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420
420화. 에필로그 (2)
“자.”
눈동자를 만나자마자 김현우는 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봉안을 꺼내 그녀에게 넘겨주었고, 곧 눈동자는 그가 넘긴 봉안을 받아들고는 가만히 바라봤다.
잠시간의 침묵.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정말 대단하네.”
자신이 만들어 주었던 봉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그녀는 이내 그렇게 중얼거리며 김현우를 바라봤다.
“뭐, 이 정도야.”
물론 노네임을 잡다 이미 한 번 죽은 걸로도 모자라 밀레시안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또 한 번 죽을 뻔한 김현우였으나 그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그 모습에 피식하는 웃음을 흘리고 눈동자는 말했다.
“솔직히 네가 이길 확률이 3할에서 4할이라고 말하기는 했는데…… 정말로 이길 줄은 몰랐어.”
“거 믿음이 부족하네.”
“어쩔 수 없잖아? 솔직히 당장 내가 상대했어도 졌었는데 고작 내 힘을 넘겨준 필멸자가 그 미친놈을 봉인할 수 있을지 어떻게 알았겠어?”
“그럼 뭐 하러 나를 수련시켰는데?”
“……그거야 당연히 최후의 발악 같은 느낌이었지.”
“그래서, 그 최후의 발악으로 노네임을 봉인한 기분은 어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최고기는 하네.”
눈동자의 말에 피식 웃은 김현우는 이내 그녀의 손에 들려져 있는 봉안을 턱짓하며 물었다.
“그래서, 이제 그건 어떻게 할 거야? 다시 봉인이 풀린다거나 하지는 않는 거지?”
“당연하지. 봉인을 했는데 다시 풀 수도 있는 봉인이라면 애초에 안 하는 게 낫지 않겠어? 결국 이 상황을 또 겪어야 하는데?”
“그럼 봉인은 안 풀린다는 이야기네?”
“그렇지 뭐…… 정확히 말하면 이론상으로 풀 수는 있지만 그냥 불가능하다고 보면 돼. 게다가 어차피 이곳보다 더 깊은 곳에 둘 생각이거든.”
“더 깊은 곳?”
김현우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저번에 말했다시피 이곳은 허수 공간 안에 위치한 공간이야 그건 알지?”
“뭐, 저번에 들었던 것 같긴 한데.”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허수 공간에서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허수를 넘어선 무(無)의 공간이 있거든.”
“……거기에다가 그걸 집어넣으면 절대로 못 찾는다…… 뭐 이런 이야기야?”
“맞아. 그 무의 공간에다가 이 봉안을 던져 넣으면 설령 그 공간 속에서 노네임의 봉인이 풀린다고 하더라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는 건 무리거든.”
말 그대로-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말이야.”
눈동자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김현우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건 네가 알아서 해. 네가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지.”
“당연한 소리야.”
눈동자의 긍정을 본 김현우는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
“그래서, 이제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나?”
“그래,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그 봉안을 무의 공간에 던져 넣고 나면 더 할 일은 없는 거지……?”
김현우의 말에 눈동자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내가 아는 선에서 더 이상 네가 움직일 만한 일은 없어. 오히려 네가 사고를 치지만 않으면 세계에 평화가 찾아올걸?”
“그렇다면야 다행이네. 이제는 진짜 좀 쉬고 싶거든.”
김현우의 안도의 한숨을 바라본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저번에는 쉬자고 할 때도 제대로 안 쉬었잖아?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녀의 물음에 김현우는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때랑 지금은 다르잖아? 그때는 노네임을 봉인시켜야 하는 과업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니까.”
“그래?”
“애초에 나는 일하는 게 싫거든.”
그렇게 말하는 김현우를 눈동자는 순간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봤으나 이내 그녀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런 걸로 해줄게.”
“그런 걸로 해줄 게가 아니라 진짜야.”
“그래 알았어.”
김현우의 말에 그렇게 대답한 눈동자.
그녀는 그 뒤 고개를 잠시 갸웃거리며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보다 뭘 할지에 대해서라…… 솔직히 생각해 본 적이 없네.”
