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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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2 심해괴수 (2)
>메르헨의 마법 기사> 「7막 3장, 심해괴수」.
합동 전술 평가에서 일정 시간 동안 살아남았을 때, 돌연 심해에 어둠 마력 형태로 잠들어 있던 마족이 깨어나며 7막 3장이 시작된다.
시험에서 포식자 역할이었던 이안 페어리테일은 심해괴수가 출현한 엘트라 해로 향한다. 빛 속성 보유자로서 마족을 해치워야 한다는 혼자만의 사명감 때문이었다. 사람들을 지켜내야 한다는 정의감도 한몫 했지.
하지만 이 세계에선, 이안은 본래의 시나리오와는 달리 포식자가 되지 못했다. 내가 B 클래스 1등을 차지해서 밀려난 까닭이었다.
어차피 심해괴수는 빛 속성의 힘 없이도 상대할 수 있기에 이번엔 이안이 있든 말든 상관없었다.
심해괴수의 강력한 마력은 일대의 마력을 집어삼켜 혼란을 일으킨다. 마치 전파 방해를 받아 노이즈를 일으키는 TV처럼.
패시브 스킬 [마력 갈취]의 효과였다. 자기 것보다 약한 마력만 잡아먹을 수 있는 스킬이다. 참고로 이안은 빛 속성이라 그 힘이 통하지 않는다.
아무튼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 이안이 엘트라 해안에 도달하고 나면.
심해괴수의 하수인이자 중간보스인 심해여왕이 총알처럼 날아와 ‘흑해 여제의 반지’의 효과를 발동한다.
심해괴수의 패시브 스킬인 [마력 갈취]보다 더 강력한 스킬, [흡마].
원하는 대상의 마력과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능력으로, 반지 착용자보다 약한 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으며.
효과 범위는 [마력 갈취]보다 훨씬 한정적이라 엘트라 해안에 있었던 자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
그 탓에 시험감독관과 엘트라 해안에 도달했던 1학년생들은 마력과 기력을 단숨에 빨아 먹히고.
반지는 포식한 만큼 힘이 활성화된다. 이때도 역시, 이안은 빛 속성이라 [흡마]로부터 면역이었다.
심해 마족들의 사명은 이안 페어리테일을 해치우는 것.
그 사명을 이루고자 심해여왕은 활성화된 반지를 곧바로 제 몸에 흡수해 더욱 강한 힘을 손에 넣는다.
결국, 1학년생들이 탈진 상태에 이른 모습을 보고 분노한 이안이 심해여왕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는 게 기존의 시나리오였지.
‘그리고 숨겨진 조건.’
합동 전술 평가에서 엘트라 해안이 목적지인 1학년생들을 모두 막는 데 성공했을 경우, 새로운 이벤트 컷씬이 발생한다.
심해괴수가 출현했을 때, 엘트라 해안에 아무도 안 왔다는 사실을 확인한 시험감독관은 곧바로 집결지로 후퇴하며 이안과 엇갈리게 되고.
컷씬 마지막 장면에서 이안은 혼자 심해괴수와 심해여왕을 상대로 전투를 시작한다. 디펜스 게임처럼 적들을 막아내기도 하면서 빛 속성 원거리 공격으로 날리는 식이었다.
‘무모한 짓이었지.’
용감한 짓이기도 했고.
이때는 심해여왕이 반지로 마력을 빨아들일 수 있는 상대가 엘트라 해안에 없는 상황.
따라서 플레이어가 지원군이 오기 전에 심해여왕을 처치하면, 그 마족에게 흡수되지 못했던 흑해 여제의 반지를 전리품으로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엘트라 해안으로 이어지는 출구가 봉쇄되기 전, 시험 감독관이 집결지로 떠나는 모습을 [천리안]으로 확인하고 옥토버스관 밖으로 빠져나왔다.
팔라딘이나 성녀, 무녀 같은 녀석들도 엘트라 해안 쪽으로 달려오고 있긴 한데 뭐, 이제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신화 속 마수, 빙설룡-힐드를 타고 허허로운 빙판 위를 날아들었다. 엘트라 해를 드넓게 얼린 까닭에 마치 얼음섬 하나가 생겨난 듯한 경관이 펼쳐졌다.
그리고 내가 바다를 얼린 탓에 주춤거리는 거대한 마족.
[ 심현의 이그푸스 ]Lv : 175
종족 : 마족
속성 : 어둠, 물
위험도 : 최상
심리 : [ 당신에게 강한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
심해괴수 마족, 심현의 이그푸스는 부릅뜬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악마의 기둥이 연상될 만큼 높다란 신장이었으나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부유섬까지 처치한 내게 저런 크기는 이제 귀엽게만 보일 뿐.
