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163)
* * *
“학생회장님이다…!”
“예쁘다….”
“학생회장님 옆에, 쟨 누구야? 학생회는 아닌 것 같은데.”
“아이작이잖아?”
“왜 저 둘이 같이 다녀?”
“아까 아이작이 학생회장님께 불려가긴 했는데….”
“학생회 들어오라고 제안하시려는 건가?”
아카데미물 특. 학생회장 나타나면 주위 학생들이 호들갑 떤다.
앨리스 캐럴과 함께 교정을 천천히 거닐고 있으니 학생들의 관심이 쏠렸다.
일부러 마력기를 쥔 채 마력 운용력 단련에 신경을 쏟는 척하며 학생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했다.
뭐, 그들의 심정이야 이해 간다.
‘여기서 앨리스는 연예인급이니까.’
나도 군복무 중, 위문공연 온 여자 연예인을 볼 때 목청이 터져라 환호성을 내지르며 난리를 피워댔지.
당장에 도로시만 보더라도 매일 ‘여신님’하고 경탄하잖아. 그런 느낌인 거지.
그보다….
‘왜 상황이 이렇게 됐냐.’
코앞에서 뒷짐 지고 걷고 있는 연금발의 여학생.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거리를 유지하고 걷고 있었다. 학생회장이자 마법학부 3학년 선배. 앨리스 캐럴이었다.
도대체 얘는 무슨 꿍꿍이를 숨기고 있어서, 다짜고짜 사람을 불러 데이트를 신청한단 말인가.
학생회실에서 앨리스는 대화의 여지 없이 “데이트하자, 애기야.”하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나야,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
얘가 말대답할 틈을 주지 않기도 했고, 따라나서지 않으면 눈치 보이기도 했으니.
학생회실 밖에 있던 에린은 무시했었지. 당황했던 걔 얼굴이 지금도 눈에 선했다.
“애기야.”
앨리스는 고개를 뒤로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목소리는 정말 좋네.
루체의 것과는 결이 달랐다. 걔는 나긋나긋하면서도 속삭이는 듯, 사람의 기운을 쏙 빼놓는 힘이 있다면.
앨리스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상냥한 느낌. 몽글몽글한 솜사탕 속에 빠지는 기분. 듣기만 해도 마음이 포근해지게 만든다.
“네, 선배.”
“기왕이면 이쪽에서 걸어 줄래? 옆이 허전해서 쓸쓸해.”
“그건 조금…, 부담스러운데요.”
나는 일부러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지나다니는 학생마다 우리를 쳐다 보니 부담스럽다, 라는 핑계를 고갯짓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앨리스는 나를 죽이려 한다. 정확하게는 방해꾼을.
그러니 이 애 뒤쪽에 있어야 마음이 놓일 수밖에.
바로 옆이나 얘 앞에서 걸었다간 무슨 수작이라도 당할까 봐 겁났다. 머리 감을 때 괜히 무서운 상상이 드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의외로 사람들 시선에 민감하구나?”
“눈에 띄는 걸 싫어하는 성격은 아닌데, 선배는 좀 과하니까요. 학생회장이고, 예쁘고.”
“그건 그렇지.”
천연하게 수긍하는 앨리스.
얘한테 자신이 예쁘다는 말은 상식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선배. 아직 아무 말씀 안 해주셨는데.”
“아, 왜 너한테 데이트하자고 했는지? 맞지?”
“네.”
앨리스는 살짝 굽힌 검지를 입술 아래에 갖다 대고 생각에 잠겼다. 할 말을 고르고 있는 걸까.
곧, 앨리스는 대답했다.
“그냥.”
“예?”
“그러고 싶었으니까. 오늘은 좀 여유로웠거든. 마침 네가 떠올랐단다. 그뿐이야.”
속셈을 드러내지 않을 건 알았지만.
그래도 ‘그냥’이 뭐냐. 이유가 너무 성의 없잖아.
“뭐 어떠니? 나랑 데이트하는 거 두근거릴 텐데.”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듯 확정 짓는 앨리스.
두근거리진 않았다. 당황스러웠지….
“저, 앨리스 선배. 너무 갑작스러워서 말씀 못 드렸는데, 저 이제 단련하러 가 봐야…. 선배?”
돌연 앨리스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어느 가게의 진열대 쪽에 시선이 멎었다. 홀리기라도 한 듯이.
나도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그녀의 시선을 따라 눈길을 돌렸다.
‘세이렌’이라는 이름을 가진 디저트 카페였다.
얼음 속성 주문서가 사용된 진열대 속, 적은 양의 마력으로 반짝이는 파르페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중 고양이 캐릭터로 만들어진 듯한 파르페가 가게의 자랑이라는 듯 중앙을 차지하고 있었다.
꽤 귀여운 파르페였다. 아마 앨리스는 그것에 사로잡힌 모양이었다.
“…….”
