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186)
* * *
“역시나.”
피에르는 아이작의 마력을 감지했다.
아이작은 발밑에서 바위기둥을 끌어 올려 빠른 속도로 파도 위로 솟구쳤다.
기초 원소 마법에 불과했기에 바위의 강도는 무척 약하겠으나, 저만한 실력도 이 아카데미에선 우수한 수준이라는 걸 피에르는 알고 있었다.
타이밍에 맞추어 아이작은 바위기둥에서 뛰어내렸다. 그와 피에르가 눈을 마주쳤다.
또 얼음 널이나 만들려는 것일까, 하고 생각한 때에.
사라락, 거리며 얼음 마력이 뭉치더니 허공에 대형 얼음덩이가 수 개 나타났다.
아이작은 그것을 밟으며 도약해 나갔다. 잠시간 허공에 떠 있던 큰 얼음덩이들은 그의 가벼운 무게에 자그마한 충격을 받으며 지면으로 낙하했다.
태양을 등진 그의 형상이 피에르의 시야에 담겼다. 눈부신 햇볕을 등진 한 사내의 그림자가 일직선으로 자신을 쫓았다.
피에르는 발을 멈추고 양손에 물 마력을 끌어 올렸다.
점차 햇볕에서 아이작의 형상이 또렷해져 갔다.
“……!!”
이윽고, 피에르의 두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잔야의 지팡이에 달린 마석을 뒤따르고 있는 무언가가 눈에 비친 때였다.
저것은 마법진. 5성급 얼음 원소 마법, [빙결 폭발]의 술식.
이 경주에서 절대로 허용되지 않는 마법이었다.
“크흐흐!”
피에르의 입가가 호선을 그렸다. 가슴 떨리는 광경이었다.
저 마법을 발동하면 아이작은 실격 처리된다. 즉 저 사내는 자신을 버림 패로 써서, 이 레이스에서 가장 위험한 참가자인 피에르를 탈락시킬 속셈이었다.
아크볼 레이스에선 곧잘 있는 일이었다. 이 경주는 팀 전. 버림 패는 하나의 전술이 된다.
아무리 마력량 S급의 피에르라고 해도, 기초 원소 마법 따위로 아이작의 5성급 원소 마법을 당해낼 수는 없을 터.
저 공격을 곧이곧대로 받아버리면 필시 쓰러지고 말 것이었다.
“즐겁게 해주는구나…!”
남은 선택지는 실격을 각오하고서라도 대항하는 것. 아이작은 피에르에게 그런 선택지를 들이밀었다.
화이트를 지키고 피에르와 자폭하는 것이 아이작의 목표였으니.
피에르는 아이작의 도전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아이작이 피에르에게 거의 도달하려는 때였다.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
상황 판단이 늦어진 탓에 계산이 복잡한 마법을 쓰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나 5성급 정도라면 단번에 계산할 수 있었다.
피에르는 5성급 물 원소 마법, [수압포]의 마법진을 전개했다.
비록 실격 처리가 되겠지만 아이작을 막아 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합리화하며, 피에르는 씨익 웃었다.
그때였다.
아이작은 놀란 건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예상치 못했던 광경을 마주한 사람처럼.
“뭐야?”
피에르는 등 뒤에서 뜻밖의 마력을 느꼈다. 아이작에게만 집중한 나머지 알아채는 게 늦어졌다.
일렁이는 화염. 등 뒤를 에워싸는 온기.
피에르는 깜짝 놀라 재빠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
물기로 흠뻑 젖은 흑발의 한 사내가 자신에게 도달한 참이었다.
그가 양손으로 거머쥔 검에서 화르륵, 거리며 화염 마력이 일렁였다.
“이안 페어리테일?!”
저 흑발의 사내가 누군지 어떻게 모를까.
이안 페어리테일. 심연 속에 봉인된 악신이 해치우고 싶어 하는 빛 속성 인물.
기절하지 않았던 건가?
‘아니.’
기절하고도 금방 정신을 차린 거구나.
피에르의 기초 원소 마법으로는 기절 전문가인 이안을 오랫동안 기절시키는 데 실패한 것이었다.