사람 손 형태의 날개로 날갯짓하던 어류 마족들이 군주를 지키기 위해 일제히 내 앞길을 가로막았다.
놈들은 어둠과 물 마력을 결합한 마법으로 집중포격 해왔으나.
화르르르륵─────!!
4성급 얼음 마법 [서리불꽃].
얼음 마력으로 이루어진 차가운 화염이 일대를 뒤덮으며 어둠의 물 마법을 빙결했다. 뼛속까지 얼어버린 어류 마족들이 무력하게 추락한다.
마족 한정 깡패인 나로선 단순무식하게 힘으로 억누르면 될 일이었다.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하는 것조차 사치지.
대뜸 심해괴수 마족, 이그푸스의 가슴팍이 누글누글해지며 점액질로 변해갔다. 끈적이는 그의 가슴팍을 뚫고 여성형 마족이 튀어나왔다.
중간보스이자 심해여왕, ‘하해의 메질라’였다.
[ 하해의 메질라 ]Lv : 140
종족 : 마족
속성 : 어둠, 물
위험도 : 중상
심리 : [ 당신을 녹이고 싶어 합니다. ]
머리카락 하나하나가 문어 다리 같았고, 저마다 기분 나쁘게 지렁이처럼 꾸물거렸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머리카락이 모두 뱀인 메두사의 문어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얼굴의 반절을 차지하는 두툼한 입술. 완전히 동그란 입이 활짝 펼쳐지며 빼곡하게 박힌 날카로운 이빨이 내 눈에 들어왔다.
비유로 든 메두사에게 미안할 만큼 혐오스럽기 그지 없는 외형이었다.
────────[그와아아아악─────!!!]
마법 위장 복식-버서커 차림인지라 자동으로 버서커 포효소리가 터져 나왔다.
막상 소리는 지르고 있지 않음에도 내 감정 상태에 따라 위협적인 광전사의 태도가 드러나는 것이었다.
그에 반응하듯 하해의 메질라는 표정이 구겨질 만큼 기괴한 고성을 내지르며 머리카락 촉수를 뻗어왔다.
엄청난 속도. 공기를 가로지르는 촉수엔 저마다 어둠과 물 마력이 결합한 검파란 마력이 웅대하게 소용돌이쳤다.
닿으면 염산에 닿듯 몸이 녹아버리고 말 터.
나는 손에 얼음 마력을 응축시킨 뒤, 팔을 거칠게 휘두르며 마력을 폭파시켰다.
콰아아아아아─────!!
5성급 얼음 마법 [빙결 폭발]. 폭음과 함께 얼음 마력의 충격파가 순식간에 한 차례 퍼져 나갔다.
그 충격에 하해의 메질라로부터 뻗어오던 촉수들이 죄다 터져 나가고, 그 마족의 몸체마저 충격에 휩쓸려 산산조각 났다. 급속도로 얼어버린 까닭이었다.
잇달아 남은 촉수를 타고 빙괴가 삽시간에 뻗어 나가며 심현의 이그누스 가슴팍과, 메질라를 제 몸에 가두었다.
────────[구오오오오────.]
심현의 이그누스는 차가운 고통에 음산한 비명을 내질렀다.
빙괴를 풀자, 흩날리는 연푸른빛 가루 속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하해의 메질라가 내 눈에 비쳤다. 신체 조각들이 허무하게 빙판으로 추락했다.
나는 빙설룡-힐드를 박차고 메질라를 향해 뛰어들었고, 심현의 이그누스 가슴팍에 있는 아가미를 붙잡아 몸을 걸쳤다.
힘없이 축 늘어지더니 허무하게 잿빛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하해의 메질라.
그 자리에서 작게 반짝이는 무언가가 떨어지려 하자, 나는 잽싸게 그것을 낚아챘다.
흑청색 마석이 장식된 영롱한 검은 빛깔 반지.
‘흑해 여제의 반지’였다.
[축하합니다! [하해의 메질라(Lv 140)]를 처치하고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Level Up!! Lv이 111로 상승했습니다!] [고유 특성 [일취월장]의 효과로 스탯 4를 획득합니다!] [전리품 [흑해 여제의 반지]를 획득했습니다!]‘과제 하나 해결했고.’
이제 남은 건 이 거대한 심해괴수 마족, 심현의 이그누스뿐.
놈은 고개를 비정상적으로 꺾어 나를 내려다보았다. 놈의 웅대한 머리가 넓은 면적의 그늘을 만들어냈다.
음습한 어둠 마력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놈은 동그란 입을 하 벌리며 직경 20m의 검파란 마법진을 수 개 전개해 나갔고.
보라색 침을 점액질처럼 쏟아 냈다.
놈의 가슴팍 아가미를 붙잡고 그 광경을 쳐다보던 나는, 오른손 안에 얼음 마력을 응축시켰다.
