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326)
〈 326화 〉 천의 날개 토벌전 (14)
* * *
콰각!
아이작이 발로 땅을 내려찍자 지면이 나무뿌리처럼 갈라지며 파편이 튀었다.
파앗!
그대로 아이작은 뷔엘을 향해 날아들었다.
다시금 휘이이, 거리는 기이한 바람 소리와 함께 하늘에 얼음의 상현달이 나타났다.
마력 소모량은 어마어마하게 높았으나, 어차피 오래 유지할 수 없었기에 아이작에겐 대략 3번은 더 사용할 여유가 있었다.
그곳에 있는 모두가 느꼈다. 천위 시계의 효과가 만연한 와중에 저만한 마법을 구사하는 것만으로, 아이작은 이미 인류의 범주를 넘어섰다고.
[빙제!]뷔엘 주위로 신성력을 휘감은 빛의 창이 다섯 자루 창성되었다.
그 창들이 일제히 아이작을 향해 쏘아졌다.
그 순간, 그는 사라졌다.
[…크헉!]동시에 엄청난 충격이 뷔엘의 투구를 깨부수고 그의 머리에 정통으로 꽂혔다.
아이작의 주먹이었다.
어느새 여기까지 이른 것인가. 뷔엘은 강한 의문을 느꼈다.
단순히 빠른 움직임이라고 볼 수 없었다. 적어도 움직임이었다면 아이작이 사라진 순간과 공격을 당하는 순간 사이에 납득이 갈 만한 간격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없었다. 마치 시간 자체가 도려내진 듯이.
뷔엘의 머리가 찰나간 뭉개지고, 압력파가 터졌다.
퍼어어엉!!!
그리 아이작의 주먹이 휘둘러졌다.
풍압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뷔엘의 몸이 허공을 매섭게 가로질렀다.
[끄윽!!]뷔엘은 가까스로 의식을 잃지 않고 천의 날개를 활짝 펼치며 공기 저항을 받아 날아가길 멈추었다.
뭉개진 머리는 신성력으로 빠르게 회복되었고 투구도 본래 형태로 재생되었다.
[쿨럭!]기침에 한가득 피가 섞였다.
뷔엘의 무장은 극강의 원소 저항력을 자랑한다. 아무리 아이작의 얼음 마법이라고 해도 뷔엘에게 타격을 입히기 어려웠다.
그러니 신체 능력이나 무기를 활용한 물리적인 타격을 입히는 편이 효과적. 그렇기에 아이작은 주먹을 휘두른 것이었다.
[믿을 수 없군….]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저게 정녕 인간이 내지를 수 있는 권격이란 말인가.
뷔엘은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들었다.
콰자작!
얼음의 상현달이 유리 공예품처럼 깨지고, 아이작이 초고속으로 뷔엘을 추격했다.
[그 달은, 대체 무슨 마법이냐…?]뷔엘은 당혹감이 서린 목소리로 읊조렸다.
[얼음달]은 아무리 최고위 천족이라고 해도 생전 처음 보는 얼음 마법이었으니.그 힘 앞에서 뷔엘은 굼뜬 굼벵이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었다.
다시 얼음의 상현달이 상공에 나타났다. 휘황찬란하며, 영롱하며, 아름다운 달이었다.
위험하다.
정말로 위험하다.
천위 시계의 효과 탓에 [얼음달]의 지속 시간이 매우 짧다고 해도, 뷔엘은 그 잠깐의 시간이 터무니없이 위험하다고 느꼈다.
[시간의 흐름이란 이치조차 갖고 놀다니, 오만하기 짝이 없구나! 네놈은 대체…!]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말문이 막혀 버린 뷔엘.
그는 다시 아이작을 쳐다보고 깨달았다.
그의 본질 안에 숨어 있던 미지의 괴물이 보이지 않았다.
완연한 아이작. 그뿐이었다.
그는 한동안 못 봤던 사이에 자신의 본질 속에 숨어 있던 미지의 괴물조차 잡아먹고 강해진 것이었다.
[말도 안 돼….]이 세계를 가볍게 집어삼킬 수 있을 법한 마력량을 가졌던 괴물이다. 필시 아이작의 힘의 원천이 그 괴물이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그 괴물마저도 아이작에겐 그저 성장을 위한 영양분에 불과했던 것이다.
천외(天外)의 어둠처럼 까마득한 공포가 뷔엘을 뒤덮었다.
저런 인간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이 괴물 같은 놈이!]뷔엘은 공포감을 감추기 위해 눈을 찌푸리고 아이작을 노려보며, 전력으로 신성력을 내뿜었다.