이안의 기절 면역은 점차 강해지고 있었으니.
“이기는 건!!”
이안 페어리테일은 포효하며 검을 휘둘렀다.
“우리다!!”
* * *
오, 뭐야.
기절했던 이안이 되살아났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돌진해온 모양이었다.
이제 피에르의 파도 한 방 맞은 정도로는 금방 정신을 되찾을 수 있게 된 것인가.
‘훌륭해…!’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이군.
이안은 뜰채를 교복 바지에 반쯤 넣어 고정시킨 채 장검을 쥐고 있었다. 검날에 스민 붉은 화염은 공기저항 탓에 이안으로부터 꼬리처럼 길게 뻗어 나가 녀석을 뒤따랐다.
피에르는 지면을 박차며 황급히 이안을 향해 마법진을 새로 전개했다. 덕분에 마력과 계산식이 흐트러진 건지 나를 향한 대응이 느슨해졌다. [수압포]의 마법진이 일그러졌으니까.
안타깝게도, 지금 피에르에게 덤벼드는 나와 이안은 마법학부 답지 않은 뛰어난 신체 능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별종들이다.
내 입으로 말하기 뭐하지만, 그 둘이 일제히 한 놈을 노리는 상황이었으니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나도 피에르를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거리는 이미 좁혀졌다. 우리의 속도는 피에르의 마법 속도를 웃돌았다.
푸우우우!
피에르가 급박하게 내지른 물 마법을 이안은 몸만 휙 틀어 가볍게 피했다. 물리법칙을 무시한 듯한 극적인 움직임에 피에르는 크게 당황했다. 우리의 주인공을 무시하지 말라.
곧, 화염이 이글거리는 검이 피에르에게로 화려한 실선을 그어냈다.
화르르륵!!
“끄으, 아악!”
불의 검격이 피에르를 뒤덮고 지면을 가로질렀다.
퍼어엉, 하는 폭음과 함께 피에르의 몸이 활활 타오르며 허공에 붕 떠올랐다.
‘나이스!’
이안, 네가 최고다!
사나운 불길 속에서도 피에르는 정신을 잃지 않고 나를 향해 [수압포]를 발사했다. 가히 감탄스러운 정신력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추락하던 내가 피에르에게 이른 참이었다.
응축된 얼음 마력을 해방 시켜, 잔야의 지팡이를 내밀어 [빙결 폭발]을 발동했다.
콰아아아아!!
얼음 마력을 피에르 코앞에서 터뜨렸다.
발동이 늦은 [수압포]는 [빙결 폭발]에 집어삼켜졌다. 이안의 화염 검격에 당하고 발동 타이밍까지 늦어 버렸으니, 끝내 [빙결 폭발]에 당해 마력이 흐트러진 것이었다.
빙괴가 지면을 향해 사납게 뻗어 나가 주위를 얼음판으로 만들었다.
나는 빙괴를 타고 가볍게 스으으 내려갔다. 중간에 넘어질 뻔해서 빙괴를 박차고 경주로 위에 착지했다.
빙괴 속에는 체육복이 그을린 피에르가 시간이 멈춘 것처럼 전시되어 있었고.
그 너머, 피에르를 뒤쫓아 빠르게 달려왔던 이안이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내 뜰채와 빙괴 속 피에르의 뜰채에서 삐익, 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2성급을 초과하는 마법을 사용했기에 실격 처리가 된 것이었다.
‘이거 꽤….’
생각보다 수월하게 끝났네. 피에르와 박 터지게 싸울 거라고 예상했는데.
설마 이안이 복병이 되리라고는 조금도 예상치 못했다.
이안은 빙괴를 지나치더니 나를 바라보며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이작, 네 각오는 제대로 전해졌어! 반드시 1등하고 올게!”
“어…, 그래. 파이팅.”
뭔 개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도 엄지를 치켜세워줬다.
소년만화에 나올 법한 의지와 열정의 주인공, 이안 페어리테일은 다시 경주로를 따라 내달렸다.
흙먼지가 피어 오르며 바람이 휘몰아칠 만큼 그의 달리기 속도는 무척 빨랐다.