“그래? 여기에 오랫동안 처박혀 있었으니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을 거 아니야?”
“뭐, 확실히 ‘업’을 받는 것 말고도 ‘자아’를 가지고 있는 나로서 경험해 보고 싶은 일들이 몇 개 있기는 한데…… 그 이외에는 딱히 하고 싶은 일이라고 해보면 별로 없네.”
“왜?”
“애초에 내가 자아를 제대로 가지기 시작했을 때는 그놈이 이름을 얻겠다고 한참이나 깝죽거리고 있을 때거든.”
“딱히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는 거네.”
“그렇지?”
눈동자의 말에 김현우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야기했다.
“뭐…… 그렇다면야 일 끝내고 내 탑으로 내려와. 나름 즐길 거리가 있을 테니까.”
“흐응, 그래?”
“뭐…… 애초에 모든 업을 가지고 있는 네가 흥미가 있을 만한 게 있을지는 좀 모르겠지만 말이야.”
김현우의 말에 눈동자는 묘하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걱정하지 마, 아마 거기에 가면 내가 좀 흥미 있어 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거든.”
“……하고 싶은 게 없다더니 그새 이것저것 보면서 나름대로 해보고 싶은 걸 찾았나보지?”
“내가 말했잖아? ‘몇 개’ 없다고 말이야.”
눈동자의 말에 김현우는 묘한 표정으로 눈동자를 바라봤으나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뭐,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아무튼-
“일이 다 끝나면 찾아와. 잘 곳 정도는 마련해 줄게.”
“기대할게.”
눈동자는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자신의 손을 한번 휘둘렀고, 그와 함께 김현우의 뒤에 포탈이 만들어졌다.
“그럼 나중에 보자.”
눈동자의 말.
그에 김현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몸을 돌려 눈동자가 만들어준 포탈 밖으로 몸을 움직였고.
김현우는 곧 51번 탑으로 돌아오자마자 티르와 노아흐를 양쪽에 두고 무엇인가를 곰곰이 고민하고 있는 아브를 볼 수 있었다.
“앗. 가디언!”
곧 포탈에서 빠져나온 김현우를 보며 반갑게 인사하는 아브.
김현우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무슨 일이야? 탑을 재건하는 데 문제라도 생겼어?”
그의 물음에 아브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오히려 탑은 잘 만들어지고 있어요.”
오히려-
“티르 님이나 야차 님이 도움을 주셔서 이전보다 훨씬 정교하게 만들고 있어요. 이전 탑에서 있었던 불필요한 요소들도 모두 뺄 수 있었고요.”
“그런데 뭘 그렇게 고민하고 있어?”
“음…… 그게.”
아브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김현우에게 고민하는 내용을 털어놓기 시작했고 한동안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현우는.
“……요약해서 각 계층에 이주할 만한 생명체가 있어야 한다…… 뭐 이런 거야?”
“네. 사실 1계층부터 7계층까지는 상관없어요. 애초에 거기는 예전의 탑에서도 던전이 나오는 곳은 아니었으니까요.”
다만-
“8계층이나 10계층, 그리고 11계층과 12계층은 거주할 만한 거주민이 필요해요.”
“얼마나?”
김현우의 물음에 아브는 대답했다.
“적어도 탑이 멸망하기 전에 그 계층에 살고 있었던 숫자만큼은 아니라도……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를 처리할 정도는 돼야 해요.”
“……굳이?”
김현우의 물음.
그것에 대답한 것은 아브가 아니라 노아흐였다.
“만약 9계층을 다시 처음부터 만들었다면 당연히 이런 번거로운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옛날의 탑을 다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보니…….”
“……옛날이랑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거야?”
“맞네. 사실 던전의 숫자를 우리 쪽에서 자체적으로 줄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하거든.”
-일종의 설계 실수인 셈이지.
노아흐의 말에 잠시 머리를 긁적이던 김현우는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요약해 보자면 던전 때문에 다른 계층에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거잖아?”
“그렇네.”
“그냥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를 방치하면 안 돼?”