[아득한 경지에 도달하는 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네놈은, 감히 인간이면서 신격을 넘본단 말이냐!!]뷔엘이 거칠게 팔을 휘두르자 수백 갈래의 광선이 아이작을 향해 뻗어나갔다.
[얼음달]의 능력이 발휘되며 아이작이 다시 사라졌다. 벼락조차도 그의 앞에선 느림보나 다름없었으니. 끝내 대량의 빛살은 허공을 꿰뚫었다.동시에 뷔엘의 턱에 어퍼컷이 짓쳐들었다.
퍼어엉!!
[끄헉!!]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폭음에 가려졌다.
힘이 중첩되고 중첩된 아이작의 주먹이다.
기껏 재생된 투구가 무력하게 부서지고, 머리를 뭉개 버릴 기세로 퍼부어진 막강한 충격에 뷔엘의 몸이 위로 솟구쳤다.
아이작은 더 빠른 속도로 그의 위로 날아들어 길쭉한 다리를 위로 쭉 뻗었다.
순간 뷔엘은 그의 적안에서 흐르는 [빙제]의 푸른 안광을 목도했다.
마치 아랫것을 내려다보듯, 너무도 안온하고 자약한 눈빛.
아이작에게 있어서 뷔엘은 시시한 놀잇감에 불과해졌다.
[……!!]콰각!!! 퍼어엉!!!
아이작의 다리가 뷔엘의 복부를 내려찍었다.
폭음과 함께 뷔엘의 갑옷이 산산조각나고, 그의 몸이 빠른 속도로 추락했다.
[큭!]뷔엘은 다급히 신성력을 발산해 갑주를 수복했다.
그때 아이작은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빠르게 지상에 이르렀다.
콰아악!!
떨어지는 뷔엘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는 아이작. 재생된 갑주가 부서지고, 주먹이 뷔엘의 가슴팍에 깊숙이 꽂혔다.
비록 뷔엘은 불사의 힘을 잃었어도 완전무장의 힘으로 튼튼한 육체를 자랑했다. 그러나 그러한 육체마저도 아이작의 무력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뷔엘의 몸이 다시 허공을 가로질렀고, 갑주가 눈 깜짝할 새에 재생되었다. 그러나 그가 지면에 닿기도 전에 아이작이 더 빠른 속도로 날아들어 그를 위로 걷어찼다.
그리 반복, 반복, 반복.
뷔엘은 신성력을 쏟아내며 저항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그저 쉴 새 없이 허공에 무력한 궤적을 그려나갈 뿐.
퍼져나가는 섬뜩한 파열음의 연쇄.
이는 농락이나 다름없었다.
최고위 천족의 것으로서 그 경도와 원소 저항력은 두말할 필요 없는 은빛 갑주가 유리창처럼 아주 쉽게 깨지길 반복한다.
내려찍히는 강철을 버티려 하는 달걀처럼, 있으나 마나한 수준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손도 쓰지 못하고 있다.
강함의 정도가 차원이 달랐다.
“승부가 안 되는군….”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아이작과 뷔엘의 전투를 보는 자들은 모두 경이로워했다.
저 강력한 천족이 상대조차 못 되고 있었으니.
“놀랍군….”
뇌제마저 탄성을 내뱉었다.
천위 시계의 효과로 제대로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저만한 강함을 발휘할 수 있다니.
원왕들조차 입이 벌어지는 광경이었다.
“뷔엘 님…!”
천족 메텔 발렌시아는 뷔엘이 무력하게 당하고 있는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고, 제랄드는 흡족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뷔엘은 가까스로 멀어져 가는 의식을 붙잡고 반격하려 했지만.
다시 얼음의 상현달이 나타나 아이작이 사라지고, 강력한 충격이 뷔엘을 덮쳤다.
뷔엘의 몸은 드높은 상공까지 날아가 버렸다. 이미 신체는 한계에 다다랐다. 그는 아이작에게 그 어떤 반격도 가할 수 없게 되었다.
턱. 아이작은 단숨에 뷔엘에게 이르러 그의 다리를 붙잡고 상공에서 수 바퀴 회전했다. 그대로 그는 뷔엘을 아래로 거세게 내던졌다.
휘우우우!! 콰아아앙!!!
허공에 빛살을 그리며 내리꽂히는 뷔엘.
지면이 박살 나 크레이터가 생기고, 뷔엘은 더는 갑주를 재생하지 못하고 대량의 피를 토해냈다.
[커헉…!]아이작은 빠르게 추락해 뷔엘의 가슴팍을 콱 짓밟았다.
콰아아앙!!
