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169)
제169화
#168
다음날.
하준은 협회의 어느 회의실에서 스크린을 통해 어떠한 영상을 보고 있었다.
어젯밤 울산 동해 바다에서 발생한 해수 무리의 습격이 고스란히 찍힌 영상이었다.
-네놈들 따위로는 급이 맞지 않는다! 내일 해가 지는 시간 안에 이곳의 왕을 불러라! 그렇지 않으면 이 인근의 모든 인간을 몰살하겠다!
치직- 치이이익-
영상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해변가를 지키고 있던 영웅을 포함해 협회의 요원을 학살한 인간형 해수로 보이는 무언가가 그 말을 전한 채 다시 바닷속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그것을 보고 있던 김정용은 가라앉은 얼굴로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이 정도 수준으로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해수라니…….”
전대미문의 사태였다.
놈을 상대하는데 많은 영웅과 협회의 요원이 희생당했다.
적어도 울산 해안가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괴물은 멸지에 존재할 법한 괴물이라는 뜻이었다. 협회장은 퀭한 얼굴로 마른세수를 하며 참혹한 결과에 인상을 찌푸렸다.
“놈은 마력을 컨트롤하는 것이 능숙했습니다. 놈이 움직이기 전까지 아주 조금의 마력도 감지할 수 없었으니 말입니다. 여기 이것이 놈의 마력을 감지하여 수치화한 자료입니다. 단 하나의 해수가 멸지의 바운더리 등급의 던전에서 감지할 수 있는 마력과 동일했습니다. 저희로서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말과 함께 서글픈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협회장이었다.
솔직히 자신에게 사과할 이유는 없었다.
그의 잘못도 아니었으며 자신이 사과받을 이유도 없었으니까.
이건 어디까지나 협회장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자신이 해결했어야 할 일이었다.
“협회장님 잘못이 아니에요.”
그 말과 함께 하준은 뻐근한 목을 돌리며 몸을 풀었다.
하준의 표정에는 옅은 분노가 일고 있었다.
어인의 왕 오르곤.
분명 필라텐이 말한 배신한 다섯 왕 중 한 명이 분명했다.
그러한 놈이 겁도 없이 자신을 찾기 위해 학살을 저질렀다.
물론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자신으로 인해 생긴 피해라는 것은 확실했다.
“게이트를 열어주세요.”
그 말에 김정용의 옆에 서 있던 요원이 그 장소로 통하는 게이트를 열었다.
김정용은 잠시 하준을 바라보다 죄송하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부디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하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순간 협회장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배치한 영웅이 있으면 전부 철수하라 하세요.”
“예? 그 말은 설마?”
“걱정 마세요.”
그 말과 함께 망치를 꽉 쥔 하준이 입가를 거칠게 비틀며 말을 이었다.
“금방 끝날 테니까.”
* * *
울산 동해 바다 인근의 깊은 해수면 속.
어인의 왕 오르곤은 고요히 수면 속에서 눈을 감은 채 이곳에 당도할 옛 왕을 기다리고 있었다.
불과 며칠 전에 느꼈던 거대한 마력의 파장.
그 마력의 기운은 익숙하면서도, 그로 하여금 자신을 두렵게 만들 마력의 파장이었다.
왕들의 왕 호르톤.
죽었어야 할 왕의 기운이 느껴졌으니.
‘호르톤의 기운은 분명, 이 땅에서 느껴졌다. 설마 살아 있는 건가?’
그러한 생각이 들었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다섯 왕이 그의 죽음을 눈앞에서 직접 목격했으니.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였다.
호르톤의 기운을 이어받은 새로운 왕이 탄생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오르곤은 생각했고 판단했다.
새롭게 탄생한 왕을 죽이고 그 힘을 봉인하겠노라고.
과거의 왕 호르톤의 마력은 위험하다.
세계의 근간을 뒤흔들 마력은 어설픈 자가 쉽사리 손을 댄다면 왕들이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재앙이 벌어질 터이니.
그때였다.
“…….”
오르곤의 시선이 고요히 해수면 밖으로 향했다.
정확히는 해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감지하였다.
몇 명의 강한 힘을 가진 인간들이 해변을 경계하고 있었으나 놈들의 기운이 수상할 정도로 사라져갔다.
그렇게 모든 인간이 사라진 순간.
후웅!!
“?!”