5성급 마법 [빙결 폭발]의 술식이 그 위로 떠올랐다.
‘힐드.’
머릿속으로 사역마, 빙설룡-힐드에게 목소리를 전하자 녀석은 위협적으로 포효하며 이그누스를 향해 연푸른 마법진을 전개했다.
───────[그오오오오오─────.]
───────[그와아아아악!!]
지금, 이 자리에 이그누스와 내 버서커 포효소리가 충돌했다.
* * *
남쪽. 마법학부 2학년 차석, 카야 아스트레앙은 이번 합동 전술 평가에서 포식자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녀는 심해괴수의 마력이 느껴지자마자 옥토버스관 출구로 빠져나가 섬의 남쪽으로 날아갔고.
쳐들어오는 어류 마족 군세와 싸우면서, 동시에 식물 마법으로 전투 병력들을 치유해주었다.
사전에 아이작과 입을 맞춘 대로였다. 메르헨 아카데미의 대 마족 방어체계를 상정한 그는 카야에게 지시했다. 마족이 출현할 시 남쪽으로 가서 아카데미를 사수하라고.
마족 군세와 싸우던 전투 병력들은 카야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바람과 식물 속성 마력으로 둘러싸인 채 담녹색 양갈래 머리칼과 교복 자락, 케이프를 휘날리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성스러운 요정을 연상케 했으니.
그녀가 화록청의 마법사라고 불리는 연유는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서쪽. 아킨스 해 방면에선 차라라랑, 거리는 청아한 소리와 함께 대규모 학살이 벌어지고 있었다.
바다를 뒤덮는 별빛 파도, 하늘과 바다를 사정 없이 꿰뚫는 휘황찬란한 별빛 광선.
엄청난 마력이 무지갯빛 별 무리를 일으키며 어류 마족들을 사정없이 몰살했다.
그 중심.
마녀 모자를 쓴 연보랏빛 머리칼의 마법학부 3학년 여학생, 도로시 하트노바는 수많은 별 무리 속에서 허공을 둥둥 떠다녔다.
그녀는 천하태평한 표정이었다.
북쪽. 현란한 검기와 온갖 원소 마법이 난무했다.
마족에게는 한 치의 접근도 허용되지 않았다. 마족들의 마법에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며, 황실 기사단은 안정적으로 북방을 사수했다.
그리고 동쪽. 엘트라 해 방면.
“하아…!”
마법학부 1학년 수석. 흑진주빛 머리칼의 소녀, 무녀 미야는 엘트라 해안으로 이어지는 옥토버스관 출구를 빠져나갔다.
어째선지 출구가 박살 나 있었기에 빠져나오는 건 무척 간단했다.
“이건….”
미야는 부서진 채 나뒹굴고 있는 문짝에 얼음 속성 마나 잔흔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하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콰가가강───!!
마법이 격돌하는 소리. 괴물들의 포효소리.
고개를 들면 빙판으로 변해 버린 엘트라 해 위에서, 신비로운 백룡과 함께 거대한 마족과 대립하는 한 명의 거한이 보였다.
그 순간, 미야의 눈동자가 별빛을 발사하듯 반짝이고 만면이 흥분으로 들어찼다. 가슴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
“저분이…!!”
모래사장까지 달려가는 미야.
싸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미야는 꽁꽁 얼어 버린 모래사장 위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발에 가벼운 화염을 일으켰다.
빙판 바다 앞에서, 자신이 그토록 찾아다니던 사내를 시야에 담아내며 젖은 목소리로 경탄하는 미야.
확신했다.
옥토버스관 출입구를 부순 사람. 바다를 얼린 사람. 저 기괴한 마족에게 대적하는 사람.
멀리서도 압사당할 것 같은 저 강대한 마력!
그는 미야를 매료시킨 영웅담의 주인공. 이름 없는 영웅이 틀림없었다.
“낭군님…!”
이름 없는 영웅이 싸우는 모습은 미야의 심장을 북처럼 두들겼다.
그녀의 입이 헤벌쭉해졌다.
엘트라 해안 모래사장 인근, 흑석 바위 뒤에서 스페이드 팔라딘은 몰래 상황을 지켜보았다.
곧 성녀 비앙카도 출구를 빠져나왔다. 그녀는 엘트라 해에서 싸우는 이름 없는 영웅을 목격하곤 숨을 죽였다.
그의 포효소리가, 냉기가, 맹렬한 기세로 사방팔방 퍼져 나간다.
거대한 인간 형상의 마족은 이름 없는 영웅을 향해 어둠과 물 마법을 쏟아부었으나.
영웅과 그의 사역마로 추정되는 백룡이 광대한 얼음 마법을 퍼부으며 모든 걸 무력화시키고, 적을 얼리고 깨부수길 반복했다.