뷔엘의 내장이 뭉개졌고, 그는 더 많은 피를 토했다.
땅이 꺼지며 파편이 비산했다. 그리 크레이터의 깊이가 더해졌다.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그 속에서 온화한 연푸른빛 냉기를 흘리는 지고의 존재가 냉철한 눈매로 뷔엘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올드렉에서의 격전이 재연된다. 적어도 완전무장한다면 아이작을 상대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거늘. 그때나 지금이나, 뷔엘은 아이작에게 조금도 상대가 되지 못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이토록 무력감을 느끼는 건…, 우리들의 신을 마주할 때 이후로 처음이구나….]짙은 허탈감을 느끼고 만 뷔엘은 실없는 실소를 터뜨렸다. 그 목소리에 피가래가 끓었다.
최고위 천족들을 모두 데려와야 아이작에게 겨우 대항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든 것만으로 이미 힘의 균형이 붕괴했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더 이상의 전쟁이 일어나지 않길 원했다…. 그렇기에, 우리를 사지로 몰고 갔던 우리들의 신을, 끌어내려 했다…. 전장에서 허무하게 사그라진 내 소중했던 동족들의 영혼을 기리기 위해, 살아있는 내 동족들을 지키기 위해….]“알고 있어, 네가 이번 일을 일으킨 동기는.”
[역시…, 네놈은 너무 많은 걸 알고 있군….]“네 뜻을 비난할 생각은 없는데, 결국 넌 그 뜻 이루겠다고 나와 이곳 사람들을 전부 희생시키려 했잖아.”
아이작은 냉담하게 말하며 뷔엘의 얼굴을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 손에 냉기 마력이 소용돌이치듯 응축되고, 5성급 얼음 마법 [빙결 폭발]의 술식이 구축되었다.
뷔엘은 움직일 수도, 신성력을 끌어낼 수도 없었다. 멀어져 가는 의식을 붙잡는 것만으로 한계이기 때문이었다.
“그걸 난 용서하기 어렵다.”
[…그래.]뷔엘은 몹시 단호하고 담담한 아이작의 얼굴을 바라보며 엷은 미소를 띠었다.
[내 패배다.]이내, 모아진 얼음 마력이 폭발했다.
콰아아아!!
강력한 충격파가 뷔엘을 덮쳤다.
그의 머리가 터지고, 주위의 자연 마나가 빙결하며 빙괴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휘몰아치는 냉기 속, 뷔엘의 몸은 입자 단위로 분해되며 잔잔히 흩어졌다.
쿠우우우우!
블랙 스톤의 분화구 위에서 완성된 창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창을 이루던 자연 마나가 흩어지며 분화구로 쏟아진다.
뷔엘의 반역군은 무너져 가는 롱기누스의 창을 바라보며 뷔엘의 패배를 알아챘고, 끝내 무기를 내려놓고 투항했다.
연맹 대군은 무기를 치켜들고 함성을 내질렀다.
“후우, 끝났다….”
아이작은 고개를 숙이고 안도의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명계에서 여기까지. 몹시 불안했으나 다행히 늦지 않았다.
격한 안도감에 아이작은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
“회장!”
“아이작 님…!”
어느새 도로시와 카야가 날아와 나란히 아이작을 앞에서 부축했다.
아이작은 지친 탓에 잠이 몰려와 졸린 눈으로 그녀들을 번갈아 보았고.
와락. 그녀들의 어깨를 껴안았다.
도로시는 눈을 크게 떴고, 카야는 “흐얏…!”하고 저도 모르게 얼굴을 확 붉혔다.
“미안하다. 좀 잘게….”
아이작은 그녀들 어깨에 의지한 채 고개를 파묻고 눈을 감았다.
그의 몸이 축 늘어졌다.
“…고생했어.”
도로시는 잔잔한 눈으로 아이작을 바라보며 그의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카야는 눈가에 눈물을 머금고 안도감 어린 미소를 지었다.
“걱정했어요…. 어서 와요.”
화아아아!
이윽고, 하늘에서 또 다른 광명이 쏟아지며 무구로 무장한 천족들이 내려왔다.
천계에서 출동한 천족들이 드디어 인간계에 도달한 것이었다.
천위 시계의 효과가 잦아들었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천족 패잔병들의 전신에 신성력의 구속구가 채워졌고, 그들은 포박 당한 채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도로시와 카야는 잠깐 그들을 곁눈질하고서 상황만 파악한 뒤, 아이작을 더욱 꼭 끌어안았다.
아이작은 세상 모르게 곤히 잠든 채 새근새근 숨소리만 흘리고 있었다.
무척 평온한 얼굴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