잠시, 시간이 멈춘 듯했다.
머릿속이 팽배하게 돌아가며, 문득 한 가지 깨달음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은 앨리스의 정체를 놓고 많은 토론을 벌였지만.
단 한 가지. 앨리스의 특징 중 하나는 그다지 언급되지 않았다.
바로 그녀가 귀여운 것을 좋아한다는 점이었다.
게임을 플레이할 땐 ‘그냥 캐릭터 성격이구나’하고 넘겼는데, 실제로 그 모습을 보니 의문이 더욱 드높이 고개를 치들었다.
‘이런 애가.’
뭐 때문에 이안 페어리테일을 죽이려 하고, 끝내 패배하자 모든 걸 포기하고 자살했는지.
죽기 직전, 이안 페어리테일과 그의 동료들에게 보였던 그녀의 허탈한 미소는 무슨 의미였는지.
그렇게, 왜 앨리스의 비밀은 맥거핀이 돼 버린 것인지.
어쩌면 나는 큰 것을 놓치고 있는지도 몰랐다.
알아낼 필요가 있었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가 내 현실이 되었으니, 사소한 것 하나라도 신경을 써서 계획을 짜내야 했다.
‘이미 악신한테 한번 졌으니까.’
지금의 기회는 수많은 사람의 희생 끝에 건져낸 것.
전 회차에서 초기화되기 전까지 나는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 했다. 이는 즉, 내가 죽었으면 모든 게 끝났을지도 모른다는 의미였다.
그러니 최선의 방법이 아닌, 더없이 최고의 방법을 선택해서 기어이 해피 엔딩을 맞이해야만 했다.
부유섬을 해치워 많은 경험치를 얻어내고, 도로시를 구해 낸 것처럼 말이다.
‘얘 비밀이 궁금하기도하고.’
앨리스는 악신이 부활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자.
그녀가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아낸 것인지, 왜 악신의 편에 서게 된 것인지 알아낸다면 내 여정에 도움이 될지도 몰랐다.
즉, 앨리스를 피해 다니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작정 시도 때도 없이 피해 가는 게 능사가 아닐지도 몰랐다.
“애기야.”
“네, 같이 먹어요.”
그래서, 잠시만 같이 있기로 했다.
오늘 앨리스가 내게 해를 가할 일은 없어 보이고.
설령 그런 일이 생길 조짐이 보인다면 곧바로 도망치면 될 일이었다.
마력기로 마력 운용력 단련하는 건 지금도 할 수 있으니 예정해 놓았던 일정을 바꾸기로 했다.
“…너처럼 눈치 빠른 꼬맹이는 좋아한단다.”
앨리스는 싱긋 웃었다.
……
예쁘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파라솔 아래, 3층 발코니에 있는 야외 테이블.
나는 앨리스와 마주 보고 앉았다.
그녀는 테이블 가운데 놓인 케이크 한 조각과 고양이 파르페를 한동안 사랑스럽다는 듯이 감상하더니.
이윽고 숟가락으로 떠먹고는, 한 손을 뺨에 갖다 대고 행복에 잠겼다.
세이렌 카페.
메뉴가 다양한 데다 음식도 맛있고 카페 디자인도 귀여워서, 여학생들이 자주 방문하는 카페로 유명했다.
도로시도 입이 닳도록 자랑했던 곳이지.
“맛있어요?”
“기대 이상이란다. 어느새 이런 것도 생겼구나.”
“잘 안 오시나 보네요. 여기 유명한데.”
“바쁘니까. 학생회장직 내려놓으면 자주 와야지.”
“…….”
앨리스는 이번 학기가 끝나면 학생회장 자리에서 내려오지만, 그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러니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 더는 그녀가 이 카페에 올 일은 없었다.
“도로시랑 여기 와봤니?”
“아뇨, 처음입니다.”
고양이 파르페를 한 입 떠먹으면서 대답했다. 맛있긴 하네.
여전히 다른 손으론 마력기를 쥐고 마력을 순환시키는 중이었다. 꽤 빡세긴 한데, 이제는 익숙해졌다.
앨리스는 흐음, 하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의외네. 도로시랑 이것저것 다 해 본 줄 알았는데.”
“도로시 선배랑 친하긴 한데, 그렇게까지 실컷 놀아보진 못했어요. 전 단련할 때가 많으니까.”
“단련을 좋아하는구나.”
앨리스는 내 손에 쥐어진 마력기를 쳐다보았다.
단련을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나름 중독되긴 했지만.
아, 성취감 얻을 때는 좋긴 했지.
…쓸데없는 얘기는 관두고. 앨리스의 의중이나 떠봐야지.
“그보다, 앨리스 선배.”
“응.”
“아까 오는 길에 들었는데.”
앨리스는 숟가락을 입에 넣은 채 우물거리며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한 손으론 턱을 받친 채였다.
