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178)
제178화
#177
과거 대혼란이라는 전란의 시대.
그 당시의 시대는 말 그대로 아포칼립스나 다름이 없었다.
100년 전 갑작스럽게 생겨난 마력의 기운과 함께 차원 던전이 생기며 마수와 마물이 생겨났으니.
당시 마수와 마물은 화기로도 죽일 수 없는 이능을 쓰는 괴물이었으며, 문명의 붕괴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러한 시대에 마수와 마물을 피해 도망친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마을이 몇 곳이 존재했다.
아마 이 마을도 과거에 그러한 마을이지 않을까 싶었다.
대혼란 시대가 끝나고 다시 문명이 발달하여 평화가 찾아왔음에도 떠나지 않고 오랜 세월 이곳에 지내며 마을에 정착한 사람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여기였구나…….’
하준은 한시영의 에피소드를 그리고 마지막 엔딩을 알고 있었다.
아마 이놈의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자신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하준이라도 한시영의 과거 말 그대로 먼 옛날의 과거까지는 모르고 있었다.
게임에서도 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다만, 한 가지.
하준이 모르는 엔딩으로 뒤바뀐 것이 확실한 상황 속, 알 수 있는 건 이곳이 한시영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시작되는 곳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 한시영 (62%)
아까부터 천천히 한시영의 에피소드 진행률이 오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일단, 그건 그거고.
“그래서 검왕님은?”
“…….”
그 말에 한시영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단 목적 자체가 검왕을 찾으러 온 것이니 말이다.
물론 한시영도 좀 난처한지 대답이 없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한시영은 다시 하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 밤은 여기서 기다릴 생각이다.”
그 말에 황당한 얼굴로 한시영을 바라보는 하준이었다.
“노숙하자고?”
“그래.”
그 말과 함께 뒤돌아선 한시영이었다.
“먹을 걸 구해오겠다.”
하준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빠르게 수풀 사이로 뛰쳐나간 한시영이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하준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모닥불 앞으로 다가갔다.
그렇게 나뭇가지로 모닥불을 뒤적이고 있더니 갑자기 생각난 게 있어 필라텐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 인간의 왕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습니다.
그 말에 하준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차피 저놈이 마수를 사냥해서 먹을 걸 구해올 때까지 시간이 있으니 잠시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안내해.”
-구덩이의 중심지에서 옅게나마 인간의 왕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그곳을 한 번 살펴보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중심지?”
그 말에 하준은 덤덤한 얼굴로 중심지를 바라보다 그곳으로 다가갔다.
그렇게 그 중심지로 가는 도중 어떠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 갑작스럽게 찾아온 검왕이 했던 얘기가 떠오른 하준이었다.
-나는 여태껏 그놈을 찾고 있었단다.
하준도 몰랐지만, 오래전부터 검왕은 인간의 왕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
-나는 오래전에 그놈에게 빚을 진 게 있어서 말이지.
그 빚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이곳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준은 그렇게 걸어 중심지에 도착한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별다른 것은 없었다.
뭐, 보이는 거라곤 잔디가 무성히 자란 수풀에 뒤덮인 땅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 필라텐이 입을 열었다.
-인간의 왕의 마력이 옅게나마 느껴지기는 하나, 단지 그것뿐인 거 같습니다.
“크게 이상한 점은 없다는 거네?”
-예, 허나 한 가지. 이곳에서 대마법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대마법이라고?”
그 말에 하준의 미간이 좁혀졌다.
필라텐이 말을 이었다.
-예, 아마 과거 인간의 왕이 이곳에서 대마법을 사용하였고, 오랜 세월이 지나 그의 마력만이 옅게 남은 것으로 보입니다.
* * *
어느새 돌아온 한시영이 방금 막 잡은 마수를 해체하고 있길래 다시 모닥불로 돌아온 하준이었다.
마수 해체에 익숙한지 한시영은 능숙하게 마수를 해체하여 먹을 부위만 잘라 모닥불에 굽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상황은 정적이었다.
주변에 벌레들과 나무 위의 부엉이가 우는 소리만이 가득한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딱히 한시영이 말 많은 성격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준이 먼저 꺼낼 얘기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적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시영이 의외로 먼저 입을 열었다.
“스승님과 언제 만났지?”
참 질문을 해도 대답하기 어색한 질문을 하고 있다.