영웅이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공기가 진동하고 세찬 풍압이 몰아쳤다.
일방적인 전투였다.
저 막대한 크기의 강력한 마족이,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이윽고, 냉기로 얼어 버린 마족을 이름 없는 영웅은 무자비하게 부수고 찢어발겼다.
콰아아아아아────────!!!
[빙결 폭발]. 마족의 거대한 몸집이 박살 나고, 얼어 버린 군청색 고깃덩어리가 조각조각 비산했다.괴물의 울음소리로 포효하는 이름 없는 영웅.
무녀 미야는 그 잔혹한 전투방식에 가슴을 움켜쥐더니 하아아, 하고 신음을 흘렸다. 저 모습이야말로 자신이 그토록 꿈꿔왔던 완벽한 이상형이었으니.
이토록 가슴이 떨리는 건 생애 처음이었다. 머릿속이 뭉글뭉글하게 변해갔다.
마치 자신이 태어난 건 저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인 것 같은 기분.
이 감정은 필시 사랑. 사랑이리라.
반면에 성녀 비앙카는 무표정이었다. 눈가에 그늘마저 진 듯했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품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이내, 풍비박산한 마족의 몸체는 잿빛 가루가 되어 설풍에 흩날렸고.
기다렸다는 듯이 백룡은 서리를 머금은 은빛 바람, [서리바람]을 일으켰다.
“……!”
[서리바람]은 무서운 기세로 퍼져 나가 엘트라 해안까지 뒤덮었다. 미야는 붉은 화염으로 일렁이는 보호막으로 자신을 보호했고, 성녀 비앙카는 두 팔로 얼굴을 가렸다.한겨울의 추위 같은 냉기 마력이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일으킨 느낌은 아니었다. 아마도 단순한 눈가림용일 터.
그렇게 휘몰아치는 부연 냉기 속에서, 이름 없는 영웅은 강대한 마력조차 사그라뜨리며 자취를 감추었다.
“하아아. 드디어 당신을 만나다니, 감격스러워요…. 낭군니임….”
화염 보호막 안에서 미야는 기도하듯 가슴에 두 손을 모으더니 두 눈을 감고 여운에 잠겼다.
이름 없는 영웅이 싸우는 모습을 좀 더 기억 속에 또렷이 각인시키고 싶었기에.
“…….”
비앙카는 아무 말 없이 메이스를 거두고는, 등을 휙 돌리곤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
스페이드 팔라딘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옅은 한숨을 내뱉었다.
“저런 놈을… 없애란 건가….”
적. 이름 없는 영웅.
앨리스는 그를 ‘방해꾼’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고작 그렇게만 불리기엔… 놈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강했다.
메르헨 아카데미에 있는 사람들은 이름 없는 영웅의 싸움을 목도하고 경탄을 금치 못했다. 마치 섬 전체에 침묵이 오가는 듯했다.
그간 ‘이름 없는 영웅은 세계멸망급 마법을 사용할 줄 안다’, ‘그는 부유섬을 단신으로 해치웠다’하는 이야기만 들어온 사람들이 태반이었으니.
심지어는 ‘그가 허구의 인물이다’라는 음모론까지 제기하는 자들도 있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로써 사람들은 확실하게 실감했다.
이름 없는 영웅은 실재하며, 그의 강함은 이제껏 본 적 없는 경지에 이르러 있음을.
메르헨 아카데미는 저런 무시무시한 대마법사에게 보호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오늘, 분명히 알게 된 것이었다.
* * *
“됐다. 도망치자, 힐드!”
[그동안 연습해 왔던 도망 실력을 보여 주지. 경주다, 주인!]이제 이 녀석도 적응했구나. 든든하네.
발밑에 깔린 빙판은 튼튼했다. 아주 좋아.
이거 만든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도망치기 위해서였다.
[서리바람]은 [멸악자]가 풀리기 직전에 강하게 일으켰으니, 지속시간은 여유로운 수준이겠지.길 찾기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천리안]이 있으니까. 혹시 몰라 합동 전술 평가에서 1학년생들을 쓰러뜨리고 가져온 나침반도 주머니에 있었다.
메르헨 아카데미까지 거리는 꽤 멀지만, 체력은 널널하니 걱정 없을 테고.
아직 마력이 남아 돌았기에 아기용 형태의 빙설룡-힐드 소환 상태도 오래 유지할 수 있었다. 녀석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언제든지 [서리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용도였다.
[서리바람]은 내 마법으로 취급돼서인지 딱히 거슬리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아마 이 바람 속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은 나일 터.나와 빙설룡은 몰아치는 냉기를 헤쳐가며 전속력으로 도망쳤다.
여느 때와 같은 결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