문득 날아오고 있는 교직원들이 보였다. 실격 처리가 된 나와 피에르를 데리러 오는 듯했다.
“아이작 선수와 피에르 플랑체 선수, 뜨거운 한 판 승부를 벌이고 실격! 아이작 선수와 함께 협공한 이안 페어리테일 선수는, 자신을 희생한 동료의 의지를 이어받고 세차게 질주합니다!!”
아카데미에 에이미의 목소리와 학생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에이미는 진행에 완전히 몰두한 듯했다. 별 이상한 사족까지 곁들이는 걸 보면.
그때였다.
쩌적, 하는 소리가 빙괴 쪽에서 들려왔다. 빙괴에 빗금이 새겨졌다.
나 아직 빙결 해제 안 했는데…?
빙괴 속에서 피에르의 마력이 용솟음쳤다. 연신 빙괴가 쩍쩍 갈라지더니, 그 틈새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
반사적으로 옆으로 빠져 칼날처럼 날아오는 물줄기를 피해냈다.
빙괴가 갈라지고 생긴 좁은 틈새를 비집고 강한 수압으로 튀어나온 물줄기는 얇은 검격처럼 뻗어 나와 지면에도 흠집을 냈다.
곧, 빙괴는 우르르 터져버렸다.
콰아아앙!
얼음 파편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지기 전에 곧장 얼음 마력으로 치환했다. 다가오는 교직원들이 있었기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동시에 댐을 부수고 범람하는 홍수처럼, 피에르 주위로 대량의 물이 뿜어져 나와 쓰나미를 이루었다.
푸아아아아!!
“우왁!”
피할 곳이 없었다. 나는 4성급 얼음 원소 마법 [빙벽]을 끌어올리고서, 범람하는 물 원소 마법에 얼음 벽과 함께 밀려났다.
파도가 내 몸을 집어삼켰다. [빙벽] 덕분에 충격은 면했으나, 내 몸은 난데없이 잠시간 물속을 유영해야만 했다.
피에르의 물 마법은 금세 지면에 가라앉았다.
땅을 짚고 곧장 고개를 들었다. 축축하게 젖은 전신에서 물 방울이 뚝뚝 흘러내렸다.
경주로 위. 빙괴를 박살내고 추락한 피에르는, 물기 가득한 땅을 짚은 채 콜록콜록 헛기침하며 연신 핏물을 뱉어냈다.
내 [빙결 폭발]을 그대로 들이받았기에 몸이 온전한 상태가 아닌 것이었다.
“피에르 학생! 괜찮으십…?!”
교직원들이 다가오는 때, 대뜸 피에르는 자신의 주위로 4개의 마법진을 전개했다.
강인한 마력이 살의를 머금고 퍼져 나갔다. 교직원들은 순간 멈칫하더니 마른침을 삼켰다.
교직원이라는 입장은 그저 역할에 불과할 뿐.
그들도 사람이었기에, 자신들보다 먹이사슬 상위권에 존재하는 인간의 마력에 공포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피에르 플랑체 선수!! 실격 처리가 됐는데도 아이작 선수를 향해 마법진을 전개했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요?!”
에이미는 상황을 중계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앨리스의 말을 잘 따르는 데다 팔라딘 중에서 가장 느글느글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대놓고 치고 박고 싸우면 교칙 위반이라는 걸 저 녀석이 모를 리 없을 터였다.
“피에르 학생, 당장 마법진 거두세요!!”
“실수로 실격될 수도 있는 거죠!! 진정하세요! 여기서 아이작 학생과 싸우면 징계입니다!!”
교직원들은 필사적으로 피에르를 만류하려 들었으나, 녀석의 마법진은 여전히 선명한 빛깔을 뿜어대고 있었다.
피에르는 고개를 들었다.
놈의 눈동자를 본 순간,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자 득이 될 게 없다는 사실을 짐작했다.
감정이 사라진 듯 빛을 잃어 버린, 놈의 침잠한 눈동자가 나를 향하고 있었으니.
저놈은 나를 해치울 생각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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