거대한 마력의 파장이 오르곤을 포함한 주변의 해수들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그것이 오르곤에게 어떠한 의지를 전해준 것이다.
마력에 담긴 의지는 명확했다.
‘당장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라고.’
그 의지에서 느껴지는 강압적인 뜻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하며 포악스러웠다.
그것으로 오르곤을 알 수 있었다.
이 마력의 파장을 내뿜는 존재가 분노했다는 사실을.
‘놈이다!’
오르곤은 곧바로 자신들의 수하인 해수들을 이끌고 육지로 향했다.
그대로 어제의 인간들을 참살한 장소로 모습을 드러낸 오르곤이었다.
그러나 주위 광경은 휑할 정도로 조용했다.
오직 한 사람.
모래밭에 앉아 자신을 고요히 노려보는 한 인간을 제외하고는.
“왔나?”
분명 놈은 혼자였다.
그러나 홀로 자신들의 수를 압도할 거대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순간 오르곤의 몸이 흠칫 떨렸다.
해변 모래사장에 홀로 앉아 고요히 자신을 노려보는 인간.
그 인간이 쥐고 있는 망치가 그녀에게 있어 너무도 익숙했기에.
‘마하라즈…….’
왕의 무기.
파쇄자의 망치 마하라즈.
그것이 한 인간의 손에 쥐어져 있던 것이다.
‘그렇다면 설마 저 인간이?!’
그녀의 시선이 마하라즈를 쥐고 있는 소년으로 향했다.
설마 다른 누구도 아닌 ‘인간’이 왕의 힘을 이어받았을 줄이야.
믿기 힘들 정도로 놀라우며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고작 인간 따위가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아닐지인데··········.
하나, 그러한 당황스러움과 다르게 그녀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인간이 왕의 힘을 이어받았다면 그녀로서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고작 인간 따위가 그 거대한 힘을 전부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
그때였다.
눈앞의 인간이 마하라즈를 쥐고 천천히 일어난 것은.
그리고 아주 일순간.
오르곤은 눈앞 인간의 움직임을 놓쳤다.
풍덩- 털썩-
“?!”
그 일순간에 일어난 상황은 오르곤을 경악스럽게 만들었다.
눈앞의 인간이 일어선 뒤, 다시 제자리에 앉은 순간.
해변으로 나온 100마리의 수하가 동시에 목이 잘려 나가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그의 동공이 지진이 난 듯 떨리기 시작했다.
눈앞의 인간이 한순간에 보여준 힘은 결코 왕의 힘이 아니었다.
그저 저 인간이 가진 본연의 힘.
인간은 단순히 파쇄의 마력도 쓰지 않은 채, 자신조차 반응하지 못한 순간에 100마리의 수하들의 목을 잘라낸 것이다.
그 순간 하준의 몸에서 황금의 마력이 흘러나왔다.
그 마력이 점차 오르곤의 몸을 향해 스멀스멀 다가왔으며 오르곤의 목을 옭아매기 시작했다.
하준은 오르곤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
그 목소리에는 왕의 위엄이 서려 있었다.
그제야 오르곤은 눈치챘다.
눈앞의 존재는 고작 인간 따위가 아니었다.
[네가 원하는 대로 불러서 나왔다.]그의 힘이 ‘새로운 왕’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었다.
[대답하지 않으면 그냥 죽이겠다.]* * *
희번덕- 오르곤의 야수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그 순간 그녀의 몸에서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한 마력이 흘러나와 몸을 보호했다.
그녀는 천천히 해안가를 나와 모래사장에 발을 들였다.
그대로 하준을 향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확실하구나, 네놈이 호르톤의 힘을 이어받은 것이.”
방금 전과는 믿을 수 없는 거대한 마력.
그 거대한 마력이 하준이 뿜어내는 마력을 뒤덮으며 상쇄시킨다.
놈의 마력은 하준이 느끼기로도 참으로 거대했다.
마치 대해와 같은 마력.
그 마력의 수치는 아무리 하준이라도 전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깊었다.
“하나, 나 또한 왕이다.”
주변의 바다가 서서히 물결치기 시작했다.
그것이 한순간에 솟아올라 거대한 해일이 일으킨 상태에서 멈춰 섰다.
그 해일이 하준을 덮쳐오기 직전, 오르곤이 하준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이 거대한 대해가 나의 존재를 증명한다. 왕의 힘을 이어받은 인간이여.”
그녀의 표정이 거칠게 일그러진다.
