지급해드리죠. 보상은 기여도가 가장 높았던 사람에게만 지급되니 참고하시길.]반가운 메시지가 류민의 눈앞에 나타났다.
[축하합니다! 해당 구역의 1등으로 퀘스트를 달성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전 구역의 1등으로 퀘스트를 달성하였습니다!] [현재 ‘검은 낫’ 님의 순위는 전 구역 1위, 해당 구역 1위입니다.] [해당 구역 랭킹 1등 보상으로 ‘상급 에픽 투구 선택권’이 지급됩니다!] [전 구역 랭킹 1등 보상으로 ‘특별 보상 선택 상자’가 지급됩니다!]‘상급 에픽 투구?’
류민이 씩 미소 지었다.
안 그래도 투구를 바꿀 때가 되긴 했다.
[다음 에픽 투구 중 하나를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원하는 보상을 터치해 주세요.]└ 1. 천사의 링
└ 2. 미노타우로스의 황소 탈
└ 3. 헤르메스의 깃털 모
‘이 중에서 나한테 필요한 거라면 깃털 모지. 상당히 매력적인 옵션이 있으니까.’
3번을 선택하자 아이템 정보가 떠올랐다.
[헤르메스의 깃털 모]-분류 : 투구
-등급 : 에픽
-방어력 : 180
-효과 : 민첩+10, [투명화] 사용 가능
-내구력 : 1,500/1,500
-사용 제한 : 익스퍼트 등급 이상
-설명 : 헤르메스의 깃털모를 본떠 만든 투구. 진품은 아니다. 필요할 때 투명화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