“절 부르신 거, 사실 학생회에 들이고 싶어서죠?”
“…….”
“뜬금없이 절 불러서 데이트하자고 한 것도, 그런 이유라면 납득….”
별안간 앨리스는 파르페를 한 숟갈 뜨더니, 얘기하고 있던 내 입에 숟가락을 넣어 그것을 먹여주었다.
달콤한 맛과 미약하게 질척거리는 느낌이 났다.
“……?”
당혹스러웠다.
“애기는 성급하구나.”
“예?”
“그렇게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면 섭섭하잖니.”
내 입에서 숟가락을 빼는 앨리스. 표정이 무척이나 태평했다.
그녀가 먹여 준 파르페는 대충 목구멍으로 삼켰다.
“네 말.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단다.”
앨리스는 가슴 아래로 팔짱을 끼면서 다리를 꼬고는,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큰 가슴이 더욱 도드라졌다.
“널 학생회로 영입하고 싶은 건 맞단다. 근데 애기는 학생회가 될 생각, 없잖아.”
“그건 어떻게 알고요?”
“4성좌 입단 제안을 거절했다고 들었어. 거기다 매일 우직하게 단련과 공부밖에 안 하는 애라고 소문도 났잖니? 2학년 수석과 연애한다는 건 헛소문인 것 같고. 어쨌든, 학생회 일에 파묻혀서 살 애는 아니라고 생각했단다.”
“뭐, 정확하네요.”
“그런데 난 네가 마음에 들어.”
“……?”
“난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거든.”
자기 눈을 가리키며 씨익 웃는 앨리스.
날 학생회에 들이고 싶다는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했지.
그럼 뭘 제안하려고 부른 걸까.
“그러니 애기야.”
앨리스는 숟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나랑 내기 하나 하지 않을래?”
웬 내기?
“무슨 내기요?”
“애기가 날 마음에 품게 될지, 아닐지.”
“……?”
…그건 또 무슨 내기냐? 내 마음을 네가 어떻게 알 수 있다고.
객관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마음에 들게 되면 내 부하가 돼 줘. 어떠니?”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제가 티 안 내면 되는 일 아니에요?”
“내가 좋아서 못 견디게 되면 되잖아.”
앨리스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곤, 내 입에 들어갔다 나왔던 숟가락을 앙 물었다.
뭐, 얘도 고백은 많이 받아봤겠지. 하물며 자신이 예쁘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으니, 자신감이 넘쳐날 것이다.
예쁘거나 잘생긴 애들은 알게 모르게 많은 학생에게 고백받는 편이니까. 루체나 카야, 도로시도 그랬다고 들었다.
‘그러고 보니까, 나 아직 고백 못 받아봤네.’
나름 이 몸도 잘생긴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뭐 때문이지…?
…됐다. 영양가 없는 생각이다.
“그렇게 제가 갖고 싶어요?”
“응.”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앨리스.
말은 참 거침없이 잘한다. 머릿속에서 필터링을 거치고 말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만큼.
다만, 앨리스처럼 어여쁜 여학생에게 이런 내기를 듣는다면.
대부분의 남학생은 의지와는 무관하게 벌써 설레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앨리스의 실체를 몰랐다면 나도 그랬을 것 같으니까.
‘물론 함정이겠지.’
내가 부하가 되면 눈여겨보기 쉬워진다.
게다가 내가 앨리스에게 반한다면, 얘가 입만 잘 털어도 내가 비밀을 털어 놓으리란 생각도 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 이름 없는 영웅은 앨리스가 적이라는 사실을 알 리가 없기 때문이다. 뒤통수 거하게 맞겠지.
설령 내가 이름 없는 영웅이 아니라고 밝혀지더라도, 어차피 나는 학생회에서 탐낼 만한 인재. 앨리스에게 손해가 될 건 없을 터였다.
의문인 건.
‘다른 방법도 많은데 하필 로맨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내기를….’
손발이 오글거렸다.
저 자신감 넘치는 태도 덕분에 그나마 중화되는 느낌이지만.
곱씹을수록 ‘무슨 내기가 그 따위인지’하는 생각만 들고 만다.
서리의 시련 때, 괴묘-체셔는 내가 앨리스 취향이라고 했지.
사역마는 제 주인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즉, 아마 내 외견은 앨리스의 이상형에 부합할 터.
그래서 잠깐 ‘사심이 담긴 내기인가?’하고 생각했지만.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 보았던 그녀의 실체를 떠올리고서 금방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히려 달콤한 향으로 상대를 유혹해 죽음으로 인도하는 네펜데스처럼 보였다.
“그래서, 일단 네 사정에도 부합하는 걸로 하나 제안하고 싶거든.”
앨리스는 특유의 자상한 미소를 짓고서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였다.
내 사정에도 부합하는 거?
“뭔데요?”
“명예 학생회가 돼 보는 건 어때?”
“……?”
영문 모를 제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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