그냥 넘어간 거 아니었나?
다만, 하준도 뻔뻔하기는 만만치 않았다.
“네가 내 숙소에 왔을 때.”
그 말에 한시영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그러다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입을 벌리기 시작했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해도 방금 내가 한 대답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던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탐탁지 않은 얼굴로 하준을 바라보는 한시영이었다.
그런 한시영을 향해 하준이 대답했다.
“나한테 뭐라 하지 마. 그분이 숨겨 달라고 했으니까.”
“하……, 그렇겠지.”
한시영은 다시 담담한 얼굴로 모닥불을 뒤적이며 고기를 구웠다.
그런 한시영을 향해 하준이 질문했다.
“검왕님이 왜 너를 안 만나려고 하는지 알고 있냐?”
“그래.”
그 말에 한시영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한시영은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마 내가 부족해서 그렇겠지…….”
씁쓸한 얼굴로 무게 잡고 말하고 있다만 전혀 아니다.
검왕이 이놈을 사회로 보내고 안 만나려는 이유는 단순히 사회 적응 좀 시키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이 부분은 하준의 예상이지만, 아마 이놈의 나이답지 않은 담담한 말투도 고치길 바라지 않았을까?
하준은 그러한 생각을 속으로 숨기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야?”
“…….”
“검왕님이 여기 계신다고 확신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 말에 한시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다만, 물어본 게 잘못이었다.
“찾을 때까지 여기 있을 생각이다.”
보다시피 이놈은 성격 그대로 우직하게 검왕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모양이다.
알 수는 없지만 무슨 강한 확신이라도 있는 건가?
다만, 하준도 확신할 수 없으나 짐작 가는 것이 있었다.
이놈의 에피소드 진행률이 이곳에 도착한 순간 오른 걸 보니 아무래도 이곳 어딘가에 검왕이 있는 거 같았으니 말이다.
물론 그건 그거고.
“그럼 나는?”
나도 이곳에서 계속 기다려야 하는지 한시영을 향해 물었다.
대놓고 기다리기 싫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그러한 질문에 한시영이 대답했다.
“먼저 가도 상관없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기다릴 생각이다.”
“쩝- 그러냐?”
그 말에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어느 정도 배려한다고 저리 말한 거겠지.
물론 하준의 속사정으로는 얼른 침대에 누워 자고 싶었지만 한시영의 진행률이 오르는 이상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하준은 생각하다 홀로 결정한 타협점을 찾았다.
‘내일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가자.’
내일 아침까지 이놈이랑 같이 있다가 돌아가 침대에서 자고 다시 돌아오는 거였다.
뭐, 그사이에 설마 뭔 일이 생기겠는가.
생긴다 해도 시간 정지를 하고 오면 되니 말이다.
* * *
이른 아침 하준은 한시영을 그 장소에 남겨둔 채 집으로 돌아왔다.
그대로 피로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워 낮잠을 잤다.
그렇게 몇 시간 뒤.
“오빠.”
“……응?”
“오빠 일어나봐. 손님 왔어.”
일레인의 말에 하준은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눈을 뜨지 않은 채 그대로 일레인에게 물었다.
“손님? 누구?”
“미국 히어로 협회에서 왔다는데? 1층에서 기다리고 있어.”
“쩝-”
하준은 불만스럽게 입맛을 다셨다.
주말이 아니라 평일에 찾아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려갈게.”
“응, 준비하고 나와.”
그 말에 하준은 침실 방 화장실에서 간단한 세수를 한 뒤,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에 내려가니 익숙한 얼굴의 여인이 하준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미국 히어로 협회 소속 스카우터 엠마였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에요, 이레귤러.”
“예, 그러게요. 근데 무슨 일이세요?”
“연락 없이 무례하게 찾아와서 죄송해요. 급히 알려드려야 할 정보가 있어서 찾아왔어요.”
그 말에 하준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하준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정보요?”
“지금부터 알려드릴 정보는 대외비입니다.”
그녀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다음 말을 이었다.
“레인이 탈옥했어요.”
“……?”
그 말에 하준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하준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언제요?”
“정확히 바로 전날 밤에 탈옥했어요.”
“뭐, 다시 잡아 달라고요?”
그 말에 고개를 젓는 엠마였다.