“안 된다네.”
“왜?”
“몬스터 웨이브 안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은 대부분 파괴 욕구를 가지고 있으니 말일세. 아마 그들을 막는 녀석이 없다면 탑에 들어가는 자원이 천문학적이 될 걸세.”
거기에 우리도 망가진 계층을 다시 만들어 내려면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게 되겠지.
노아흐는 그 이후에도 다른 계층에서 나타나는 던전을 방치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알려주었고 이내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그냥 가만히 놔두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겠네.”
“맞아요. 그래서 고민 중이었어요…….”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예전에 탑을 만들었을 때는 어떻게 다른 계층에 살던 이들을 만든 거야?”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애초에 그건 저 같은 ‘총괄자’나 ‘제작자’의 관할이 아니었으니까요.”
“아.”
아브의 대답에 김현우는 새삼스레 이 탑을 만든 이들이 다섯 명이었다는 것을 기억해 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우선 문제는 그것밖에 없다 이거지? 탑은 잘 만들어지고 있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탑은 저번보다도 훨씬 잘 만들어지고 있어요. 정말 기초적인 것까지는 못 건드려도 조금 세부적인 부분에서 이것저것 건드릴 수는 있으니까요. 근데…….”
“……? 왜?”
“혹시 가디언은 생각해둔 해결책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아브의 물음.
그에 김현우는 미묘한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음. 해결책이라기보다는 어쩌면 탑에 정착시킬 만한 애들을 좀 구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
“뭐, 너는 우선 신경 쓰지 말고 탑에만 신경 쓰도록 해. 알았지?”
김현우의 말.
그에 아브는 슬쩍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이내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고, 김현우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9계층으로 내려갔다.
xxxx
하남에 있는 장원의 거대한 건물.
“크하하하하하하!!! 고작 그 정도밖에 못 마시는 거냐?”
“저는 천에 귀의한 몸. 그렇게 상스럽게 병나발을 불지는 않을 겁니다.”
“너무 그렇게 격식 차리지 말라고! 여기는 천계가 아니잖아!”
에서는 연회가 벌어지는 중이었다.
“……쟤들은 안가냐?”
대충 2주가 넘는 시간 동안이나.
김현우가 눈앞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칠대성을 바라보며 말하자 그 옆에 있던 손오공은 어깨를 으쓱이더니 이야기했다.
“저번에는 조금 재미가 없었다나 뭐라나. 이번에는 진짜 연회처럼 할 모양이던데?”
“진짜 연회가 뭔데?”
“말 그대로 진짜 연회지. 이 상태에서 대충 20일 정도 더 먹고 마시면 그나마 연회에 틀에 맞춰진 느낌 아닐까?”
손오공의 말에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질린 표정을 지었다.
“……20일? 그럼 20일 동안 술을 처먹는다는 이야기야?”
“뭘 그렇게 놀라? 원래 요괴들의 연회는 기본적으로 한번 시작하면 100일 이상 간다고.”
“……그럼 저쪽에 있는 긴나라인가 뭔가 하는 애는?”
“천계 쪽도 연회를 한번 하면 성대하게 열어서 꽤 길게 하는 편이지. 물론 요괴들보다는 그 일수가 작지만.”
“보통 얼마 정도 하는데?”
“……50일 정도?”
“천계도 만만찮네. 그럼 지옥은?”
“……지옥?”
“그래, 저기 저쪽에 저 사람은 지옥에서 왔다며?”
김현우가 턱짓으로 오관대왕을 가리키자 오공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옥은…… 아마 천계랑 비슷할 거야?”
“왜 확신이 없어?”
“그야 당연히 내가 지옥의 연회에는 전혀 참가하지 않았으니까. 애초에 나는 지옥과는 그리 연이 좋지 않거든.”
손오공은 그렇게 말하고는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더니.
“그보다. 탑 재건은 어때?”
이내 그렇게 물어왔고.
“아, 그러고 보니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할 이야기가 좀 있어.”
“……뭔데?”
김현우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너, 네 부하들이 몇 명이나 있다고 했지?”