분노한 듯 사납게 이빨을 드러내며 하준을 노려봤다.
“일어서라! 고작 힘을 이어받은 왕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힘을 보여주마!”
그 말과 함께 허공을 향해 손을 뻗은 오르곤이었다.
곧 그녀의 손아귀에서 바닷물이 모여들어 거대한 삼지창을 만들어냈다.
하준 자신과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마력의 양.
확실히 놈의 마력은 자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
하나, 그런 놈을 바라보는 하준의 표정에는 어떠한 동요도 없었다.
그저 단순한 이유였다.
놈의 그 방대한 마력이 전혀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준은 담담한 표정과 함께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네놈!”
그 순간 오르곤은 마력을 폭발적으로 뿜어내며 하준을 향해 삼지창을 찔러 넣었다.
동시에 오르곤의 뒤에 우뚝- 멈춰 섰던 거대한 해일이 하준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 속에서.
투캉!! 후우웅――――!!!
하준은 그저 마하라즈를 가볍게 횡으로 휘두를 뿐이었다.
“크헉!!”
놈의 신형이 한순간에 모래사장을 구르며 맥없이 날아갔다.
그 날아가는 속도가 조금도 멈출 기미 없이 하준이 있던 자리에서 멀어져 갔을 때.
“?!”
어느 순간 날아가는 방향의 앞에 선 하준이 망치를 위로 크게 들어 올리고 있었다.
투캉!! 쿵!!
그대로 날아오는 상태로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은 하준이었다.
주변의 모래들이 충격으로 사방으로 비산하며 흩어져 내렸을 때.
모래에 내리 찍힌 놈의 목덜미를 잡은 하준이 그대로 위로 들어 올려 던졌다.
후우웅!!
그 순간 하준의 몸에서 폭발적으로 마력이 솟아올랐다.
그 솟아오른 마력이 하준이 쥐고 있는 마하라즈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대로 위로 날아가 놈이 떨어지는 타이밍에 맞춰 다시 한번 하준은 망치를 휘둘렀다.
투캉!!!
후우우우우웅!!!
“크아아아악!!”
그대로 입에서 인간과 다른 푸른 피를 뿜어내며 저 멀리 바닷가로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오르곤이었다.
그러나 하준의 눈매가 불만스럽게 좁혀졌다.
한 번에 끝낼 생각으로 휘두른 망치가 놈의 몸을 꿰뚫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놈의 몸은 생각 이상으로 단단한 내구도를 자랑했던 모양이다.
‘해본 적은 없는데…….’
하준은 미간을 좁히며 시간 정지를 발동했다.
그대로 바닷물에 발을 올린 하준이였다.
그렇게 발을 물 위로 올렸을 때 나온 결과에 하준의 입꼬리가 작게 올라갔다.
* * *
파악! 팟! 수르르- 첨벙!
오르곤의 신형이 몇 번 바다 위에서 물수제비를 일으킨 뒤 멈췄다.
그녀가 쿨럭- 입안에서 시퍼런 피를 토하며 그대로 바닷속으로 잠수했다.
지금 당장은 놈을 상대할 수 없다.
도망쳐야 한다.
놈에게 도망쳐 모든 왕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 현재 그녀의 생각이었다.
‘혼자서는 무리다.’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할 수밖에 없었다.
놈은 과거 호르톤과 비슷한 무력을 가진 인간이다.
그런 놈을 홀로 상대한다는 것은 당연히 무리일 것이 분명했다.
놈의 힘은 왕들을 위협할 정도로 거대하다.
“크흑!”
오르곤은 배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의 배에서 옅은 황금의 마력이 일렁이며 몸의 일부를 파쇄시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르곤은 곧바로 마력을 일으켜 몸을 보호했다.
몸에 들러붙은 황금의 마력이 점차 몸에서 떨어져 나가, 수면 위로 떠 오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
오르곤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자신은 분명 바닷속에 있었을 것이 분명한데 어느 순간 아까의 대치가 일어난 장소로 와있었기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단단한 놈이네.”
“뭐, 뭐냐?!”
그 순간 오르곤의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그녀의 몸이 흠칫 떨렸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망치를 든 소년을 바라보려는 순간.
투캉!! 쿠쿵!!
둔탁한 무언가에 얻어맞은 그녀의 신형이 그대로 모래사장에 처박혔다.
“뭐, 죽을 때까지 때리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