엠마는 들고 온 검은색 가죽 가방에 어떠한 자료를 꺼내며 입을 열었다.
“당시 레인이 탈옥한 이후, 현장이에요.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서요.”
당시 현장의 사진을 보여주는 엠마였다.
다만, 사건 현장을 보니 그리 요란스럽게 탈옥한 건 아닌 모양이다.
사철로 이루어진 감옥 천장에 구멍을 뚫고 하늘을 날아서 탈출한 거 같으니.
“그녀를 완전히 가두는 건 무리라는 것을 저희 협회도 인지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녀의 탈옥 과정에서 의심 가는 부분이 있어서요. 여기 이 영상을 한 번 봐주시겠어요?”
그 말과 함께 폰을 꺼내며 어떠한 영상을 보여주는 엠마였다.
영상 속에는 침대에 걸터앉아 얌전히 책을 읽고 있는 레인의 모습이 찍혀져 있었다.
“전날 밤, 정확히 레인이 탈옥하기 몇 분 전의 영상이에요.”
그 말에 하준은 유심히 영상을 살폈다.
영상 속 레인의 모습을 일전에 보았던 모습과 별다를 게 없었다.
그저 조용히 독서를 즐기는 듯한 모습.
그러나 그것도 잠시.
덤덤한 얼굴로 독서를 즐기던 레인이 갑작스럽게 고개를 들더니 순식간에 심각한 표정으로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서 주변을 둘러보더니 으득- 이를 갈며 혀를 차기 시작했다.
곧 그녀는 몸을 용화시켜 그대로 천장을 뚫고 탈옥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상이 멈췄다.
영상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리고 왜 엠마가 레인의 탈옥에 미심쩍어하는지 알 거 같았다.
하준이 엠마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마치 뭔가에 쫓기는 거 같네요?”
영상을 다 본 하준의 감상은 이러했다.
탈옥하기 전 그녀의 모습은 마치 무언가를 보고 도망친 듯한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엠마가 말을 이었다.
“확신할 수 없지만, 저희 협회에서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어요. 그래도 혹시 모르는 사태를 대비해 이레귤러에게는 미리 알려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아시다시피 레인, 그녀가 당신에게 원한을 품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준이 마지막으로 레인을 만나고 헤어졌을 때,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았지만 정확한 상황을 모르는 협회에서는 아무래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하준은 그다지 걱정이 들지 않았지만 일단 엠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라도 레인의 행방을 찾으면 연락드릴게요. 그럼 저는 이만, 할 일이 있어서요.”
그 말과 함께 엠마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준은 그녀를 배웅하기 위해 그녀를 따라 현관으로 나왔다.
그렇게 현관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을 때.
“……?”
엠마의 표정이 당황스럽게 변했다.
단순히 하준의 집 앞에 열린 게이트를 보고 놀란 것이었다.
하준은 현관 앞에 열린 게이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안 가세요?”
“그게……, 저희 협회의 게이트가 아니에요. 혹시 오늘 누가 찾아올 예정이었나요?”
“아니요.”
그 대답과 함께 하준은 의아한 시선으로, 엠마는 당혹스러운 눈으로 게이트를 바라봤다.
저게 미국 히어로 협회의 게이트가 아니라면 누구 게이트인 거지?
그렇게 하준이 의아한 눈으로 게이트를 바라봤을 때.
-대장 정말 괜찮아?
-그래, 괜찮다.
-하……, 이게 맞는지 모르겠네.
-대장이 괜찮다고 하니까 일단 열어준 거야.
-레인, 이것도 먹어봐.
게이트 너머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 게이트 너머에서 넘어온 다섯 명은 전부 하준이 알고 있는 얼굴들이었다.
하쿠세, 밀라, 할스, 엘리.
그리고 이번에 탈옥한 레인이었다.
멈칫-
레인은 손에 쥐고 있는 핫도그를 우물거리다 눈앞의 하준을 보고는 그대로 눈을 크게 뜨고 멈춰 섰다.
다른 4명도 마찬가지였다.
레인을 따라 똥그랗게 뜬 눈으로 하준을 바라보며 멈춰 선 것이다.
“…….”
“…….”
하준은 황당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고 이 어이없는 상황에 순간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준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을 때.
그러는 사이 엠마가 주머니에서 권총을 하나 꺼내 들며 레인을 향해 소리쳤다.
“꼼짝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